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거실 한 구석에 놓여있기만 한지 한달이 넘은 느루.
엄마가 병원에 계실 땐 당연히 탈 엄두도 내지 못했고 그 이후에도 간병무수리 모드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으니 느루를 사랑해주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동안 외면당했던 느루가 외롭긴 외로웠나보다.
조금 전 냉장고를 열러 가는데 핸들로 내 옆구리를 세게 쳤다.
아야~!
자주 하는 건 아니지만 청소할 때마다 먼지는 닦아주었는데, 느루가 원하는 건 그 정도 관심이 아니다.
달리고 싶은 것이겠지.
며칠 전 처음 싫다는 엄마를 억지로 이끌고 계단을 내려가 홍제천으로 산책을 나가며 느루를 데려갈까 생각했었지만 걷는 것도 겁내는 엄마의 손을 잡아주려면 느루까지 건사할 여력이 없을 터라 포기하고 말았다.

얼마 전 만난 지인의 어머니는 밤샘 작업에 힘쓸수록, 원고마감에 쫓길수록 매일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한다고 조언해주셨다. 70킬로그램에 육박하는 체중과 온갖 지병을 갖고 계신 울 왕비마마와 달리 그분은 젊기도 하시려니와 나보다도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계신 터라, 몹시 찔렸는데 그런 고언을 들을 때마다 운동해야지 마음먹은 결심은 늘 그 순간 뿐, 휘리릭 뇌리에서 사라지고 만다.

오늘도 느루가 옆구리를 쿡 찌르며 자기의 존재 이유가 거실 인테리어가 아니라 달리는 것임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난 또 원고마감을 핑계로 한동안 나몰라라 했을 것이다.
흠... 마의 6월도 지나갔겠다, 7월도 열렸겠다 한번 달려볼까나 하는 마음이 들긴 하는데 과연 이따가 저녁땐 또 어떤 변덕이 마음을 차지할지 모르겠다.
느루는 달리고 싶다는데.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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