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하루

놀잇감 2008. 9. 28. 18:11

꼭 보고싶다고 생각한 영화는 아니었다.
그런데 주말 2시 결혼식과 6시 약속 사이의 공백을 홀로 메워야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불편한 구두를 신고 최대한 시간을 잘 보낼 방법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제일 먼저 생각 난 것이 영화였고 상영표를 보며 <맘마미아>를 한번 더 볼까 하는 마음과 그래도 새 영화를 보자는 마음이 교차하던 끝에 선택된 것이 바로 하정우, 전도연의 <멋진 하루>.
헤어진 애인에게 1년뒤 다짜고짜 찾아가 "돈갚아!"라고 외치며 시작된다는 정도만 알고서(예고편을 어디서 봤더라;;) 보기 시작한 영화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제목에서 짐작되듯 두 사람의 하루 일정을 따라가는 내용이기에 템포가 느리고 흐름이 잔잔할 것임은 당연할 터.
등장인물도, 사건도 퍽 단출한데 두 배우의 내공이 워낙 대단하기 때문인지 따지고 보면 별것도 없는 이야기에 퍽이나 힘이 실린다.


진한 감동도, 극적인 반전도, 흥미진진한 줄거리도 없이 그냥 조근조근, 누군가 우연히 헤어진 옛애인을 만나 인사만 나누고 헤어졌다거나, 어색하게 차 한잔 마셨다는 이야기를 조금 자세하게 듣는 느낌의 영화다.
그런 이야기를 싫어하는 사람에겐 따분하겠고, 모든 인간관계의 이야기를 흥미로워하는 사람(약간 늘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나는 대부분 눈을 빛내거나 킬킬거렸다)에겐 재미있을지도 모를.

어제 본 영화를 따끈하게 소개하려니 군말이 많아졌다. ㅎ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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