길다 길어

하나마나 푸념 2008. 10. 7. 22:37

그야말로 뜬금없이 사이버 권리침해자로 몰려 글을 삭제조치 당하고 보니 정말이지 만감이 교차했다.
한꺼번에 와락 치밀어오르는 생각들도 매우 다양하여,
내쪽에서 먼저 표현의 권리 및 사생활 보호 권리 침해 사안으로 상대를 '고소'하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억지,
왜 내 최측근 가운데는 이럴 때 조언을 구할만한 법조인이 없는가 하는 푸념,
도대체 관련법이 어떻기에 무작정 근거없는 신고로 내 글이 삭제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해야 하는가 하는 억울함,
내 글을 권리침해로 신고한 놈에 대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증오심과 전투욕,
지나치게 사적인 이야기들을 공개적인 공간에 털어놓는 것은 아닐지 종종 뒷머리를 긁적이면서도 시답잖은 솜씨일망정 이런저런 글로 배설의 희열을 느끼고 있는 이 블로그에 대한 총체적인 회의,
나 또한 허튼 말과 글로 사람을 죽음에 이르기도 하는 '사이버범죄자'와 한통속으로 몰려 도매급으로 매도당하는 것 같은 모멸감, 
인간과 이 사회에 대한 막연한 절망감 따위가 두서없이 밀려왔다 빠져나갔다.
물론 충동적으로 확 블로그를 폐쇄해버릴까,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왜?
이 경우 피해자는 오히려 내가 아닌가?
한달 내에 법적으로 글의 명예훼손 여부가 결정되지 않으면 복원될 것이라는 전제가 있긴 해도 이미 나는 한달간 글이 임시 삭제 당한 수모를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번 일로 인한 허탈감과 억울함으로 심리적, 정신적 타격이 작지 않고, '놈'의 근황을 확인하고 관련법규 및 관련기사를 검색하느라 며칠 째 확실히 번역일은 뒷전으로 내팽개쳐두고 있으니 경제적인 손실 또한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마음 같아선, 그리고 관련법규만 있다면 정신과에 가서 신경쇠약으로 진단서 끊고 앞으로 한달 동안 신경 쓰느라 손해보게 될 원고료에 정신적 위자료까지 포함한 손해배상금이라도 놈에게 청구하고 싶은 심정이다. ^^

허나, 짧은 내 식견으로 알아본 바에 의하면 현재 내가 손쓸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일단 한달안에 그자가 나를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신고하는 법적조치를 밟기 이전에는 말이다.
한달 안에라도 구제방법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러려면 그자의 주민번호를 비롯한 인적사항을 알아내야 하는데 Daum측에서는 개인정보를 나에게 유출하는 것또한 불법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고
그렇다고 내가 그자의 건축사무소 전화번호를 알아내어(이건 뭐 그리 어렵지 않을 듯;;) 전화를 걸어 사장 바꾸라고, 티스토리 게시글 삭제 건으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재를 받아야겠으니 당신 주민번호를 대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그 인간과 통화하는 걸 상상하는 것조차 혐오스럽지만 상황이 완전 코미디라 웃음부터 나온다)

현행법의 명예훼손죄와 관련한 법률은 이렇단다.

형법 제307조【명예훼손】①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310조 (위법성의 조각) 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그러니까 허위사실 유포가 아닌, 사실을 언급하더라도 사람이나 법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엔 죄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어쨌거나 생판 없는 사실을 허위로 꾸미든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알리든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생각한 사람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한 것이 이 법률의 목적인 듯 하다.
무지한 나로서는 '적시'라는 말의 뜻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놀랍지 않은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언급하더라도 명예훼손죄에 해당되다니...
하기야,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을 보호 받으려면 제 아무리 사실인 경우에도 사적인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세상에 시시콜콜 노출되지 않을 권리를 누려야 마땅하긴 하다.

헌데 인터넷 상의 명예훼손과 권리침해 사안은 특별법인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제61조)'이 적용되어 좀 더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단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제61조(벌칙)

①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
다.

②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특별법 역시 사실을 다루더라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사실이든 허위사실이든 유포해야 법에 저촉이 된다는 점일 것이다. 비방목적 여부에 따라 죄의 형성여부도 판가름될 수 있다는 뜻인데, 다분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목적성의 입증은 전문가들의 견해와 판례에 따라야할 듯. 

비딱한 내 성품으로는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명제가 아직도 <법은 (딱) 만명에게만 평등하다>는 말로 읽힌다. 능력있는 법조인을 고용할 만큼의 부와 권력을 지닌자에게만 이 나라의 법이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음을 그간 수없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도 최대한 상황을 비약해, 실질적인 형사, 민사 소송 단계까지 치닫는 경우 과연 나는 얼만큼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 지를 생각하면서 기분이 참담해졌다.
게다가 요즘 한나라당에서 길길이 날뛰며 당장 신설해야 한다고 큰소리를 내고 있는 <사이버모욕죄>까지 더해진다면 나를 포함한 누리꾼들은 얼마나 지레 자기검열에 노심초사하며 사회문제에 대한 의견 표현이 위축될 것인지 암담하다. 큰 파장을 일으킨 최진실의 자살 사건으로 고무된 사이버수사대에서 이미 권리침해자의 신고 없이도 상습 악플러와 악성루머 유포자를 '색출'하는데 힘쓰고 있다지 않은가!

인격존중이나 책임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일부 몰지각한 누리꾼들의 혐오스러운 행동은 반드시 근절되야 하겠지만 마치 익명을 이용하여 명예훼손과 인격모독 등의 사이버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양 침소봉대하여 유명인의 안타까운 죽음마저 이용하려는 정치인들의 태도는 그야말로 한심하다.

아무려나...
아직 나는 명예훼손죄나 이름도 숨차게 긴 정보통신****법 위반으로 기소당한 것도 아니고, 사이버상 권리침해 신고로 해당  글을 임시삭제조치 당한 것에 불과한데 중재자 역할을 해야할 Daum에서는 신고자가 문제를 제기한  게시글의 내용을 읽고 명예훼손에 해당되는지 아닌지 판단해볼 의사 및 개입의지가 전혀 없다.
신고자가 권리침해 의사를 밝혔으니 문제의 글을 임시삭제하고, 한달 내에 법률적인 명예훼손의 입증이 없으면 다시 글을 복원시켜주겠으나 추후에 또 같은 글로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도 역시 Daum에선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현재로선 내 게시글에 대한 권리침해를 Daum에 신고한 자가  경찰에도 수사를 의뢰하진 않은 듯하고
짐작컨대 겁을 주어 본인과 관련된 글의 게시자들이 지레 겁을 먹고 자진해서 글을 삭제하도록 하려는 심산인 모양이다.
물론 내가 자진해서 해당글을 삭제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셋방살이의 서러움이란 게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이래서 다들 돈을 써가면서 독립 계정을 마련해 둥지를 트는 것이로군, 하는 생각이 든다.
독립 계정이라면, 사이버 권리침해로 문제가 제기되더라도 무작정 운영자측이 게시글을 삭제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며칠 간 블로그고 자시고 다 귀찮고 짜증나고 글도 쓰기 싫고, 뭔가 끼적이고 싶다가도 생각의 정리가 되질 않아 머뭇거리긴 했지만, 누에고치 실 풀어내듯 입으로든 손끝으로든 끝없이 수다를 풀어내야 직성이 풀리는 내가 겨우 이런 일로 블로그 생활을 포기하는 건 말도 안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방법은? 
나도 슬슬 티스토리를 버리고 이사를 가야하는 건 아닌가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된 것도 같다.
컴맹에 가깝긴 해도 블로그 선배들의 조언과 도움을 얻으면 까짓것 어떻게든 되겠지.
하지만 드러워서 똥을 피하고 싶다고, 제풀에 미리 겁부터 먹고 도망칠 순 없으니 당분간은 버텨야할 것이다.

아무튼 이번 일로 1년도 더 지난 학력위조 파문 이후 당사자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찾아보니 예상대로 다들 버젓이 '잘' 지내고 있었다. 학력 위조 파문이 일어난지 1년이 되는 시점에 언론에서 앞다투어 그간의 정황을 보고하는 기사를 실었기에 쉽게 검색할 수 있었다.
(혹시 궁금하시면 여기를...)

학력위조 파문으로 “한때는 자살기도까지 생각했었다”는 고백을 굳이 방송에 나와서 했다는 그의 근황을 보며 나는 미안하지만 안쓰러운 마음보다 역시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는 원래 그런 사람인 것이다. 원래부터 내가 싫어할 수밖에 없는 유형의 사람.
대중에게 끊임없이 노출되고 그 관심과 인기를 생명처럼 여기는 연예인도 아니면서 이름을 팔겠다는 욕망 때문인지 방송과 언론에 끊임없이 얼굴을 내밀어 소비되기를 즐기는 사람을 나는 경멸한다. 그런데 그는 분명 그런 사람이라는 심증이 굳어진 것이다. 과거에도 광고 등장은 물론 심심찮게 여성지 탐방기사에 응하더니, 학력위조 파문으로 검찰조사를 받은 내용이 무혐의 처리되자 당장 아침방송에 나와 대중의 동정심과 관심을 사려는 사람. (하지만, 그의 무혐의 내용은 교수임용 당시 서류에 허위학력을 기재하지 않았기에 허위학력을 이용한 범죄 혐의가 없다는 것이지, 그가 과거 저서 및 약력에서 인용했던 과장 및 허위 학력 부분에 대해서는 본인도 잘못된 것임을 시인했다) 
물론 그런 개인의 성향을 소비하려는 수요층이 당연히 존재하기에 그들의 공생관계가 유지되는 것일 테지만, 존경과 흠모를 바탕으로 하는 격조 높은 유명세와는 확연히 다른 저속한 스타성을 추구하는 일부 인사들에겐 이렇게 내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해가며 언급할 가치도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따라서 <비방의 목적이 전혀 없으나, 사실의 언급이 오로지 공익의 이익에 관한 것>도 아니라 할 수 있으므로 ^^ 그에 대한 관심과 언급은 오늘로서 완전히 끝을 낼 작정이다. 

그저 그간 포스팅하려고 마음 먹었다가 억울하게 밀려나버린 자질구레한 생각거리들이 아까울 뿐이다.
그새 <비포선셋>이랑 <첨밀밀> dvd도 다시 봤고
홍대앞 예쁜 카페도 갔었고
세어보니 자그마치 스물네 장이나 되는 스카프 사진도 찍었었고...
아... 씨...
또 뭔가 많았는데 다 까먹었다.

내 나름대로는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생각의 흐름이 유연하질 못해서
사실 이 글도 어제 오후에 시작했는데 마무리하기까지 네다섯 번이나 중단했다가 다시 이어가는 난항을 겪었으되 여전히 근사하고 깔끔하게 맺을 가망은 없어 보인다.

한달 뒤에 결과가 어떻게 되든 뭐 당분간은 또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수다를 떨겠다는 다짐 정도로 이만 끝!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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