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마나 푸념'에 해당되는 글 109건

  1. 2020.02.1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7
  2. 2016.12.28 까탈스럽다, 주책이다 2
  3. 2015.07.20 눈가리고 아웅 2 2
  4. 2015.07.13 눈가리고 아웅 6
  5. 2015.06.13 6월 12일 7
  6. 2015.06.11 SARS/사스/사르스/MERS/메스/메르스 5
  7. 2015.06.03 이게 뭔가 4
  8. 2014.06.02 누굴 뽑나 7
  9. 2014.04.28 침묵하지 말것 1
  10. 2012.12.22 엄마가 희망이다 16

요즘 내 블로그에 로그인하다 보면 유입경로 순위에 사스SARS가 높이 떠 있다. 그만큼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전국민의 관심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몇년 전 사스와 메르스MERS의 외래어표기가 왜 다른가 트집을 잡는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R이 똑같이 모음 뒤 S앞에 있는데 사스는 사르스가 아니고 메르스는 메스가 안 된 이유가 뭔지 지금도 모르겠다.  

요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잠시 '우한 폐렴'으로 불리다가 WHO 권고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이름이 굳어졌고, 영어명칭은 2019 novel Coronavirus(줄여서는 2019-nCoV)이다. 메르스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이었지만, 이번 신종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된 정부 발표와 언론, 그리고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확실히 사스와 메르스 때와는 체감하는 공포가 다르다. 과거엔 감염률과 치사율이 훨씬 높았는데도, 이 정도로 호들갑을 떨며 조심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정부에서도 '과할 정도'로 경계하는 것이 좋다는 방향을 설정했고, 아무래도 과거에서 배운 점이 있으니 현실적인 방역과 대처 방식도 달라졌다고는 하더라도 이렇게 연일 전염병 소식이 언론 1면을 장식했었던가? 카톡으로 날아오는 온갖 ~카더라 소식과 근원을 알 수 없는 정보는 또 어떻고!

지난 주말엔 원래 동문산악회에서 강원도 선자령으로 눈꽃산행을 떠나기로 되어 있었고, 나는 간만에 원없이 눈세상을 볼 생각에 한껏 마음이 들떴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10km이상 걸어야한다기에 혹시나 체력이 딸릴까 염려되어 눈쌓인 동네 산에서 나름 특별훈련까지 마쳤는데.... 젠장. 바로 전날 눈꽃산행이 전격 취소되었다.

전염병 시국에 장시간 버스로 이동하는 것을 꺼려하는 분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다들 잘 한 결정이라고, 감사하다고 집행부를 칭송하는 글귀들이 어지럽게 단톡방에 올라왔다. 그런가? 나만 실망하고 섭섭했나? 겁나는 사람들 빼고 그냥 강행하기를 바랐던 내가 미친 건가? 난 오히려 아는 분들 3, 40명이 마스크 쓰고 버스타고 3, 4시간 이동하는 것이, 정체불명의 사람들과 동승하는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돌아다니는 것보다  안전할 거라고 여겼다. 최소한 본인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자진해서 안 나올 테니까 말이다.

째뜬 그건 내 생각이었고, 연세 많고 보수성향이 강한 선배님들이 대다수인 이 집단은 강원도로 등산을 떠나는 대신 남산 둘레길을 돌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도 중국인들의 통행이 많은 명동 주변을 우회하겠다는 말씀. 푸핫. 남산에 중국인들이 얼마나 관광을 많이 가는데! 그렇게 중국인들이 무서우면 남산엘 아예 가질 말아야하는 게 아닌가? 참나... 모순이 따로 없다. 째뜬 말은 안했어도 바이러스가 무서워 등산 신청도 안했는지 원래 예정보다 참석 인원은 10명이나 더 많아졌다. 선자령에 가려다가 실망해서 오히려 빠진 사람을 감안하면 (실은 나도 남산이면 가지 말까 아침에 깨자마자 고민했었다. ㅎㅎ) 코로나바이러스를 염려했던 사람은 더 많다는 의미였다. 

동대입구역에 모여 장춘단 공원부터 투덜투덜 남산 둘레길로 향하며 그나마 유익했던 건 그간 한양도성 목멱구간을 두어번 돌았고, 남산둘레길도 남측 숲길과 순환로 위주로 두번이나 돌아봤지만 동대입구쪽에서 진입해서 서울타워 옆으로 뚫린 숲길은 처음 가보는 새로운 길이어서 나름 신났다는 점이다. 속으로 다음에 친구들 데리고 또 가봐야지 생각했다. 숲길을 지나 서울타워 주변으로 접근했을 땐 우어.. 화장실과 매점 주변 방역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지하철 안과 역사에선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걷기 시작한 이후로 난 이미 숨이 가빠 될대로 되라 마스크를 벗어던진 상황. 솔직히 나는 까짓 코로나바이러스 따위 올테면 와봐라 뭐 이런 심정이었다. 혹시라도 걸리면 신상 털리고 행적 드러나는 게 쪽팔려서 그렇지 국가 비용으로 2주간 편히 격리병상에서 일이나 하지 뭐, 이런 생각을 꽤 오래 전부터 했었다. 엄마 때문에 괴로운 심정으론 차라리 그쪽이 감옥 같은 집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리는 느낌일 거라고 주변에 고백한 적도 있다.   

미생물학과 교수인 후배님의 말로는 첫 발생 직후 확산률로 볼 때 이 정도면 방역을 잘 하고 있는 게 맞고 손씻기 같은 개인위생과 마스크 쓰기만 잘 하면 별 문제 없을 거란다. 어차피 모든 감기 바이러스엔 치료제가 없고, 독감 치사율은 정확히 집계가 불가능해서 그렇지 최소 연간 100명은 사망한다고 보아야 하며, 어떤 학자들은 독감 사망자 수를 비율로 따져 그 열배인 1000명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최종 사망 원인이 폐렴이나 패혈증이기 때문에 독감이 원인으로 잡히질 않는다는 얘기다. 해서 해마다 노약자들은 독감 백신 맞으라고 홍보를 하는 것이고. 독감보다 치사율은 낮고 전염율은 높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신종'이고 처음이라 겁나는 건 인정하지만, 이렇게 온 나라가 공포에 휩싸여 괴담이 돌 정도인가?

암튼 지인들 가운데서도 가짜뉴스인지 진짜로 근거있는 뉴스인지 생각도 않고 열심히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소식을 퍼나르며 실제로 걱정에 휩싸인 분들은 공교롭게도 정치적 성향이 일치한다. 그분들은 모든 중국인들의 입국을 막아야하며, 모든 대학이 중국인 유학생을 추방하는게 옳다고, 이렇게 코로나바이러스를 방치하면 큰일나는데 이번 정부가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고, 신종코로나바이러스는 현대의 흑사병으로 곧 판데믹이 찾아와 엄청난 인명살상이 예상된다고, 일단 감염되면 완치되어도 폐가 섬유화되어서 죽을 때까지 고생할 거라고 '아는 의사'가 말했다는 이야기를 덧붙인다. 그 아는 의사 이름은? 소속은? 물론 개인 정보이므로 알려줄 수 없다고. +_+ 내가 괜히 공포분위기 좀 만들지 말라고, 팩트 체크가 필요한 사항인 것 같다고 반기를 들어도 그들에겐 소용없다. 나더러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니 정신차리라고 오히려 나무라심.  

폐는 병을 앓고 나면 반드시 그 흔적이 남는 장기라고 한다. 울 엄마도 젊어서 폐결핵을 앓으신 적이 있는데, 검진 때마다 의사가 그곳을 묻는다. 폐렴을 심하게 앓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폐섬유화는 아주 심하게 오랜 기간 폐렴을 앓는 경우에 생기는 후유증이고, 최근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때문에 들어보았으며, 호흡곤란이 심해 산소호흡기를 늘 가까이 하고 살아야한다고 들었다. 근데 요번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들은 벌써 퇴원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그런 후유증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일말의 가능성으로만 그렇게 부들부들 떨 것 같으면 독감 치사율을 걱정하시라니깐요! 

독감이든 바이러스든 전염병이 창궐하면 조심하는 게 옳다. 그래서 다들 집밖에도 안나가고 가게마다 쇼핑몰마다 영화관마다 텅텅 비고 마스크 매진사태가 이어지는 것이겠지. 하지만 여러모로 의심 많은 나는 또 궁금증이 인다. 과연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지 않았다면 언론이, 정치인들이 이렇게 코로나바이러스를 가지고 대대적으로 떠들어댔을까? 물론 메르스 사태 때에도 야권이 정부를 공격하는 발언은 있었지만 그땐 진짜로 의사를 포함해 수십명이 죽어나갔고, 정보를 숨기려 쉬쉬했었으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럼에도 언론은 일제히 메르스 사태만 조명하며 환자들의 개인정보까지 캐내려들진 않았던 것 같은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제 아카데미상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각본상부터 국제영화상 감독상 작품상까지 모두 휩쓸면서 이 꿀꿀하고 찜찜한 전염병 시국을 잠시 잊을만한 희소식을 날려주었다는 점이다. 난 드물게도 아직 <기생충>을 보지 않은 사람이지만 ^^; (초창기에 보지 않고 뜸들이는 사이에 천만 영화가 되어버리면 난 에라잇.. 괜히 더 보기 싫어지는 마이너 취향이다) 싫어하는 케이블 채널에서 해주는 생중계를 일부러 찾아보며 감동했다. 출판계에서 노벨문학상의 힘이 예전처럼 폭발적이진 않듯이 지난 몇년간 지켜보면 아카데미상의 힘빨도 별로여서 넘나 미국적인 아카데미 후보작들 인기도 시들하던데, 와... 이런 일이! 

현재 CNN 1면을 동아시아3국이 다 차지했다면서, 한국-기생충 아카데미, 중국-코로나바이러스, 일본-크루즈선 코로나환자 폭발, 이라는 인터넷 뉴스를 좀 전에 보았다. 개인적인 성취를 두고 무엇 하나 도와준 건 없는 나라가 나서서 (김연아, 박태환 때처럼) 국가적인 성취로 선전하는 거 딱 질색이지만, 암튼 워낙 독보적인 최초의 성과이다보니 나도 모르게 '국뽕'이 차오르려는 걸 애써 밀어냈다. 나와 관련된 온갖 행사, 교육, 자원봉사 일정까지도 다 취소되는 마당에, 어제의 쾌거 이후 나의 지인들 가운데선 슬금슬금 새삼 <기생충> 보러 영화관에 또 가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전염병 시국에서 사람들을 영화관으로 이끄는 영화 제목이 <기생충>이라니 이 또한 아이러니다. ㅋㅋ 나 역시 용감하게 <작은아씨들>을 개봉일인 내일 보려고 예매를 해두었다. 2주 전부터인가 씨네큐브와 몇몇 극장에서 아카데미 특별상영을 하는 걸 알긴 했지만 어쩐지 공식 개봉일에 보고 싶어 내린 결정이다.

원래부터 개인 위생 신경 안쓰고 막무가내로 돌아다니는 사람들과 나의 외출 및 영화 관람 동선이 겹칠 일은 없을 것 같다. 혹 겹치더라도 물샐 틈 없어보이는 방역에 더하여 내겐 마스크와 장갑이 있으니. ^^; 정말로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것처럼 영화관이 파리를 날리는지 실제로 가보면 알겠지. 마스크 사기가 그렇게 힘들다고 노상 뉴스에서 나오던데, 저렴하게 대량으로 인터넷 구입이 어려워서 그렇지 우리 동넨 지난주 약국에서도 올리브영이나 랄라블라 같은데서 다 팔길래 그 또한 좀 의아했다. 나 같은 게으름뱅이가 집에 황사마스크를 수십장씩 쌓아두고 살 리도 없지 않은가. 필요할 때마다 구입하는 편인데, 지난 한달간 외출했을 때 어디를 들르든 없어서 못 산적 이제껏 한번도 없었다. 이 역시 내일 다시 둘러보겠음. 기레기들이 발로 기사 안쓰고 언론호도에만 힘쓰는지 어쩐지 나가보면 알듯. 그 결과가 나도 궁금타.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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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삐지다'의 승리에 이어 ^^ 언어의 변화에 승복한 표준어가 내년에 또 늘어난단다. 너도 나도 흔히 쓰는 '까탈스럽다'와 '주책이다'가 아직도 표준어가 아니었단 얘기는 앞으로도 우리말이 갈길이 얼마나 먼지 알려주는 것 같다. 이제껏 맞는 표기는 '까다롭다'와 '주책없다'만 인정됐었다.

요번에 새로 표준어로 인정된 어휘 4개는 '까탈스럽다', '걸판지다', '겉울음', '실뭉치'.
'까탈스럽다'와 '걸판지다'는 표준어가 아니든 말든 나도 번역할 때 가끔 고집스레 써먹었는데, 실뭉치가 표준어 아닌 건 요번에 첨 알았다. 한글 프로그램에서 빨간줄 그어지는 게 워낙 많고, 우리말배움터 같은 맞춤법 확인 사이트에 돌려봐도 영 미심쩍으면 복합어 인정 안되서 그러니 떼어쓰면 되겠군  했었다. 

원래는 각각 '까다롭다', '거방지다', '건울음', '실몽당이'라는 표준어가 있었단다. 거방지다??? 누가 알아먹는다고!! 쳇.. 실뭉치의 표준어가 '실몽당이'였단 것도 당근 몰랐다. 실몽당이는 뭉치가 훨씬 작은 느낌인데... 실뭉치는 동그랗게 말아놓은 것 말고도 그냥 대충 뭉쳐놓은 더미까지 포함된 느낌이라 확실히 의미 범위가 넓은 것 같다. 주책없다/주책이다 둘 다 인정된 걸보면 대다수 사람들이 반대 뜻으로 알고 있는 '칠칠맞지 못하다/칠칠맞다'도  머잖아 같은 길을 걷게 되지 않을까?

2017년 1월부터 국립국어원 대사전에도 올라간다니 또 여기다 퍼다놓는다. 출판 종사자도 맨날 사전 찾아봐야하는 표준어 업데이트... 뭔 의미가 있나 싶다. TV고 신문이고 인터넷이고 죄다 비속어에 영어 남발, 엉터리 맞춤법과 용례들이 차고 넘친다. 기자와 방송작가는 점점 맞춤법에 게으르고 무식해지는 것 같던데!!! 


<아래 출처: 국립국어원>

붙임

2016년 추가 표준어·표준형 목록

ㅇ 추가 표준어(4항목)

추가

표준어

현재

표준어

뜻 차이

걸판지다

거방지다

걸판지다 [형용사] ① 매우 푸지다. ¶ 술상이 걸판지다 / 마침 눈먼 돈이 생긴 것도 있으니 오늘 저녁은 내가 걸판지게 사지.

② 동작이나 모양이 크고 어수선하다. ¶ 싸움판은 자못 걸판져서 구경거리였다. / 소리판은 옛날이 걸판지고 소리할 맛이 났었지.

거방지다 [형용사] ① 몸집이 크다.

② 하는 짓이 점잖고 무게가 있다.

③ =걸판지다①.

겉울음

건울음

겉울음 [명사] ① 드러내 놓고 우는 울음. ¶ 꼭꼭 참고만 있다 보면 간혹 속울음이 겉울음으로 터질 때가 있다.

② 마음에도 없이 겉으로만 우는 울음. ¶ 눈물도 안 나면서 슬픈 척 겉울음 울지 마.

건울음 [명사] =강울음.

강울음 [명사] 눈물 없이 우는 울음, 또는 억지로 우는 울음.

까탈스럽다

까다롭다

까탈스럽다 [형용사] ① 조건, 규정 따위가 복잡하고 엄격하여 적응하거나 적용하기에 어려운 데가 있다. ‘가탈스럽다①’보다 센 느낌을 준다. ¶ 까탈스러운 공정을 거치다 / 규정을 까탈스럽게 정하다 / 가스레인지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에게 지루하고 까탈스러운 숯 굽기 작업은 쓸데없는 시간 낭비로 비칠 수도 있겠다.

② 성미나 취향 따위가 원만하지 않고 별스러워 맞춰 주기에 어려운 데가 있다. ‘가탈스럽다②’보다 센 느낌을 준다. ¶ 까탈스러운 입맛 / 성격이 까탈스럽다 / 딸아이는 사 준 옷이 맘에 안 든다고 까탈스럽게 굴었다.

※ 같은 계열의 ‘가탈스럽다’도 표준어로 인정함.

까다롭다 [형용사] ① 조건 따위가 복잡하거나 엄격하여 다루기에 순탄하지 않다.

② 성미나 취향 따위가 원만하지 않고 별스럽게 까탈이 많다.

실뭉치

실몽당이

실뭉치 [명사] 실을 한데 뭉치거나 감은 덩이. ¶ 뒤엉킨 실뭉치 / 실뭉치를 풀다 / 그의 머릿속은 엉클어진 실뭉치같이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실몽당이 [명사] 실을 풀기 좋게 공 모양으로 감은 뭉치.

ㅇ 추가 표준형(2항목)

추가

표준형

현재

표준형

비고

엘랑

에는

ㅇ 표준어 규정 제25항에서 ‘에는’의 비표준형으로 규정해 온 ‘엘랑’을 표준형으로 인정함.

ㅇ ‘엘랑’ 외에도 ‘ㄹ랑’에 조사 또는 어미가 결합한 ‘에설랑, 설랑, -고설랑, -어설랑, -질랑’도 표준형으로 인정함.

ㅇ ‘엘랑, -고설랑’ 등은 단순한 조사/어미 결합형이므로 사전 표제어로는 다루지 않음.

(예문)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교실에설랑 떠들지 마라.

나를 앞에 앉혀놓고설랑 자기 아들 자랑만 하더라.

주책이다

주책없다

ㅇ 표준어 규정 제25항에 따라 ‘주책없다’의 비표준형으로 규정해 온 ‘주책이다’를 표준형으로 인정함.

ㅇ ‘주책이다’는 ‘일정한 줏대가 없이 되는대로 하는 짓’을 뜻하는 ‘주책’에 서술격조사 ‘이다’가 붙은 말로 봄.

ㅇ ‘주책이다’는 단순한 명사+조사 결합형이므로 사전 표제어로는 다루지 않음.

(예문) 이제 와서 오래 전에 헤어진 그녀를 떠올리는 나 자신을 보며 ‘나도 참 주책이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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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이 피폐해져서 이젠 제목 정하기도 귀찮은가보다. 똑같은 제목에 번호붙이기 재미들렸나.

암튼 제 얼굴에 침뱉기 같은 아래 포스팅을 밀어내고자 뭔가 빨랑 새로운 포스팅을 해야한다는 강박감이 불쑥 작용했다. ㅎㅎ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메르스 광풍이 서서히 잦아들고 있는 듯 뉴스에선 좀처럼 보기 힘들다. (연일 충격적인 뉴스가 좀 많아야지;;) 하지만 대형병원엘 가면 당연하겠지만 아직 조심스러움이 느껴진다. 발열을 확인하는 간호사들이 곳곳에 앉아 있고, 진료 창구에선 문진용 쪽지를 나눠주기도 하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다 눈가리고 아웅이라는거! 흥!


6월말이니까 좀 지난 일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래서 더 어처구니 없었던 ㄷ병원. 이곳은 나름 종합병원이지만 병상수가 적은 2차병원이다. 엄마가 대장내시경을 받기로 하셔서 보호자로 따라갔는데, 9시 예약이라 일찌감치 건물로 들어가려니 정문을 잠가놓았다. 메르스 확신 방지를 위해 <응급실>쪽 출구만 개방한다고 적혀 있었다. 엥? 응급실 출구를 오히려 피해다녀야 하는 거 아닌가??


째뜬 8시 40분쯤... 응급실 입구로 다시 돌아가니 출입을 지키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그냥 내시경센터로 가면 그뿐. 엄마팔뚝에 링거 꽂는 걸 보고 나서 보호자 대기실로 나왔던 나는 아침 커피를 사려고 다시 어슬렁어슬렁 커피숍이 있는 별관으로 향했다. 앗.. 이젠 응급실 입구와 별관 입구에 모두 간호사가 책상을 놓고 앉아 있다. 드나드는 사람들 모두 이마에 온도계를 대서 체온을 확인하고 들여보내는 식. 물론 책상에 손 세정제가 놓여있긴 했지만 굳이 그걸 쓰진 않았다. 아이스커피를 사가지고 다시 본관 건물로 들어가려니, 별관에서 커피 사온 게 뻔한 나를 보고 그냥 패스~


한 4, 50분 지났나. 내시경을 끝내고 나온 엄마를 모시고 다시 별관이 있는 외과 진찰실로 향하는데, 별관 입구에서 이번엔 체온계로 발열도 확인하고 출입자의 모든 이름과 연락처를 적으란다. 본관에서 이미하고 온 사람도, 좀 전에 별관에 왔었대도 또 하라고... 아 뭐야... 시간대별로 출입자 관리가 달라지는 건 또 뭐임?


메르스 환자나 의심자가 9시 이전에 그 병원에 들락거렸다면 아무런 제지가 없었단 얘기고, 심지어 9시 이후에 들락거렸대도 인적사항은 전혀 확인이 안 될 테고.... 출입자 목록은 분명 계속 적는 게 원칙이었을 테니 담당 간호사의 '성실함' 여부에 따라 출입자 인원파악이 달라졌다는 의미가 아닌가! 게다가 울 엄마는 마취제가 다 안 풀려서 글씨도 잘 안보이고 이름과 연락처 적는 난에 개발괴발... 이름도 엉터리 전화번호도 엉터리로 적으셨다. ㅋㅋ 역시 아무런 제재 없음.


형식적인 전시행정이 아니고 뭔가. 물론 가뜩이나 바쁘신 간호사 선생님들을 '겨우' 발열 체크 하는 걸로 빈틈없이 24시간 3교대로 돌릴 리가 없겠지. 위에서 시키니깐 뭔가 하는 척 정상 근무 시간에만 반짝 눈가리고 아웅...


지난주엔 대형대학병원인 ㅅ병원엘 갔는데, 진료카드를 기계에 대 확인을하자마자 문진용 쪽지를 내밀며 간단한 질문을 던졌다. 최근 다른 병원에 갔는지, 갔다면 무슨 과였는지, 병원은 어느 동네였는지, 열이 있는지, 외국에 다녀온 적 있는지...  그래서 그 종이를 다 적어서 제출을 했느냐... 하면 아니다. 그냥 들고 다니다가, 누가 문진 했느냐고 물으면 했다고 대답하라는 것이 끝. 쪽지는 종일 갖고 다니다가 집에 와서 버렸다. 발열이나 문제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만 따로 관리하는 건가??? 암튼 역시나 뭥미 싶었다. 진짜로 메르스 의심자가 무지불식간에 뚜벅뚜벅 대학병원에 들어와서 문진 쪽지 작성하다가 콜록콜록 기침으로 바이러스를 전파했다면 어쩌려고?? 


좀 있으면 '종식'을 선언한다는데 정말로 바이러스라는 게 '종식'이 가능 한 건지 어쩐지... 아직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더러 있던데 나는 도무지 답답해서 마스크를 쓸 수도 없고(안경에 김서려서리) 외출할 때 딱 한번이나 썼던가.. 내 목숨은 내가 지켜야하는 요상한 나라에 살고 있으면서 참... 점점 더 용감해지는 것 같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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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날이라 영계 세 마리를 사다가 삼계탕을 끓였다. 내가 닭요리를 할 때 유별난 게 있다면 기름 많이 나오는 닭껍질을 홀라당 다 벗겨버리고서 끓이거나 볶아먹는다는 것. 껍질을 벗기고 익히면 맛이 없으니, 그냥 해서 먹을 때 벗겨버리는 게 더 낫다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기름 뜨는 것도 싫고 담백한 맛이 더 좋다. 흥.


암튼 토종닭을 사서 백숙을 하든 영계를 사다가 1인분씩 삼계탕을 끓이든 닭볶음탕용 토막 고기를 사든 닭손질은 참 하기 싫은 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맨손으로 못하고 꼭 고무장갑을 끼고 했을 정도. 우툴두툴 닭맨살 만지는 느낌이 섬뜩해서 원... 하지만 고무장갑 끼고 가위질로 닭껍질 벗기다가 고무장갑 몇 개 해먹고는 포기... 아줌마 내공을 발휘하여 맨손으로 달려든다. 


역시나 가장 고난이도는 닭 뱃속을 맨손으로 긁어내는 단계. 가뜩이나 찝찝한데 나를 더 열받게 만드는 행태가 있으니 바로 닭뱃속에 허옇고 누런 기름덩어리를 잔뜩 넣어 무게를 늘려놓는 경우다! 원래도 닭뱃가죽 아래부터 똥꼬(꽁지?)에 이르는 부분에 기름이 많은 모양인데, 먹지도 못할 기름덩어리를 순전히 그램 수 채우려고 꾸역꾸역 접어서 뱃속에 넣어놓은 걸 발견했을 땐 우쒸 정말!!  >_<


어차피 닭의 무게로 정한 홋수 구분에 좀 융통성이 있을 텐데... 그리고 닭 키워 잡는 전문업체라면 닭을 얼마 정도 키워야 몇 그램이 나오는지 수치상으로 다 정해져있지 않을까? 왼제품으로 900그램짜리 토종닭 한 마리를 키워 잡으려면 '며칠'간 사료를 어느정도 먹여야한다.. 자료가 딱 나와있을 텐데... 결국엔 며칠이라도 사료 값 아끼려고 닭을 먼저 잡아서는 뱃속에 기름까지 꾸역꾸역 다 포함해서 포장을 해 이윤을 남긴다는 뜻이겠지. 그야말로 치사찬란한 눈 가리고 아웅.


또 얼마전엔 찰옥수수를 사다가 쪄먹으려고 스티로폼 그릇에 랩으로 포장되어 있는 걸 두어개 골라 가져왔는데 3개씩 포장된 팩을 열어보니 셋 중에 하나는 꼭 하자가 있거나 벌레가 먹은 거였다! 벌레가 몰래 껍질 속에서 파먹은 정도라서 겉으로 모르는 게아니라, 겉껍찔부터 시커멓게 파먹어들어가서 딱 봐도 알게 생긴 상황. 특히 큰 옥수수를 하나 넣어놓은 경우엔 어김없이... 아오 짜증! 썪거나 벌레 먹은 옥수수는 상품성이 없으니 아예 팔지 말았어야 하는 거 아닌가????? 


과일가게에서 과일을 상자째 사도, 오이나 감자, 고구마를 박스째 사도 늘 그런식이다. 맨 위에는 알이 굵고 실한 놈으로 그럴듯하게 담고 아래쪽은 부실하고 작은 놈들로 채워놓는 방식. 물론 일부 농산품 직거래의 경우엔 그냥 골고루 크고작은 아이들이 '정직하게' 한꺼번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마트든 시장이든 겉만 번지르르 담아놓는 건 똑같다. 제발 좀 그러지 말지... 일본이나 유럽에서는 그러면 불법이라던가 뭐라던가... 농업 생산자의 양심상 절대 그러는 법 없다던데 왜 우리나라는 투명 플라스틱에 딸기 한 팩을 사도 아래는 오종종 작은 딸기가 위쪽에만 굵직한 딸기가 얹혀있느냐고! 젠장... 설마 이 나라 국민성에 보편적으로 사기꾼 기질이 다분한가? 


생산자와 유통업체는 아마도 좋은 상품만 찾는 소비자를 탓하겠지만, 겉만 번지르르 포장해놓고 내용물이 다른 상품을 좋아라 할 소비자는 아무도 없다. 농축산물이란게 당연히 균일하게 자랄 수 없다는 것쯤은 다 알고 있으니, 제발 눈속임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선택받는 방식이 정착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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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2일

하나마나 푸념 2015. 6. 13. 00:34

​경복궁이 이렇게 한산할 수가. 이것이 바로 메르스 효과. 언제나 사람들로 바글바글거리던 경복궁 근정전 앞 마당이 텅 비었다. 정기 휴관일처럼 보일 정도다. ^^;

무료해설을 원하던 단체 예약은 모두 취소됐고, 그야말로 자원봉사자들은 '개점휴업' 상태였다. 여유롭게 경회루 앞 카페에서 커피 마시고 노닥거려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상황. 그래도 궁궐에 사람 없어 좋을 것 같다며 찾아온 소수의 사람들도 있긴 했다. 하지만 평소 관람객의 최소 7할은 차지했던 아시아권 관람객이 전무하니 경복궁에서 이런 모습도 연출이 되더군. 작년엔 세월호 때문에 여행 업계가 큰 타격을 입었다던데 올해도 또... 전염병 창궐하는 후진국에 누가 오고 싶겠나. 나라도 여행계획 취소할듯.  

설마 메르스 환자가 궁궐 나들이 오겠어, 그러면서(자가격리 대상자가 울릉도 관광도 간 걸 보면 뭐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도 같지만) 이래저래 한산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기기에 딱 좋은 날이었는데, 한 가지 짜증나는 옥에 티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청와대로 오가는 헬기들의 굉음. 경복궁 후원쪽에선  다다다다 두 대씩 날아와 청와대에 내려앉는 모습을 코앞에서 볼 수 있고 그럴 때면 바로 옆에서 얘기를 해도 하나도 말이 들리지 않는다. 아오 시끄러워랏.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를 했다. 아몰랑, 미국 갈거야... 뱅기탈거야... 그러다가 형편이 여의치 않으니깐 헬기 타고서라도 여기저기 쑤시고 돌아댕기면서 항공마일리지 늘리는 거라고... 뭔 일만 터지면 해외로 도망쳐야 하는데 이번엔 못 가서 어쩌나. 쯧쯧.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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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메르스와 자주 비교되고 있는 사스(SARS)는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의 약자이고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重症急性呼吸器症候群)으로 번역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사스는 "2002년 11월에 중화인민공화국 광둥 성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홍콩싱가포르베트남 등을 거쳐 세계적으로 확산된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SARS-CoV)에 의해 발병한다. 보통 잠복기는 2 ~ 7일이며, 10일이 걸릴 수도 있다"고 되어 있다.


메르스(MERS)는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의 약자로 '중동호흡기증후군'으로 번역되어 쓰이고 있다. 역시나 검색으로 긁어온 내용을 인용하자면 "메르스는 2012년 9월 24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견된 신종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호흡기 전염병이다. 원인 바이러스는 베타코로나바이러스의 한 종인 메르스-코로나 바이러스(MERS-CoV)으로서, 박쥐에 있던 것이 다른 동물들에게로 퍼져나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 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되는 호흡기 전염병인 사스(SARS)와 비슷한 증상을 가지고 있어 비교되고 있다. 초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하기 때문에 감기 환자와 메르스 환자를 증상만으로 구분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감기 바이러스와 메르스 바이러스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에 속하며, 서로 사촌뻘의 관계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창궐하는 추세로 보면 메르스가 아니라 '코르스'(KORS)라고 해야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려오고, 메르스라는 이름이 공포스러우니 우리말인 '신종변형감기' 정도로 이름을 바꾸는 게 좋겠다는 어느 여당 국회의원의 더 웃긴 제안도 들려온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 명명제안이 아닐수 없다. 언제는 영어병 환자인양 아무데나 영어 이름을 붙이고 부르는 걸 좋아하더니 새삼 왜??


째뜬 똑같은 네 단어로 된 영어 병명을 약자로 줄여 부르면서 SARS 때는 '사스'라고 'R'을 빼먹더니만, 요번에 MERS는 왜 'R' 발음을 넣어서 '메르스'라고 읽는지 궁금해죽겠다. 국립국어원의 외래어표기법이야 기본 원칙이 있다고 하면서도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결국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달라져 사람 속터지게 만들지만, 이런 초대박뉴스에 등장하는 영어단어의 명명법은 외래어표기법이나 맞춤법에 별로 관심없는 언론에서 먼서 쓰고 유행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냥 어느 놈이 먼저 부르기 시작하면 죄다 따라 쓰는 거다. 요즘 웬만한 기사 하나 올라오면 모든 언론에서 똑같이 토씨하나 안 틀리고 베껴다 적는 것처럼.


아무려나, 그 제일 처음 명명한 누군가는 왜 사스 때의 발음을 전범으로 삼지 않고 '메르스'라고 적기로 마음을 먹었을까. 사스 때처럼 R 없이 '메스'라고 하면 수술용 칼 생각이 나서 그랬을까?  cork의 올바른 표기가 '코르크'이므로 실은 사스 때도 '사르스'라고 했어야 옳은 것 같다. 근데 왜 그땐 아무도 '사르스'라고 부르지 않았지?? 


울 엄만 '메르스' 발음이 어려워서 한동안 '메르치' 혹은 '메르시'라고 불렀었다. 그때마다 어찌나 웃음이 나는지. '메르치-며르치-멸치', 또는 '메르시-Merci-메르씨보꾸-멸치볶음'의 연상작용 때문이었다. 두 가지 다 결국 멸치와 연결되다니.. ㅎㅎㅎ 공교롭기도 하여라. 거기다 더불어서 불어로 '똥'을 가리켜 욕설로 잘 나오는 '메르드(Merde)!'까지 떠올리면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세트다. 이 나라의 현 메르스 정국과는 물론 '메르드'가 가장 잘 어울림. 프랑스인의 발음은 '메흐드'에 가깝게 들리겠지만 어디까지나 프랑스어 R의 '올바른' 외래어표기법은 ㄹ. 


메스든 메르스든, 정부의 재난대처 무능력과 늑장 대응으로 엄청나게 늘어나버린 감염환자들이 빨리 쾌유되고 전국가적인 공포에서도 곧 벗어나게 되기를 빈다. 이 나라에선 국민의 목숨을 국가가 절대로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뼈아픈 사실을 이렇게 1년에 한 번씩 큰 사건으로 깨우쳐주지 않아도 우린 이제 다 알고 있는데... 참 해도 해도 너무한다. 대형 재난사고를 수시로 겪고도 좀처럼 변하지 않고 매번 허둥대는 꼬라지만 보이니, 앞으로도 계속 이런 일을 겪어야한다는 게 더 무섭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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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영화를 별로 좋아하질 않아서 최근엔 본 게 없고, 작금의 현실에 딱 맞는 영화구나 생각난 건 더스틴 호프먼 주연의 <아웃브레이크>다. 찾아보니 95년작. 무려 20년이나 된 영화라는 얘기다. 나 같은 중년 말고는 다들 존재조차 모르는 영화일 것 같다. 암튼 그 영화를 나는 에볼라 바이러스 얘기로 기억하고 있는데, 지금 찾아보니 모타바 바이러스라는 것도 같다.  에볼라든 모타바든, 제3세계에서 생겨난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미국에 전해져 떼죽음을 일으키는 이야기인데 그 전파 경로로 북한의 배가 등장한다. 할리우드에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묘사하는 게 어디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20년전 이 영화에서는 바이러스의 숙주였던 아프리카 원숭이를 밀수해 동물원에 팔아먹는 비위생적인 배와 선원의 국적이 북한이었다. 위생이나 방역에 관해서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무지와 더러움과 응징의 대상으로 나오는 영화속 북한 선원들이 그 옛날에도 몹시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 (포스팅 후 북한 배와 선원이 아니고 그냥 한국인이었다는 제보 입수. 내 기억이 틀린 것 같다. 맞다.. 북한 배가 어떻게 미국 항구에 정박을 한다고 나 원참;;;)  


세월이 흘러 20년 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사들은 한국이 주요 시장이라면서 다른 세계 주요도시보다 영화개봉을 먼저 하기도 하고, 그들이 서울을 배경으로 영화촬영을 한다고 그러면 유례없이 정부까지 나서서 교통을 통제해주고 기꺼이 장소를 '무료' 제공하지만 정작 영화에 등장하는 서울과 한국의 모습은 듣자하니 별로 매력적이지도 우호적으로 그려지지도 않는다. 아무리 국가 홍보에 신경을 쓴다해도 대다수 외국인들에게 '코리아'는 '사우스'인지 '노스'인지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뭉뚱그려지기 십상이다. 기껏해야 전쟁에 준하는 심각한 군사대치 상황 국가로만 알고 있지 않을까? 평창올림픽도 재수, 삼수까지 하면서 그렇게 유치하려고 애썼지만 '평양'이랑 알파벳 철자가 너무 비슷해서 선수들이 죄다 평창 대신 평양으로 날아가 북한에 억류될지도 모른다는 우스갯소리가 그냥 농담은 아닌 것 같다. 지리에 젬병인 나도 한반도에서 정확히 어디 붙어있는지 모르는 평창보다야 '평양'이 외국인들에게도 워낙 더 유명할 것 같다. 최소한 북한의 수도인걸.  


째뜬 무능력한 정부가 어떤 것인지 국가와 국민들의 후진성이 얼마나 심각한지 또 한번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는 이번 메르스 상황을 보며, 조만간 또 재미난 한국 배경 할리우드 시나리오가 탄생하지 않을까 싶어졌다. 개인 문자와 카톡으로는 어디선가 하루에도 몇번씩 메르스 환자가 접촉했다는 병원 명단과 예방법이 날아오고, 심지어 1번부터 30번까지(?? 기막혀서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았다. -_-;) 확진 판정 환자들 명단이라면서 그들의 신상명세까지 떠도는데 -- 병원 관계자로부터 받아 전한다는둥, 담당 공무원이 최측근 지인들에게만 공개한 거라는 둥 -- 정부는 제대로 사태파악도 못한 채 우왕좌왕, 그러면서 문제의 병원 명단을 공개할 의미는 없다고 계속 한심스럽게 눙치고... 유언비어라면서 퍼뜨린 사람이나 잡아들이려 하고...  자가격리 대상이라는 사람들은 정부에서 관리랍시고 한다는 게 하루 두 번 전화로 위치 확인하는 게 전부란다. 그러니 일반인, 의료진 할 것 없이 암 생각없이 골프치러 지방 가고, 환자들 진료하고... 하하하.


어제 끝난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제도가 보호해주지 않기 때문에 개인이 나서서 약자를 감싸줄 수밖에 없다는 봄이 대사가 인상 깊었는데, 이 나라는 뭔가 심각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정부도 제도도 아무런 방패막이가 되어주지 못하기 때문에 그저 개개인이 각자 제 살길을 찾아보거나 그냥 무기력하게 죽어나가야한다는 얘기다. 물론 개인이 노력해서 정말로 각자 제 살 길을 찾을 수가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함정. 암담한 나라임은 알고 있었지만 정말로 희망이 없는 곳이란 걸 어쩜 이렇게도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는 사건이 어떻게 이렇게도 자주 생겨나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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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지막한 6.4 지방선거 유인물 봉투가 계속 집안에서 돌아다니는 걸 보고도 외면하다가 드디어 내다버릴  박스랑 종이 챙길 때 한꺼번에 버리려고 우편물을 열었다. 어우 복잡하여라. 전단마다 공약이며 신상명세며 재산목록 같은 걸 꼼꼼이 읽는다고 살펴보긴 했으나 참... 대체로 그 밥에 그 나물이란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현 정부를 심판하긴 해야겠는데, 그렇다고 야당도 딱히 못 미더운 이 심정, 대부분의 국민들과 같은 마음 아닐까나.


째뜬 흥미로운 인물도 하나 발견했다. 초등학교(엄밀히는 국민학교) 동창이 시의원 후보로 나선 것. 얼마 전 골목길 살리기 프로젝트였던가, 동네 쉼터 만들기 운동이었던가 암튼 그만그만한 다큐 프로그램에 나와 인터뷰 하는 장면을 보고 엇, 놀랐던 바로 그 동창이었다. 한두 번 같은 반이었던 적은 있지만 별로 친하진 않았고, 까무잡잡하고 운동을 잘했던 것 같고 남자애들보타 키가 한참 커서 개구쟁이 사내녀석들을 혼내주는 역할을 맡았던가.. 뭐 그렇다. 중학교도 같은 델 다녔지만 역시나 친분은 없었고, 15살 이후론 단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데 TV를 보며 이름과 얼굴이 단박에 떠올라 놀라웠던 그 친구(라고 불러도 좋을지 원;;)의 경력사항을 보니 내세울 건 'OO초등학교 학부모 대표 역임' 밖에 없다. 그야말로 주부대표로 정치에 입문하겠다는 건데... 흠. 잘 할까? ^^ 그 보다는 환경운동 하는 사람처럼 TV에 얼굴 내밀고 그런 게 다 계산된 정치적 포석이었나 싶은 것이 찝찝하기도 하다. 하기야, 사람들 대표로 정치판에 나서려면 얼굴 파는 걸 마다해선 안되겠지! 단지 일면식이나 학연, 지연이 있다고 뽑아주겠단 건 아닌데, 일단 내가 싫어하는 당은 아니라서 다행이다. 근데 어떻게 그 동창은 결혼을 하고도 친정 동네를 안 떠나고 계속 살며 자기 애를 본인이 다녔던 초등학교에 보냈을까, 그게 더 신기하닷. 


시장,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도 중요하지만 내 생각엔 교육감도 중대한 문제인데 조짐이 좋질 못하다. 진보쪽 후보는 너무 인지도가 낮고 애들 후려잡는 정책으로 유명한 현 교육감은 앞서가던 고OO 후보의 가족 문제로 호기를 만난 상황. 매일 밤10시까지 꼬박 학교에 붙잡혀 '야자'를 해야하는 조카를 위해서라도 좀 바꿔보렸더니만 쯧쯧쯧. TV에 나와 연예인인 듯 알랑거리는 인물치고 쓸만한 사람 없다는 나의 편견은 이번에도 맞아 떨어졌다. 패널이랍시고 TV에 나와 앉아 노상 아줌마들 팬관리 할 때부터 알아봤더라니. 흥. 


괜한 호기심에 나도 사전투표를 한번 해볼까도 생각했으나 도무지 누굴 뽑아야할지 마음을 정할 수가 없어서, 공식 투표일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선거 때마다 늘 자포자기 '최선'보다는 '차악'을 뽑아오긴 했지만 아 왜 점점 정치는 퇴보하고 있는 걸까. 인물이 없어도 정말 너무 없다. 하기야 정책도 안 보이고, 야당들의 비전도 없다. 망할 놈의 나라. 


투표용지가 무려 7장이나 된다는 이번 선거. 아리까리 도무지 자신 없는 문제를 풀 때 영 아니올시다인 보기부터 지워나가듯이 절대 싫은 후보 지우기는 끝내 놓았으되 두어개 남은 보기에서 영 우유부단함을 떨칠 수가 없다. 아우, 대체 누굴 뽑나 그래. 선거 때만 되면 데자뷰를 느끼는 늘 비슷한 포스팅. ㅋㅋ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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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무기력함을 느끼며 그저 침묵하는 게 도리일 것 같아서 몇줄 끄적이다 지우고 또 쓰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쓰다보면 결국 단순하게 몇몇 화풀이 상대를 찾고 있는 것도 같아서. 분노의 대상은 몇몇 사람이 아니라 줄곧 엉망진창이었던 이 나라와 사회의 시스템인데... 

나 역시 큰 사건을 겪으며 매번 그랬던 것 같다. 분노,  체념, 그리고 망각 또는 무관심.

그래서 다짐의 방편으로 여기 적어두련다. 잊지 말 것, 그리고 침묵하지도 말 것.

 

 

History will have to record that

the greatest tragedy of this period of social transition

was not the strident clamour of the bad people,

but the appalling silence of the good people.

- Martin Luther King, Jr.

 

직업병이 도져서 원문은 무엇일까 검색해봤다. 누군지 꽤 훌륭한 번역이라고 생각. 부조리한 세상은 참 하나도 안변했다. 특히 구석구석 썩은 내 풍기는 이 사회는 좀체 변하질 않는 것 같다. 점점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내가 착한 사람인 줄은 잘 모르겠어도 나쁜 사람, 시끄럽게 아우성 치는 몹쓸 사람이 누군지는 알겠다. 중간쯤 되는 회색분자로 살았다고 해도 암튼... 이럴 때 분명 침묵은 금이 아니다. 다만 깊은 생각없이 설익은 목소리로 떠들어대진 말 것. 독하게 마음먹고 오래오래 지켜보고 행동해야할 때다.

 

History will have to record that the greatest tragedy of this period of social transition was not the strident clamor of the bad people, but the appalling silence of the good people.

Martin Luther King, Jr.


Read more at http://www.brainyquote.com/quotes/quotes/m/martinluth133707.html#aEIqO0uKdmO4GJWW.99

History will have to record that the greatest tragedy of this period of social transition was not the strident clamor of the bad people, but the appalling silence of the good people.

Martin Luther King, Jr.


Read more at http://www.brainyquote.com/quotes/quotes/m/martinluth133707.html#aEIqO0uKdmO4GJWW.99

History will have to record that the greatest tragedy of this period of social transition was not the strident clamor of the bad people, but the appalling silence of the good people.

Martin Luther King, J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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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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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안하무인 MB 정권의 처단을 위해서라도 새누리당 후보는 절대 대통령 되면 안된다고 열심히 세뇌교육에 힘썼더니, 왕비마마는 그럼 강지원 변호사를 뽑겠다고 했었다. 자기가 '아는데' 정말로 청소년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한 사람이라나. 나는 ㅂㄱㅎ만 안 찍으시면 된다고 반색했다가 나중엔 또 다시 유치하게 이민 카드를 휘두르며(MB 대선 때도 익히 써먹은 수법이다 ㅠ.ㅠ) 정말이지 ㅂㄱㅎ가 대통령 되는 사태는 저지해야하므로  이왕이면 야권단일화 후보를 밀어주는 게 어떠냐고 엄마를 꼬드겼었다. 왕비마마는 대선 후보자 토론을 두어번 보고 나선(특히 이정희가 활약한 1차는 전편을 다 보시곤 그 여자 말 한번 시원시원 조리있게 잘하네, 했다) 2번을 찍겠다고 동의해주었다. 사람 순하게 생긴 게 박력은 없지만 꼼꼼하게 일 잘하겠다면서. 그러나 과반의 국민들은 우리와 의견이 달랐고, 모녀는 낙담했다.

 

어제 동짓날 절에 가서도 왕비마마는 대다수 ㅂㄱㅎ(어윽...이름도 쓰기 싫다!) 지지자 할마시들의 설레발에 적잖이 마음을 상하고 돌아온 듯했는데, 오늘은 또 열혈 ㅂㄱㅎ 지지자인 고모 한분과 안부  통화를 하다 정치 얘기로 화제가 넘어갔는지 논쟁이 좀 길어졌다. 멀리서 듣자하니 대화가 흥미진진하여 깔대기처럼 귓바퀴를 늘이고 통화를 엿들었다. 오, 울 왕비마마 조리있게 잘 받아치시는군!

 

ㅂㄱㅎ 당선에 할렐루야를 외쳤다는 60대 고모는 이를테면 부유한 강남 할머니의 전형. 온 종일 기분이 너무 좋아 콧노래를 불렀다고 한 모양인데, 열살쯤 손위인 엄마는 그게 콧노래 부를 일이냐, 표 차이도 얼마 안났다고(엄마, 백만표 차이래요 ㅠ.ㅠ) 문재인이 아깝게 떨어졌다고 응수했다. 고모는 무엇보다도 '예쁘고' 불쌍한 데다(부모 잃은 고아라고;;) 똑똑해서 정치를 잘하니까 ㅂㄱㅎ를 지지한다고 했다는데, 왕비마마는 부모 다 총 맞아서 불행하게 죽었으니 불쌍한 건 맞지만 토론 보니까 똑똑한 건 모르겠다고(울 엄마 화이팅!), 중요한 일 있을 때마다 쏙쏙 빠져나가면서 정치 잘 한 게 뭐 있느냐고 반박했다. 30년 넘게 똑같이 육영수 여사 흉내내는 머리 모양 하는 것도 그만큼 생각이 꽉 막혔다는 뜻이라고도 했다. (오, 내가 해준 말인데, 울 엄마 기억력 짱!!)

 

논리적으로 밀린다 싶었던 고모는 이정희를 들먹이며 종북좌파 이야기를 꺼낸 모양이었다. 아마도 민주당까지 싸잡아서 다 종북좌파라고 했겠지. 이 대목에서 엄마는 우아하게 웃으며 요즘 북한이 얼마나 못사는지 다 아는데, 북한 좋아서 추종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인정상 도와주자는 거지... 그리고 이정희 말도 들어보면 일리가 있더라나... ^^; 저쪽에선 또 '퍼주기' 비판을 시작한 모양이었고, 엄마는 4대강에 쓸데없이 돈 처들이고 파헤치는  것보다는 굶어죽는 사람들한테 쌀 퍼주는 게 더 나은 게 아니냐고 대꾸했다. 오오.. 존경스러운 왕비마마. 뉴스 볼 때마다 내가 추임새로 넣었던 말들을 다 귀담아 두셨었군요... ㅠ.ㅠ 그러고선 추가 공격하듯, 자기는 유니세프에 다달이 기부도 하고 있다고, 굶어죽고 병든 애들 살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정점을 찍으심! (이후로 대화는 유니세프에서 산 6만원짜리 천가방이 얼마나 가볍고 쓰기 편한가 하는 이야기로 넘어갔다. 수백만원짜리 명품백이 여럿인 고모는 과연 왕비마마의 자랑을 어떤 표정으로 들었을지 몹시 궁금타.) 으음, 어느 대목에선가 정수장학회, 박정희, 전두환 비판하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까먹었다. ^^;

 

심신이 건강해진 울 왕비마마는 최근 어딜가나 '사람이 또릿또릿해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자기가 옛날에 얼마나 멍청하고 흐릿해보였으면 그랬겠느냐고 속상해하는 적이 더러 있다. 우울증을 거의 떨쳐버려 그런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우와 말 많고 잘난 시누이와 정치토론도 거뜬히 해내시는 걸 보니 내가 밖에서 활동하는 엄마의 모습을 못봐서 그렇지 매사에 정말로 똑똑해지고 자신감도 넘치는 게 분명했다. (하긴, 얼마전 실버합창단의 제2회 송년음악회에서 잘난 척 대장인 젊은 할머니와 왕비마마가 무대 위에서 살짝 '한 판 붙는' 장면도 내가 찍은 동영상에 담겨 있다. ^^; 알토 파트는 입다물고 기다리는 도입 부분에서 왕비마마는 단지 리듬을 타며 고개만 살짝살짝 움직이고 있었는데, 뒤에서 기분나쁘게 콱 찌르며 노래 부르지 말라고 혼냈단다. 울 엄마는 홱 고개를 돌려 왜 엉뚱한 사람 잡느냐고, 당신이나 잘하라고 대꾸하셨다고... 그 순간 입다물고 있었다는 증거 동영상도 있으니, 담주에 개강하면 정식으로 한판 붙으시라고 내가 부추겨놓았다. ^^ 울 엄마 화이팅! ㅋㅋ)   

 

전화통화를 끝낸 왕비마마는 "@@동 고모가 우리더러 좌파세력이란다"라며 씩 웃었다. 나는 70대 할머니 중에서 좌파 흔치 않을 텐데 멋지다고 대꾸했다. 물론 아버지가 살아계셨더라면 울 엄마도 덩달아 보수파에 깊이 세뇌되어 ㅂㄱㅎ를 찍어주었을 확률이 높다는 건 잘 알지만, 투덜이 딸이 옳다니까 귀기울여 들어주고 지지해주고 촛불시위에까지 따라나서는 울 엄마. 5년 그 개고생을 하고도 또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이 나라 국민들은 도대체가 가망이 없어, 라고만 할 게 아니라, 연로한 울 엄마가 바로 내가 찾는 희망이구나 싶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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