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이 영화 좋다는 말이 꽤 들려왔다.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시는 은사님 한분은 자진해서 영화 상영 후 토론에 패널로 나가시기도 했대고, 어느 이웃은 '내 인생 최고의 영화'라고 손꼽기도 했다. 내가 클래식에 무지한 게 보러 가기 전부터 염려스러웠고, 영화 속 연주를 들으며 나도 귀가 섬세해 악기의 소리를 다 구분해가며 감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쉬웠지만, 그런 우려나 안타까움과 별개로 영화는 좋.았.다.
까닭을 알 수 없이 여러 장면에서 와락 눈물이 났고 불꺼진 객석에서 수많은 자막이 올라가는 걸 보며 앉아있는 동안에도 눈물이 솟았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라도 한번은 더 봐야하나 어쩌나, 또 보면 진이 더 빠지는 건 아닌가 지금도 생각이 많고 정리도 잘 되질 않는다. 일단은 그런 마음이라고 실토하려고.
영화 첫장면에서 피터가 읽은 T. S. 엘리엇의 Four Quartets 도입부.
Time present and time past Are both perhaps present in time future And time future contained in time past. If all time is eternally present All time is unredeemable.
(하략. 다 퍼오렸더니 시가 엄청 길다)
그리고 아이 목소리로 읽어내려가 더 서글펐던 Ogden Nash의 시.
Old Men
People expect old men to die, They do not really mourn old men. Old men are different. People look At them with eyes that wonder when... People watch with unshocked eyes; But the old men know when an old man d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