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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2.31 2017년 4월 30일(일) - 컴백홈 1

드디어 여행기의 끝이다.

봄에 다녀온 여행 후기를 여름도 아니고 가을도 아니고 겨울에.. 그것도 올해의 마지막날 마무리하고 있는 나는 뭐냐. 언제나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앗뜨거라 일을 마무리하는 성격을 끝내 못버리고 살다 죽겠지. ㅎㅎ

한국에선 계속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자다말고 자꾸 깨어나는 바람에 자도자도 피곤한 날이 이어졌는데 여행하는 동안에는 친구랑 한 침대에서 자는 날이 많았는데도 막판엔 거의 눈감았다 뜨면 아침일 정도로 숙면을 취했다. 그만큼 차 타고 돌아다니는 일이 노곤한 때문이기도 하겠고, 내가 여행하며 놀러다니는 걸 즐기는 유형의 인간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암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쥐죽은 듯 소리없이 자던 친구도 나도 어느덧 나이가 들어 골골 코를 고는 중년 아줌마가 되고 말았지만 서로의 소음이 별로 잠에 크게 방해가 되진 않았다. 살짝 시끄러워서 이리저리 돌아누우면 옆에서 알아차리고 서로 잠든 자세를 바꿔주었다. 그럼 또 언제 그랬나 싶게 쿨쿨쿨..

미국이 테러위협 때문에 출입국 심사를 강화해서 공항에 4시간 전에 나가야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출국날 기상시간은 무려 6시 15분이었다. 12시 40분 출발 비행기인데 도대체 왜?! 에효..

하여간 7시에 후다닥 집을 나서 LA E언니네 집에서 다시 차를 바꿔타고 넷이 함께 공항으로 향했다. LAX 공항 에서 짐을 부치고 로비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보름간의 여행을 죽 돌아보니 참 많은 것들을 보고 먹고 즐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계획과 예약, 결산뿐만 아니라 운전도 거의 도맡았던 E언니에겐 정말 뭐라 감사를 해야할지... 그치만 E언니는 또 2015년에 세자매+1 멤버가 한국 다녀갔을 때 제주도와 일본 여행을 계획했던 나의 수고에 대한 빚을 갚은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땐 까탈스러운 둘째 I언니와 천진난만하기만 한 어린 올케 때문에 살짝 조마조마한 순간들도 많았는데 ^__^ 요번엔 넷이 다니며 의견이 심하게 안맞는다거나 기분 상하는 순간이 정말로 단 한번도 없었다! 다들 무던한 성격이기도 하려니와 E언니가 워낙 철저하게 준비하고 넉넉하게 베풀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봐도 첫날 걷은 회비는 터무니없이 적었던 것 같다. 나중에 샴푸며, 치즈, 비누, 헤어롤 빗까지 E언니는 바리바리 선물을 안겼다. 나중엔 또 와서 동부 한바퀴 같이 돌자! 아니면 이탈리아나 스페인에서 만나든지! 그러면서... ㅎㅎㅎㅎㅎ 상상만 해도 행복했다. 물론 나의 친구 S는 이탈리아나 스페인 여행보다 한국에 나오는 걸 더 좋아해서 문제지만 ㅋ 

친구 S는 1년 안에 어쩌면 올해 안에도 직장을 때려치우고 한국행 비행기를 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품고 있어서(아시아나 마일리지가 쌓이는 신용카드를 쓰고 있어서 한국행 비행기 티켓은 늘 마일리지로 장만하기 때문) 나로선 이별이 그리 힘들지 않았는데, K언니는 E언니와 헤어져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며(인천공항과 달리 LA공항은 에스컬레이터 입구부터 비행기 티켓 소지자만 올라갈 수 있더라) 살짝 눈물을 훔쳤다. 그 마음 저도 알지요...

면세점에서 왕비마마께 드릴 뇌물로 립스틱을 하나 골라 사고는 라운지를 좀 돌아다니다 별로 살것도 없다며 소파에 앉아 탑승 시간을 기다렸다.

조명이 마음에 들어서 찍은 딱 1장의 LA 공항 사진이다. 바깥날씨는 여전히 미세먼지 1도 없어 보이는 청명함 그 자체. 

공항 에너컨이 너무 빵빵해서 춥다며 셔츠를 꾸역꾸역 입고 있었는데, 비행기에 오르고 나니 이상하게도 비행내내 너무너무 더웠다.

비행기는 대체로 추워서 담요를 막 2개씩 꽁꽁 두르고 있어야하는 곳 아니었던가?

내 체온이 높아져서 그런 게 아니고, 후드티 입고 탔던 대학생 남자애들은 너무 덥다며 몇번이나 승무원들에게 불평을 할 정도로 정말 비행기 안이 덥고 답답했다. 참 이상한 경험...

그리고 한국에서 출발했을 때는 영화 딱 3편 보니깐 LA 도착해있었는데.. (11시간 걸린다)

돌아올 때는 ㅠ.ㅠ (13시간으로 늘어남!)

비행기 타자마자 1시간쯤 있다 비빔밥으로 점심먹고 나서 내리 영화를 3편이나 봤는데 시간이 딱 절반 지나 있었다. 으어어....

<히든 피겨스>, <재키>, <공조> 3편을 내리본 뒤엔 멀미가 나서 더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 콜드플레이의 GHOST STORIES 공연실황을 보며 여행 떠나기 전날 보았던 잠실 주경기장 공연의 감흥을 되살려보았다.^^;

마지막으로 <로그원: 스타워즈 스토리>를 보고도 비행시간이 한참 더 남아 있어 너무도 괴로워하며 비행기 뒤쪽 공간에서 서성거렸던 기억이 난다. 아... 팍팍한 현실로 돌아가기도 왜 이렇게 힘이 든 것인지.

장거리 비행기를 탄 여행이 워낙 간만이어선지 좁은 비행기좌석에서 열시간 이상을 버티는 게 정말 너무너무 고역이었다. 동유럽과 스페인, 그리스, 남미 같은데로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막상 계획을 세울 때는 그 막막하고 오랜 비행시간 때문에 겁부터 좀 날 것 같다. 조금만 더 오래 있었다간 폐소공포증을 느꼈을 수도 있겠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착륙때 창밖만 내다보지 않으면 비행기에서도 고소공포증을 느끼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LA에선 분명 4월 30일 일요일 대낮에 출발했는데, 한국에 도착한 건 꼬박 하루도 더 지난 5월 1일 오후 6시였고, 비행기 안에서 느꼈던 답답한 공기만큼 탁하고 뿌연 인천 하늘이 기다리고 있었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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