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이웃 블로거가 만드셨으면 어쩌나 싶어서;; (사실 지금도 좀 조심스럽다 ㅎㅎ)
투덜대지 않고 그냥 넘어가렸더니
나만 불쾌했던 게 아니었던 듯 소비자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광고에 대한 기사에 그 광고도 언급되었다.
바로 삼성 래미안 아파트 광고다.
요새 어린이와 어른 버전, 두 가지 종류로 제작되어 수시로 TV에서 볼 수 있는데
골자는 애나 어른이나 여자친구와 남자친구를 처음 집에 데려가면서
"나 여기(놀이터마저도 삐까번쩍한 래미안 아파트에) 살아"라고 뻐긴다는 내용이다.
물론 친구와 애인 집에 초대되어 간 꼬마 여자애와 어른 남자는 래미안 아파트임을 발견하고
아주 흡족하게 '봉' 잡았다는 표정을 짓는다. -_-;;
이런 내용의 광고가 아이디어 단계를 거쳐 최종 제작되어 소비자에게까지 선을 보였다는 사실은 그만큼 요즘 사람들에게 너무도 당연히 통용되는 가치를 반영했다고도
평가할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나는 더욱 더 그 광고가 재수없고 기분이 언짢다.
같은 초등학교에서도 임대 아파트와 분양 아파트 사는 아이들 사이에 두터운 벽이 존재하고
아파트 사는 아이들과 일반 주택에 사는 아이들 사이에 위화감 문제가 심각하다는데
이젠 아예 광고마저도 그런 세태를 자랑삼아 강조하고 나선 게 아닌가.
물론 고급 승용차 광고에는 늘 차가 그 사람을 대변해준다는 식으로 소비심리를 조장하는
경우가 많았고, 모든 사치품들이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는 이유도 바로 물건으로 자신의 격을 높여보겠다거나 자신이 속한 계층을 과시하겠다는 속물근성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넉넉한 사람들이 '집'마저도 자기과시를 위한 수단으로 삼게 되어
이름만 대면 모두들 고개를 끄덕거릴 만큼 계급과 부의 상징이 되어버린 수많은 주상복합아파트의 존재를 우리도 익히 알고는 있지만;;;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 삶의 공간인 '집'에 대한 광고마저도 그런 논리를 따라간다는 것이
너무나도 서글프다.
내가 아파트에 살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천편일률적인 성냥갑 같은 아파트를 싫어하기 때문에 더욱 입에 거품을 물고 성토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 광고는 막연하게 아... 저 아파트에 살면 좋겠다.. 는 동경으로 그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유명 건설회사의 아파트에 살지 않으면, 아니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에 살지 않고서는 뿌듯한 마음으로 애나 어른이나 친구를 집에 선뜻 데려갈 수 없을 거라는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
니들이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이미 그런 마음을 갖고 상처 받는 이들이 있단 말이다!
흠..
광고의 효과는 일단 욕을 먹더라도 내용을 각인시키고 기억이 오래 가도록 만들면 성공이라던데 그런 의미에서라면 퍽이나 성공한 광고일 듯 하다.
나를 비롯해 그 광고를 짜증스럽게 생각한 소비자들은 래미안 아파트만 보아도 재수 없는 그 광고를 떠올릴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