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 원풀이

놀잇감 2014. 2. 25. 16:59

2012년 가을에 안동 갔을 때 못 가고 못 보고 못 먹어 아쉬웠던 것들에 대한 원풀이를 얼추 다 하고 돌아왔다. 탱자탱자 놀러다닐 상황은 아니지만 일행의 생일 선물로 다녀온 여행, 마음의 여유가 없어도 노는 건 좋더라. 길고 자세한 여행후기는 생략하고, 그냥 1박2일간 움직인 동선대로 원풀이 목록을 적어볼 생각.

 

1. 일직식당 간고등어 조림

 

아침 9시에 서울을 출발했더니 딱 점심시간에 안동에 도착했다. 먹거리 1순위로 일행과 의견의 일치를 보았던 고등어조림의 위용이다. 익히 맛있단 얘기를 듣고 기대가 높았음에도 정말 맛있었다. 둘 다 밥 한 그릇 뚝딱.

곁다리 반찬도 깔끔하고 맛있는 편이었고, 아주 작은 종지만한 그릇에 주는 식혜도 심히 달지 않고 맛났다.

올라가기 전 점심으로 한번 더 먹고 갈까... 그런 생각을 품기도 했으나 실천에 옮기진 못했다.

 

안동역 바로 옆에 있는 일직식당 주소는 안동시 운흥동 176-20. 건물 바로 뒤에 유료주차장에 주차하고 식사 후 도장 찍어가면 무료. 나중 재방문을 대비한 기록차원의 포스팅이다. ㅋㅋ

 

 

2. 퇴계종택

 

도산서원 앞에 도착해보니 주차장이 전방 몇백미터에 또 있다는 표지판이 보였다. 조금이라도 덜 걷겠다는 욕심에 도산서원 입구가 어딘지 찾아보지도 않고 괜히 길을 따라 더 올라갔다가 고개를 넘어 엉뚱하게 먼저 가게 된 곳이다. ㅋㅋㅋ

 

표지판을 자세히 읽지 않아 벌써 홀딱 까먹었지만 1900년대 초에 퇴계의 후손이 지은 집이라는 것 같다. 대청마루에 유리를 낀 문을 단 것으로 보아 근대 한옥건축이 틀림없지 않을까... 짐작만 했다.

 

 

 

 

 

 

 

3. 도산서원

 

두둑한 배를 두들기며 도산서원을 먼저 찾은 이유는 숙소가 도산면에 있었기 때문이다. 안동 시내에서 차로 30-40분쯤 걸리는 거리. 산속으로 꼬불꼬불한 길을 꽤 많이 들어가야 나타난다. 성수기 때는 주차료도 따로 받는 모양이던데, 비수기라서 입장료 1500원만 내고 들어갔다.

 

걸어들어가는 입구부터 어찌나 아름다운지, 저 아래 흐르는 낙동강의 물소리며 주변을 아늑하게 둘러싼 산까지 진짜 명당이로군, 했다. 서원이라지만 한옥의 규모가 그리 크지도 않고, 고색 창연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아기자기했다.

 

하지만 선비문화원인가 뭔가 하는 교육(혹은 수료식?)이 진행중이라 서생 복장을 한 젊은 남녀가 대청마루에 줄지어 앉아있고 도포자락 휘날리는 사부님도 보여서 중심건물은 속속들이 제대로 구경할 순 없었다. 어쨌거나 오래된 툇마루에 앉아 있으려니 마음 뿌듯.

 

왼쪽 사진은 <시사대>였던가.. 정조가 퇴계를 기려 특별 과거시험인 별시를 연 곳을 기념해 세운 전각이라는 것 같다.

오른쪽은 아마도 서고? 초록색 단청을 칠한 덧문이 진짜 오래된 느낌... 

 

 

4. 농암 종택 

 

언젠가 신문에 크게 난 기사를 보고 일행이 찜해 예약해둔 숙소는 농암 종택. 농암 이현보의 후손이 현재 위치로 옮겨다 지었다는데 규모가 대단하다. 드넓은 대지에 집을 띄엄띄엄 앉혀놓아 엄청나게 툭 트인 느낌. 

솟을대문 앞에서 사당쪽으로 바라본 종택 입구 사랑채 왼쪽에 붙어 있는 맨 구석방이 우리 숙소

 

겨울이라 창문에 다 뾱뾱이를 붙여놓아 열수가 없었지만 여름이나 봄가을에 창문을 열면 건너편 기암절벽과 산이 보여 풍광이 대단할 것 같다. 방도 곳곳에 엄청 많고!

 

평일이라 아마 투숙객은 우리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생각했던 건 완전 야무진 착각이었고, 버스까지 대절해 온 단체손님이 있었다. ㅋㅋ

그래서 밤에 큰방에 모여 노는지 좀 시끄럽긴 했지만, 기특하게도 12시 전에는 행사를 마무리해주더군. 1인당 7천원을 내면 종부가 차려주는 아침밥상을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우리도 부탁을 했는데, 단체손님 덕에 밥상을 받는 대신 졸지에 뷔페식으로 먹어야했지만 홈페이지에서 본 반찬보다 훨씬 더 많은 가짓수의 반찬이 나온 것 또한 단체손님 덕분이었던 것 같다. 인간지사는 역시 새옹지마! ㅎㅎㅎ 

8시 반 되자마자 눈꼽도 안 떼고 제일 먼저 밥먹으러 가서 얼른 후다닥 찍어서 흔들렸는데, 맨 마지막에 구워온 간고등어까지 반찬이 무려 15가지! 장아찌 몇 종류는 아예 건너뛰고 한입거리씩만 접시에 담았는데도 저 정도... 담백하고 맛있었다! (누룽밥까지 두 그릇을 뚝딱 해치운 일행은 점심때도 배가 고프지 않다며 정식 끼니를 거부했다. ㅠ.ㅠ 안동 한우 갈비 먹으러 갈 차례였는데! 전날 저녁도 찜닭 먹으러 나갈까 말까 하다가, 귀찮아서 읍내 하나로마트에서 사온 맥주와 안주와 컵라면으로 떼웠으므로... 이번 안동 여행에서도 토속 먹거리-헛제삿밥, 한우갈비, 찜닭-모두 맛보기는 원을 이루지 못했다)

 

우리가 묵은 방엔 '다실'이 딸려 있었는데 발시리고 추워서 겨울엔 엄두도 나지 않겠지만 여름엔 앞뒷문 다 열어놓고 풍류를 즐기며 차 마시는 게 가능하겠다. 모든 방에 TV는 없지만, 냉장고와 무선주전자와 다기세트가 구비되어 있다고. 도배상태며 침구류도 깨끗했고, 우리가 묵은 '내실'은 4명이 자기에도 넉넉한 크기. 다만 심야전기를 이용한다는 난방은 7시반부터 따뜻해진다고 하여 좀 추운 편. 비교적 따뜻한 날씨였는데도 공기를 덥히려 전기난로를 돌려야했음. 물론 밤중엔 뜨끈뜨끈해졌다. 세탁기가 떡하니 놓여있는 드넓은 화장실도 추워서 겨울엔 샤워하기 무리. 한참 틀어놓으면 뜨거운 물이 나오긴 했지만 다음날 머리도 안감고 모자로 버텼다. ㅋㅋ 아 참, 수건도 가져가야하고(달라면 주긴 한다;;) 헤어드라이어 같은 것도 없다. 한옥고택 체험은 아무래도 겨울엔 무리일지도. 치암고택이나 학인당은 어쩐지 겨울에도 화장실까지 따뜻할 것 같은데...  그야 모를 일.

주소는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 을미재 612번지. 054-843-1202

 

 

5. 하회마을

안동시내를 중심으로 동과 서로 뚝 떨어져 있는 하회마을과 도산서원. 우리 숙소에서도 하회마을까지는 1시간 30분 가까이 가야했다. 안동 관광은 욕심 내서 많이 보려면 기동력이 필수인듯.

왼쪽은 아마도 충효당? 오른쪽은 마을 중심에 있는 삼신당의 삼신목. 수령 600년치고는 둘레가 너무 어마어마하게 커서 의아할 정도인데 벌어지며 자라서 그런 듯. 암튼 일행은 삼신목에 열심히 고개를 조아리며 무언가를 빌었다. 무얼 빌었을까...

 

암튼 요번엔 나의 원풀이를 제대로 해주려고 하늘이 도왔는지(?) 지난번에 나룻배만 묶여있던 백사장 나루터에 연신 배가 오가며 부용대 쪽으로 사람들을 실어나르고 있었다. 강을 건너는데 30초나 걸리려나... 째뜬 '나름' 낙동강을 건너는 왕복 뱃삯 3천원.  

그렇다고 우리가 부용대 꼭대기까지 올라갈 인물들은 절대 아니고 강 건너편에 있는 옥연정사인가 하는 곳만 둘러보고 나왔다. 오른쪽 사진이 고택체험 숙소로도 묵을 수 있는 옥연정사. 하여간 그래도 뱃놀이까지 했다는 뿌듯함에 막 시(?)도 읊어주고 ㅋㅋㅋ

 

 

 

첫날은 날이 약간 흐렸는데, 다음날은 완전 쾌청화창. 두툼한 겨울 외투가 민망할 정도로 따뜻한 날씨였다.

하회마을 골목길을 돌아나오며 아쉬움에 사진 한 장 더.

 

 

 

 

 

 

 

 

 

 

 

 

 

 

 

 

 

 

 

 

 

6. 병산서원

 

주변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어 병산서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것 같다. 하회마을에서 걸어서도 접근이 가능하다지만, 왕복하려면 2시간 반은 잡아야한다고. 차로 찾아가도 꼬불꼬불 비포장도로를 꽤 가야 나온다. 요번에 본 한옥들은 하나같이 다 배산임수, 명당에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캬... 어쩜 이렇게 아름답고 멋진 곳을 콕콕 집어 집을 짓고 공부를 했을까나. 이런 데서 공부를 하면 공부가 더 잘될까 어쩔까 뭐 그건 시답잖은 생각이 들었다.

 

서원 건축의 '백미'라는 병산서원은 건물의 수가 도산서원보다 훨씬 적은데도 규모가 큰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이 만대루 때문일 듯... 길쭉하고 장엄한 누각이라 어디에서도 한 컷에 안잡힌다. ㅠ.ㅠ 

 

 

 

 

 

7. 맘모스 제과

안동여행 마지막 코스는 대망의 맘모스 제과!

병산서원을 다 돌아보고 났을 무렵 나는 허기가 져서 손이 덜덜 떨릴 정도였는데 ㅠ.ㅠ 간고등어도 싫고 헛제삿밥도 싫고 그저 맘모스 제과 빵으로 달콤하고 행복한 요기를 하겠다는 일행의 '빵심' 덕분에 견과류로 대충 배를 채운 뒤 다시 안동 시내로 달려갔다. 문제는 내가 검색을 대충하는 바람에 주소는 정확했으되 빵집이 대로변에 있지 않다는 걸 몰랐다는 게 함정. "목적지 부근입니다"라는 소리를 들으며 주변 도로를 두번이나 돌다가  '차로는 못 들어가는 골목'이라는 주민의 설명을 듣고서야 찾아들어갔다. ^^;

오후라서 빵이 많이 남았을라나 모르겠다는 주차요원 아저씨의 말씀에 불안했더니만, 헐.. 역시나 '맘모스 빵'은 자취를 감추고 없었다. 그나마 좀 남은 치즈브레드와 애플또띠야, 유자파운드를 고른 뒤 커피와 함께 폭풍흡입...  

미슐랭 별점을 받은 빵집이라더니만 커피도 맛있네그려! 배를 채우고 나서야 빵사진을 찍을 생각이 들었는데, 빵집을 나오며 선반을 보니 그나마 있던 빵도 거의 다 떨어졌다. 왼쪽이 생크림치즈가 듬뿍 든 치즈브레드. 냉장고에 넣었다가 담날 먹어도 맛있었다! 안동 사과를 넣어 만든다는 애플 또띠야는 그냥 또띠야 반장에 사과절임을 넣어 삼각형으로 말아놓은 건데 아삭아삭 씹히는 사과와 바삭 담백한 또띠야가 꽤 잘 어우러졌다. 다음날 먹어본 거라 맛이 좀 덜했을 수도 있겠으나 암튼 별로 달지 않아 내 입맛엔 합격. 유자 파운드는 유자청이 콕콕 박혀 있긴 한데 겉에 설탕을 입혀놓아 너무 달았고 크기도 작았다. 가격대비 별로. 그나저나 맘모스 빵을 결국 못 먹어본 건 아쉽다. 또 가야하나... ㅋㅋ

맘모스 제과 앞길은 보행자만 다니는 쇼핑가인 듯. 주소는 안동시 남부동 164번지 

주차는 주변 남부시장 공용주차장에 하고 빵을 만원어치 이상 사면 1시간 무료라는 것 같은데, 그냥 도로변 공용주차장에 대도 완전 저렴하다. 주차비 700원 나왔음! ^^;  

 

이로써 1박2일간 왕복 690킬로미터쯤 되는 안동여행을 신나고 맛나고 뿌듯하게 마쳤다. 간단히 쓴다더니 엄청 길기도 하다. ㅋㅋㅋ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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