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에 해당되는 글 136건

  1. 2012.03.02 Why not? 4
  2. 2012.02.23 기분 좋아지는 그림 13
  3. 2012.02.17 재롱잔치 유감 12
  4. 2012.02.10 신발장을 열다 18
  5. 2012.02.07 미국산 스테이크? 8
  6. 2012.02.02 때아닌 스누피 열풍 10
  7. 2012.01.26 빗질 13
  8. 2012.01.06 2011년 한해 정리 13
  9. 2011.12.29 올해 본 영화 13
  10. 2011.12.27 올해 읽은 책 11

Why not?

하나마나 푸념 2012. 3. 2. 17:55

내가 중학생 때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이었을까? 돌이켜보아도 도통 기억이 선명하질 않다. 그때만 해도 성적은 그리 중대사가 아니었으니 아마도 친구 문제였겠거니 짐작만 할 뿐이다. 그렇다면 요즘 중학생의 최대 관심사는? 아이마다 다르겠지만 조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뭐니뭐니해도 첫째가 '외모'다. -_-; 친구도 '외모'가 따라줘야 만들수 있는 거라나 뭐라나. 내 경우 그 시절 외모는 최대 관심사가 아니었다. 확실하다. 미용실보다 커트 비용이 훨씬 싸다는 이유로 엄마는 가끔 나를 우리집 바로 옆에 있던 '이발소'에 보낸 적도 있었는데, 들어가고 나올 때 누가 볼까봐 창피해서 그렇지, 맞다 이발소 의자에 앉으면 키가 너무 작아서 이발소 의자 팔걸이에 판자를 가로 얹고 그 위에 앉아 머리를 자르는 어린이 취급을 받는 게 민망하긴 했어도 어차피 귀밑 1, 2센티미터로 자르는 단발머리는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다. 헌데 요즘 여중생은 확연히 다르다.

중학생이 되면서 여드름을 가리느라 비비크림을 상용해 '심히' 뽀얀 얼굴을 만들고 다니던 조카는 여름 방학에도, 이번 겨울 방학에도 머리를 갈색으로 물들였다. 방학 전부터 제 부모에게 염색을 졸랐으나 개학때 또 다시 검정색으로 바꾸는 미용실 비용까지 감안하면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반대했더니 친구랑 손수 염색약을 사서 해치웠다고 했다. 예뻐보이려고 어른들도 흔히 하는 염색을 아이라고 못하게 하는 건(파마약과 염색약이 유전자 변형을 가져온다는 말 정도는 안통한다. 거리에만 나가봐도 머리 물들인 사람들이 어디 한둘인가!) 논리적으로 납득시킬 수가 없어 그냥 내버려둘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 후엔 며칠 버티다 다시 검정 물을 들였었다. 하지만 2학년으로 올라가는 이번엔 '학생인권조례'를 빌미로 버티기를 할 모양이다. 원래도 고리타분하고 규율이 엄한 그놈의 학교의 반응은 어떨지 30년 동문 선배이자 고모인 나는 벌써부터 걱정인데, 녀석은 천하태평이다.

하지만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면, 똘똘한 일부 학생들과 깨어 있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얻어낸 '학생인권조례'는 교과부의 반발로 허공에 붕 떠 이도저도 아닌 모호한 상태다. 기껏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든 정책이 교권과 상충한다는 이유로 무산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학생인권조례'가 발표됐을 때, 몇몇 보수 단체에서 '임신, 에이즈, 동성애 창궐' 따위의 피켓을 들고 반대시위를 하는 걸 보고 나는 기가 막혔다. 서울교육청에 가서 학생인권조례 전문을 다운받아 읽어보았지만, 도대체 어떤 문구에서 그런 주장을 내세울 수 있는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임신이나 질병, 종교, 동성애 따위로 차별받아서는 안된다는 아이들의 권리가 어떻게 그런 상황을 부추기고 조장할 거라는 논리로 발전하는지 원. 그럼 그런 아이들은 무조건 퇴학시키고 또래들과 차단하여 '격리'시켜야 옳단 말인가?

학원폭력과 왕따 문제로 가해자 아이들에 대한 처벌 수위가 그 어느때보다 높고 경찰까지 개입해 해결하려는 추세지만, 나는 결과를 놓고 처벌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예방교육이 더 시급하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어쩌다가 중고생 아이들이 조폭 수준의 폭력과 증오를 실천하게 되었는지, 근본원인이 있지 않겠나. 이렇게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학벌주의 사회에서는 더는 그들을 '선도'할 희망이 없으며, 단죄밖에 길이 없다고는 정말이지 믿고 싶지 않다. 가정도, 학교도 우리 아이들을 끌어안지 못하면 대체 어쩌라고!

학창시절 불행히도 나는 존경할만한 스승을 별로 만나지 못했다. 괜찮은 선생님들도 더러 있긴 했지만 '존경'스럽진 않았기에, 기억나는 선생님 이름이 거의 없을 정도다. 대신 죽도록 싫었던 교사들의 얼굴은 잘 잊히질 않는다. 걸핏하면 "너희는 노예근성에 물들었다"면서 단체기합을 주거나 몽둥이로 다섯대씩 우리 엉덩이를 때렸던 사람, 소풍 때 '빨간색 진바지'를 입고 왔다는 이유로 다음날 교단에서 가위를 번득이며 아이의 귀 옆머리를 싹둑 달랐던 여선생(웃기는 건 그 사람의 별명이 하도 빨간바지를 애용해 '빨간바지'였다는 것;; 빨간바지를 입는 것이 교사만의 특권이라 생각했을까? 당시엔 무려 '교복자율화 시대'라 사복입고 다닐 때였다.), 별 이유도 없이 플라스틱 분필통이 부서져라 학생의 머리통을 두들긴 사람. 교권이라는 이름으로 저지르는 그들의 폭력을 지켜보며 우리는 더욱 분노하고 좌절했을 뿐, 학습태도가 좋아지거나 성적이 오르지 않았다. 어서 빨리 졸업해 지긋지긋한 그들을 안보게 될 날을 기다렸다고나 할까.

교사일을 하는 친구 말을 들으면, 정말로 아무리 인간적으로 대해도 소용없는 '근본이 사악하고' '구제불능인' 아이들이 있으며, 못되게도 온갖 조롱으로 선생 길들이기를 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인권조례' 실행은 안 그래도 바닥에 떨어진 교권을 더욱 위태롭게 하는 조치라고.  현장에서 현실을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니 뭐라고 말을 보태기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과거 학창시절을 돌아볼 때 학생들의 인권은 중요하며 폭력과 체벌은 어떤 이름으로든 미화될 수 없다. 사랑의 매?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선생님에게 단체로 두들겨 맞으며, 사랑의 매라고 느껴본 적 나는 단 한번도 없다. 별것도 아닌 말썽을 부려 교사에게 매를 맞는 친구를 지켜보면서도, 같은 학생으로서 자존심이 상했으면 상했지 그것이 사랑의 매라고 생각한 적은 결단코 없다. 그저 교사로서 자기 자존심이 구겨졌기 때문에, 분노를 삭이지 못해 하는 분풀이로 여겨졌을 뿐이다.

스스로 삐딱이고 자유로운 사고를 지녔다고 아무리 되뇌여도 사춘기 조카를 지켜보거나 대화를 나눠보면 내가 꽤나 고리타분한 어른이라는 실감이 수시로 든다. '다리 길~어보이려고' 교복 치마 허리춤을 접어 짤뚱한 미니스커트로 입고 다니고, 영하 십몇도까지 내려가도 얇은 스타킹만 고집하는 건 자꾸 눈쌀이 찌푸려진다. 책가방으로 맨 베낭의 어깨끈이 너무 길어 축 늘어진 가방이 엉덩이에 대롱거리는 것도 안 예쁘고, 또 복장 상관없이 흉측한 삼선슬리퍼를 똑같이 신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중고생들은 정말 밉다. 그런데 그들에겐 또 그게 개성이고 멋이다. 나도 안다. 어떻게든 내 생각을 설득해보려하지만 결국 말문이 막히는 쪽은 늘 나다. 고모가 Why not?이라며! 헉. 맞다. 교복 좀 짧게 입고 다닌다고, 여중생이 머리를 물들이고 파마를 한다고 해서 크게 문제 될 건 없다. 어차피 옛날처럼 귀밑 1, 2센티미터 단발머리나 까까머리로 통일시키는 게 아니고서야, 학교에서 원하는 통일성 따위는 이미 불가능하다. 학생은 머리색이 반드시 검정이어야 한다는 것도 크게 보면 순혈주의, 인종차별의 냄새를 풍길 수 있다.  머리모양 하나, 똑같은 교복의 모양새 하나에서부터 일탈을 시도하는 아이들이 오히려 획일화 사고를 벗어나 다양성을 추구하면서 창의력까지 높아진다는 사례는 혹시 없으려나? -_-; 

새까만 머리는 촌스러움을 대변한다는 미용업계의 세뇌에 힘입어, 나도 한동안 열심히 머리색을 이리저리 바꿔본 사람이다. 그래봤자 흐리고 짙은 톤의 다양한 갈색머리를 시도하거나 부분염색으로 얼룩덜룩 파격을 시도했던 것인데, 그도 관둔지 오래다. 그땐 그게 '스타일리시'하고 멋져 보이더니만 이젠 귀찮음이 더 크고 자연스러운 게 좋다. 그러니깐 애들도 그냥 놔두면 지지고볶고 이리저리 난리를 피우다가 결국 자기가 원하는 개성을 찾게 되지 않을까? 하지 말라고 하니까 자꾸만 더 하고 싶은 아이들의 심리를 교육자들은 정말 모르는 걸까? TV만 틀면 하나같이 샛노랗게, 새하얗게, 새파랗게 머리를 물들인 연예인들이 판을 치는 세상인데 말이다. 

애어른인 듯 굴었던 나의 학창시절과 비교하면 요즘 사춘기 아이들이 훨씬 더 어리고 의존적이며 철도 없으면서 이기적인 느낌이다. 하지만 애들이 그렇게 자라난 데는 어른들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성적만이 유일한 미덕이라고 부추기면서 그 외의 인간성 교육은 외면하고 있지 않은가? 사교육에 밀려나고, 체벌 대신 벌점제도를 도입하면서 상당수 교사들은 더욱더 '선생님'이기보다 '평가요원'과 '행정직원'의 성향이 짙어졌다. 잘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 문제 있는 아이는 걸러내버리면 그만이라는 듯한 요즘 학교 분위기가 나는 참 무섭다. 계속 거르고 걸러서 뽑아낸 '엘리트' 아이들과  버려진 아이들의 근본적인 차이는 과연 무얼까. 공부 잘하는 능력과 체제순응형 DNA?

블로그 이웃이신 두분 선생님(한분은 한국에서 사회를, 한분은 영국에서 수학을 가르치신다)의 학교 이야기를 기웃거리다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 각자 고군분투하시는 걸 보면 계속 감탄스럽고 그곳 학생들이 참 부럽다. 학교에 정말 그런 선생님이 한분이라도 계신다면 학생노릇 할 맛이 날 것 같다. 이왕이면 조카들도 그런 선생님을 한분이라도 만나게 되길 바라고 있으나, 그런 행운이 쉽진 않을 것이다. '내 아이를 안심하고 맡겨도 좋겠다 싶은 선생님'이 이상적인 교사상이라는 말이 있지만, 세상에 그런 선생님이 어디 흔한가. 그러니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이라고는, "개떡같은 학교라고 해도 몇년만 버티면 돼. 원래 세상이란 데가 불공평한 곳이야. 스무살 때부턴 정말 니 맘대로 하고 살 수 있어" 정도다. 참 내... 질풍노도의 사춘기 아이에게 이게 과연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냐고! 

어쨌거나 조카는 오늘 치렁치렁 길러 밝은 갈색으로 물을 들인 머리로 개학을 맞았을 것이고 새 담임에게 첫눈에 '찍혔'을 지도 모르겠다. 벌점이 무섭든 선생님들의 잔소리가 귀찮든 해서 녀석이 머리칼을 다시 검게 물들일지 어쩔지는 두고봐야알겠지만, 'why not?'의 태도가 퍽이나 긍정적이라고 가르친 사람으로서 나는 조카의 삐딱함을 계속 응원하고 지지해줄 수밖에 없다. 좀 지나면 녀석도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게 미덕임을 깨닫게 될 날이 올거라 믿으면서. (그치만 또 평범한 게 진짜 제일 어려운 건데... 아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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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예고한 적도 있는 지우의 2차 스케치북 그림들은 아직도 작품 제목과 설명을 못들은 탓에 포스팅을 못하고 있어 안타까운 가운데 다른 작품집을 알현할 기회가 있었다. 이번에도 도도하신 화가 본인의 설명을 듣진 못했으나 다행히 제목은 적혀 있으니 마음대로 작품을 해석할 기회라 여기며 열심히 찍어왔다. 미술관 못가는 대신 조카 그림이라도 보면서 기분을 전환해볼 요량이었다가, 내친김에 자랑 포스팅까지 실천한다. 이쯤이면 이웃들도 나의 무한조카자랑에 심히 질리거나 익숙해지거나 둘 중 하나일 거라 여기면서;;

아 맞다, 작품집 공개 이전에 녀석의 명작 따라 그리기 작품도 하나 공개.

위트릴로의 [두유마을의 교회]란 작품

지우가 연필로 모사한 그림 2011 12월, 6세


휴대폰에 <세계의 명화>라는 앱을 다운받아놓고 가끔 구경하는데, 지우가 그걸 눌러서 열심히 그림들을 넘겨보다가 하필 콕 찝어 따라그린 그림이다. 유독 그림이 작아 세부사항이 잘 안보이는데도 굳이 왜 이 작품을 선택했는지 못내 궁금하다. 엄마 따라서 열심히 교회를 다녀 녀석의 마음에 은혜로움이 충만하기 때문일까? ^^;

그러고 보니 약간 만화체 같긴 해도, 어디선가 보고 베껴 그린 예수님 그림도 있다. 독실한 교인이신 나의 넷째고모 권사님과 사촌동생은 이 예수님 그림을 사진으로 접하고 마구 흥분하며 반색했다는 후문이다. 유명 화가들 작품엔 예수상 그림 많던데, 언젠가는 녀석이 홀로 생각하고 그려낸 예수상을 만나게 해줄지도...
이 작품은 내가 직접 그림을 본 게 아니라 그림 사진만 전송받아서 왼쪽에 적힌 글씨의 내용이며 사연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 성경구절이려나?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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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제일 어린 조카의 유치원 재롱잔치에 다녀왔다. 작년에 이미 녀석의 끼가 얼마나 출중한지 깜짝 놀라며 감탄했기에 올해도 기대가 컸는데, 역시나 녀석은 요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울 엄마의 촌평을 그대로 빌리자면, "비싼 돈 주고 가서 본 뮤지컬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신났다". 정말로 무대가 어찌나 화려하고 프로그램도 다양한지 주최측에서 심혈을 기울인 티가 팍팍 났다. 집중력이 5분, 10분도 안되는 꼬마애들을 데리고 얼마나 진을 빼며 연습을 시켰을지 선생님들의 노고도 노고려니와, 개인당 대여섯 개는 되는 출연분량에 따라 율동과 노래, 때로는 대사를 연습하고 무대를 오르내리며 매번 옷을 갈아입어야했을 아이들의 수고로움을 생각하면 어휴... 감탄과 더불어 탄식도 절로 나왔다.

10여년 전, 첫조카가 유치원을 다닐 때만 해도 재롱잔치는 그야말로 유치원 강당에서 선보이는 원생들의 소규모 발표회였다. 의상이래봤자 흰티에 청바지, 한복 정도였고 동식물 역할 같은 특수의상도 유치원 선생님들이 약소하게 꾸며 만든 소품이었던 것 같다. 아, 그때도 운동복이나 태권도복을 입고 나와 시범을 보이는 순서는 있었다. 헌데 몇년 지나지 않아 둘째조카 때부터 재롱잔치가 점점 규모도 커지고 화려해지더니, 요샌 의상이며 조명이 가히 아이돌 그룹의 단체 콘서트를 방불케 할 정도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더욱 완성도(?) 높은 무대를 위해 전문 시스템을 동원하고 체육관 같은 공연장을 빌려 '빵빵하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나쁘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나 역시 관람을 매우 즐겼기 때문이다. 유치원 재롱잔치의 목적이 아이들의 성취감과 발표력, 혐동심을 높이는 데 있다고 하니, 이왕이면 번듯하게 포장하고 싶은 원장님들의 마음도 알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꼭 저렇게까지 해야하나 의구심이 떠나질 않았다. 어차피 의상비며 소요비용을 학부형들이 부담해야하는 형편임을 알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똑같이 무대의상비를 부담했는데, 자기 아이가 입고 나온 무대의상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공연장 대관 형편 때문에 평일 저녁 6시로 잡힌 재롱잔치를 나로선 기쁜 마음으로 보러갔지만, 직장 사정상 참석 못하는 부모는 없을까 괜한 걱정을 했던 게 사실이다. 정말로 콘서트장에 오듯 형광글씨 요란한 피켓까지 만들어들고 집안 식구들 대거 동원해 온 가족들도 있는 반면, 그럴 형편이 안되는 집안도 당연히 있지 않겠나. 작년엔 우리도 피켓이랍시고 스케치북에 색종이를 오려 급조한 응원판을 들었으나, 올해는 쿨하게 스마트폰 전광판을 이용하기로 했고 편한 마음으로 공연을 기다렸다. 조카의 순서가 아니더라도 앙증맞은 아이들의 몸놀림이 너무 귀엽고 깜찍해서 웃음과 박수가 절로 나왔다. 특히 올해는 완전히 모든 출연 프로그램의 '메인'을 꿰차고 무대 중앙에서 제일 열심히 신나게 정확한 동작으로 춤과 연주를 보여주는 조카 덕분에 어깨까지 으쓱했다.

그.러.나. 까칠한 인간의 취향은 어디 가도 드러나는 법. 대체로 훌륭했다고 평할 수 있는 공연이건만 중간중간에 눈쌀이 찌푸려지는 순간이 몇번 있었다. 지금이 어느 땐데! 싶은 시대착오적인 면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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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장을 열다

놀잇감 2012. 2. 10. 00:45

이웃들의 운동화와 신발장 구경이 너무 재미있어서 나도 사진 찍어 포스팅할까 생각은 했지만 막상 하려니 매우 귀찮았다. 헌데 마침 어제 조카한테 물려받은 운동화 두 켤레를 거실바닥에 널어놓고(올케가 손수 빤 운동화를 젖은 채로 싸주었다;;) 오갈 때마다 쳐다보고 있으려니 귀찮음을 극복할만한 호기심이 마구 동했다. 현관에 종종 신발을 네다섯 켤레 늘어놓고 살아서 엄마에게 종종 "니가 이멜다냐!"라는 핀잔을 듣는 바이지만, 정말로 나는 신발이 총 몇결레나 될까?

킥킥킥 웃음을 흘리며 현관에 나와있는 신발부터 시작해 양쪽 신발장을 오가며 운동화와 구두상자를 열고 꺼내 일일이 사진을 찍었다. 신발을 그리 자주 사는 건 아닌데도 많다고 느끼는 건 순전히 오래된 신발을 못 버리고 껴안고 있기 때문이지, 정말로 이멜다 기질이 강렬한 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그 객관적인 판단은 이웃들에게 맡기겠음.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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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이후 원산지를 속여 판 미국산 쇠고기 물량이 4백톤 가까이 된다는 뉴스를 보니, 까먹은 포스팅이 떠올랐다. 당시엔 분기탱천하여 곧장 포스팅하겠다 마음 먹어놓고, 왜 까먹었을까나.

얼마 전 모임에서 어쩌다보니 스테이크를 먹으러 가게 됐다. 소수 인원이라면 몰라도 6-7명쯤 되는 인원이 돌연 레스토랑에 떼로 스테이크를 먹으러 가다니 좀 뜬금없는 일이었는데, CJ 계열사에 다니는 후배 하나가  그날 하필 여자친구도 데려왔겠다 뭔가 우아한 분위기에서 밥을 먹고 싶어 하는 것 같았고, 직원가 할인을 꽤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다들 순순히 응했다. 주말이라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이미 두어번 퇴짜를 맞은 뒤끝이어서, 예약을 안하면 거의 자리잡기도 어려운 듯한 분위기(들어가자마자 예약하셨느냐고 묻더군;;)에 7명이 6명 좌석에 끼어앉기로 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청계천이 내려다보이는 광교쪽 종로통 단독 건물의 4층엔 와인까지 시켜놓고 분위기를 잡은 연인이나 가족들이 주 고객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왁자지껄 메뉴판을 보던 나는 깜짝 놀랐다.

최고급 스테이크의 가격이 10만원을 넘기는 것이야 그러려니 하겠는데 5, 6만원대의 중간가격 스테이크가 무려 <미국산>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꼼꼼이 메뉴를 읽어보니 프라임 어쩌구라면서 10만원 넘는 최고급 스테이크와 3만4천원짜리 안심 스테이크 딱 두 종류만 국내산 쇠고기고, 그 중간 가격대 메뉴와 제일 싼 2만2천원짜리 찹스테이크까지 전부 미국산 쇠고기였다. 우엑~!

웬만한 패밀리레스토랑에서도 호주산 쇠고기를 쓰던데, 어째서 거긴 미국산 쇠고기를 그렇게 비싸게 받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TV에도 노상 미국산 쇠고기를 선전해대는 수입업자측과 정부가 설마 대기업 CJ에 압력을 넣었을라고? 어쨌거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시위에 엄마랑 조카까지 데려가 촛불을 불태웠던 내가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스테이크를 먹을 순 없는 일, 선택의 여지는 안심스테이크 딱 하나 뿐이었다. 10만원 넘는 스테이크를 내 돈 주고 사먹는 일은 절대 없을 테니까! 음식점에 가서 여러명이 다 똑같은 메뉴로 <통일>하는 거 정말 촌스럽고 싫은 행동이라 여기지만, 그날 우린 어쩔 수 없었다. 까칠하게 내가 미국산 쇠고기는 먹을 수 없다고 말했으니 다른 애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했을 수도 있겠으나, 우린 계속 CJ 다니는 후배에게 제발 회사 게시판에 항의 좀 하라고 놀려댔다. 단둘이 와도 풀코스로 와인까지 시키고 부가세 포함하면 수십만원은 쉽사리 넘길 고급 스테이크집에 미국산 쇠고기가 웬말이냐고!

문제의 안심스테이크. 280g이라고 적혀있던 것 같은데 참.. 조촐하다

국내산이라는 메뉴 표기를 믿고 다들 안심스테이크를 시켜 먹기는 했지만 나는 속으로 매우 찜찜했다. 혹 국내산 쇠고기 안심이 아니면 어쩐다? 원산지 표시를 속였거나, 요리사가 실수로 미국산 쇠고기랑 국내산 쇠고기의 저장고를 혼동했다면? 마침 국내산 안심이 떨어져 에라 모르겠다 미국산 안심을 대신 내놓은 거라면? +_+ 밖에 나가 먹을 땐 어쩔 수 없이 호주산 쇠고기까지 허용하지만(사실 원산지에 대한 신뢰가 없어서 음식점에서도 쇠고기는 잘 사먹지도 않는다!), 집에서 먹는 쇠고기는 아무리 비싸도 한우를 고집하고 있거늘(비싸면 차라리 먹는 횟수를 줄이는 편이다). 젠장. 부가세 포함 4만원 가까이 되는 스테이크가 미국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씹어 삼키면서도 영 맛이 나질 않았다. 그뿐인가! 나눠 먹으려고 시킨 시저샐러드엔 하필 큼지막한 앤초비가 생선형체 그대로 막 놓여있어 비린내가 나질 않나... ㅠ.ㅠ 원래 앤초비는 곧 이탈리아 멸치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어서, 피자나 파스타에 들어가 익은 것은 그나마 눈 딱감고 먹어줄 수 있지만 날것은 도저히... 흑흑.

나중에 알고보니 그곳은 미국식 본고장 스테이크를 선보이겠다는 취지로 생겨난 음식점이라나. 그러니 당연히 미국산 쇠고기를 써야 마땅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도 미국으로 여행을 갔을 땐 원산지에 대한 별 생각없이 우적우적 스테이크를 먹는다. 하지만 사람들이 광우병을 우려하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했던 건, 미국내에선 유통되지도 않는 18개월 이상 쇠고기와 부산물까지도 규제없이 한국에 수출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라규! 질 낮은 중국산 농산물과 공산품이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 이윤추구를 위하여 무조건 <싼것>만 찾는 우리나라 무역업자들이 더 문제임을 잘 알고 있듯, 사람들의 안전보다는 본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무슨 짓을 못할까 나는 항상 그게 더 걱정이다. 보란듯이 원산지를 속여파는 인간들이 끊임없이 존재하는 현실도 한몫하고 있지 않은가. 아무려나 결론은 한 가지. 가격대비 별로 맛도 없고 번거로워 코웃음쳤던 <더플레이스>에 이어, <더 스테이크 하우스>에도 다시는 가지 않을 것이다. 대기업 하는 짓이야 늘 그렇지만, 특히나 삼성일가가 하는 일이 뻔하겠지만, CJ 그럼 안되지.. 흥!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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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최고의 발견으로 손꼽기도 했던 스누피 스트리트 페어 게임에 여전히 심취하여 계속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며칠 전엔 발렌타인데이 기념으로 또 게임이 업그레이드 돼, 막 흥분하는 바람에 하루에 딱 두번 잠깐씩만 하기로 했던 결심도 무너지고 말았다. 그동안엔 일단 캐릭터와 아이템을 장만해놓으면 언제 다시 들어가든, 사라지거나 망가지는 일 없이 저절로 지들이 알아서 돈을 벌어주고 있었는데 요번에 생겨난 화단은 적정 시간을 넘기면 꽃이 시들어 죽어버리니 어쩌란 말이냐! 꽃 피는 시간 기억해뒀다가 죽기 전에 얼른 옮겨 심으러 다시 들어가는 수밖에. ^^;

아무튼 스누피 게임 덕분에 스누피에 대한 열정이 새삼 피어나고 있다. 무려 60여년 전(1950년이라는 듯;;)에 탄생했다는 스누피와 친구들을 나는 처음 언제 알았는지 그걸 잘 모르겠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우리나라보다는 일본에서 워낙 선풍적으로 인기였기 때문에, 어려선 종종 스누피 그림이 들어간 일제 문구용품을 탐냈다. 그리고 확실하진 않지만 집에서 보던 신문에 번역된 스누피 만화가 실렸던 던 것 같다. 원래도 신문 볼 때 맨 마지막 페이지 안쪽을 열어 4컷짜리 만화를 제일 먼저 보곤 했는데, 스누피는 주말판에만 실렸던가... 어디서 봤든 암튼 나는 엉뚱하고 냉소적이고 시큰둥하고 투덜대는 캐릭터가 많은 스누피 만화가 마음에 꼭 들었다. 물론 때때로 알콩달콩 로맨스와 풋사랑이 넘쳐나기도 했고.

학교 다닐 때 누군가 내게 '루시'를 닮았다는 말도 했다. 납작하고 동그란 코가 두드러지는 옆모습이 특히 닮았다나 뭐라나;; 위 그림에서 파란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 애가 루시인데, 만화 속에선 저렇게 착하게 웃는 모습보다 주로 못되게 심술을 부리는 캐릭터다. 특히 찰리 브라운을 몹시 못살게 굴며 무시하는 일이 많고, 친동생인 라이너스 형제한테도 워낙 못되게 구는 인물이라 그리 좋아하는 별명은 아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전공필수 과목에서 매주 일주일치 사설로 쪽지시험을 봐야하는 처지여서 어쩔 수 없이 영자신문을 매일 봐야 했는데, 다행히 그때도 스누피 만화가 연재되고 있었다. 대개는 신문 사는 값도 아까워 학교 복사실에서 사설 부분만 복사하는 일이 많았으나, 스누피 만화가 나오는 날은 일부러 신문을 샀다. 근데 애들이 막 철학적인 사유를 하는 터라 사전을 찾아봐야할 때도 꽤 있었다. 만화 하나도 사전 찾으며 봐야하는 영문과 학생이라고 비참해 하면서... ^^;

암튼 최근 매일같이 스누피 게임을 하면서 문득 책장에 오래된 스누피 책도 갖고 있다는 게 떠올랐다. 테두리가 좀 헐긴 했어도 여전히 화려찬란한 스누피 책을 꺼내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샀겠거니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예전엔 책을 사면 꼭 면지에 언제 어디서 누구랑 사거나 누구에게 받았는지 기록해두는 버릇이 있었는데,

27년 된 정가 2500원짜리 스누피 책

1985년 생일에 친구에게 선물 받았다고 적혀 있었다. 책을 선물한 친구는 그해 미국으로 이민가 아직도 LA에서 살고 있다. 뜻밖의 깨달음에 득달같이 사진을 찍어 친구에게 카톡으로 보내며, 기억 나느냐고 물으니 금시초문이란다. 하기야 뭐 선물 받은 나도 까먹은 마당이렸다. 찰스 슐츠가 원래 이런 책도 썼는지, 출판사에서 사랑과 관련된 글귀와 그림만 발췌해 편집한 것인지 그건 알 수 없으나 그림 하나하나에서 그간 까먹었던 스누피 친구들의 관계가 새록새록 떠올랐다. 맞다, 찰리 브라운은 패티랑 사귀는 사이였다. 못되처먹은 루시도 음악하는 남자는 매력적이라며 피아노맨 슈로더를 짝사랑했었다. 찰리 동생 샐리도 라이너스랑 친했고...

무려 27년된 스누피 책이라며 책 내용도 사진을 찍어 막 자랑했더니, 촌스러운 원색 색감이 딱 그래보인다는 의견이 나왔다. 노랗고 빨갛고 샛분홍에 진초록, 진짜 알록달록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다. 요즘 만든다면 분명 원색이라도 색감이 이렇진 않을 것 같다. 책 표지의 '스누우피-의' 표기는 또 어떻고! ㅋㅋㅋ



이 책만 발견하고 말았다면 굳이 포스팅까지 할 마음이 없었을 텐데, 방학때 와서 자고 간 지환이가 요상한 마법사 놀이를 하느라 여기저기에서 온갖 소품을 죄다 끄집어내다 장롱 구석에서 또 스누피 아이템을 하나 발견했다. 역시나 올해로 역사가 12년이나 된 물건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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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질

투덜일기 2012. 1. 26. 17:54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꽤 오래 전부터 나는 빗질을 하지 않는다. 곰곰이 돌이켜 보아도 대체 언제 시작된 습관인지 모르겠다. 머리를 보글보글 볶고 나서부터인가?(파마를 하고 나서는 '컬'이 망가지지 않도록 '도끼빗'이라고 하여 빗살이 아주 성긴 거대한 빗을 사용해야 한다고 들었고, 과거 그런 도끼빗이 우리집에도 있었다. 사라진지 오래됐지만;;) 하지만 요샌 줄곧 생머리인데. 암튼 내방엔 아예 납작한 빗(일명 comb)이 없다. 대신에 헤어드라이 할 때 쓰는 둥근 롤브러시와, 일반 브러시가 하나씩 있기는 하다. 그나마 머리를 말릴 때 롤브러시를 앞머리와 옆머리에 대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쓱쓱 빗어내리기는 하므로, '빗질을 하지 않는다'는 명제부터 잘못됐다고 지적받을 수는 있겠으나 어쨌든 그 행위는 내게 '빗질'로 여겨지지 않는다. 빗질이라 함은 납작한 빗이든 브러시든 손에 들고서 머리칼 전체를 쓱쓱 빗어내려야하는 거 아닌가? 난 그런 거 안한지 정말 오래됐단 말이지.

차르르 윤기나는 머릿결을 위해서는 열심히 빗질을 해주어야 한다는데, 오래도록 빗질을 생략하고 대충 털어 손가락으로 머리칼을 쓱쓱 정돈한 다음 헤어드라이어로 말릴 때도 롤브러시 대신 손가락으로 말거나 빗는 것이 나는 더 편하다. 물론 그 때문인지 머릿결도 엉망이다. 가뜩이나 숱도 적고 얇은 머리칼엔 점점 히마리가 없어지는 느낌이다. 나이들면서 죄다 보글보글 아줌마 파마들을 해대는 이유도 생머리로 버틸만큼 숱과 결이 뒷받침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나이든 친구들이 귀띔을 해준다. 너도 얼마 안 남았어, 얘. 원래도 숱이 적어 속알머리가 들여다보이던 머리칼은 더욱 부실해졌다. 그렇게 많지도 않은 머리칼이 빠져서 브러시에 마구 끼어있는 걸 빼내는 것도 고역이다. 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칼도, 브러시에 끼어 엉킨 머리칼도 나는 잘 못보겠다. 좀 섬뜩한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아무래도 머리 길이가 계속 짧은 편이었던 것이 원인일 수도 있겠으나(실제로 30대의 대부분은 숏커트로 살았던듯) 최소 10년은 넘게 '제대로' 빗질을 안하고 지냈음을 새삼 깨닫고 보니 스스로도 퍽 신기하다.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럴까? 게으른 나만 그런가? 빗질 안하기를 처음 내게 조언했던 건 분명 미용실이었다. 젖은 머리를 빗으로 빗으면 상하니깐 빗지 말고 수건으로 탁탁 털어 말린 후 손가락으로 슥슥 어루만지며 말리라고 말이다. 그러니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미용실에서 그런 조언을 들은 적이 있지 않을까? 물론 나처럼  그말을 십수년째 별 생각 없이 고수하란 법은 없겠지만.

하여간에 머리 길이와 상관없이 빗질 안하는 습관이 뿌리깊게 박힌 나머지, 요즘처럼 머리칼을 마구 방치하여 꽤나 길어지고 나면 이놈의 머리칼이 마구 엉킬 때가 있다. 특히 머리감고 나서 잘 안말린 채 비비고 잠을 잔 뒤엔 어김이 없다. 대개는 빗 대신 손가락으로 슥슥 빗어 넘기면 걸리는 것이 전혀 없는데, 가끔 뒷머리가 쇠수세미 뭉치처럼 바글바글 엉켜있는 거다. -_-; 그러면 또 행여나 소중한 머리칼 빠질세라 끊어질 세라 한올한올 엉킨 실 풀듯 손으로 풀어주어야 한다. 오늘도 한참 엉킨 머리칼을 풀고 앉았다가 킬킬 웃었다. 애당초 머리를 참하게 빗어놓았더라면 엉킬 일도 없었을 텐데 참 나. 성격도 이상하여라.

예전에 엄마가 뜨개질 고수였던 시절, 술술 뽑아쓰기 좋게 하느라 털실을 미리 풀어 바구니 같은데 담아놓았는데 동생들이 뒤집어 엎는 바람에 실이 엉키면 엄만 엉킨 실을 푸는 임무를 내게 맡겼다. 아주 드물게는 도저히 풀리지 않아 끊고 다시 실을 이어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지만 대개는 내가 기필코 엉킨 실을 다 풀어내고야 말았고 그 성취감을 퍽이나 즐겼던 것 같다. 오늘도 엉킨 머리칼을 한올한올 잡아당겨 죄다 풀어 다시 매끈하게 만들어놓고는 별난인간도 다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번쯤은 잘못될 것을 알면서도 즐기는 짜릿한 모험도 아니고 뭐하는 짓인지. 그렇다고 새삼 내일부터 열심히 빗질을 시작할 위인도 아니고 이 게으름의 끝은 어디일지 그게 나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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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한해 정리

놀잇감 2012. 1. 6. 10:19

 


게으름 뒷설거지 하느라 연말연시는 늘 쫓기듯 바쁘지만 그래도 노상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니 한해 정리 포스팅을 하려면 못할 것도 없었는데 차일피일 미룬 이유는 우유부단한 속성 탓에 좀체 항목별로 셋을 뽑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_-; 마음에 꼭 드는 이미지를 찾아내는 것도, 베스트 사유를 쓰는 것도 은근히 시간 많이 걸리는 일이라 스스로 찔리기도 했다. 하지만 또 그런 모든 난관을 무릅쓰고 또 이렇게 얼렁뚱땅 하고만다. 2011 베스트 포스팅. ㅋㅋ




7. 2011년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멍하니 살았다.
적고 보니 두 마디로군.
아무리 돌이켜봐도 베스트나 워스트로 뽑을 만한 기억도 없고, 뭘 딱히 지른 것도 없는 것 같고(기껏해야 연말에 산 거위털 이불 정도?), 인상 깊은 사건도 없이 그저 소소한 아쉬움 뿐이다.
그래서 베스트 항목을 더 뽑으려야 뽑을 수도 없었다. 참 재미없게도 살았구나 싶은 느낌. 그래서 2011년을 보내는 게 하나도 아쉽지 않았다. 차라리 빨리 가버려서 속 시원.


8. 2011년 번역작업
달랑 3권이 출간됐다. 그중 하나는 두권짜리라며 위안을 해보지만, 8월 이후 하반기 출간된 책이 전무하다는 것은 아마도 출판 불황과 나의 게으름이 만들어낸 합작품일 듯.
작업한 책은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벌려놓은 수만 잔뜩이다. 스스로 채찍질이 필요. 그래서 일부러 적어놓았다. 정신 차리라고 쫌!


9. 2012년의 계획이라면
1. 일과 관련해서 좀 더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 될 것
2. 조금 긴 여행 (홀로 두고갈 엄마 걱정도 덜었겠다, 여행비 모을 욕심에 더욱 열심히 일하던 과거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3. 기타든 그림이든 뭘 좀 배우러 다니고 싶단 소망을 실천에 옮기는 추진력을 발휘할 것
4. 큰 마음 먹고 이사 (과연;;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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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본 영화

놀잇감 2011. 12. 29. 16:37

역시나 남들 다 노는 연말에 일하기 싫은 반항심에 잠시 쉬어가는 설렁설렁 포스팅.
올해는 영화를 참 안봤다고 생각했는데, 영화관을 많이 찾지 않아서 그렇지 옛날 영화나 뒷북으로 본 영화 덕분에 총 21편이나(!) 봤다는 걸 목록 보고 깨달았다. 어쨌거나 개봉시기와 상관없이 내가 올해 본 최고의 영화 세편 고르기는 어렵지 않아 다행이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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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읽은 책

책보따리 2011. 12. 27. 18:18

작년에 너무 책읽기를 멀리하여 찔렸던 터라 올해는 재작년과 동일하게 30권을 목표로 삼았다.
결과는?
41권으로 초과달성. ^^;
늘 있는 일이지만 순간 순간 죽도록 일하기 싫을 때 의식적으로 책을 읽으려 노력했노라고 말하긴 뭣한 양임을 안다.
그래도 올해는 스스로 칭찬해줄 게 하도 없어 이거라도 칭찬해주련다. 그래, 장하다. 옛다, 칭찬.
2011 Best를 뽑아서 연말을 깔끔하게(?) 마무리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건만 마음도 괜히 바쁘고 좀체 정리가 안되는 것 같은 데다, 책 내용도 몇줄 적어둔 것 빼고는 깡그리 까먹은 느낌이라 일단 달력 뒤져 목록부터 뽑아보았다. 정리하다보면 올 최고의 책 세권을 추릴 수 있으려나 원. 드물게 후기를 올린 책들도 있지만, 지나고 보니 그게 곧 베스트 후보작은 아닌 것도 같다. 아 어려워라... (하지만 꼭 바쁠 때 이런 포스팅 하고 싶은 심보는 또 뭐람;;)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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