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문학관

놀잇감 2016. 3. 25. 13:59

영화 <동주>를 보고나서 윤동주 문학관에 다녀온 이야기를 함께 써야지... 그러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영화를 보러가게 될 것 같지 않다. ㅜ.ㅜ 나중에 기회되면 집에서 찾아보든지...

부암동엘 여러번 돌아다녔지만 윤동주 문학관은 매번 못갔었다. 하필 월요일이었다거나, 다른 약속이 있어서 문학관 해설사로 일하시는 '아는' 선생님의 설명을 나만 못듣고 먼저 간 일도 있었다. 듣자하니 문학관은 '코딱지만' 해도 건축과 전시 형태가 인상적이라고들 했다. 선유도처럼 수도 가압장과 물탱크를 그대로 활용했다면서... 

해서 아직은 쌀쌀했지만 햇볕 화창했던 3월 15일에 윤동주문학관을 찾았다. 아는 해설사 선생님 근무일이 맞춰서. 자하문 고개, 창의문(자하문이 바로 이 창의문의 별칭이라는 걸 아시는지! ㅋ) 바로 건너편에 있는 윤동주 문학관 주변엔 '시인의 언덕'이라고 해서 윤동주 시비도 세워놓고, 겸재 정선의 그림 속 인왕산 그림도 세워놓고, 성곽길 따라서 청운동 공원과 산책로도 제법 쓸만하게 만들어놓았다. 좋은 계절에 한번씩 둘러보기에 좋음.


얼른 문학관 문 열고 들어갔을 땐 보지 못했었는데... 나중에 다 돌아보고 나와서 난간에 매달려 햇볕을 쪼이고 있으려니 그제야 벽면에 뚫린 자잘한 구멍이 그냥 장식이 아니고 윤동주 시인의 사진을 작품으로 만든 것임을 깨달았다. 가까이선 볼 수 없고, 멀리 떨어져야만 보이는 것은 숲만이 아니었군.

문학관 전시실 내부는 워낙 좁기도 하고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사진이 한장도 없다. 시인의 육필원고와 각종기록사진들이 올망졸망하게 전시되어 있고, 전시장 한 가운데는 시인의 고향인 길림성 명동촌에서 직접 가져왔다는 나무 우물 몸체가 떡하니 놓여있다.

8, 90년대 윤동주의 묘비 찾기작업이 벌어질 무렵에도 명동촌에 옛날 마을 흔적이 하나도 안남았다던데 대체 어디서 가져온 우물일까 수상쩍었지만 ^^; 왜 그 낡은 우물을 거기 전시했는지 의도는 알겠다. <자화상>에도 등장하는 '우물'은 윤동주 문학관 건물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이기 때문이다. 

암튼 글씨체마저도 '아티스트'라고 느껴진 원고와 사진에 대한 설명을 차례차례 듣고 나면 제2전시실로 나가게 된다. 이른 바 '열린 우물'

​최대한 벽 끝에 붙어서 폰카에 담아본 광경은 이렇다. 윤동주 문학관 건출을 의뢰받은 건축가가 주변을 허물다 바로 옆에 그대로 남아있던 물탱크를 그대로 살리듯 개조해서 위를 뻥 뚫어 '열린 우물' 느낌으로 만들어놓았단다. 누렇게 낀 물때도 그대로 남아있다. 

아래 사진에서 보다시피 왼쪽편 사다리 출입구 쪽은 또 다른 작은 우물의 입구 같기도 하고... 벽에 비친 나무 그림자가 또 한 편의 작품 같다고 느껴지지 않는가? ㅋㅋ

​또 하나의 물탱크는 제3전시실 '닫힌 우물'로 만들어져, 그곳에서 윤동주의 생애에 관한 10여분짜리 동영상을 보여준다. 으스스한 콘크리트에 둘러싸여 마치 감옥같은 느낌인데, 천장에 작게 뚫린 구멍이 없었더라면 난 아마 폐소공포증에 뛰쳐나가고 싶었을 것도 같다. 예전에는 그 구멍에 자동문을 달아서 동영상을 상영할 때는 완전히 닫기도 했다는데 고장이 났다나 뭐라나... 일부러 열어뒀다나 암튼.... 독방 감옥 맨 꼭대기 벽에 작게 뚫린 창문 같기도 하고, 시인이 수감되었던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는 어땠을까 떠오르기도 하고... 

[아래 사진] 캄캄한 공간에서 천장을 올려다보면 이런 느낌이다. 점점이 찍힌 건 사다리 자국.

캄캄한 우물에 갇혀 좁은 구멍으로 올려다본 느낌이 위 사진이라면, 다시 열린 우물 공간으로 나와 올려다본 새파란 하늘과 그 옆으로 드리워진 나뭇가지가 참...  아름다웠다. 


광복이후 꾸준히 출간되었던 윤동주의 시집 표지들도 한쪽 벽에 매달려 있는데, 재미있었던 건 윤동주의 다양한사인들만 만 따로 오려 앙증맞게 진열해놓은 것이었다. 영화 <동주>의 포스터 제목 글씨도 알고보니 윤동주의 친필체를 그대로 살린 거였다. 영화를 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윤동주가 일제강점기 연희전문학교를 다닐 때도,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도 우리말로 시를 썼던 건 사실이더라도 송몽규처럼 '항일애국투사'는 아니지 않나? 학창시절 국어교사들이 죄다 '저항시'로 가르쳐서 그렇게 외우기는 했었지만, 이제 새삼 읽어보면 그저 시대와 현실을 고민한 문학청년의 깊은 고뇌 정도로 읽힌다. 그래서 더 서정적이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고...

예고편과 몇컷의 스틸사진을 본 게 다이긴 하지만 째뜬 영화에서 강하늘이 윤동주 역할을 한 건 느낌이 참 잘 맞는 것 같다. 유약하면서도 강단있고 고민도 많은 얼굴? <귀향>과 더불어 무조건 봐주어야하는 영화라는 분위기 덕분에 의외의 선전을 했다니 나 한 사람쯤은 안 봐주어도 되지 않을까 핑계를 삼고 있다. 이기적이게도 마음 불편한 영화는 여간해선 보기가 어렵다. ㅠ.ㅠ 


아참, 윤동주 문학관은 매주 월요일 휴관이고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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