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의 완성

놀잇감 2013. 9. 26. 16:15

기분 꿀꿀할 땐 뭐니뭐니해도 언제나 약발 백퍼센트인 조카 그림 자랑이 답.

찾아보니 벌써 2007년도의 일이다. 막내고모 작품 전시회에 조카들 셋과 두 올케가 합작으로 그림과 모빌을 만들어 걸었었다.  

 

구린 휴대폰으로 찍어서 작품이 선명하게 드러나진 않지만, 사진에서 얼핏 보이듯 천장부터 바닥까지 길게 매달렸던 모빌작품이 전시장 방 하나의 맨 중앙에 걸려 있었다.

전시가 끝나고 막내고모는 특별하게 나한테만 녀석들 그림을 하나씩 매달아 총 네 개의 사포 그림이 달린 모빌을 선물했다. 나는 감사히 아이들의 모빌 작품을 방문 앞에 매달고는 작업하러 드나들 때마다 쳐다보며 흐뭇해했다.

 

문설주에 걸어놓은 길쭉한 모빌을 지저분한 집안 풍경 없이 담는 것이 불가능해, 작품 전체 사진은 눈물을 머금고 생략. ㅋ

 

째뜬 지우가 그려놓은 작품 속에선 그 느낌이나마 확인할 수 있다.

 

 

2011년 10월, 지우 6세 때

당시 내가 지내는 거실 공간을 거의 그대로 담아 조금씩 변형한 모습이다. 그림속 중앙의 사진 액자는 할머니와 제 아빠라는데 원래는 내가 이십대 중반에 찍은 옛날 가족사진이 걸려있다. 지금은 엄마네로 옮겨놓은 소파에 엉덩이를 보이고 있는 사람이 화가 본인인 지우. 테이블에 놓은 화병과 레고 로봇도 빠뜨리지 않았다. 조카네가 놀러오면 늘 신발 십여켤레가 나란히 복작거리는 현관 묘사도 일품.

그러나 이번에 눈여겨볼 건 저게 뭔가 싶은 그림 맨 오른쪽의 모빌 형상이다. 누나가 그린 꽃과 형들이 그린 곤충모양의 사포 모빌을 제대로 표현해놓았다. ㅎㅎㅎ

 

아마 저 그림을 그린 무렵이었던 것 같다. 지우는 왜 사포 모빌에 자기 그림은 안 매달렸는지 궁금해하더니, 너무 어려서 누나 형들이랑 같이 못 그렸다니깐 자기도 그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옳타구나 싶어, 그럼 고모가 사포를 사놓을 테니 담에 같이 그려서 맨 끝에 지우 작품도 매달자고 약속을 했다. 그러고는 어영부영 세월이 흘러... ㅠ.ㅠ

 

원래 어린아이들은 중요한 약속을 절대 잊지 않는다. 어른들이나 설렁설렁 넘어갈 뿐. 얼마 전 지우는 또 다시 내게 그 약속을 상기시켰고 드디어 철물점에서 사포를 사다가 작품활동에 돌입했다.

 

 

2013년 9월, 지우 8세 (사포에 크레파스)

우툴두툴 새카만 사포에(150번 정도가 적당할 듯. 난 처음 80번 샀다가 실패하고 180번을 사왔는데... 전문가께서 좀 더 굵어야 질감표현이 더 좋다고 하시었음)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는 걸 어린 화가가 얼마나 신나하는지, 몇년이나 약속을 까먹었던 게 민망하고 미안했다.

 

처음 그린 작품은 형아들을 따라서 주로 곤충. 잠자리, 집게벌레, 지네를 그리더니만 다음엔 포도 양(?)과 바나나 상어를 형상화했고...

 

작품활동은 다음날로도 이어졌다며 추후 작품 사진이 내게도 날아왔다.

 

 

캬오~ 그림이 더 예뻐졌고, 나는 모빌 작품 구성 상 딱 하나만(그리고 형아들과의 형평성의 원칙에 준하여...) 골라 매달아야 할텐데 과연 어느 걸 매달아달라고 해야할지 고민에 빠졌다. 분홍색 공룡도 탐나고... 외눈박이 몬스터도 귀엽고... 우잉..

 

허나, 작품의 완성도는 역시나 전문가이신 막내고모께 맡겨야할 일. 추석날 올 때 낚싯줄이랑 착색제 챙겨오시라 당부했고, 작품 선정도 화가에게 맡겼다.

 

 

 

 

그리하여... 누나, 형아들의 그림과 색감이 가장 어울리는 것으로 낙점된 것은 바로 외눈박이 괴물. ^^; (너무 길쭉하기만한 지네는 모빌로 부적당하다고 퇴짜를 맞아, 결국 내 전용 책갈피로 하사받았다 캬캬)

 

 

 

두둥~~!

6년만에 드디어 조카 넷이 모두 합작한 모빌작품이 완성되었다. 예전 전시에 순서를 달리하여 매달았던 터라 정민이의 꽃 아래쪽에도 구멍이 나 있었는데, 요번에 그걸 활용해 매달았으니 명실공히 완성품.

 

계속 뱅글뱅글 돌아가는 걸 찍느라 엄청 힘들었다. 작품 다섯개(맨 위엔 정민이의 해바라기 그림--맨 꼭대기 사진에서 보이는--이 중심을 잡고 있어 여기도 큰누나&고명딸 프리미엄이 좀 있긴 하다 ㅋ)가 다 개성이 있어 새삼 볼 때마다 미소가 벌벌 흐른다. 

 

지우 작품으로만 또 하나 완성시킨 모빌은 나중에 놀러가서 어떻게 아름답게 매달려 있나 확인할 작정이다. 

 

모빌 작품 완성을 기념해서라도 재미가 있든 없든 <몬스터 대학교>를 봐줘야하는뎁;;; 쩝...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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