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실로 간만에 멀리까지 외출을 하고 돌아오며 관찰한 것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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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시간이 지난 평일 오전에 지하철을 타도 앉을 자리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오후에 돌아오는 길에도 역시 마찬가지. 환승 포함 1시간 가까이 줄곧 서 있어야 했는데
지루할까봐 책을 가져가긴 했지만, 지루함보다는 여실한 운동부족으로 다리와 허리가 아팠다. -_-;;
그러고는 집에 돌아와 완전히 뻗었다.
정신없이 복잡한 코엑스 몰을 횡단한 탓도 있었겠지만...
방바닥에 누워 끙끙대며 한적한 전원생활 중에 간만에 상경했다 몸살난 촌뜨기 같은 기분이 들었다.
뚜벅이 외출을 좀 더 자주하지 않으면 조만간 방구들 폐인되기 십상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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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환승역과 몰에서 발바닥까지 감싸는 '레깅스'를 입은(신은?) 여자들을 여덟 명이나(겨우?)
보았는데, 놀랍게도 *하나같이* 굽이 없는 낮은 신발(이른바 플랫 슈즈;;)에 맨발이었다.
날씨가 따뜻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원래 발꿈치 레깅스에는 맨발이어야 한다는 '규칙'이 있는 것일까
궁금했다.
부츠나 발목을 덮는 신발을 신어서 레깅스인지 스타킹인지 교묘하게 가린 사람들도 있었으리라
짐작은 되는데...
어쨌든 11월에 맨발이라니, 예나 지금이나 나로선 *맨발의 청춘*들이 꼴불견이었다.
나는 한창 청춘 때도 여름 아닌 계절에 '맨발투혼'을 발휘한 적은 없었단 말이지! -_-
보는 내가 발이 시려워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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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안남은 고흐 전시회 개관을 앞두고
평일 오전 한가한 시간을 노려봄이 어떻겠느냐고 같이 갈 지인들에게 의사를 타진했더니
평일 오전이 얼마나 위험한 시간인지 아느냐고 반문했다.
대부분 매일 오전 10시 반 즈음에 어린이를 위한 도슨트 설명이 있기 때문에 와글와글 시끄러운 어린이 단체관람객과 마주치기 십상이라는 것이었다. 헉...
그 사실은 평일 오전 영화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
내심 한 10명쯤 한가로이 영화를 보겠거니 생각했는데
어른들도 10명은 넘었고
단체 어린이 관람객이 2, 30명쯤은 온 듯했다. ㅋㅋ
인솔교사들이 잘 챙긴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사실 영화 보는 내내 걔들보다 내가 더 시끄럽게 굴었다.
언젠가 <토이스토리2>를 보러 갔을 때
나와 일행들이 하도 깔깔대며 자지러지는 탓에(다스베이다의 "내가 니 애비다"를 패러디한 장면에선 웃다가 거의 의자에서 떨어질 뻔 했었다) 앞줄에 앉았던 관객들이 서너 번이나 눈총을 주었던 게
떠올랐다.
역시 나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애들보다 더 좋아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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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정류장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됐다는 건 강제적인 규칙이 아니던가?
"내 집 앞 눈 치우기" 같은 솜방망이성 서울시 조례 같은 것인지 어쩐지
암튼 여전히 버스정류장엔 당당히 담배를 피우는 아저씨들이 많았고
기다리던 버스가 오면 보란듯이 다들 불붙은 꽁초를 내 던지고 버스에 올랐다.
소심한 나는 수북히 쌓인 낙엽에 혹시나 불 붙을까봐 두 번이나 직접 그들이 버린 꽁초를 발로 밟아 꺼주었는데;; 혹시 재수 없으면 흡연단속 공무원이 나를 잡는 게 아닐까 걱정도 되었다.
물론 그건 기우였지만...
이 나라 아저씨들은 여전히 참 무대포 정신이 투철하다.
울 아버지는 휴대용 재떨이 들고 다니시면서 꽁초는 꼭 집에 와서 버리셨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