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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3.31 이번엔 청치마 재활용 11

지난번에 서랍장을 정리해 옷을 또 한 보따리 내놓으며, 청치마가 눈에 띄였다. 청바지와 달리, 십대소녀가 발랄하게 입는 미니스커트가 아닌 다음에야 도무지 어떻게 입어도 멋내기 어려운 옷이 청치마가 아닐까 하는 게 나의 생각. (근데 그땐 왜 샀니;;) +_+ 수지 정도나 된다면 모를까. 암튼 그치만 또 아까워서 도저히 못 버리고(진짜로 몇번 안 입어서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다 ㅋㅋ) 10년도 넘게 서랍장에 모셔뒀던 걸, 재활용함에 내던지지 않기로 새삼 결정한 이유는 에코백으로 리폼해야겠다는 욕망 때문이었다. 지난번 청바지로도 한번 만들어봤으니, 치마로는 완전 식은죽 먹기 아닐까나.  


하지만 재봉틀 없이 또 손바느질을 해야한다는 난항과 게으름과 건망증이 겹쳐 그간 시도를 안하고 있었는데, 뭐든 잉여짓은 괜히 더 바쁠때 하게 되는 묘한 심리가 또 발동했다. 마침 고속터미널 상가에서 안감으로 쓸만한 천도 발견했겠다.. 집에 돌아오자 마자 바느질을 시작했다. ^^; 


청치마는 밑단을 조금 잘라서 끈으로 쓸 천을 확보하고 그냥 아래를 꿰매면 일단 몸통 완성! 앞뒤로 주머니가 있으니 안감에 굳이 주머니를 달 필요도 없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 건 의외로 가방끈 부분... 데님 천을 접어서 두겹으로 꿰매는 거 힘들고 천도 모자랄 것 같아 덧붙일 용도로 체크무늬 원단을 따로 사왔는데 천조각 아낄 욕심에 재단 방향을 아무케나 했더니 막 늘어나는 게 아닌가... ㅋㅋ 다림질 귀찮아서 손으로 꽉꽉 접어 자국 만든 뒤 꽉 쥐고 하느라 손가락에 쥐날뻔...


ㅋㅋㅋ 끈 달기 전 나름 과정샷이다. 


시접이 겹쳐진 데님천에 바늘 꽂느라고 진짜 손이 부들부들... 재봉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간절했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웬간한 재봉틀로는 저 두꺼운 가방끈을 박을 수 없을 거라고 자체 결론을 내렸다.


다음으론 안감 넣기~ 

듬성듬성 대충 꿰맨 안감을 뒤집어서 가방 안쪽에 씌워놓은 상태로 아직 겉천과 연결 전..

작년여름 방학때 ㅈㅎ이랑 같이 바느질 놀이 하며(?) 오래 된 수건으로 만든 고래 쿠션이 바늘쌈지 노릇하느라 찬조출연했다. 왼쪽에 시커먼 천이 가방끈 안쪽에 덧댄 원단이다. 


커피잔 패턴이 귀여운 안감 위쪽을 안으로 접어넣고 공그르기나 감침질로 마무리하면 끝!

가방의 실제 색감은 오른쪽에 가깝다. 검은색에 가까운 진청원단이어서... 

두번째라서 확실히 완성도가 첫번째 만든 것보다 훌륭하다고 자화자찬! 노상 들고다니던 검정색 천가방을 조카에게 빼앗기고나니 만만하게 들고다닐 가방이 없어서 가방을 하나 새로 사야하나 고민중이었는데, 당분간 가방 쇼핑욕을 잠재울 수 있을 것 같다.  ㅎㅎㅎ 한땀한땀 장인정신이 깃든 명품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닌가! ㅋㅋㅋ 완전 마음에 든다.


손끝이 너덜너덜해진 다음에도 계속 폭발하는 생산성을 주체하지 못해 심지어 머리띠도 만들었다. ^^; 

손뜨개로 떠서 안에 솜까지 넣어 여기저기 브로치로 달고 다니던 은색꽃을 그냥 목공풀로 검정머리띠에 붙였다. 요새 머리모양이 맘에 안들고 속알머리가 자꾸 훤히 들여다보여서 머리띠를 애용중이다보니괜스레 머리띠 욕심 만땅.. ㅠ.ㅠ 


하지만 머리띠가 다 거기서 거기겠지 싶어도, 테 모양이 조금씩 달라서 '윗머리가 네모난' 내 두상에 잘 맞고 한참 하고 댕겨도 옆머리가 지끈거리지 않는 편한 머리띠를 만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너무 헐렁하면 또 머리숱도 없어서 막 흘러내리기도... 

거기다 안경까지 써야하니 까다롭게 고를 수밖에 없다. 


해서 좀 잘 맞는다 싶은 머리띠는 장식이 떨어지거나 망가져도 안버리고 재활용.. ^^; 그런 덕분에 이 또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수공예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ㅋㅋㅋ 안쪽 어딘가 '핸드메이드'라고 라벨이라도 붙일까보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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