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버지니아 공과대학 총기난사 사건을 보도하느라 뉴스가 시끄럽다.
범인 포함 33명이 한꺼번에 죽다니..
난리가 날만도 하다.

미국이란 나라가 온갖 잘난 척은 혼자 다 하지만
인권문제를 파고 들어가면 또 제일 별볼 일 없는 곳이고
9.11사건을 봐도 정치하는 놈들이 하도 나쁜짓을 많이 해서 죽어나가는 건 역시 국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국민의 안전 문제를 놓고 보자면 참 한심한 수준이다.

미국 사람들이 거리를 오가며 낯선 사람들에게도 괜히 인사를 건네거나 하이파이브를 청하는 건  그네들이 유독 인사성이 바르기 때문이 아니라
서로에게 "나는 너를 해칠 의사가 없다"는 걸 보여주어 혹시 모를 불상사를 대비하기 위함이란 얘기를 나는 굳게 믿는다. -_-;;

까놓고 말해서 멀쩡히 걸어오다 누가 내게 총을 들이댈지 모르는 거 아닌가.

강의실에서 수업 듣는 학생들에게 무작정 총질을 해댈 수 있는 여건이 허락되는 나라는
종교나 민족, 영토, 종파의 명분 때문에 오랜 세월 서로에게 총구를 들이대고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하는 나라의 여건과는 분명히 다르다.

사실 이런 사건에 망연자실 하게 되면, 나는 어떤 쪽이 더 '민주적'인지 잘 모르겠다.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느라,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총기를 소지할 수 있는 자유까지 허락하는 것과
개개인이 좀 더 안전하게 살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 총기 소유를 제한하는 것 사이에서
과연 어느 쪽이 더 '민주적'이란 말인가?

다수의 행복을 보장한다면 총기 소유를 제한하는 쪽이라고 생각해야 될 것 같은데
민주주의가 말하는 '다수'란 어떤 경우 '소수'보다 단 1퍼센트만 많아도 되는 것이기에
'다수의 행복'이라는 말은 다수 못지 않게 수많은 '소수의 불행'을 담보로 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다수결'이라는 말이 싫었던 건
민주적인 척 하면서 폭력을 휘두르는 또 다른 악습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정말로 '평등한' 사회라면 다수 뿐만 아니라 모든 소수들의 의견도 얼마든지 목소리를 높일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으며, 다수의 폭력에 무조건 희생당하지 않는 곳이어야 할 것이다.
허나 소수의 목소리는 늘 묵살되고 잊혀지기 쉽다.

이번 참극을 두고 미국에선 또 다시 총기 소지 제한에 관한 이야기가 대두되겠지만
늘 그랬듯, 총기업자들의 집요한 로비와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헌법의 논리 때문에라도 야만스러운 미국인들은 또 다시 끔찍한 총질이 언제든 일어날 여건을 계속해서 유지할 것이다.
역시 미국은 살 곳이 못되는 게 틀림없다.

돌연, 이민가 있는 친구들, 유학하고 있는 지인들이 걱정스럽다.
하필 벨로는 이런 난리통이 벌어진 날 그 야만스러운 나라로 출장을 가다니...

9.11사건 이후 단순히 아시아계 외국인이라는 것 때문에 지인들이 오래도록
주시의 대상으로 살아가느라 다들 힘들었다는 얘길 들었는데
이번에도 범인이 아시아계라는 것 때문에 또 다른 인종 차별이 벌어지진 않을런지.
'인간의 자유' 문제를 놓고도
미국놈들은 자국민만 인간취급하는 곳이니... 더욱 걱정이다.
역시 미국은 참 싫은 나라이고, 오늘 같은 날은 뉴욕에 대해 품고 있는 로망 따위도 부끄럽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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