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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8.16 4월 25일 화요일 - 메드퍼드로 12
  2. 2017.07.31 시애틀을 향해... 4월 24일 9
  3. 2016.05.10 우산 장식 4
  4. 2015.11.23 북해도(11/9일-12일) 7
  5. 2015.04.02 단비 4
  6. 2013.08.05 청양 10
  7. 2013.07.12 비오는 날 경복궁 4
  8. 2012.08.30 비오는날 푸닥거리 2
  9. 2012.08.22 시끄러워도 참아야 해 1
  10. 2011.07.27 비, 운, 집 7

우리가 떠나는 줄을 알았는지 시애틀 날씨는 잔뜩 흐려서 전날 보았던 새파란 바다가 회색으로 변해 있었다. 그래도 비가 안오는 게 어디냐며... 이날 또 남쪽으로 아예 주 경계선을 넘어 오레곤 주 메드퍼드로 700킬로미터나 달려야하기 때문에 이 정도 날씨면 땡큐~ 그랬었다.

찾아보니 다행히 시애틀 메리엇 호텔에선 조식 사진이 있다. ㅋㅋ 전날 시장에서도 본 적 있는 통통한 블랙베리가 정말 싱싱하고 맛있어서 과일을 주로 엄청 가져다 먹었기 때문에 인상적이라서 일부러 찍어놓은 듯.

이게 내 접시..조촐해서 이 정도다 ㅋㅋ 그래도 뭐 오믈렛은 딱 하나만 시켰으니;;



다들 가져온 옷이 맞네, 안맞네 이러다 넷 다 미쉐린 타이어처럼 굴러다니겠네 반성모드에 살짝 접어든 바람에 대체로 조식 접시가 조촐했다. 다른 때 같으면 각자 취향대로 오믈렛이든 스크램블에그든 따로따로 주문해 먹었을 텐데... 오믈렛 저거 하나로 다들 한입씩 먹었다. +_+ 조각조각 큐브 모양으로 썰어놓은 치즈와 감자, 베이컨도 맛은 있는데 좀 짰던듯... 

그럴 거면 노상 간식을 먹질 말든지! ㅋㅋ 그러나 여행의 묘미는 간식이라며, 언니들은 끼니를 좀 덜 먹고 간식은 계속 먹겠노라고 선언. 역시 존경스런 여행파트너들이었다.

소중한 나의 꽃다발은 길이를 좀 자르고 아래쪽에 플라스틱 투명컵에 물을 담아 고무줄로 묶어서 다시 흰종이로 감싼다음 조심스럽게 자동차 컵홀더에 꽃았다. 

친구가 운전할 땐 조수석과 가운데에 꽃았다가... E언니가 운전할 땐 또 걸리적거리면 안되니깐 뒷좌석 컵홀더에... ^___^

하루만에 하늘하늘 미나리꽃? 같았던 노란색 작은 꽃들은 명을 달리했으나 나머지 튤립과 수선화와 스타치스는 여전히 싱싱... 꽃봉오리가 더욱 크게 벌어져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5불주고 참 잘 샀다고 칭찬 들었음 ^^;; 우리가 언제 또 차에 꽃꽂고 유난떨며 로드트립을 해보겠느냐면서.. ㅋㅋ






어느새 후두두둑 내리는 비... 시애틀에서 출발은 분명 E언니가 했었는데 이 다리 사진은 앞좌석에서 찍은 걸 보니 두어 시간 달린 뒤 친구와 운전석을 바꾼 다음에 찍은 거다.

꽤 넓은 강을 건널 땐 간간이 구글맵을 켜고 무슨 강을 건너고 있는가 궁금증을 해소했으나 찾아봤던 결과는 당연히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ㅎㅎ

암튼 이번 여행의 불문율은 운전대를 잡은 사람에게 음악 선택권이 있다는 것. (앞선 여행기에도 이미 썼던가?) 임태경의 광팬인 친구는 그의 CD와 mp3 파일을 몽땅 다 가져와 운전하는 내내 틀어댔고 난 물론 그 옆에서 DJ를 맡았다. ㅎㅎㅎ 비 내리는 철교 아래를 달리는데 아마도 우리나라 가곡이 나왔던 듯... 나름 어울리네 싶었으나, 뒤늦은 후회를 마구 했다. 내가 국제면허증을 만들어갖고 와서 종종 운전대를 잡고 핸드폰에 잔뜩 들어 있는 콜드플레이랑 스팅이랑 비틀즈랑 꽝꽝 틀어놓고 달리는 묘미를 누렸어야 하는데 싶었던 거다. 요즘 차들은 블루투스 기능으로 연결하면 다 되던데.. ㅠ.ㅠ 물론 아이튠즈 스트리밍 서비스를 받고 있는 E언니가 콜드플레이 음반을 한 개 틀어주긴 했지만 ^^; 내가 막 또 틀어들라고 부탁하긴 좀 그랬다. 사실 E언니는 클래식을 좋아하기 때문에... 뒷좌석에서 꾸벅꾸벅 졸기에도 딱이었다! ㅎㅎ

갈길도 워낙 멀고, 배도 별로 안 고프고 (차안에서 물론 우리는 각자 1개씩 챙겨왔던 바나나와 과일칩과 문어다리 쥐포 따위를 계속 먹어댔다;;) 점심은 주유소 편의점에서 커피만 사가지고 차에서 대충 때우기로 했다. 전날 호텔에서 챙겨온 브라우니와 피칸파이도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 한국돈으로 천오백원쯤 하는 '멕시칸 카푸치노'를 시켜보았는데 달콤하긴 했지만 꽤 맛있었다. 컵도 완전 커서 거의 벤티사이즈 만하고! ㅎㅎ


메드퍼드는 올라갈 때도 그랬지만, 내려갈 때도 다음날 나파밸리로 가기 위한 중간 거점 정도여서 메드퍼드 스프링힐 매리엇 호텔에 도착하니 이미 늦은 오후였다. 

도착하자마자 또 꽃다발부터 얼음통에 꽂아두고... ^^;   근처 베어크릭(Bear Creek) 공원을 둘러보기로 했다. 소도시라 저렴하다며 이날도 방2개로 나눠썼음. 근데 또 방은 엄청 넓고! 

3인용 소파에다 맞은편엔 기다란 책상도 있었다앙증맞은 웰컴 캔디는 손도 안대고 두고옴 ㅎㅎ

침대 머리맡에 아이팟 스피커가 있어서 기뻐하면 뭐하나... 우리 아이폰으론 꽂을 수가 없는 걸 ㅎㅎ 

1회용 커피드리퍼


호텔방마다 디카페인, 일반 커피 모두 마련되어 있던 1회용 드리퍼 사진을 다 지운 줄 알았더니 하나 있네그려.

옛날 많이들 쓰던 커피메이커처럼 통에 물을 붓고 티백처럼 생긴 커피원두가 담긴 트레이(?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암튼 네모난 플라스틱통에 커피가 티백처럼 담겨있는데 그 플라스틱째로 드리퍼에 꽂는식이다)를 꽃으면 끝이다. 여긴 아래 주전자가 있어서 커피메이커랑 거의 똑같이 생겼지만 다른 호텔엔 기계가 더 작고 커피 추출구에 잔을 놓으면 바로 드립되는 식이었다.  

호텔방마다 4개씩 놓여있던 드립백 커피는 죄다 나와 친구가 챙겨왔다. ^^;; 특히 디카페인 커피는 어찌나 요긴한지! 한국까지 가져와서 아주 잘 챙겨마셨음.








차를 타고 10분쯤 갔던가... 베어 크릭 공원은 주택가 주변에 있는 흔한 공원이었다. 엄마, 아빠들이 애들 데리고 나와 놀이터에서 뛰놀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가끔 지나가고... 근데 대체로 인적이 없고! ㅎㅎㅎ 날이 흐리고 평일이라 그랬을까?


저멀리 까만점 빨간 점이 애들... ㅠ.ㅠ

햇빛도 없는 흐린 날씨에 꽤 쌀쌀해서 다들 패딩을 입고도 춥다며 한 30분쯤 걸어다니다가 돌아섰던 것 같다. 우와 새파랗다 싱싱하다 감탄했던 잔디밭과 나무들도 금방 시들해지고... 놀이터에서 노는 애들이 예뻐서 그걸 더 마냥 구경했는데 초상권 침해라고 당근 싫어하겠지 싶어 애들 사진은 못찍었다. 엉덩이 토실토실 정말 귀여운 아가들이 애완견들과 함께 까르르까르르 웃으며 놀이터와 잔디밭에서 뛰놀고 있었다. 

근데 애들 다 키웠거나 아예 자식이 없는 우리 일행들은... 저 잔디밭에 개똥 많을 것 같지 않냐. 절대 누우면 안되겠다... 뭐 이런 대화를 나누기도 ㅋㅋㅋ

으스스 추워져서 저녁 메뉴는 다시 국물있는 일식으로 정해졌다. 검색해서 찾아간 '사쿠라'(Sakura)는 주인이 한국인이었다. ^^; 짬뽕과 야끼소바, 냄비우동, 캘리포니아롤(으잉?)을 시켜서 맥주랑 냠냠 맛있게 먹었는데 사진이 없네그려. 특히 멋진 음식 사진 담당이었던 K언니가 이날부터 감기를 심하게 앓는 바람에 열정적인 작품활동을 하실 수가 없었다. 밤마다 계속 약을 사먹고 자야했을 정도니 원... 그나마 편의점과 주유소 가게에서 감기약이랑 타이레놀 같은 걸 팔아서 제일 잘 듣는 약이 뭘까 계속 찾아다녔다. 

벌써 로드무비 찍은 지도 일주일이 지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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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를 떠나는 날 아침. 여전히 흐렸지만 차츰 날이 개려는 듯 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파란 하늘이 보였다. 에잇! 우리가 떠나려고 하니깐 날씨가 좋아지고 난리! 아쉬워도 어쩌랴... 전망 좋은 호텔방 창앞에서 이리저리 풍경을 구경했다.

앞 건물 옥상 정원 부러워라;;

호텔 바로 건너편에 고급 아파트가 있었는데 아침 일찍 옥상 정원에 나와서 어슬렁 거리는 사람들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저런 데는 월세가 얼마나 하려나 ㅎㅎ K언니는 마음에 드는 도시마다 아파트 하나씩 사놓고 싶다고 E언니에게 시세를 물었다.  

암튼 밥보다 잠이 더 중요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S가 국물 먹고싶다며 전날 저녁에 사놓은 '농심' 사발면(1개만 샀는데도 결국 남김)을 비롯해 먹어치울 게 너무 많았기에 우린 쿨하게 조식 뷔페를 포기한 뒤 방에서 각자 짐 챙기고 화장하는 동안 왔다갔다 주섬주섬 사과와 토마토, 우유, 견과류, 요구르트로 아침을 '배불리' 때웠다.   

짐 가방을 다 챙겨 차에 싣고 10분쯤 거리에 있는 페리 항구로 향했는데, 아이고 입국 심사 대기만 1시간 30분이 걸린 끝에 드디어 10시 30분 배를 타고 다시 포트앤젤레스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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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장식

놀잇감 2016. 5. 10. 15:26

비가 오니 생각나는 우산 사진들이 있다. 

합정역 메세나폴리스에 가면 상가 중심부 하늘에 우산이 매달려 있다. 몇년 전 처음 오픈했을 때 우산이 있었는데 중간에 한번 없애고 다른 걸 장식했었다가 다들 우산이 더 낫다고 해서 다시 설치했다나 뭐라나... 암튼 며칠 전 확인 결과로도 아직  우산은 건재하다. 이렇게...


한동안 우산 장식이 유행이었는지 서울시청 시민청 입구쪽에도 그림 우산들이 매달려 있었다. 지금도 있는지 어쩐지.. 안가본지 오래 됐지만.  애들이 그린 그림 같은 얼굴도 있고 사진도 있고..  흉물스러운 쓰나미 같은 시청 유리건물 안보여 좋네.. 그랬었다.  2013년 여름에 찍은 사진.


어쩌면 쇼핑몰에 우산 장식 거는 게 세계적인 트렌드였는지.. 2014년 11월 터키 안탈리아에 갔을 때도 발견.

가운데 서 있는 사람은 우리 현지 가이드. ㅋㅋ 한 가운데 검정색 우산이 찌그러져 있는데 그것마저도 좋아라했었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돌연 궁금해져 찾아보니 알록달록한 우산장식은 포르투갈 어느 도시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다는 듯.  역시.. 원조가 가장 멋진 것도 같다. ^^ 위 셋은 내가 직접 찍은 거고.. 아래는 빛 좋은 시간에 전문가가 찍은 거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서도. 


올 봄엔 특히 비도 자주 내리겠다... 며칠전 합정동 갔다가 다시 본 우산 덕분에 우산 사진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떠올랐고 더불어 여행이 가고싶어졌다. 으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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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도(11/9일-12일)

여행담 2015. 11. 23. 15:55

북해도에 여행을 간다면 당연히 눈 엄청 쌓인 겨울에 가게 되리라, 눈밭에서 킬킬대며 오겡끼데스까.. 한판 외쳐주리라 상상했지만.. 인생은 역시 예상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11월로 친구의 휴가가 잡히고선 제일 먼저 제주 여행을 계획했고, 그 다음은 북해도 3박4일 패키지를 눈빠지게 뒤졌다. 친구 일행의 국내일주 패키지 여행이 월요일에 부산에서 끝나는 일정이라 무조건 부산 출발 상품을 찾아야했는데... 당연히 인천이나 김포 출발 상품보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째뜬 모객 안돼서 취소될까봐 조마조마 애태우다 결국 부산에서 삿포로로 출발! 


2시간쯤 날아가 내린 삿포로 공항에서 처음 마주한 유리창 밖 북해도 풍경

​2시 비행기로 부산을 떠났는데 2시간 만에 삿포로 치토세 공항에 도착해보니 벌써 어둑어둑... 아 놔;; 11월의 북해도는 5시면 해가 진단다. 게다가 날씨도 꾸물꾸물...​ 

몇미터나 쌓인 눈구경은커녕, 처음 이틀은 우산 펼쳐들고 차가운 빗속을 쏘다녀야했다. 뿌연 구름과 빗속에 내려다본 삿포로시내 전경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고, 곧장 오타루로 이동.

놀이공원처럼 꾸며놓은 무슨 과자공장이다. 우린 대체로 시큰둥 본체만체했으나.. 중국관광객들은 열광하며 쇼핑열을 올렸다


오타루 운하 주변에 시멘트벽돌로 지은 이런 건물들이 다 공방이고 기념품 가게다. 100년 넘은 건물이라 나름 문화​재라는듯.. 유리공예가 유명하다는데 수제품이다보니 가격이 당연히 사악하고 ^^; 내눈엔 별로 이쁜 줄도 모르겠더라.차라리 건물 뒤쪽의 좁은 골목이 더 흥미로웠는데 시간이 너무 일러서.. 문연데가 별로 없었다. 오전이라 이제 겨우 점심장사 준비중... 운하를 따라서 바다까지 산책로가 연결되어 있었다. 후쿠오카 갔을 때도 그랬지만 '운하'에 너무 큰 기대를 하면 안된다. 옛날 배가 워낙 작았으려니... ㅋㅋ 

그러고는 오타루 오르골 박물관 차례. 

오른쪽 사진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상당히 드넓은 실내가 나온다. 건물 앞에 있는 시계는 매시간마다(매 30분마다던가) 뿌뿌 수증기를 뿜으며 울어댄다. 이 주변 골목이 죄다 기념품가게 거리. 쇼핑하라고 자유시간을 꽤 많이 줬는데(1시간     반이었던가), 우린 얼른 오르골 한개씩 고르고는 커피숍에 들어가서 죽때리다 ^^; 시간 맞춰 나왔다. 

비가 와서 더더욱 해가 일찍 지기도 했지만, 가이드는 지가 빨랑 쉬고 싶은 건지 빡시게 일정을 소화하곤 매일같이 4시쯤이면 얼른얼른 온천호텔에 들여보냈다. 식사하기 전에 온천 한판 하라나... 어딜 가나 설명은 제대로 안하고 (차라리 가만히 입이나 다물고 계시든지!) 계속 본인 개인사만 주절저줄 풀어놓는 가이드가 엄청 미워서, 돌아오면 여행사 홈페이지에 바가지로 욕을 써주마 하며 휴대폰 메모장에 빼곡하게 적어왔었는데... 다 부질없다 싶어서 관뒀다. ^^; 


밤새 내린 비는 다행히 사흘째아침부터 쨍하니 갰고, 도야호수를 보러 산을 넘어가다 드디어 설경을 만났다.​ 멀리 만년설 쌓인 산구경만 해도 좋겠다 생각했다가 눈구경을 하다니, 그나마 운이 좋았다.  


도야호수에서 탄 '성 모양'의 유람선은.. 으음.. 안습이라고할 밖에... 

다만 풍경사진마다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날아와 찍힌 갈매기 모습이 좀 신기했다. ​물론.. 언니들이 일본 새우깡으로 한참 배를 불린 다음이긴 하지만..

이날의 마지막 ​일정은 시라오이에 있는 아이누족 민속촌과 유황냄새 풀풀나는 화산 아래 조잔케이 지옥(?)계곡. 후대에 만들어놓은 민속촌은 세계 어딜 가나 그 박제된 느낌이 좀 유치하고 서글프고 짠한 구석이 있다. 그나마 요즘 용인 민속촌은 기발한 알바생 연기자들 때문에 인기가 높아졌다는데... 전통복장으로 옛모습 재현하며 돈벌이를 한다는 건 유의미한 일이라도 좀 처연하다(고 나는 생각). 

곰을 신으로 숭상한다는데 마을 입구에 곰을 가둬놓은 우리가 있어서 더 그런 느낌이 든 걸지도...

마지막날 다시 삿포로 시내구경. 

옛날 도청건물이라나 뭐라나... 빨간 벽돌건물 주변 공원에서 다시 가을을 만끽했다.

마침.. 무슨 일인지 기모노 입고 단체로 촬영나오신 아주머니(?)들을 몰래몰래 구경하다 도촬에 성공.. (죄송합니다;;)  여기가 일본이구나 하는 걸 가장 실감했던 순간이랄까.. ㅋㅋ

아마도 오오도리 공원이라고 했던가.. 은행나무가 참으로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계절이 계절이다보니 북해도엘 간건지.. 그냥 일본의 어느 온천 유람을 다닌건지 별로 다른 느낌이 없었다. ㅠ.ㅠ 그나마 눈구경을 한 걸로 위안을 삼으려해도... 속상한 건 마찬가지. 째뜬 원래 LA에서도 사우나와 찜질방을 즐긴다는 친구는 지난번에 이어 요번 일본여행에서 날마다 즐긴 온천이 제일 좋았다는 것 같고... 사우나도 싫고 온천은 난생처음 경험한다는 세 언니들도 온천의 맛을 조금은 알 것 같다고 했다. 첫날 빼고 두밤은 계속 호텔도 다다미방으로 배정받아서 저녁먹으러 다녀온 사이 이불 깔아주는 우렁각시 서비스도 좋아들 했다.  

 

마지막으로 재미난 이야기 하나. ^^; 북해도 여행일행은 6명이었는데, 친구네 세자매와 나, 그리고 큰언니의 친구가 딸을 동반했다(올케가 빠진 대신에;;). 부산 출발이다보니 대부분 그 지역주민일 수밖에 없고 다들 구수한 사투리가 난무하는 가운데 인원수로 보나 구성원으로 보나 우리만 좀 튀는 듯했다. 버스 1대 일행이 모두 25명이었는데 (혼자 온 젊은 청년도 있었음), 다들 우리가 어떤 사이인지 엄청 궁금해하셨던 모양이다. 

이전에도 몇몇분이 슬쩍 물어서 대충 이야기를 했다는데... (3자매는 미국 LA에서 왔구요, 첫째랑 셋째가 친구들 한명씩 데려온 거예요. 어린 아가씨는 친구 딸이구요...)

문제는 과잉친절인지 쓸데없는 오지랖인지 가이드가 매일밤마다 호텔 방배정표를 복사해서 열쇠와 함께 나눠줬다는 것! 거기엔 여행자들의 이름이 죄다 적혀 있었다!(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는 가이드의 그 행위도 진짜 마음에 안들었다!) 사람들이 혼란에 빠진 건 도대체 누구누구가 자매인가 하는 것 때문이이었다. 나의 친구와 둘째언니는 종종 쌍둥이로 오인될 정도로 닮았으니 당연히 알 줄 알았는데... 문제는 '성' 때문이었다.

6명 여자들이 성이 다 다른 것! ^^ 아니 자매라면서 왜?? 이OO, 권OO, 정OO, 박OOO, 조OO, ㅂOO. 성이 같은 여자들이 아무도 없어! 아니 그렇다면 죄다 아버지가 다른 동복자매??? ㅋㅋㅋ 다들 그런 생각들을 했는지...

드디어 마지막날 비행기를 타기 직전 들른 면세점 쇼핑 때, 살 것 없어 빈둥거리는 나의 친구에게 일행중 가장 연장자이신 70대 할아버지가 물어봤단다. 자매라면서... 대체 누가 언니동생인가? 노상 혼자 다니는 사람(모험심파 작은 언니!)은 왜?  친구는 열심히 설명을 했드렸다는데, 그래도 미심쩍은 표정으로 듣던 할아버지가 한 마디... 아 근데 왜 성이 다 다른가...

크하하하... 사람들이 물어볼 때마다 세자매가 누군지 나름 설명을 했다는데 (아 진짜 우리나라 사람들 어디서든 신상 파악하는 병좀 고쳤으면..)  도무지 입력이 안됐던 이유가 각기 다른 '성' 때문이었다. 미국 아줌마들은 결혼하면 다 남편 성으로 바꾼다고..  결혼하기 전 성은 '조'씨라고 (큰언니만 유지하고 있음 ㅋㅋ) 설명함으로써 미스터리를 풀어드렸으나, 할아버지는 딱히 납득한 표정이 아니더란다. 

아마 다른 일행들은 끝까지 어머니가 3혼을 해서 각기 성 다른 딸을 셋 낳아 기른 집에서 친구들 데리고 여행온 줄 알았을 듯. ^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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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

투덜일기 2015. 4. 2. 17:03

가뭄이 심해 소양강댐이 막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지경이라더니 엊그제부터 틈틈이 비가 내린다. '단비'라는 게 바로 이런 거구나 싶다. 학창 시절 지리 과목을 별로 좋아하진 않았는데, 우리나라 기후와 강수량 관련된 부분은 그래도 꽤 잘 알아먹었던 것 같다. 일단 비와 눈에 내가 관심이 많으니깐! 게다가 지리 선생님이, 우리나라는 1년 강우량 중에서 대부분이 장마철에 한꺼번에 다 내린다는 것, 그래서 장마철 물난리나 '태풍'을 엄청난 '재해'라고만 여기지만 사실 태풍도 간간이 올라와서 전국에 비를 뿌려줘야 농사에 '엄청' 도움이 된다는 것, 바닷물도 태풍으로 한번 확 뒤집어져야 영양분이 골고루 섞여서 양식장도 잘된다는 것.. 그런 이야기를 아주 실감나게 고향 이야기를 덧붙여가며 설명해주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그걸 내가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을라고. ㅋ


며칠 반짝 낮동안 기온이 많이 올라가더니만 그제 내린 비에 힘을 얻었는지 계속 꽃눈 상태로 버티던 집 앞 벚나무, 살구나무, 앵두나무가 어제부터 순식간에 팝콘 터지듯 막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직은 꽃을 셀 정도. 가뭄 탓이려나, 꽃잎이 오종종 작고 볼품 없는 느낌이다. 해마다 벚꽃 일기를 쓰듯 만개한 시기를 블로그에 비교연재(?)하고 있는데 작년엔 올해보다 더 빨리, 3월 말부터 피었다고 적혀 있다. 올해는 며칠 늦었다는 얘긴데, 과연 만개 시점은 며칠일까? ^^


오늘 오후부터 또 다시 큰 비가 내린다더니만 조금 전부터 하늘이 깜깜해지면서 후두둑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졌다 그쳤다를 반복하고 있다. 이 정도 봄비에는 꽃송이가 거뜬히 버텨준다는 것도 예년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으니 걱정은 뚝. 주말부터는 또 집앞에서 꽃잔치가 벌어지지 않을까 싶다. 


걸핏하면 미세먼지다 황사다 뿌연 봄 하늘이 엄청 못마땅했는데, 그제 내린 비로도 어느정도 씻겨내렸겠지만 이번 단비로 완전 싹~ 깨끗해지면 좋겠다. 그래야 봄꽃 빛깔도 더 예쁠 듯. 요즘에도 식목일 되면 학교마다, 회사마다 거국적으로 나무 심으러 가고 그럴까? 내가 회사 생활 할 때는 되게 싫은 행사였는데 지금 하라고 하면 또 신나게 나설 것도 같다. 물론 까다롭게 토양과 그 산에 어울리는 묘목의 종류까지 따져가며 심어야한다고 까탈을 부리긴 하겠지만... 째뜬 이번 식목일은 단비 내리고 나서 온 산의 땅이 촉촉하게 젖어 있을 때라 나무 심기도 좋겠지. 


식목일에 나무는 안 심고 우리는 늘 그 즈음 일요일에 성묘를 간다. 주변에 헤이리와 파주 아울렛, 프로방스가 있어서 이젠 대가족 스무명이 성묘 끝내고 밥 한번 먹으려면 식당 찾는 게 여간 힘들지가 않다. 두부마을이나 한정식집에서 줄줄이 대기표 번호 들고 기다렸다 먹기도 하지만, 요번엔 김밥이랑 먹을 것 '사'가지고 가서 소풍 겸 놀기로 했다. 작년 한식땐 큰올케랑 나랑 둘이 나눠서 김밥을 '싸' 갔는데 김밥 달인과 외양부터 비교되서 민망했었다. 요샌 둘 다 바쁘니 패스~ 아버지 좋아하시는 영양센타 통닭이나 넉넉히 사갈 작정. 


그러니 아무리 단비라도 일요일엔 그쳐야하느니라! 미리미리 얼른얼른 다 쏟아지도록... 내려라,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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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

여행담 2013. 8. 5. 03:07

같은 곳에 여행을 가도 뭘 좀 아는 현지인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면 확실히 더 재미가 있는 건 당연. 그래서 요즘 사람들이 모임을 만들거나 미리 공부를 해서 답사처럼 여행을 떠나는 게 유행인가보다. 나 역시 '답사'라는 이름으로 난생처음 청양엘 다녀왔다. 코스는 면암 최익현의 사당인 모덕사, 정산 서정리 9층석탑, 장승공원, 칠갑산 장곡사, 그리고 올라오다가 들른 아산 평촌리 약사여래불.

 

최익현은 조선말 흥선대원군의 퇴출을 이끌어낸 상소를 올린 인물이자 의병장. 국사책에서 들어본 이름이긴 해도 당연히 다 까먹었는데, 의병을 일으켜 항일운동을 하다가 잡혀 대마도로 끌려간 뒤 적의 음식을 거부해 굶어죽기를 자처했단다. 이후 곳곳에 추종자들이 사당을 지었다는데 청양 모덕사는 최익현이 의병을 일으키기 전 몇 해 지내던 고택과 장서각도 함께 있는 곳.

 

가랑비 속에 오래된 한옥을 둘러보니 더욱 운치가 있었다.

 

집 한쪽으로 난간 두른 누마루를 내어짓고 아래는 아궁이를 둔 독특한 구조를 보라. +_+ 상당히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느낌.. 아래 왼쪽은 4천권(이랬던 것 같음;;)이나 되는 옛 서책을 아직도 보관하고 있는 장서각이다. 오래 묵은 종이와 묵향에다 최근 넣어둔 좀약냄새가 뒤섞여 아주 오묘한 냄새가 났다. ㅋㅋ

 

 

내부는 이런 모습;;

 

뒷마당의 장독대도 정겹고, 흙과 기와를 쌓아올린 여러가지 모양의 굴뚝도 예뻤다.

 

나는 뒤쳐져서 한옥 구경하느라 정작 사당은 관심없었다. 확실히 옛날에 지은 한옥과 현대에 얼렁뚱땅 지은 한옥은 척 봐도 차이가 있다. 한옥 짓는 기술자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겠지만...

 

암튼 나도 언감생심 나중에 한옥을 짓고 살 일이 있다면 어디서든 고택 부재를 몽땅 옮겨다가 지어야지 마음먹었다;; ㅎㅎ

 

 

 

 

 

 

 

 

 

 

 

 

 

 

 

다음 행선지는 정선 서정리 9층석탑. 드물게 고려시대 초기 석탑이라는데, 절터는 온데간데없고 길가에 뜬금없이 홀로 초라하게 서 있다.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있는 줄도 모를 듯...

 

 

 

이때만 해도 7월 초라 연꽃이 하나도 안보인다.

이날 논 옆의 연꽃밭(아마도 연근 수확을 위함인듯;;)을 보며 반색해서 사진 엄청 찍어왔는데.. ㅋㅋ 덕진공원 다녀와서 보니 그야말로 새발의 피.

 

금세 탑을 돌아보고나서 향한 곳은 예정에도 없던 천장호 출렁다리였다. 1박2일에도 나온 곳이라며 해설사와 청양군 관계자가 꼭 가보라 했다는데 ㅋㅋㅋㅋ 우리는 이런 인공조형물에 별로 관심 없는 사람이라규! 게다가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흠흠... 저 빨간 고추모양 있는데 까지는 나무다리라서 나도 걸어가보았으나, 국내 최장(정말??)이라는 출렁다리엔 발도 올리지 않았다. 왜 괜히 사서 고생을 하겠나...  무섭다면서도 롤러코스터 타고 왁왁 소리지르는 사람들이야말로 내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인간유형이다. 정말 무서우면 소리도 안나오는데... 흥. 사진 같이 구색 맞추느라 옆에 올린 건 밥집 옆에 있던 장승공원.

 

 

원래 옛날부터 전해지던 장승들은 어쩌고 새로 만든 장승들을(세계 각국에서 보내온 조형물 포함;;) 세워놓았는데 이런 데도 난 싫다. 그나마 산채정식이 맛있어서 다 용서되는 느낌.. ㅎㅎ (어르신들 틈에서 허겁지겁 밥먹느라 밥상 사진 찍는 건 까먹었다. ㅎㅎ 이름이 '맛집'이라고;;)

 

인위적인 느낌 풀풀나게 줄지어 세어놓은 장승들은 어딘가 처량맞아 보였지만, 그래도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유독 푸르러 보이는 신록과 산새에 눈이 다 시원해졌다.

 

 

 

점심 먹고 간 곳은 칠갑산 장곡사.

한낮인데도 비구름이 코앞까지 내려와 깊은 산중의 느낌이 났다. 나로선 이름도 처음 들어본 절인데, 꽤나 역사도 깊고(신라시대 때 처음 창건되었다고) 국보급 불상과 오래 된 보물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었다. 특이한 점은 상대웅전과 하대웅전으로 나뉘어 대웅전이 둘이나 된다는 사실.

 

역시나 설명은 건성으로 듣고 여기저기 마음대로 기웃대느라 어쩌다 대웅전이 둘이나 생겼는지 그건 모르겠다. ㅋㅋ

암튼 상대웅전의 경우 고려시대에 처음 지었고 이후 조선 말기에 고쳐지어 주춧돌 같은 건 고려시대의 것이 그대로 남아있으면서 시대별 건축양식이 뒤섞여 있다는 것 같다. 자연석을 특별히 많이 다듬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덤벙주초'라고 하는데, 내가 찍어온 주춧돌이 바로 고려시대 것이 아닐까싶다. ^^;

 

 

 

 

 

 

 

 

 

 

 

 

 

 

일주문 대신 오른쪽 누각 사이로 난 계단을 올라가는 독특한 구조. 누각 위엔 코끼리 가죽으로 만들었다는 오래 된 북과 스님들이 탁발한 밥을 담았다는 거대한 구유가 놓여 있다.  상대웅전 올라가는 가파른 계단에서 내려다보는 절집 기와지붕도 (내 눈엔) 드물게 보는 절경이다.  

이것이 바로 밥통으로 썼다는 여물통 ^^ 코끼리 가죽 북이라니... 헐..

 

하대웅전 앞에서부터 어슬렁거리던 누런 고양이 한마리는 사람들을 꺼리지도 않더니 어느틈에 상대웅전 앞마당까지 따라왔다. 꼬리까지 높이 치켜들고 아무래도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는 것 같아서 소원을 들어주었다. ;-p 

 

오른쪽 사진이 아마도 국보라는 비로자나불? 대웅전 안에선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소심한 나는 밖에서 한장 건졌는데 다른 분들  막 가운데 문으로 드나들고 사진찍다가 스님한테 다들 엄청 혼났다. 켁;; 사진에선 잘 안보이지만 대웅전 바닥엔 연꽃문양의 '전돌'이 깔려 있다. 전돌은 기와처럼 구워서 만든 일종의 타일로, 전통적인 바닥장식재다. (근정전 바닥에도 깔려있음!) 안쪽 부분 전돌은 고려시대의 것 그대로고 바깥부분만 모조품이라는 것 같다. 확실히 현대 들어 모방한 전돌과는 질적으로도 차이가 있어보였다. 돌 자체에서도 오랜 세월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연꽃 문양이 좀 더 오묘하고 섬세해!

 

혼날까봐 못찍어온 불상 사진은 다른 용감한 분의 작품으로 대체.. ㅋ

어린시절부터 외할머니와 엄마 따라서 절 구경을 참 많이도 다녀봤지만 이런 불상과 석조대좌는 처음 보는 듯... 신기했다.  광배라고 해서 나무판때기로 만들어 세운 후광무늬도 엄청 섬세하다.

 

옆에 있는 약사여래상도 같이 보물인가 국보랬으나 그건 사진 없음.

 

 

 

국보급 불상과 오래된 대웅전의 건축양식을 확인한 것도 좋았지만 나는 산속에 들어앉은 절 구경 자체가 좋았던 것 같다. 누구는 아무리 깊은 산속이라도 경치 좋은 곳은 죄다 절이 차지하고 있으니 그 또한 특혜이자 비리가 아니겠느냐고 하던데, 박해를 피해 어쩔 수 없이 절이 산속으로 숨어든 것이든 아니든 암튼 구경다니는 사람으로선 풍광 좋은 곳에 오래된 한옥들이 곳곳에 남아있어 참 좋다. 부디 자꾸만 넓혀짓고 높여짓고 으리으리하게 '현대화'하지나 말았으면...

 

 

아쉬운 마음으로 내려오다보니, 한쪽에 남은 기와로 얕은 담장 쌓아놓은 것도 탐이 났다. 빗속에 더욱 싱그럽게 보이는 초록잎들...

 

 

 

 

 

뭔가 불상을 하나 더 볼 계획이었는데 공사중이라는 소식에 청양을 떠나 올라오다 아산엘 들렀다. 이름하여 평촌리 약사여래불.

멀리서 볼 땐 사진처럼 저렇게 얼굴을 약간 찡그리고 있는 듯 하더니 가까이서 보니 인상이 달라져 평온한 얼굴이었다. 옆에서 보면 납작한 돌인데 저걸 어떻게 균형맞춰 세워놓았는지 그또 한 신기... 

아마도 땅밑으로 한참 더 파묻어놓았을 것이라지만 겉보기엔 파묻힌 것 같지 않고 고임돌도 시원찮다.

 

암튼 잘은 몰라도 섬세한 옷의 주름과 빼어난 생김새가 비례에 맞춰 아름답게 표현된 석불은 최소한 고려시대 이전의 보물이라고 들었다. 조선시대엔 아무래도 불교미술의 쇠퇴기니까...

이것도 고려시대 불상이라는 듯...

고려시대 석탑과 불상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모르겠으나 그쪽만 찾아보러 다녀도 흥미롭겠단 생각이 들었다.

 

 

 

당일 답사인데도 온종일 아주 알차게 여러군데 돌아다닌 하루여서 이렇게 뒤늦게라도 줄줄이 적고보니 2박3일은 되는 것 같다. ㅎㅎㅎ

 

2013년 7월 5일 청양 & 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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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경복궁

놀잇감 2013. 7. 12. 17:34

유홍준 교수가  부제를 '인생도처유상수'로 붙인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6권에서 그랬다. 경복궁 근정전은 비 많이 내리는 날 가보아야 그 진가를 감상할 수가 있다고. 그래서 내심 장마기간 동안 기대하고 있다가 꽤나 비가 철철 내리는 날 어디 진짜 그런가 살펴보았다.

흥례문 행각, 근정문 앞마당 구석에서 찍은 사진이다. 뒷배경의 북악산에 드리워진 비구름과 어우러진 모습이 꽤나 매력적이다.  


그러나 내가 궁금했던 건 정말로 근정전 앞 조정바닥에 깔린 박석 사이로 물길이 휘휘 돌아 흘러 배수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가 하는 점! ^^; ㅋㅋㅋ 배수구로 연신 물이 빠져나가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군데군데 낮아진 박석 주변엔 어쩔 수 없는 물웅덩이가 보여, '개뻥 아냐!'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____^ 내가 조정에 얕게나마 물웅덩이 있다고 투덜대니까, 저 정도면 물 고인 거 아니라고... 집중호우 쏟아져도 강남사거리처럼 물바다로 변하진 않는다고...

째뜬 장화신고 가길 잘했다고 생각이 들만큼 궁궐 마당엔 군데군데 물웅덩이가 생겨났다는 것이 현실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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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집의 낡은 베란다 창문. 안닦은지 몇년인가 기억도 나질 않는다. 원래 그 임무는 내 것이 아니었으니까. 암튼 간간이 들이친 빗방울 맺힌 자리에 다시 흙먼지가 말라붙어 알공달공 희뿌연 창문을 볼 때마다 비오는 날 저거 한 번 닦아줘야 하는데... 하고 마음만 먹었다가 드디어 오늘 해치웠다. 생각은 워낙 오래전부터 했던 터라 지난 장마철에 다이소에서 천원짜리 땡땡이 비옷도 이미 사다뒀었다. 2천원짜리를 살까, 천원짜리를 살까 하다 어차피 한 번 입고 버릴 텐데 싼 거 사자 했더니만 ㅋㅋㅋ 이번엔 완전 싼 게 비지떡. 비닐이 어찌나 얇은지 스냅단추 채우다가 찢어지게 생긴 데다 모자가 작아서 머리가 다 가려지지도 않는다.

 

어쨌거나 비옷에 장화, 고무장갑까지 완전무장 하고서 물조리개에 물을 담아가지고 나가 휘휘 유리창에 물을 뿌리고 나서 문질렀는데, 닦을 땐 말끔한 것 같더니만 들어와서 보니 얼룩덜룩 제대로 안닦였다. 그나마 먼저 닦은 엄마네 마루쪽창문이 좀 더 깨끗하고, 우리집 창문엔 스펀지 지나간 자국이 부채꼴로 선명하다. 내가 하는 일이 그렇지 뭐. 그래도 안한 것보다는 낫다고 위로하고 있다. 일단 심한 흙먼지를 닦아내고 나면 마른 날 마른걸레로 슥슥 창문 닦는 게 수월하겠지. 과연 마른 날 창문닦기에 나서기까지 몇달을 또 벼르게 될지 자신은 없지만서도.

 

이왕 비옷 떨쳐입은 김에 비오는 날 또 하나의 숙원사업이랄까 로망도 실천했다. 다름 아닌 빗물 세차. 언젠가 영국에 살던 친구가  그랬다. 자기네 동네에선 비만 오면 아저씨들이 비옷 입고 나와 슬금슬금 자동차를 닦는다나. 그래서 비록 마일리지 엄청난 고물차일지언정 다들 차가 깨끗하다고. 직딩시절부터 나는 차가 더럽기로 유명했다. 아침저녁으로 출퇴근하는데 대체 세차를 언제 하냐고! (지금도 밤엔 세차장 영업 안 하지 않나?) 주말에는 놀러나가거나 밀린 잠 자야하고 말이지. 준백수인 요즘도 차는 쓰는 날보다 세워두는 날이 더 많아 차안은 깨끗한 편이지만, 차고 바로 위에 가지를 뻗은 앵두나무, 무궁화, 사철나무에서 왜들 그렇게 철철이 잎과 꽃이 떨어지는지 원! 특히나 누렇게 차체에 엉겨붙은 무궁화 꽃은 정말 더럽고 싫다.

 

요즘 특히나 걸핏하면 비 내리고 무궁화꽃은 계속해서 떨어져내려 차체에 말라붙었다가 시커멓게 썩어 심하면 똥같아 보인다고 엄마가 며칠 전 병원 가며 언짢아하셨다. 내 돈 내고 시키는 건데도 차가 너무 더러우면 세차장에 맡길 때도 좀 민망하다고 생각. 어차피 계속 내린 비에 먼지는 다 씻겨내려갔으니, 무궁화꽃이랑 잎 말라붙어 시커멓게 된 부분만 닦아주면 되는 일이었다. 역시나 고양이 세수하듯 걸레로 알량하게 얼룩을 지우고 들어와, 아까보다는 확실히 말갛게 변한 베란다 유리창으로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내다보고 있자니 퍽이나 뿌듯하다. 근래들어 처음으로 몸을 이롭게 써서 뭔가 보람있는 일을 한 것 같은 기분. -_-;

 

비오는 날의 마지막 푸닥거리는 아무래도 부침개로 마무리해야 할 것 같지만... 얼굴까지 튀긴 구정물  샥 다 씻고 나왔는데 또 온몸에 기름냄새 배게 하고 싶진 않다규~! 그러니까 오늘의 우천기념 푸닥거리 노동은 여기까지 하는 걸로. 아무려나 덴빈이 몰고온 비바람은 웬간히 하고 지나가면 좋겠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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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비가 많이 내리고 있다. 이상하게 밤만 되면 미친듯이 쏟아지기를 여러날. 많은 사람들이 활동하는 낮동안에 내려 오가는 사람들 발목을 잡는 것보다는 그래도 밤새 요란하게 내리다 날 새면서 그치는 게 낫긴 하다. 헌데 밤중에 폭우가 내리니 간간이 동네가 시끄럽다. 요란한 빗소리도 빗소리려니와 저 아래 개천변에서 딩동댕동 경고방송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구청이나 소방서에서 담당자들이 야간 순찰을 도는 것 같진 않고, 최근 천변에 강우량이나 수위 센서 같은 것을 설치한 모양이다. 갑자기 폭우가 내린다 싶으면 발랄경쾌한 방송음악이 들리면서 뭐라뭐라 떠들어대는데 오늘밤에도 벌써 몇번째 반복되는 상황이다.

 

으음, 개천에서 언덕 위 우리집까지는 거리가 얼마나 되려나. 골목 입구에서 내려다보면 내부순환로와 그 아래로 흐르는 개천이 정면으로 보이니 그리 멀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니까 당연히 경고방송이 여기까지 들리는 것이리라. 이렇게 철철 비오는 한밤중이나 새벽에 개천변 산책로엘 대체 누가 나가겠냐고 생각하지만, 그야 보통 사람들의 상식이 그렇다는 것이고 간혹 그 상식을 깨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꼭 있다. 실제로 몇년 전 비오는 날 바로 저 아래 개천변을 산책하던 사람이 하수구에서 쏟아진 물에 휩쓸려 변을 당했고 시신은 강화도 앞 한강에서 겨우 찾았다는 뉴스를 본 적도 있다. 그 사건 이후 폭우 내려 물 불어난 개천에 왜 하필 새벽같이 산책을 나갔느냐며, 그 사람을 미워한  배우자가 일부러 내보내 죽게 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동네에 돌기도 했다. 그러니까 폭우 쏟아질 땐 개천변에 출입하지 말라는 경고방송이 대낮이든 한밤중이든 상관없이 흘러 나오게 만든 건 잘한 일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언덕 위 우리집에서까지 들리는 저 방송이 개천변 바로 옆에 있는 집에선 얼마나 크게 들릴까. 요즘 빗소리는 자던 사람을 깨울 만큼 요란하던데, 거기다 경고방송까지!

 

저 아랫동네 사는 사람도 아니면서 뭔 쓸데없는 걱정이냐 싶으면서도, 와르르 비 쏟아지는 소리가 들리면 자꾸 신경이 그쪽으로 쏠린다. 아 또 짜증나는 딩동댕동 음악과 함께 경고방송 나오겠구나 싶어서. 벌써 몇번째 이맛살을 팍 구기며 짜증을 내다가 문득 생각난 게 있다. 일본 동북지방 대지진 때 쓰나미 경고방송으로 여러 주민의 목숨을 구했으나 본인은 탈출하지 못했던 여공무원 이야기다. 이 동네도 경고방송을 하든 말든 위험한 개천변에 내려갈 청개구리 같은 사람이 또 없으리란 법은 없지만, 경고방송 덕분에 위험을 모면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계속 방송을 이어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효과가 있긴 있나? 정말 유효한 조치였는지는 아마 나도 잘 모르고 이 동네 구청도 모를 것 같기는 하다만, 시끄러워도 참아야 하느니라, 참아야 하느니라 까칠함을 달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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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운, 집

투덜일기 2011. 7. 27. 18:15

10년도 더 지난 일이다. 언덕 동네에 자리잡은 우리집 뒤쪽엔 축대로 옹벽을 쌓고 그 위로는 잡풀과 잡목이 자라는 경사진 공터가 있다. 그런데 그해 여름 폭우가 쏟아져 작게나마 산사태가 나는 바람에 그 공터의 흙이 우리집을 덮쳤다. 마침 우리는 동해안으로 가족 피서를 떠났던 터라 서울지역에 그렇게 비가 많이 오는 줄도 몰랐다가 올라오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얼른 집으로 가보라는 아버지 동료의 연락을 받았다. 운이 좋았던 우리와 달리 아래층에선 두 사람이나 목숨을 잃는 엄청난 사고였다. 집 뒤쪽의 부엌에서 아침을 준비하던 1층 아주머니와 작은 방에서 쉬고 있던 막내딸은 물을 잔뜩 머금었다가 순식간에 밀어닥친 흙더미에 명을 달리했고, 거실에서 TV를 보던 아저씨만 홀로 목숨을 구했다고 했다. 부리나케 집에 와보니 2층인 우리집에도 뒷베란다와 창문으로 흙이 밀려 들어와 내방과 동생방에 수북하게 쌓여있고 TV가 그 위에 나뒹굴고 있었다. 믿어지지 않았지만 우리집을 보고 나니 아래층은 집안 전체가 거의 다 토사에 파묻혔다는 사실이 이해되었다. 2층에도 사람이 있는 줄 알고 119 구조대가 창문을 뜯고 들어와 확인을 했고, 이미 집안에서 흙을 퍼내는 작업이 한참이었다. 만약 우리가 여름휴가를 떠나지 않았다면 막내동생과 나 역시 자다가 봉변을 당했을지 모른다며 다들 하늘이 도왔다고 했다. 말로만 듣던 산사태가 그리도 무섭다는 걸 난생처음 경험한 셈이었다.

산사태로 아파트 2, 3층까지 흙더미에 파묻힌 광경을 뉴스로 보며 옛날 기억이 떠올라 몸서리를 쳤다. 사고 수습을 하고 집수리를 하는 동안 거처를 모두 큰동생네 신혼집으로로 옮겨 피난살이 하듯 지냈다. 구청에선 집 뒤쪽 경사진 공터를 정비하고 수로를 내고 나무를 더 심었지만, 우리집은 창문과 베란다 섀시가 모두 파손되었는데도 '집이 무너진 건 아니'라며 아무런 보상도 해주지 않았다. 집수리는 오로지 우리 몫이었다. 심지어 인명이 상한 아래층도 위로금조로 얼마간 나왔을 뿐 보상비는 없었다고 들었다. 상심한 아래층 아저씨는 곧이어 집을 팔고 이사를 나갔지만 우리는 잠시 이사 욕망에 '들먹'하다가 그냥 눌러앉았다.

고비가 번역한 <식스펜스 하우스>를 읽다가 나는 도시에 살지만 정작은 시골집에 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한해가 멀다하고 상태 좋고 깔끔하고 번듯한 집에서 다른 집으로 이사한다. (중략) 마치 집을 커다란 여행 가방으로 보는 것 같다. 시골에서는 다르다. 우리는 어떤 집이 갈라질 때까지 살다가, 갈라진 틈에 회를 바른다. 집이 기울면 보강을 한다. 흔들리면 밧줄로 붙들어 맨다. 벌어지면 조인다. 무너지기 시작하면 토대를 덧댄다. 그러더라도 계속 그 집에 산다."(255쪽) 처음  이집에 이사를 왔을 때 무려 '연탄 보일러'를 때던 집은 석유보일러를 거쳐 도시가스 보일러로 바뀐 엄청난 난방의 역사마저 갖고 있다. 집수리의 역사는 말도 하기 싫다. 그러면서 줄곧 그 집에 살고 있다. -_-;; 우리의 경우 시골 사람들의 집지키기 철학과는 상관없이 순전히 재테크 거부감과 귀차니즘 때문이다. 말로는 노상 이사 가고 싶다고 되뇌면서도 나는 사실 나이만 먹었지 이사와 관련된 모든 과정이 무섭다. 집을 팔고 사고 30년가까이 묵은 엄청난 짐을 정리하고 옮기고... 으어. 새삼 집안 돌아가는 꼬라지에 눈길을 돌린 엄마는 가을되면 뒷베란다 지붕도 고쳐야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느니 차라리 이사를 가자고 말했지만, 나는 과연 이 집을 떠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무서운 비 이야기 쓰려고 시작했는데 얼토당토않게 집타령으로 끝을 맺을 줄도 몰랐다. 대체 아는 게 뭐냐.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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