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거

놀잇감 2006. 11. 11. 23:12

좀 분량이 되다 싶은 일을 끝내고 나면 어김없이
이제부터 하고 싶은 일들이 마구 떠오른다.
마치 그간 몹시 절제된 삶을 살았으니 그에 합당한 보상을 당연히 요구해야 할 것 처럼!
하지만..
이렇게 허덕거리며 막판에 일에 쫓겨 괴로워해야 한다는 건 곧 그간 놀 거 다 놀고
즐길 거 다 즐기며 살았다는 반증이기도 한데
뭘 믿고 그런 마음을 품는지 참 내가 생각해도 꼴사납다.

생각해보면 9월 한달은 거의 탱자탱자 놀거 다 놀고 여행도 다녀왔고
10월에도 만날 사람 다 만나고 그랬는데... 히히.

아무튼!!
그래도 늦게나마 일 하나 끝냈으니
스스로 엉덩이 토닥여 격려하는 의미에서 하고픈일 주워섬겨봐야지.

온종일 빈둥빈둥 집에서 귤이나 까먹으면서 TV 채널놀이 한 판 해주고
다빈치코드 이후 정말로 하나도 못본 영화도 좀 봐주고
문방구 인터넷 쇼핑 실컷 하고(마침 주말쿠폰 날아왔는데 이거 안쓰면 또 무슨 큰 손해라도 보는 이 기분을 어쩌란 말이냐! ㅠ.ㅠ)
석달째 방치하고 있는 머리털 정리하러 미용실도 다녀오고
다음주엔 몇달째 벼르기만 하고 있는 오랜 친구들이랑 술이든 밥이든 한번 뭉쳐 먹어주고
블로그에 좀 쓸만한 글도 몇개 올리고
아직도 못하고 있는 여름/겨울옷 서랍 바꾸기도 해주고
얼마전 이사간 이모네 못들여다 봤다고 맨날 한탄하시는 엄마 모시고 일산 한번 다녀오고
....
어랏.. 이건 하고픈 일이 아니라 갈수록 해야할 일인 분위기네.

아무튼 정신머리 없어서 어디에다 안 적어놓으면 다 까먹고 허둥대는 인간이니
여기라도 적어놔야지. ^^;;

마감 끝났으니 신나게 블로그질 해보려 했으나
500페이지에서 딱 2페이지 빠지는 498페이지의 막강한 원서 분량에 압도당해 며칠째 활자와 문장다듬기에 뇌를 혹사했더니만
뇌 한쪽이 확실히 무리를 했는지, 깊은 생각을 요하는 글은 도저히 써볼 엄두가 안난다.
그래서 이렇게 횡설수설...
아무래도 더 휴식이 필요한 모양. ㅎㅎㅎ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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