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꾸러미'에 해당되는 글 198건

  1. 2008.01.08 안개주의보 6
  2. 2008.01.07 새해 운수 6
  3. 2007.12.28 우수 블로거라고? 14
  4. 2007.12.26 겉보기 4
  5. 2007.12.24 재롱잔치 7
  6. 2007.12.06 그냥 11
  7. 2007.12.03 무서운 아줌마 4
  8. 2007.11.29 일기 7
  9. 2007.11.24 수도꼭지 12
  10. 2007.11.23 관찰 10

안개주의보

삶꾸러미 2008. 1. 8. 15:45

다른 지역엔 어땠는지 모르지만 어제 서울 인근엔 안개가 몹시 심했다.
온세상이 뿌옇게 흐려져 모든 게 희미해 보였고 강변도로를 지날 땐 시야가 정말로 턱턱 막혀
어쩐지 폐가 졸아들고 숨이 가빠오는 것 같았다.
이게 바로 폐쇄공포증, 또는 천식에 걸린 느낌이 아닐까 걱정될 정도의 누렇고 기분 나쁜 안개 속을
하루종일 돌아다니고 보니 겨울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 때문에 연일 생겨났다는 겨울 안개가 새삼 싫어졌다.

안개 정국, 오리무중 같은 부정적인 말들도 쓰이지만, 그동안 나는 안개를 좋은 느낌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새벽안개. 물안개. 해무.
내가 그간 안개와 함께 제일 먼저 떠올렸던 말들이다.
순전히 옛날에 물가로 여행을 갔을 때 느끼고 보았던 싱그럽고 촉촉한 안개 덕분이었고
예전엔 그 속에서 깊은 숨을 들이쉬면 내 폐부까지 깨끗하고 촉촉한 물방울이 자리를 잡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젠 뿌연 안개 속에서 깊은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심호흡을 해도 폐부 안쪽까지는 공기가 들어가지 않는 느낌이랄까.
스멀스멀 뿌연 먼지와 함께 몰려다니는 누런 안개속엔 분명 수많은 병균과 변종 감기 바이러스와
나쁜 기운들이 담겨있을 것 같았다.
추운 겨울동안에는 늘 동면하고 싶다고 앙탈을 부리는 사람으로서 어제는 그런 투정도 크게 잘못하는 짓으로 여겨졌다.
그러고는 코끝이 쨍하게 얼어붙는 느낌의 추운 날씨를 좋아한다는 사람들이 흔히 내뱉는 말이 나도 모르게
입에서 흘러나왔다.
겨울이. 겨울 다워야. 겨울이지. +_+

창밖을 내다보니 오늘은 그래도 어제보다 안개가 옅어진 듯하다.
그렇지만 어쩐지 아득한 호흡곤란의 느낌 때문에 누리끼리한 겨울 안개속을 돌아다니기가 꺼려져서 집밖으로 한 발짝도 내밀기가 싫다. 한때 니코틴에 시달렸던 나의 가엾은 폐를 위한 알량한 배려라고나 할까.

이젠 좀 안개주의보 따위 걷어치우고
지난 주 어느 맑은 저녁처럼 밤하늘에 총총 빛나는 별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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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운수

삶꾸러미 2008. 1. 7. 00:37
운세나 운수 사주 따위를 철썩같이 믿고 의지하는 편은 아니지만
해가 바뀌고 어디선가 공짜로 토정비결이나 새해 운수를 봐준다고 하면 거부하진 않는 편이다.
순전히 거짓말이라고 해도, 나의 미래를 가상으로 슬쩍 들여다볼 수 있다는데
그 재미마저 마다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ㅋㅋ
사람들이 점집을 찾아가거나 사주, 관상, 손금, 타로카드 따위를 보러 가는 건
호기심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내발로 직접 사주를 보러 난생처음 찾아간 것은 잘 다니던 직장을 12월 31일일자로 때려치우고
번역을 생업으로 삼겠다고 작심했던 해의 정초였다.
본래 신이 내린 무당 같은 이들이 봐주는 점은 사기극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던 터라
그나마 "통계"를 바탕으로 한다는 사주에 과연 내 운명은 어떻게 예견되어 있는지
보러가자고 결심하고 친구를 따라나섰더랬다.
결국 나는 불안한 미래에 대한 어떤 확신이나 실마리 같은 빌미를 사주집에서 얻고자 했었고
스물여덟살이 되었던 그 해 몹시 추운 정초 어느날 나는 누런 갱지에 사주보는 아저씨가 낙서처럼 이리저리 적어준 나의 운명풀이를 받아들고 우스워 킬킬대면서도 꽤나 흡족한 마음으로
대현동 어딘가의 가파른 계단을 내려왔더랬다.

당시 내가 희망의 단초로 삼았던 사주풀이의 설명 가운데는
"그해 새로운 일, 독립해서 사업 같은 걸 시작할 '괘'가 있다"는 것과
"글로 먹고 살면 좋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땐 "참으로 용하다"는 친구의 말에 완전히 동의하진
않았어도 어쩌면 번역가로서의 삶이 내 운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퍽이나 뿌듯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여자 나이 스물여덟에 사주를 적어주며 운명을 물으러 왔다면
새로운 일이나 사업을 시작할 '운수'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었겠나 싶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게다가 글로 먹고 사는 직업이란... 어디 한두 가지인가!
회사에 다니면서도 전공 탓에 늘 매뉴얼과 계약서 번역은 기본이었고, 사업계획서 따위를 만드는 것도
주업무였으니 당시에 회사를 관두지 않았더라도 여전히 '글로 먹고 사는 일'에 종사하고 있다며
내심 운명이라 여겼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

암튼 연말연시에 만난 지인들 가운데는
정초라 사주나 운세를 보러 가겠다는 이들이 더러 있다.
해마다 꼭 정초가 되면 사주를 보러가는 지인도 있을뿐더러, 어떤 이는 아예 모든 삶을 철저한 사주와 운명에 비추어 결정하고 그 결과를 신뢰하는 놀라운 사고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_+
기이한 것은 그 친구가 이른바 '진보적인 지식인'이며 맹렬히 자신의 삶을 개척하려고 노력하는 '행동가'라는 점이다. 물론 그게 무에 '기이한가'라고 되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 사주나 미신은 아무래도 '진보적인 지식인'이나 '사회 행동가'와는 어울리지 않는 '인습적'이고 '비과학적'인 행위다.
혹자들은 '주역'이 상당한 통계를 바탕으로 하는 '과학적'인 역술서라고 항변하기도 하는데
수천년 전에 만들어진 인간유형의 통계가 정말로 현대인들에게도 제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
나로선 별다른 근거 없이 혈액형별 성격유형 구분하는 것만큼이나 황당할 뿐이다. *_*
(하지만 혈액형별 성격유형의 틀에 얽매여 사는 한국인들이 수없이 많듯... 사주와 운명을 철썩같이 신봉하는 이들도 수없이 많으니... 그들이 보기엔 내가 잘난척 하는 독불장군이고 생각자체가 틀려먹었을 수도 있겠다^^)

해마다 정초에 운세나 토정비결을 본 뒤 철저히 신봉하는 사람들은
일이 틀어지면 삼재에 걸려서 그렇다는둥, 원래 그 달 운수가 사납다더니 정말 그렇다는 둥
잘도 같다 붙이는데, 내가 보기엔 그냥 인간의 삶이 오르락내리락 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 오르막과 내리막에 작용하는 수많은 내부 및 외부의 요인들이 교묘하게 얽혀
특정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일 게다.

그렇기에 내 경우 정초 토정비결이나 새해 운수가 나쁘면,
'아하.. 덜렁대는 인간에게 좀 더 조심하라는 얘기로군' 하고 중얼거린 뒤 아메바스럽게 금세 잊기 일쑤이고
'공짜'로 본 새해 운수가 좋으면,
'캬캬.. 올해는 운수 대통이라니 좋아좋아'라고 웃어버리면 그뿐이다.
 
새해 들어 무료 운세나 사주 메일을 아예 열어보지도 않았다는 이웃 블로거님^^의 글을 보고
언뜻 떠오른 생각들을 적어보려던 것이 며칠 지나고 보니 원래 내가 이런 투의 글을 쓰려고 했었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
암튼 나의 무자년 운수는 몹시 좋은 편이라니까(물론 모든 운세가 100% 좋은 일만 있을 리는 없다. 너무 좋아도 마가 낀다는 따위의 빠져나갈 구멍은 반드시 만들어 놓는 것이 역술의 교묘한 비법인듯 ㅋㅋ) 좋아라 하지만 작년에도 운수대통이라는 사주와 토정비결 결과에 낄낄거렸음을 떠올리며
결론은 매사에 회의적인 인간이라는 내 색깔이 올해도 변함 없으리라는 것이다! ㅋㅋ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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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할은 스팸메일인 이메일을 정리하다 보니
티스토리에서도 메일이 와 있었다.
이번에도 달력을 보내준다는 얘긴가, 하고 클릭해보니 뜬금없이 우수 블로거에 선정되었단다. -_-;;
활동성 및 여러가지 인기도 가중치(?)를 반영하여 100명을 뽑았다는데
아니 내가 거기 뽑힐 정도로 티스토리 블로그가 인기가 없었더란 말인가???
요새 부쩍 조회수가 높아진 나날들이 있어 불안하긴 했지만
로봇검색인가 뭔가.. 그거 때문이리라 짐작했건만
이거 영 기분 찜찜하다.

이렇게 노출된 공간에 글을 끼적인다는 것 자체가 이미
일기장 써서 다들 보라고 교탁에 펼쳐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걸 알면서도
통 못마땅한 이 기분은 무어람.
역시 나는 앞장서서 큰소리 치기보다 뒷자리에서 구시렁투덜대는 게 딱 어울리는 비겁한 인물이란 얘기.

나는 우수블로거 배너도 싫고, '스페셜' 검색 엔진도 싫고, 명함도 싫고, 서포터즈 되는 것도 싫고,
그저 달력이나 받으면 좋겠구만... 크리스털 도장은 또 뭘까. +_+ 그건 약간 궁금하구만.
나처럼 블로그질을 열심히 하면 이렇게 뜬금없는 일에 엮이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본보기가 아닐까 싶은데
다른 티스토리 이웃분들은 아무 말씀 없는 걸 보면 나만 재수가 없었던 것인지
퍽이나 기분 요상망측하다.

째뜬 나는 티스토리에서 권하는 짓은 아무것도 안 할 테다!!
나는 혹자들처럼 블로그질로 돈 벌 요량을 품은 사람은 아니란 말이지!! 쳇.

아래는 문제의 email. 혹시 궁금하신 분들 보시라고.. +_+
(아쒸... more/less 기능 이름 바꾸기가 안되는 건 또 왜일까?)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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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

삶꾸러미 2007. 12. 26. 23:31
겉보기만으로 사물이나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편협한 것인줄 알지만
현실에선 늘 겉보기만으로 모든 것을 재단하고 평가하고 투덜댄다.
예를 들어, 외모 지상주의를 비판하지만 예쁘고 잘생긴 사람을 보면 나도 모르게 눈이 돌아가고
처음 선을 뵈러 나온 친구나 후배의 애인이 예쁘거나 잘 생기면 일단 점수를 주게 되는 반면
외모가 좀(또는 심히) 빠지는 편이면 친구나 후배를 아까워하는 모순을 늘상 저지르고 있다.
노약자와 임산부 보호석이라고 엄연히 적혀 있는 지하철 지정석에
너무도 어여쁘고 날씬한 젊은 여자가 앉아 있으면 그 사람이 정말로 유산위험이 큰 임신 초기의
임산부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 보다는 일단 눈초리부터 주는 세상이 아닌가.

허리부상을 입어 보조기를 차고 다니는 벨로를 잠시 만나
단 한 층도 엘리베이터를 타야하는 상황을 같이 따라다니며
새삼 겉보기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된다는 것을 실감했는데
영문을 모르는 다른 사람들은 역시나 벨로에게 요즘 눈쌀을 찌푸리기 일쑤일 것이라고 생각하니
나까지 마음이 무거웠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순전히 종아리 굵어진다고 단 한 층도 반드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렸던 밉상 동료가 실제로 있기는 했다.
하지만 영문도 모르면서 최근 오피스텔에서 2층에서 내리는 주제(!)에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는 사람들을 내가 얼마나 째려보았던가. -_-;
그들도 벨로처럼 허리가 아팠거나 다리가 아팠거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일시적인 장애를 지녔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왜 그땐 전혀 들지 않았는지.
지금에야 나의 태도가 부끄럽다.

별에도 겉보기 밝기와 실제 밝기가 있다고 한다.
겉으로는 몹시 밝아 크고 가까운 별처럼 느껴지지만 같은 거리에 놓고 볼 때 오히려 훨씬 어둡고 작고
보잘것 없는 별일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겉보기로만 얄팍하게 판단하지 말고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을 갖추고 살면 참 좋으련만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면서도 그 별이 지금은 그 자리에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은 채
그저 서울 하늘에서 별 봤다고 좋아라하듯
이렇게 글로 적어 반성까지 했다는 사실을 수시로 완전히 까먹는 게 큰 걱정이다. -_-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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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롱잔치

삶꾸러미 2007. 12. 24. 17:39
해마다 나의 연말이 바쁜 이유엔
조카들의 재롱잔치도 한 몫 한다.
4살때부터 유치원엘 다녔던 정민공주부터 벌써 몇해째 재롱잔치 구경을 다니는지 모르겠는데
여전히 꽃다발 사들고 가서 지켜보면 울컥 눈물이 날 정도로(주책 고모란 거 나도 안다;;) 감동적이고 뿌듯하지만 어린 아이들이 한달 이상 연습하며 받았을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다.

숫기 없는 유전자의 난관을 극복하고 이젠 어느 정도 안무와 노래를 소화해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울집 공주와 왕자들이 정말로 기특한데
유심히 지켜보면 공연도중 다른 친구들은 열심히 노래를 하거나 춤을 추는 데,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거나 심지어 울고 있는 아이들이 꼭 있다.
그 아이들을 보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
우리 정민공주도 유치원 다니던 시절 재롱잔치때마다 거의 2년은 그렇게 무대에 서서 꼼짝않고 반항(?)을 하는 바람에 캠코더와 카메라까지 싸들고 간 제 부모는 물론이고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기 때문이다.
나도 그 마음을 알 것 같았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키지도 않는 재롱을 떨어야 하다니;; 얼마나 끔찍했을까 +_+

유치원 교사나 부모들은 그런 재롱잔치가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
하지만, 그건 '주류'에 속하는 다수의 아이들에게나 해당되는 것일뿐
자의식이 유달리 강하거나 수줍음이 많은 아이들에겐 그저 끔찍하고 괴로운 '망신의 장'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도 옛날이라 유치원을 다닌 적은 없지만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 발표회 같은 게 있을 때
단체 합주나 합창은 몰라도, 연극이라든지 소수가 출연하는 꼭두각시 춤 같은 공연을 해야하면
나는 그야말로 주눅이 잔뜩 들어서 괴로워했던 기억이 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 혼자 실수를 하거나 넘어지면 어쩌나...
대사를 까먹으면 어쩌나..  그런 두려움에 벌벌 떨었던 것인데
공연이 끝나면 성취감보다는 그저 지겨운 일이 끝났다는 것만 반가웠더랬다.

하기야 요즘 아이들은 절반 이상의 장래희망이 *연예인*이라니
그들의 끼와 숫기가 내 어린시절과는 수준부터 다를 것도 같다.

째뜬 올해도 2주 연속 토요일마다 우리집 왕자님들의 공연이 있었는데
다행히도 두 녀석 역시 재롱잔치를 꽤나 즐긴 모양이다.
분명 녀석들에게도 얼마간은 스트레스였겠지만, 무사히 재롱잔치를 마치고 갈채를 받은 조카들이
자랑스럽다.
하지만 우리 조카들 옆에서 내내 울음을 터뜨렸거나 굳은 얼굴로 서 있던 아이들도, 그들의 부모도
너무 큰 마음의 상처는 받지 않았기를 빈다.
2년 내내 무대 구석에 홀로 서있기만 했던 정민공주도 3년째 되던 해에는 단체 소고무와 합창을
곧잘 따라해서 우리에게 기쁨과 감동을 안겨주었단 얘기를 그들에게 귀띔해주면 위로가 되지 않을까.
모든 아이들이 다 무대체질은 아니라고요! ^^*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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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삶꾸러미 2007. 12. 6. 23:54
인터넷의 익명성을 무기로 여기저기 악플을 달고 다니는 유형은 아니지만
실명을 잊어도 좋은 블로그의 장점에 기대어 주저없이 투덜거릴 수 있는 자유는 참 좋다.
그리고 블로그라는 공간이란 제 아무리 자기 것이라 해도 글이나 사진을 '올린' 순간 이미
타인과 그것을 공유하고 소통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행위임을 잘 안다.
그럼에도...
난데없이 조회수가 많아지면 불안하고 어디론가 숨고 싶어진다.
대체 내가 뭘 잘못(?)했나 싶어 뜨끔한, 제발저림 현상이 느껴지는 것이다.
내 컴퓨터가 고장난 게 아닌 한 오늘은 심히 조회수가 많다.
이웃 블로거들이 하루에 몇번씩 들락거려 주신다고 해도 도무지 계산이 안된다.
600명이 넘는다니!
이유가 뭘까.. 걱정이다. -_-;;

오늘 드디어 대선후보들의 홍보물이 우편으로 도착했다.
도대체 왜 나왔는지 이해도 안 되고, 쳐다보는 수고조차 하기 싫은 인물들을 포함하여
12명이나 되는 후보들 가운데는 아예 홍보물을 내지 못한 이들도 있다.
5억이나 되는 준비금(?)도 내야한다는데 돈지랄을 해가면서 그들은 왜 대선에 나왔을까?
마약 중독자처럼 매번 총선에 나와 패가망신하는 인간들은 흔히 있다지만
오로지 단 한 명 이나라 대통령을 뽑는다는 데 자기가 꼭 될 거라 착각하는 인간들도 있다는 말일까?
그들의 두뇌구조가 궁금해진다.

어쨌든 드라마틱한 검찰의 활약을 기대했건만
명바기는 이번에도 요행을 누릴 모양이다. 정말로 욕을 많이 먹을수록 명이 길어지는 거라면
그 역시 퍽이나 오래살겄다. 구린 구석이 그리도 많은데 요리조리 미꾸라지마냥 잘도 빠져나가는 걸 보면
단돈 29만원밖에 없다면서 그 많은 비자금 꽁꽁 숨겨놓고 떵떵거리는 연희동 전씨의 계보를 잇는
크레믈린형 비리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고 시청율 드라마마다 바로 뒤에 따라붙는 명바기 홍보 광고 때문에 요새 아예 드라마가 보기 싫다.
그럼에도 현재 아직도 그 인간 지지율이 제일 높다니 하늘땅이 울 일이다.

내가 투표권을 갖게 된 이후로
역사상 처음 모녀가 같은 후보를 선택하게 됐다. ^^;
정치면에선 막가파보수주의자에 가까웠던 남편 때문에 늘 딴나라당을 지지하던 왕비마마께서
어인 일로 이번엔 문국현 후보를 뽑으시겠단다.
이유는 사람이 제일 깨끗해 보여서란다. 맞는 말이다.

유한킴벌리에 다니던 지인이 그랬다.
산전, 산후 휴가를 비롯해 여러가지 사원복지 면에서 거긴 남자 직원들이 늘 역차별 받고 산다는 푸념을 입에 달고 살 정도로 오래 전부터 양성평등이 당연시된 회사 분위기였다고.
비밀리에 초고가의 미술품을 사들여서라도 어떻게든 편법으로 족벌 경영과 부의 세습을 꾀하고 있는 대기업 문화 속에서 기업을 자식이 아닌 전문경영인에게 물려주고 부를 사회에 환원하려는 경영마인드를 갖추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하고 더러운 정치꾼이 아니라서 또 어떤 정치 음모에 휩싸여 고전을 겪을지는 모르지만 5년전 그때처럼 나는 가장 깨끗하고 덜 타락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고 싶다.
그의 주변에 자진해서 모여든 도우미들도 다 나 같은 마음으로 곁을 지키는 게 아니겠나.
부디 남은 2주동안 비약적인 지지율 상승을 빌어본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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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아줌마

삶꾸러미 2007. 12. 3. 21:42
동네마다 쓰레기 버리는 날이 다르다는데
우리 동네는 화, 목, 일요일이 쓰레기 내놓는 날이고, 재활용품은 일주일에 한 번 월요일 아침 일찍 수거해간다.
아파트는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다고 들었지만 그거야 내 알 바 아니고
아무튼 우리 동네는 일요일이 되면 오후부터 골목 어귀 언덕배기 한쪽에 쓰레기와 재활용품이 산더미를 이룬다.
배출일을 정해놓아도 요일에 상관없이 집안에 두기 싫은 음식쓰레기를 내다놓아
길고양이들이 뜯어먹게 만드는 얌체들도 많기는 하지만
어쨌든 가장 집중적인 쓰레기 배출일은 일요일이기 때문이다.

쓰레기 분리수거 같은 더럽고 하찮은 일을 우리 왕비마마께서 하실 리는 없으니
여름 이후 그 일 역시 내 차지가 되고 말았는데, 아... 이노무 쓰레기 분리수거 은근히 스트레스 쌓이는 작업이다.
쓰레기를 모아 내놓는 과정도 그렇거니와, 골목 앞에 내다놓고서 온동네가 쓰레기장이 된 느낌에 내 기분까지 더러워지는 판국에 가끔 열받게 만드는 얌체족들의 행태 때문이다.
재활용품도 아닌 잡동사니를 그냥 비닐에 담아 내놓는다든지
심지어 음식물 쓰레기를 버젓이 그냥 비닐에 담아 내다놓은 경우도 발견하는데
아.. 정말 그런 인간들은 며칠 밤을 새워서라도 잠복했다가 신고해버리고 싶은 마음 굴뚝같다.
그런 경우 대부분 나는 커다란 종이에 매직으로 경고문을 써서 붙여놓는 것으로
그치고 마는데, 늘 누군가 착한 이웃이 쓰레기봉투를 가져가 직접 담아 대신 버려주는지
아니면 쓰레기 수거업체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그냥 가져가는 것인지
월요일이면 산더미 같았던 쓰레기들이 말끔히 치워져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암튼 쓰레기를 내다 놓으러 나갈 때마다 또 어떤 언짢은 광경을 목격하게 될 것인가
지레 겁을 먹기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까칠한 태도로 얼굴이 인상을 찡그리기 일쑤다.
어제는 바로 문제의 일요일.
늦은 오후에 외출에서 돌아올 때부터 내 마음 한 구석엔 쓰레기를 내다놓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공연한 짜증으로 치밀고 있었더랬는데, 때마침 골목 입구엔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사내녀석 셋이
재활용품 더미에서 스티로폼 상자를 집어들고 뭔가 장난을 하고 있었다.
세 녀석은 돌연 스티로폼 상자를 조각조각 자르고 딱딱한 플라스틱 조각으로 톱질을 하는 시늉을 하기 시작하며, 안 그래도 어수선한 골목 입구를 더욱 지저분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야, 너희들 뭐하는 거야!"
골목을 쩌렁쩌렁 울리는 성난 외침은 놀랍게도 내 입에서 나온 것이었고
나는 내가 소리쳐놓고도 내심 놀라워했다.
아.. 내가 언제 이렇게 무서운 아줌마가 돼 있었나, 하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지만
녀석들이 내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울 엄마가 옆에서 "지저분해지니까 그런 장난 하지 말라"고 거드는데도 녀석들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엇쭈..
나는 녀석들에게 1차 경고라며, 조금 뒤에 나와서 확인할 터이니 조각낸 스티로폼을 어서 치우라고 말하고는
집으로 들어갔다가 잠시 후 정말로 쓰레기 봉투를 내놓으러 나왔는데 나 원 참...
세 녀석들은 여전히 장난질만 하고 있을 뿐, 스티로폼 조각은 전혀 치우지 않은 상태였다.

"아까 내가 한 말 못 들었어? 너희 정말 혼 좀 나 볼래? 너희 셋 다 얼굴 다 똑똑히 기억해뒀어. 지금 빨랑 안 치우면 큰일 날 줄 알아!"

내 협박에 녀석들은 그제야 바닥에 떨어진 스티로폼 조각까지 모두 주워 정리를 하고는
손으로 거의 흙까지 쓸어담을 태세를 취했다.
'짜식들.. 그러기에 진작 말을 들을 것이지...' 문득 녀석들이 가엾게 생각된 나는 이제 그만들 됐으니
다음부터 그러지 말라고 타이른 뒤 돌아서서 들어오려는데
언덕길을 내려가던 세 녀석 가운데 누군가 중얼거리는 말이 들려왔다.

"저 아줌마 안 그렇게 생겨가지고 되게 무섭다 야..."

-_-;;;

돌이켜보니, 내가 어릴적 살던 동네에도 잔소리 많이 하고 고함 버럭버럭 지르는 무서운 아줌마가
계셨던 것 같다.
어른한테 인사 잘 안한다고, 쌓아놓은 연탄재 무너뜨렸다고, 아이스크림 먹다 포장지 떨어뜨렸다고,
골목에서 시끄럽게 떠들면서 논다고, 온 동네 아이들을 혼내던 그 아줌마가 참 싫고 무서웠었는데
어느덧 내가 그런 '무서운 아줌마'가 되었다는 생각에 골목을 걸어들어오며 씁쓸히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앞으론 괜히 아이들한테 성질부리지 말아야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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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삶꾸러미 2007. 11. 29. 21:48

친구가 낡은 노트 한권을 오랜 짐속에서 발견했는데
그 안에 적어둔 글귀와 생각들이 15년 지난 지금 쓰고 있는 논문 주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자신의 집착을 푸념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건 집착이 아닌 것 같다.
그냥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 사람의 성향을 반영했을 뿐이겠지.
정말로 사람은 웬만해선 달라지지 않는다.
20년 전에 끼적거린 나의 일기를 들춰보면
요즘 내가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펼친 수다 내용과 별로 다르지 않다.
그때도 나는 매사에 투덜거렸고 엄마의 병세를 걱정했고 불확실한 미래를 염려했고,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욕했고 계절이 바뀌는 걸 엄청난 시련인 양 너스레를 떨었고 가끔 외로워했다.
아마 20년 뒤의 나 또한 같은 생각과 고민으로 노년을 보내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어차피 같은 생각인것을 굳이 또 뭘 이렇게 끼적대나 싶어지기도 하지만
어쨌든 매 순간 떠오르는 것들을 시답잖은 수다로라도 풀어내야 마음이 편해지니
천상 나는 수다쟁이일수밖에 없다.

오늘은...
날씨가 어땠는지 밖을 내다보지 않아 모르겠고
온종일 잠에 취해 다저녁때가 돼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린 터라 아직도 노곤한데
오른쪽 어깨가 뻐근하고 아프다.
어제 조카들과 양말 전쟁을 너무 오래 하고 놀았던 탓이다.
피로 때문인지, 비타민 부족인지 일주일 가까이 찢어져 있는 오른쪽 입가는 아직 낫지 않았다.
종일 잤는데도 또 자고 싶은 걸 보니 긴장도 풀렸고 잠 빚쟁이가 찾아왔나보다.
그래도 난 졸릴 때 행복한, 천하의 잠순이다. ㅎㅎ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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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꼭지

삶꾸러미 2007. 11. 24. 14:58

그간 화장실 수도꼭지가 느슨해졌는지 조금씩 물방울이 떨어지는 게 신경에 꽤나 거슬렸는데
어젠 씨름선수 같은 힘을 발휘해 확 잠가보려다 결국 수도꼭지를 망가뜨렸다.
플라스틱으로 된 찬물 쪽 수도꼭지 손잡이가 아예 부서져버린 것.
오래 전 화장실 수리할 때, 원터치식 수도꼭지는 온수 온도 맞출 때 민감하질 않아 일부러 따로따로 있는 걸로 달아 달라고 아버지한테 부탁했던 것인데...
10년이면 수도꼭지도 명을 달리하나보다.

꽉 잠그다 망가진 것이라 밤새도록 물 떨어지는 소리가 안나서 좋긴 했는데
오늘 억지로 펜치(?)로 톱니나사 같은 부분을 돌려갖고 찬물을 틀어 씻고 나니 완전히 잠기질 않는다.
똑............똑...........똑 흘러내리는게 아니라 이젠 아예
줄줄줄줄 뚝뚝뚝뚝 물이 샌다.
물 떨어지는 소리도 당연히 더  귀에 거슬리는 것은 물론이다.

수도꼭지가 고장나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그동안 우리는 이런 일이 있을 때 그저 아버지한테 한 마디만 하면
득달같이 필요한 부품을 사가지고 돌아와 뚝딱뚝딱 30분 정도만에 모든 걸 고쳐주셨기 때문에
어젯밤 사고를 낸 뒤 순간적으로 머리가 멍했다.

인터넷으로 대강 수도꼭지 파는 곳을 알아보긴 했는데
과연 내가 그걸 사다가 혼자 달 수 있을지
부품을 사다놓으면 아버지와 달리 손끝 여물지 못한 동생놈들이 달아줄 수 있을지
처음부터 그냥 아예 사람을 불러다가 고쳐달라고 해야할지
이런 수리를 맡기려면 대체 어디에다 연락을 해야하는 것인지
집주변에 그런 수리점이 있기는 한 것인지...
태산같은 걱정들이 밀려든다.

아...
쓸데없이 예민한 내 귀에는 화장실 문을 꼭 닫아도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라도 안들리게 받쳐놓은 대야라도 치워버릴 것인가 말 것인가
어차피 곧 넘쳐 하수구로 흘러들 물인데, 한 대야 정도 절약한다고 누가 상주겠나..
뭐 이런 생각 때문에 더욱 짜증.

게다가 왜 하필 주말인 것이냐!
사람을 부르려해도 월요일이나 되야할 판국.
에효..
대형마트에 가면 수도꼭지도 팔 것 같은데;; 이따 밤에 모험을 한번 해볼까 말까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젠장.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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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

삶꾸러미 2007. 11. 23. 12:19


어제 실로 간만에 멀리까지 외출을 하고 돌아오며 관찰한 것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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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시간이 지난 평일 오전에 지하철을 타도 앉을 자리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오후에 돌아오는 길에도 역시 마찬가지. 환승 포함 1시간 가까이 줄곧 서 있어야 했는데
지루할까봐 책을 가져가긴 했지만,  지루함보다는 여실한 운동부족으로 다리와 허리가 아팠다. -_-;;
그러고는 집에 돌아와 완전히 뻗었다.
정신없이 복잡한 코엑스 몰을 횡단한 탓도 있었겠지만...
방바닥에 누워 끙끙대며 한적한 전원생활 중에 간만에 상경했다 몸살난 촌뜨기 같은 기분이 들었다.
뚜벅이 외출을 좀 더 자주하지 않으면 조만간 방구들 폐인되기 십상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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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환승역과 몰에서 발바닥까지 감싸는 '레깅스'를 입은(신은?) 여자들을 여덟 명이나(겨우?)
보았는데, 놀랍게도 *하나같이* 굽이 없는 낮은 신발(이른바 플랫 슈즈;;)에 맨발이었다.
날씨가 따뜻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원래 발꿈치 레깅스에는 맨발이어야 한다는 '규칙'이 있는 것일까
궁금했다.
부츠나 발목을 덮는 신발을 신어서 레깅스인지 스타킹인지 교묘하게 가린 사람들도 있었으리라
짐작은 되는데...
어쨌든 11월에 맨발이라니, 예나 지금이나 나로선 *맨발의 청춘*들이 꼴불견이었다.
나는 한창 청춘 때도 여름 아닌 계절에 '맨발투혼'을 발휘한 적은 없었단 말이지! -_-
보는 내가 발이 시려워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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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안남은 고흐 전시회 개관을 앞두고
평일 오전 한가한 시간을 노려봄이 어떻겠느냐고 같이 갈 지인들에게 의사를 타진했더니
평일 오전이 얼마나 위험한 시간인지 아느냐고  반문했다.
대부분 매일 오전 10시 반 즈음에 어린이를 위한 도슨트 설명이 있기 때문에 와글와글 시끄러운 어린이 단체관람객과 마주치기 십상이라는 것이었다. 헉...
그 사실은 평일 오전 영화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
내심 한 10명쯤 한가로이 영화를 보겠거니 생각했는데
어른들도 10명은 넘었고
단체 어린이 관람객이 2, 30명쯤은 온 듯했다. ㅋㅋ
인솔교사들이 잘 챙긴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사실 영화 보는 내내 걔들보다 내가 더 시끄럽게 굴었다.
언젠가 <토이스토리2>를 보러 갔을 때
나와 일행들이 하도 깔깔대며 자지러지는 탓에(다스베이다의 "내가 니 애비다"를 패러디한 장면에선 웃다가 거의 의자에서 떨어질 뻔 했었다) 앞줄에 앉았던 관객들이 서너 번이나 눈총을 주었던 게
떠올랐다.
역시 나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애들보다 더 좋아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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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정류장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됐다는 건 강제적인 규칙이 아니던가?
"내 집 앞 눈 치우기" 같은 솜방망이성 서울시 조례 같은 것인지 어쩐지
암튼 여전히 버스정류장엔 당당히 담배를 피우는 아저씨들이 많았고
기다리던 버스가 오면 보란듯이 다들 불붙은 꽁초를 내 던지고 버스에 올랐다.
소심한 나는 수북히 쌓인 낙엽에 혹시나 불 붙을까봐 두 번이나 직접 그들이 버린 꽁초를 발로 밟아 꺼주었는데;; 혹시 재수 없으면 흡연단속 공무원이 나를 잡는 게 아닐까 걱정도 되었다.
물론 그건 기우였지만...
이 나라 아저씨들은 여전히 참 무대포 정신이 투철하다.
울 아버지는 휴대용 재떨이 들고 다니시면서 꽁초는 꼭 집에 와서 버리셨건만...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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