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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10.10 연진이 새집 장만 1

침입자 검냥이는 아직도 거의 매일 연진이를 위협한다. 애들을 위협하는 건 아니고 그냥 사료만 노리는 것일지 모르지만 암튼 녀석이 다가오면 밤이고 낮이고 연진이가 자지러지게 울기 때문에 나로선 후다다닥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는데 며칠 전엔 한밤중에 12시 넘어 기괴한 울음소리가 (아마도 검냥이의 위협이었던 듯) 들려서 놀라가지고 장식장 위로 뛰어올라 창문을 열고 내다보며 잠자리채 같은 양파망 도구(원래는 살구 딸 때 쓰던 것 ㅎㅎ)로 철망을 후려쳐 침입자 냥이를 쫓았다. 그러느라고 안경테를 밟았다는 것이 문제. 가느다란 티타늄테는 안경접으면 90도로 꺽여있을 만큼 사태가 심각했다.

얼마 안 남은 재난지원금을 또 안경테 사는데 보태야하는건가 고민하며 안경점에 갔더니, 망가질 확률이 더 크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ㅠ.ㅠ  그러나 또 운이 좋았는지 펜치(?)로 바로잡은 테는 코팅이 좀 까졌을 뿐 얼추 원상복구되어 무료로 해결되었다! 기분이 좋기도 했고,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야매로 만들어준 스티로폼 집은 덧댄 차양이 다 깨져버려 집을 새로 사줘야하나 인터넷을 검색하며 고민을 하던 차에 아직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 관계로 일단은 저렴한 다이소에 가서 스크래처와 이삿짐박스를 하나 사왔다. 

길냥이 겨울집으로 검색해서 찾아본 이미지들은 대체로 이렇다. 

 

실외에서도 포근하고 좀 따뜻한 집을 원했는데;; 나름 방수도 되고 안쪽은 극세사 천이나 방석으로 덧대어져 있는 것 같다. 이 정도 집으로도 길냥이들이 한겨울 영하 15, 6도 되는 강추위를 견딜 수 있을까?

 

 

 

 

 

 

 

이 가운데 집은 방수가 된다지만 조립식이라 지붕을 따로 얹는 식인데;; 비가 새진 않을까 염려됨. 

 

 

 

 

 

 

 

 

 

 

제법 튼튼해보이는 제품이지만, 저 글씨는 왜 새긴 걸까.. 마음에 안들고 시커먼 색인 것도 좀 그렇고... 

하여간 이 고양이집을 본 순간 이삿짐 박스 사다가 내가 만들어주면 되겠네!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사실은 가성비를 먼저 생각했음 ㅎㅎ)

 

 

 

안경도 무료 수리되었겠다;; 흐뭇한 마음에 스크래처(2천원)도 한번 사보았다. 애들이 좋아하려나, 사용할 줄 알까 일단 저렴이 버전으로 골라옴. ㅎㅎ 야외용 간이방석 방석(천원)과 이삿짐 박스(5천원)로 일단 집장만 끝. 

이삿짐 상자라서 양옆에 손잡이 구멍이 뚫려 있어 그 부분을 다시 셀로판지 대고 테이프로 막는 과정이 필요했지만 창밖에 내놓기 딱 좋은 크기의 집이 완성되었고, 방석과 담요와 스크래처를 놓아드린 뒤 두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연어 간식을 던져놓았더니 연이가 망설임없이 입주!

플라스틱 냄새가 좀 나서 과연 연이 진이가 금세 적응할까 염려했는데 다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몇시간 뒤에 내다보니 진이도 연이랑 같이 새집에 들락날락 신나게 놀았고 마침 비도 쏟아져 어찌나 마음이 놓이던지.... 아 물론 스크래처는 그냥 올라 앉아 쉬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것 같다. ^^; 한쪽이 살짝 내려앉은게 보임. 

오늘은 날씨가 더 쌀쌀해졌고 바람도 미친듯이 불어, 집 방향을 바꿔주었다. 혹시나 낯설어할까봐 옆에 나란히 놓아주었던 스티로폼 상자는 오늘 강풍에 홀라당 날아가 마당에 떨어져 버리려고 치워두었다. 일단은 이 박스로 살게 두다가 날씨가 영하로 내려가면 이 상자 안에 다시 보온되는 집을 넣어주면 되지 않을까. ㅠ.ㅠ 

엄마는 놀랍게도 한겨울엔 집안에 (베란다에) 들이면 되지... 라고 하시던데 나 원 참..  집에 들이는 건 완전 입양이라 병원 검진도 해야하고 완전 둘을 책임지는 거거든요! 전 못해요. ㅠ.ㅠ 애교덩어리 연이는 눈 마주칠 때마다 야옹야옹 울면서 뭔가 엄청 애원하는 느낌이지만 애써 외면하는 중이다. 일단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는 여기까지.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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