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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욕심 2탄

놀잇감 2015. 9. 14. 23:03

​전통한복 예쁜 거야 누구보다 잘 알지만... 가슴에서 끈으로 꽉 동여매고 펄럭이는 치맛자락 조심히 잡으면서 속치마에 속바지까지 챙겨입으려면 너무도 불편하단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데도 궁궐에서 자원봉사하시는 분들은 철철이 예쁜 전통한복을 바꿔입어가며 아리따운 한복 자태를 뽐내시기 때문에 그간 구경하는 재미도 아주 쏠쏠했다.  나야 뭐 계속 꾀가 나서 안내도 설렁설렁, 복장도 대충 생활한복으로 근근이 버텨오고 있는데, 내가 궁궐 자원봉사를 시작했다는 걸 안 이후 주변에서 장롱 안 박스에 잠자고 있던 한복들을 내게 보내왔다. 언니도 제대로 한복 입고 해! 라면서... 체격이 비슷한 큰올케가 제일 먼저, 그러고 나선 후배 둘이나 더... ㅋㅋㅋ

하지만 전통한복을 입더라도 손에 그림 파일 들고 펼쳐 보여가며 설명을 하려면 양손이 자유로워야하기 때문에 치마가 일반 자락치마면 입기가 곤란하다. 통치마로 리폼을 해야하고, 길이도 좀 짧아야 질질 끌리지 않으면서 계단 오르내리기도 편하고... 

그렇다면 한복치마를 수선해야한다는 얘긴데! 머릿속으로는 내가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과, 에구 어딜... 어디 수선집에 맡겨야지.. 하는 생각이 오락가락하면서 1년 넘게 한복 세 벌이 먼지를 뽀얗게 쓰고 옷방에서 뒹굴고 있었다. 게다가 큰올케 한복은 무려 19년전! 결혼할 때 울 엄니가 청홍새색시 한복과 더불어 행사용으로 한벌 더 해주신 거라서(큰조카 돌잔치와 이후 집안 어르신들 잔치때 입었음) 연분홍치마는 예쁜데, 남색 저고리는 완전 구닥다리 느낌! 소매 통이 너무 넓고 품도 컸다. 더욱이 본견 깨끼저고리라 나 홀로 수선은 불가능하다고 결론. 

반면에 후배Y가 보내준 한복은 꽃분홍 치마에 아이보리색 저고리. 그나마 한 10년 전 동생 결혼색때 입은 거라 스타일은 그럭저럭 요즘것과 거의 비슷하다. 옷고름이 넓고 길지만 소매통이 완전 붕어배래는 아니라는 얘기. 하지만 우어.... 꽃분홍색이 너무 눈부시다... 후배P가 보내준 한복은 그야말로 빨간치마에 초록저고리.. 새색시 폐백용 한복이었다. 흐음... 세 벌이라지만 당장 활용가능한 건 큰올케의 연분홍 치마와 후배Y의 아이보리 저고리 정도.


다른 분들도 더러 그리 비싸지 않은 중고 한복을 구입해서 통치마로 수선을 해입을 요량으로 동대문 수선집에 맡겼다기에 결과물을 기다렸다. 어디 한번 보고 나도 맡기든지 말든지... 일단 과연 내가 전통한복을 떨쳐입을 것인가 그 용기를 낼 수 있을까부터 고민해야겠지만 암튼... <친구따라 강남가기 권법>을 시도해보려했으나 ㅋㅋㅋ 1년이 넘도록 결과물이 나오질 않았다.

동대문 수선집에서 새 한복 바느질 하느라 바빠, 도대체 수선은 해줄 생각도 안하고 1년 내내 구석에 처박아 뒀다가 그냥 주더라나. 그럼 그렇지... 역시 그럼 내가 직접 수선하거나, 아예 말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근데 통치마로 리폼을 하려면 지퍼도 달아야 하고, 주름도 요즘 스타일~에 맞게 좀 넓은 주름으로 다시 잡으려면 치마말기를 달아야한다는 '디자인'은 나왔는데 도무지 동대문 원단시장에 갈 시간이 나질 않았다. 그 핑계로 또 몇달... 물론 인터넷으로 원단과 부자재를 구입할 수 있는 사이트는 벌써부터 알아봤지만, 어쩐지 개미지옥 같고... 금방이라도 자원봉사를 관둘지 모른다는 예감도 나를 흔들었다. 그런 마당에 니가 지금 한복 꿰매고 앉았을 시간이 어디 있냐!?

하지만.. 한복 조끼 포스팅에도 썼듯이 그놈의 '욕심'은 계속 나를 부추겼고, 요번에 조끼 원단 사면서 얼른 치마말기용 자수원단과 흰천, 지퍼 따위를 후다닥 같이 사들였다. 재료만 있으면야 뭐 언제든...

그러고는 마감과 동시에 당의 조끼 끝내고, 곧이어 생산성 폭발! 또 한 건 잉여짓이 완수되었다. ^^;;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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