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마다 쓰레기 버리는 날이 다르다는데
우리 동네는 화, 목, 일요일이 쓰레기 내놓는 날이고, 재활용품은 일주일에 한 번 월요일 아침 일찍 수거해간다.
아파트는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다고 들었지만 그거야 내 알 바 아니고
아무튼 우리 동네는 일요일이 되면 오후부터 골목 어귀 언덕배기 한쪽에 쓰레기와 재활용품이 산더미를 이룬다.
배출일을 정해놓아도 요일에 상관없이 집안에 두기 싫은 음식쓰레기를 내다놓아
길고양이들이 뜯어먹게 만드는 얌체들도 많기는 하지만
어쨌든 가장 집중적인 쓰레기 배출일은 일요일이기 때문이다.
쓰레기 분리수거 같은 더럽고 하찮은 일을 우리 왕비마마께서 하실 리는 없으니
여름 이후 그 일 역시 내 차지가 되고 말았는데, 아... 이노무 쓰레기 분리수거 은근히 스트레스 쌓이는 작업이다.
쓰레기를 모아 내놓는 과정도 그렇거니와, 골목 앞에 내다놓고서 온동네가 쓰레기장이 된 느낌에 내 기분까지 더러워지는 판국에 가끔 열받게 만드는 얌체족들의 행태 때문이다.
재활용품도 아닌 잡동사니를 그냥 비닐에 담아 내놓는다든지
심지어 음식물 쓰레기를 버젓이 그냥 비닐에 담아 내다놓은 경우도 발견하는데
아.. 정말 그런 인간들은 며칠 밤을 새워서라도 잠복했다가 신고해버리고 싶은 마음 굴뚝같다.
그런 경우 대부분 나는 커다란 종이에 매직으로 경고문을 써서 붙여놓는 것으로
그치고 마는데, 늘 누군가 착한 이웃이 쓰레기봉투를 가져가 직접 담아 대신 버려주는지
아니면 쓰레기 수거업체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그냥 가져가는 것인지
월요일이면 산더미 같았던 쓰레기들이 말끔히 치워져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암튼 쓰레기를 내다 놓으러 나갈 때마다 또 어떤 언짢은 광경을 목격하게 될 것인가
지레 겁을 먹기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까칠한 태도로 얼굴이 인상을 찡그리기 일쑤다.
어제는 바로 문제의 일요일.
늦은 오후에 외출에서 돌아올 때부터 내 마음 한 구석엔 쓰레기를 내다놓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공연한 짜증으로 치밀고 있었더랬는데, 때마침 골목 입구엔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사내녀석 셋이
재활용품 더미에서 스티로폼 상자를 집어들고 뭔가 장난을 하고 있었다.
세 녀석은 돌연 스티로폼 상자를 조각조각 자르고 딱딱한 플라스틱 조각으로 톱질을 하는 시늉을 하기 시작하며, 안 그래도 어수선한 골목 입구를 더욱 지저분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야, 너희들 뭐하는 거야!"
골목을 쩌렁쩌렁 울리는 성난 외침은 놀랍게도 내 입에서 나온 것이었고
나는 내가 소리쳐놓고도 내심 놀라워했다.
아.. 내가 언제 이렇게 무서운 아줌마가 돼 있었나, 하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지만
녀석들이 내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울 엄마가 옆에서 "지저분해지니까 그런 장난 하지 말라"고 거드는데도 녀석들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엇쭈..
나는 녀석들에게 1차 경고라며, 조금 뒤에 나와서 확인할 터이니 조각낸 스티로폼을 어서 치우라고 말하고는
집으로 들어갔다가 잠시 후 정말로 쓰레기 봉투를 내놓으러 나왔는데 나 원 참...
세 녀석들은 여전히 장난질만 하고 있을 뿐, 스티로폼 조각은 전혀 치우지 않은 상태였다.
"아까 내가 한 말 못 들었어? 너희 정말 혼 좀 나 볼래? 너희 셋 다 얼굴 다 똑똑히 기억해뒀어. 지금 빨랑 안 치우면 큰일 날 줄 알아!"
내 협박에 녀석들은 그제야 바닥에 떨어진 스티로폼 조각까지 모두 주워 정리를 하고는
손으로 거의 흙까지 쓸어담을 태세를 취했다.
'짜식들.. 그러기에 진작 말을 들을 것이지...' 문득 녀석들이 가엾게 생각된 나는 이제 그만들 됐으니
다음부터 그러지 말라고 타이른 뒤 돌아서서 들어오려는데
언덕길을 내려가던 세 녀석 가운데 누군가 중얼거리는 말이 들려왔다.
"저 아줌마 안 그렇게 생겨가지고 되게 무섭다 야..."
-_-;;;
돌이켜보니, 내가 어릴적 살던 동네에도 잔소리 많이 하고 고함 버럭버럭 지르는 무서운 아줌마가
계셨던 것 같다.
어른한테 인사 잘 안한다고, 쌓아놓은 연탄재 무너뜨렸다고, 아이스크림 먹다 포장지 떨어뜨렸다고,
골목에서 시끄럽게 떠들면서 논다고, 온 동네 아이들을 혼내던 그 아줌마가 참 싫고 무서웠었는데
어느덧 내가 그런 '무서운 아줌마'가 되었다는 생각에 골목을 걸어들어오며 씁쓸히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앞으론 괜히 아이들한테 성질부리지 말아야지. -_-;
우리 동네는 화, 목, 일요일이 쓰레기 내놓는 날이고, 재활용품은 일주일에 한 번 월요일 아침 일찍 수거해간다.
아파트는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다고 들었지만 그거야 내 알 바 아니고
아무튼 우리 동네는 일요일이 되면 오후부터 골목 어귀 언덕배기 한쪽에 쓰레기와 재활용품이 산더미를 이룬다.
배출일을 정해놓아도 요일에 상관없이 집안에 두기 싫은 음식쓰레기를 내다놓아
길고양이들이 뜯어먹게 만드는 얌체들도 많기는 하지만
어쨌든 가장 집중적인 쓰레기 배출일은 일요일이기 때문이다.
쓰레기 분리수거 같은 더럽고 하찮은 일을 우리 왕비마마께서 하실 리는 없으니
여름 이후 그 일 역시 내 차지가 되고 말았는데, 아... 이노무 쓰레기 분리수거 은근히 스트레스 쌓이는 작업이다.
쓰레기를 모아 내놓는 과정도 그렇거니와, 골목 앞에 내다놓고서 온동네가 쓰레기장이 된 느낌에 내 기분까지 더러워지는 판국에 가끔 열받게 만드는 얌체족들의 행태 때문이다.
재활용품도 아닌 잡동사니를 그냥 비닐에 담아 내놓는다든지
심지어 음식물 쓰레기를 버젓이 그냥 비닐에 담아 내다놓은 경우도 발견하는데
아.. 정말 그런 인간들은 며칠 밤을 새워서라도 잠복했다가 신고해버리고 싶은 마음 굴뚝같다.
그런 경우 대부분 나는 커다란 종이에 매직으로 경고문을 써서 붙여놓는 것으로
그치고 마는데, 늘 누군가 착한 이웃이 쓰레기봉투를 가져가 직접 담아 대신 버려주는지
아니면 쓰레기 수거업체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그냥 가져가는 것인지
월요일이면 산더미 같았던 쓰레기들이 말끔히 치워져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암튼 쓰레기를 내다 놓으러 나갈 때마다 또 어떤 언짢은 광경을 목격하게 될 것인가
지레 겁을 먹기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까칠한 태도로 얼굴이 인상을 찡그리기 일쑤다.
어제는 바로 문제의 일요일.
늦은 오후에 외출에서 돌아올 때부터 내 마음 한 구석엔 쓰레기를 내다놓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공연한 짜증으로 치밀고 있었더랬는데, 때마침 골목 입구엔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사내녀석 셋이
재활용품 더미에서 스티로폼 상자를 집어들고 뭔가 장난을 하고 있었다.
세 녀석은 돌연 스티로폼 상자를 조각조각 자르고 딱딱한 플라스틱 조각으로 톱질을 하는 시늉을 하기 시작하며, 안 그래도 어수선한 골목 입구를 더욱 지저분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야, 너희들 뭐하는 거야!"
골목을 쩌렁쩌렁 울리는 성난 외침은 놀랍게도 내 입에서 나온 것이었고
나는 내가 소리쳐놓고도 내심 놀라워했다.
아.. 내가 언제 이렇게 무서운 아줌마가 돼 있었나, 하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지만
녀석들이 내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울 엄마가 옆에서 "지저분해지니까 그런 장난 하지 말라"고 거드는데도 녀석들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엇쭈..
나는 녀석들에게 1차 경고라며, 조금 뒤에 나와서 확인할 터이니 조각낸 스티로폼을 어서 치우라고 말하고는
집으로 들어갔다가 잠시 후 정말로 쓰레기 봉투를 내놓으러 나왔는데 나 원 참...
세 녀석들은 여전히 장난질만 하고 있을 뿐, 스티로폼 조각은 전혀 치우지 않은 상태였다.
"아까 내가 한 말 못 들었어? 너희 정말 혼 좀 나 볼래? 너희 셋 다 얼굴 다 똑똑히 기억해뒀어. 지금 빨랑 안 치우면 큰일 날 줄 알아!"
내 협박에 녀석들은 그제야 바닥에 떨어진 스티로폼 조각까지 모두 주워 정리를 하고는
손으로 거의 흙까지 쓸어담을 태세를 취했다.
'짜식들.. 그러기에 진작 말을 들을 것이지...' 문득 녀석들이 가엾게 생각된 나는 이제 그만들 됐으니
다음부터 그러지 말라고 타이른 뒤 돌아서서 들어오려는데
언덕길을 내려가던 세 녀석 가운데 누군가 중얼거리는 말이 들려왔다.
"저 아줌마 안 그렇게 생겨가지고 되게 무섭다 야..."
-_-;;;
돌이켜보니, 내가 어릴적 살던 동네에도 잔소리 많이 하고 고함 버럭버럭 지르는 무서운 아줌마가
계셨던 것 같다.
어른한테 인사 잘 안한다고, 쌓아놓은 연탄재 무너뜨렸다고, 아이스크림 먹다 포장지 떨어뜨렸다고,
골목에서 시끄럽게 떠들면서 논다고, 온 동네 아이들을 혼내던 그 아줌마가 참 싫고 무서웠었는데
어느덧 내가 그런 '무서운 아줌마'가 되었다는 생각에 골목을 걸어들어오며 씁쓸히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앞으론 괜히 아이들한테 성질부리지 말아야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