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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1박2일

놀잇감 2014. 9. 1. 16:18

누가 물으면 올해는 여름휴가따위 없어! 그랬는데, 다녀오고 보니 짧아도 이게 나의 여름휴가였구나 싶다. ㅎㅎ 

외국도 아니고 겨우 부산엘 가면서 7월초부터 가격대비 효율성을 따지고 또 따져서 -_-; 호텔을 예약하고, 또 KTX도 미리미리 할인좌석으로 예매해놓고 날을 기다리기를 또 한달. 헌데 D데이 전날인 25일엔 부산을 비롯해 남부지방에 폭우로 난리가 났다. 맙소사. 그나마 다행인 건 비가 계속 오진 않는다는 일기예보. 해수욕 할 것도 아니니 비가 오거나 날씨 흐린 건 괜찮은데, KTX 선로 피해랑 부산 지하철 역사 폐쇄 소식은 걱정스러웠다. 그래도 떠날수밖에. 어차피 예약과 동시에 결제까지 해야했던 호텔은 취소해도 환불도 안되는 마당에 그냥 가는 지 뭐 어쩌겠어.

 

염려와 달리 10시에 서울역을 출발해 12시 40분 정각에 도착한 부산은 조금 날이 흐렸어도 푹푹 찌는 무더위. KTX에서 얼핏 본 뉴스로도 부산 지하철은 모두 정상운행중이라고 했으렸다. 앞으로 괜한 걱정은 붙들어매놓기로 했다. 어차피 해운대 근처에서 뱅뱅 돌 테니 비 피해 심한 쪽은 갈 일도 없었다.

 

부산에서의 첫 끼니는 부산 여행때마다 별렀어도 현지에선 못 먹어본 밀면! ^^; 부산역에서 제일 가까운 초량밀면집으로 향했다. 위치는 부산역에서 길건너 국민은행 건물 바로 오른쪽 큰길가.

으어... 줄지어 늘어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라. 그래도 포기할 순 없다며 우리도 얼른 줄을 섰다. 다행히 줄은 금방금방 줄어들어서 한 20분 기다렸던가...

대신에 자리만 나면 거의 앉자마자 주문 후 수분 내로 밀면과 왕만두를 맛볼 수 있다. 캐리어들고 곧장 온 관광객들도 많지만, 떼거지로 몰려와 곱배기 시켜먹는 청년들도 많았음.

 

 

 

 

 

 

 

 

 

이것이 3500원짜리 밀면과 왕만두의 위용이다(일행은 가격이 하도 싸서 왕만두 1개에 3500원인 줄 알았다고;; ㅋ). 면이 거의 쫄면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쫄깃쫄깃... 밀면도 만두도 맛있어 맛있어... 그러면서 먹었다. 뭔가 옛날 분식집에서 먹던 추억의 맛 같기도 하고... 하도 얇아서 막 찢어질 정도인 만두피에 감싸인 잘게 다진 소가 인상적. 하지만 뭔가 많이 씹히는 만두를 좋아한다면 별로일 수도 있을 듯. 째뜬 나는 가격대비 엄청 만족스러웠음.

 

부산에서도 지하철보다는 버스파의 취향을 계속 발휘, 다시 길을 건너 1003번을 타고 해운대로 향했다. 한 40분쯤 걸렸나? 지하철 노선 한두번  갈아타고 계단 오르락내리락하는 것보다는 한번에 쭉 가니 훨씬 편했음. 전철역보다 버스정류장이 해운대 해안도로와도 훨씬 더 가깝고! 마침 우리 호텔 바로 앞이 버스정류장이었으나, 일단 뭔가 더 시원한 것으로 입을 달랠 욕심에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스타벅스로 올라갔다. 뜨겁고 더워서 더 멀리 가기도 싫고...

 

카페인 섭취 후 드디어 체크인 후 올라간 호텔방에선 눈앞에 바다가 뙇~~!! ^^*

비록 광안대교 교각 아래로 출렁출렁 흘러들어가는 낙동강 물빛은 무시무시한 황토빛이고, 설마 누런 강물이 해운대를 뒤덮은 건 아니겠지 싶은데도 흐린 날씨 탓인지 새파란 파다 대신 누리끼리한 바다가 절반 이상 펼쳐져 있었지만 그래도 바다는 바다.

뉴스에서 본, 다닥다닥 소름끼치게 백사장을 뒤덮었던 파라솔은 거의 다 철수해 일부만 접혀 있고 군데군데 파도와 뛰노는 해수욕객들이 간간이 보이는데, 아 여유롭도다, 딱 내 취향일세...

 

 

 

 

 

저녁은 회를 먹기로 했지만, 광안리 회타운에 가려던 애당초 계획은 '귀찮아서' 전격 수정. 가까운 미포 해구(해운대 끄트

머리라 걸어가도 됨)에 있는 횟집으로 택시타고 가기로. 수많은 호객행위를 물리치고 찾아간 곳은 유람선 선착장 2층에 있는 마라도횟집. ㅋㅋㅋ 유일하게 내가 가본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새 인테리어도 깔끔하게 바뀌어서 더 마음에 들었는데, 자연산 회를 생선종류별로 가려가며 먹을 게 아닌바에야 모듬회는 어차피 그 동네 다 1인당 3만5천원 균일이다. 일부러 광안대교 보이는 자리로 앉혀주었지만, 우리는 해가 중천에 있을 때 먹기 시작해서 해지기 전에 나왔을 뿐이고! ㅋㅋ

 

쓸데없이 이것저것 곁다리 음식이 많이 나오는 게 아니라 여자 둘이 먹기에 딱 좋은 양만 적당히 나오는 식이라, 우린 꽤나 배불리 먹고 배를 두드리며 나왔지만 회마니아에겐 양이 부족하다싶을 수도 있을 듯. 먹기 바빠서 이 집에선 죄다 먹다말고 한장씩 남긴 사진들이라 그나마 푸짐해보이는 거로 한장.   

 

 

돌아갈 땐 소화도 시킬겸 백사장을 걸었다. 드디어 바닷물에 발도 담그고 노래도 흥얼흥얼... 파도 앞에서 촐싹거리다가 당연히 바짓가랑이 다 적시고...

 

아...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하늘이 코앞으로 다가온 느낌인데, 해안엔 하나둘 불이 켜지고, 인적이 드문 해운대 백사장을 거닐 고 있으려니 신선놀음 하는 듯. ㅎㅎㅎ

 

마침 일행의 지인이 부산 주민이라 달맞이언덕이며 광안리까지 부산 야경보러 잠깐 드라이브를 한 뒤엔 높은빌딩 빽빽한 마린시티에서 광안대교를 바라보며 차를 마셔주었다. 부산에서 음식점이든 카페엘 가서 주민인지 관광객인지 판단하는 방법은 바다가 보이는 자리로 앉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라는데, ㅋㅋㅋ 부산 거주 10년째라는 그분은 아직도 본능적으로 바다가 보이는 자리를 찾아서 원주민들의 비난을 받는다고. 에펠탑 보기 싫어서 에펠탑 안에 있는 식당에서 매일 밥먹는다는 어느 파리시민의 일화가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내 기억속의 광안대교(오래 전 한화콘도에서 내려다보았던)는 시시각각 보라색, 초록색, 파란색으로 조명이 변했더랬는데 이번에 보니 바깥쪽 조명은 계속 파란색이고, 광안리해수욕장 쪽에서 보는 안쪽 다리에만 요란하게 글자도 새겨지고 색깔도 여러번 바뀌는 듯(어쩌면 2년전 광안리 횟집에서 보았던 광경과 뒤죽박죽 섞인 건지도 모르겠다). 째뜬 낮게 드리워진 구름에 반사된 광안대교의 조명 덕분에 하늘에서도 빛이 내려오는 것 같지 않은가? 그래서 그 옛날에도 내가 모르도르 같다고 했었거늘! 

 

 

술도 별로 안마셨지만 다음날 느즈막한 아침 메뉴는 해장을 위한 복지리. ^^; 하도 뱅글뱅글 해운대 주변을 차타고 많이 다녀서 이젠 웬만한 해운대 지리는 내 손바닥안에 있소이다... 걸어서 5분 거리인 금수복국으로 단숨에 찾아갔다. 꼬르륵거리는 뱃속에 황급히 퍼넣다 말고 생각나서 얼른 한장 남긴 사진. ㅎㅎㅎ 금수복국은 이제 서울에도 지점이 있어서 희소성이 떨어진 기분이 들지만, 그래도 강남이라 강북녀에겐 여전히 먼 곳. 다음에도 이왕이면 부산에 가서 먹어주겠어.

 

부른 배를 두들기며 또 다시 바닷가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노닥거리다, 가보고 싶었던 이기대자연공원은 눈물을 머금고 포기하고 그냥 동백섬 해안산책로를 한바퀴 돌았다. 

 

 

 

 

느릿느릿 걷다 쉬다 뜸들이며 걸어도 1시간이면 충분한 산책로이고, 데크가 잘 깔려있는 길 곳곳에 벤치와 전망대가 있어서 해운대를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음. 그러나 내가 구경하고팠던 곳은 저 멀리 보이는 오륙도 옆에 있는 이기대 해안산책로와 공룡발자국이었을 뿐이고... ㅠ.ㅠ  

남은 오후 시간은 일행의 취향에 맞춰 '세계 최대백화점'이라고 뻘건 간판이 곳곳에 붙어있는 센텀시티 신세계에서 눈요기로 보냈다. 돌연 빵심 충만하여 늦은 점심도 지하에 입점한 '이흥용제과점'의 빵('검정고무신, 하얀고무신'이라는 이름의 빵이 유명한듯)으로 해결했는데, 요즘 위장 컨디션이 별로인 나는 그만 밀가루세례에 체하고 말았다는 슬픈 마무리...  (2014년 8월 26, 27일)

 

일정이 짧아도, 탈이 났어도, 가고픈 델 다 못봤어도, 그럼에도 결론은 여행은 좋은 것이여~!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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