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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16 해봐야 아나 1

"해봐야 안다", "시도해보지 않는 한은 알지 못한다"며 고집을 부리는 경우 나는 종종 어떤 건 안 해봐도 안다, 고 코웃음쳤다. 예를 들면, 4대강 파헤치기 같은 현 정부의 수많은 정책들. 그놈의 4대강 정비사업 때문에 구미엔 며칠간 수돗물이 끊기고, 생각없이 물길을 바꾸는 바람에 파헤쳐도 파헤쳐도 소용없이 토사가 쌓이거나 반대로 무섭게 흙이 깎여 나가는 강둑의 사진을 보며, 그것봐라 했다.

꽤 오래 전 일몰이 아름답다는 서산 꽃지 해수욕장에 갔을 때 경악했다. 거긴 해수욕장이라고 부를 수 없을 만큼 모래사장이 하나도 없이 흉하게 자갈과 돌멩이가 바닥에 깔려 있고 해안에 둘러쳐진 시멘트 방둑까지 허물어져가고 있었다. 어딘가 방파제인지 방조제를 쌓는 바람에 조류가 바뀌어 아무리 여름마다 모래를 가져다 쌓아도 죄다 쓸려나간다고 했다. 아무리 꽃지해수욕장 일몰이 아름답고 할미, 할아비 바위가 멋져도 해수욕장이 원래 해수욕장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겠나. 지금은 과연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없지만, 그날의 실망스러움 때문에 다시는 가보고 싶지도 않다. 어린 시절 바다로서 처음 만난 서해안의 결 고운 모래사장이 발에 닿는 감촉이 얼마나 부드럽고 감미로웠는데, 인간의 탐욕과 오류로 그걸 다 잃고 말다니. 

물론 실제로 시도해보았대도 모를 수 있다. 방법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시도했던 방법이 실패를 거두었다면 또 맹목적으로 다른 오류를 범하기 전에 제대로 된 방법을 생각해내거나, 아예 그냥 내버려두면 좋을텐데 일단 저질러놓고 보는 이놈의 삽질 공화국의 무작정 저지르기는 도대체 끝도 없다. 어지럽고 짜증난다. 그나마 삼색 화살표 신호등은 철회한다는 것 같으니 다행이다. 안해봐도 아는 게 있고, 해봐도 모르는 게 있으니 함부로 크게 저지르면 안된다는 교훈 저들도 좀 깨달았으면. 물론 나도 마찬가지고.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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