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들의 운동화와 신발장 구경이 너무 재미있어서 나도 사진 찍어 포스팅할까 생각은 했지만 막상 하려니 매우 귀찮았다. 헌데 마침 어제 조카한테 물려받은 운동화 두 켤레를 거실바닥에 널어놓고(올케가 손수 빤 운동화를 젖은 채로 싸주었다;;) 오갈 때마다 쳐다보고 있으려니 귀찮음을 극복할만한 호기심이 마구 동했다. 현관에 종종 신발을 네다섯 켤레 늘어놓고 살아서 엄마에게 종종 "니가 이멜다냐!"라는 핀잔을 듣는 바이지만, 정말로 나는 신발이 총 몇결레나 될까?
킥킥킥 웃음을 흘리며 현관에 나와있는 신발부터 시작해 양쪽 신발장을 오가며 운동화와 구두상자를 열고 꺼내 일일이 사진을 찍었다. 신발을 그리 자주 사는 건 아닌데도 많다고 느끼는 건 순전히 오래된 신발을 못 버리고 껴안고 있기 때문이지, 정말로 이멜다 기질이 강렬한 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그 객관적인 판단은 이웃들에게 맡기겠음. ;-p
갖고 있는 운동화 가운데 제일 오래됐다. (참고로 이 이전에 신던 운동화는 스케처스 제품으로 검정색인데다 굽이 앞뒤 모두 높은 디자인이라 헐어서 버렸을 정도로 애용했다.)
월드컵 열기로 이미 뜨겁던 2002년 봄, 나를 키워준(?) 출판사 직원들 사이에선 때아닌 마라톤 열풍이 불었다. 너도나도 러닝화를 사더니 5km, 10km 단축마라톤 대회엘 막 나가고 그랬다. 숨쉬기 운동밖엔 안하는 내게 제발 운동 좀 하라며 그 회사 사장님이 운동화값을 봉투에 넣어주었다. 그 길로 당장 백화점 가 한 켤레 사라면서.
그길로 정말 사러갔는지는 기억에 없는데 암튼 얼결에 산 운동화가 이 아디다스 러닝화다. 쇼핑도 늘상 하던 품목이나 익숙하지, 러닝화라곤 사본 적이 없는 나는 점원이 권하는 대로 이것저것 신어보다가 막판엔 지쳐서 될대로 되라 심정이었다. 제일 푹신해서 고르긴 했지만, 집에 오자마자 후회했다. 형광주황색에 곰팡이 슨 것 같은 검정무늬가 뭐람! 사이즈도 240이 제일 작은 거라고 해서 10mm나 큰데도 그냥 사야했다. 째뜬 한동안 이걸 신고 집앞 천변을 1.5km 정도 뛰고 헉헉거리며 운동 좀 했다고 뿌듯해했다. 10년동안 단 한번도 빨지 않았는데도 아직 거의 새것 같다. ㅋㅋㅋ 박스 보관의 덕인듯.
이 운동화는 사자마자 포스팅도 했었다. 딱히 원하는 스타일 없이 ABC마트엘 갔는데 좀 마음에 드는 건 하나같이 사이즈가 없었다. -_-; 여전히 운동화에 대한 '감'과 취향이 없는데다, 발에 맞는 것들 중에서 대강 골랐더니 바닥이 너무 앏아서 잘 안신게 되었다. 자전거 열심히 타던 때엔 그나마 반바지에 맨발로 꿰신고 자전거를 타며 그 용도론 딱이다 싶었는데, 이외의 평상복엔 진짜 안어울린다. ㅋ
당연히 한번도 안빨았고 아직도 새신 같다.
평소 입는 청바지에도 막 신으려면 스타일이 중요하다는 걸 그제야 깨닫고는 나름 고심 끝에 산 운동화다. 단신을 탓하며 운동화를 잘 안신지만 그렇다고 아줌마들 많이 신는 키높이 운동화는 싫었다. 발목과 뒷태가 너무 뭉툭해보여! 끈을 묶었다 풀었다 하는 것도 싫어서 찍찍이로 여미는 걸 일부러 고른 뒤 몹시 뿌듯했다. 내가 좋아하는 색감이 다 들어있네! 라면서.
그러나 내 생각과 달리 신고 다니면 종종 놀림을 받았다. 아동화 사 신었냐고... ㅠ.ㅠ 벨크로 때문인지 작아보여선지, 조카들도 올케들도 현관에 벗어놓은 신발을 처음 봤을 때 누구 어린이 손님이 왔느냐고 물었다. 쳇.. 그러거나 말거나 따뜻하고 푹신해서 애용하고 있다. 한번 빨아 신은 것 같음.
이게 무슨 운동화냐고 항의할 사람도 있겠으나 어쨌든 내겐 운동화다. ^^; 운동화의 탈을 쓴 OOO라고 말하려 해도 딱히 뭐라고 칭할 이름이 없다.
이대앞에 갔을 때 <폐업! 창고정리 만원 균일>이라고 적힌 글귀를 보고 들어가 거의 1분만에 골라들었다. 청바지 재질인데다 높아도 앞부분 바닥이 푹신푹신해서 운동화처럼 막 신고 뛰어다녀도 발이 아프지 않다. 당장 자기 것도 사달라는 지인들이 꽤 있어서 한 열흘쯤 뒤 다시 그 가게에 가보았으나 이미 다른 점포가 들어오려고 수리중이었다. 뒷굽에 하얀 생고무가 달려 있었는데, 똑같이 굽갈이 하려고 구두수선점을 여러군데 찾아다니다 포기하고 그냥 검은색 굽으로 바꾸어 달았다. 빨기도 두어번 빨아 신었으니 얼마나 애용했는지 알 수 있다. 요즘엔 겨울이라 발시려워서 신발장에 들어있음. 내 신발 전체를 통틀어 가격대비 만족도 최고다! ㅎ
이게 바로 조카한테 물려받은 첫번째 운동화다. 그간 조카들이 예쁜 운동화 사신으면 곱게 신다 고모한테 물려주라고 몇번이나 당부했어도 매번 실패했다(남자애들 운동화가 특히 색감이며 디자인이 내 취향이다!). 애들 발도 쑥쑥 크지만 신발을 어찌나 험하게들 신는지!
이건 정민이가 작년에 좀 딱 맞게 사는 바람에 작아져서 발이 아픈 덕분에 살아남았은 것 같다. 요번에도 빨아서 남 준다니깐 펄펄 뛰었다는데 그나마 고모한테 넘기는 건 찬성했다. 너무 흔한 뉴발란스 운동화라서 과연 나도 애용하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암튼 시방 열심히 말리고 있다.
요번에 물려받은 두번째 운동화. 늘씬한 정민이가 여름에 신고 다니면 참말 예뻤는데 내가 신어도 예쁠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군청색이랑 빨간 끈의 조화가 마음에 든다. 역시나 235라서 크다. 두툼한 스포츠양말 신고 신어야할 듯.
운동화는 아니지만 구두랄 수도 없고 운동화보다도 편하니까 여기다 올린다. 엄마랑 세트로 사서 정말 본전 뽑았다 싶은 사눅. 마트 갈 때나 조카네 잠깐 갈때 요즘도 노상 신는데 큰동생은 이 신발이 그렇게 마음에 안든다고 구박이다. 스님 신발 같다나. 하기야 워낙 바닥이 얇고 푹신해 나도 땅바닥에 붙어다니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따뜻하다규~.
나는 열심히 신고 다닌 반면 엄마는 바닥이 너무 얇아 발이 불편하다고 하시고 모양도 일그러져(뒤축에 힘없는 신발을 신으면 엄마는 이상하게 발이 옆으로 쏠린다) 별로 안신으신다. 노인에겐 비추천 신발인 모양.
역시 운동화는 아니지만 요즘 현관에 내놓고 신는 네다섯켤레 가운데 하나인 방한용 부츠. 지난번 눈올 때 마당 쓸러 나갔다 찍은 사진이 있어 재활용했다.
어그부츠는 제아무리 따뜻하다 해도 눈올때 신을 수가 없으니 사고싶지 않았고, 그 대안으로 고른 게 이 핏플랍 부츠다. 정말 아무리 춥고 눈이 많이 와도 발 안시린 최강 보온력을 자랑한다. ㅎㅎㅎ
역시나 현관에 널려있는 신발부터 공개한다. 작년 겨울에 샀는데 안쪽이 모두 털이고 지퍼도 달려 따뜻하고 편해서 올 겨울에도 제일 많이 신고다닌다. 바닥도 울퉁불퉁 미끄럼방지 돼 있음. 9센티미터였던가, 좀 높긴 하지만 앞굽도 좀 있어서 끄덕없다. ㅋㅋㅋ
이것도 굽이 10센티미터 가까워 꽤나 높지만 이른바 '가보시힐'이라고 해서 앞굽이 받쳐줘서 별로 힘들지 않다. 옥스포드화 신고 싶어 몸살하다가 산 게 재작년이었던 것 같다. 정장 아니면 세미케주얼에나 어울려 생각만큼 많이 신진 않았지만 꽤 잘 신고 있다.
원래 나름 옥스포드화라고 할 수 있는 투박한 굽에 앞코 네모난 밤색 구두를 한 15년도 넘게 간간이 신었는데 어느 순간 확 버리고 싶었다. 그걸 버리려고 대체품으로 작년에 산 게 바로 이 구두. 사실 이웃들 운동화 열풍에 나도 예쁜 운동화 좀 찾아보겠다고 온라인샵을 기웃거리다 얼결에 질렀다. 앞코 모양만 다르지 색깔과 끈도 거의 비슷했는데...
이건 굽이 7-8cm인 것 같다. 옥스포드화는 높아도 은근히 편해서 막 맨발로도 신고 다녔다.
최근에 산 신발들이 끝났으니 이젠 무진장 오래된 신발 순으로 올려볼까.
첫직장 다닐때 신은 기억이 있으니 20년도 넘었다. +_+ 가죽도 아니고 천인데다 좀체 신지 않는 플랫슈즈를 왜 안버리고 여지껏 끼고 있는지 나도 좀 의문이다. 별로 비싼 신발도 아닌데...
하지만 신발장 정리를 할 때마다 버리려고 꺼내들었다간 매번 도로 집어넣었다가 여름에 한번씩 신는다. 단신에 어울리거나 말거나 치렁치렁 긴 맥시스커트에 이 신발을 신고 다니던 때가 그리워서일까. 당시엔 이 신발에 달린 코사지가 똑같이 달린 검정색 가방도 발견해 사들고 다녔으나, 가방이 먼저 고장나 버려야했다. 그나마도 뒤축 밴드가 점점 헐어서 몇년 안엔 버려야할 것 같다.
이 구두도 15년은 넘은 것 같다. 역시나 안엔 가죽을 댔어도 밖은 나일론 천으로 된 신발인데 이대앞 구두살롱들이 아직 성업중일 때 맞춰신었을 거다. 맨발로 신어도 몹시 편했었는데 내 발이 넓어진 것인지 천이 쫄아들었는지 작년에 한번 신고 나갔다가 발 까졌다. ㅠ.ㅠ 스커트 정장에 신으면 제일 맵시나는 신발이라서 차마 못버리고 있는 듯... (스커트 정장을 일년에 한두번 입기나 하느냐!)
내 신발 가운데 제일 높다. 무려 12cm였던가... ㅋㅋ
더는 이런 신발 신는 사람이 없는 것 같은데, 압축스펀지로 된 이런 통굽신발이 10여년 전엔 꽤나 유행이었다. 통바지와 함께 유행이었던가? 2002, 3년에 열심히 신었다. 원래는 이런 슬리퍼 형태가 아니라 뒤축에도 부드러운 가죽이 덧대어 있었는데, 유독 그부분만 헐어서 구둣방에 가 잘라달라고 했다. 이걸 신으면 나도 평균키에 도달한 것 같아 유독 아끼던 신발이라 차마 못 버리고 있다. 구두를 하도 오래 보관하니 내 신발만 보아도 구두의 유행 역사를 알 수 있는 듯. ㅋㅋㅋㅋㅋ
요즘엔 눈씻고 찾아보려 해도 이런 모양의 구두를 파는데가 없지만, 이 구두를 장만할 때만 해도 내가 갖고 있는 뾰족구두를 신고 나가는 것이 민망할 정도로 이렇게 넙적하고 네모난 앞코가 대유행이었다. 아마도 10년쯤 됐으려나?
그해 유별나게 친구들 결혼식이 많아서 정장 입을 일이 잦다는 핑계로 사서는 한참 잘 신었다. 2, 3년 만에 유행이 확~ 바뀌는 바람에 그 이후론 계속 신발장 박스 안에 들어있지만 조만간 또 유행이 돌아오리라 짐작하고 있다. 한동안 무조건 뾰족 뒤축만 나오더니, 요즘 뒤축 두툼한 구두들이 다시 유행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니깐!
정말... 유행은 돌고 돈다.
친구 선물 사러 백화점 갔다가 첫눈에 색깔과 모양이 마음에 들어 덜컥 산 구두다. 정면 모양 찍으려고 위에서 찍었더니 빈티지스러운 가죽의 파아란 느낌이 안살았다. ^^;
어쩐지 이걸 신으면 라틴댄스라도 추러가야할 것 같지만 의외로 난 통청바지에 열심히 신고다녔다. 내 발이 짧고 넓어보이는 편인데 이 구두를 신으면 정말 갸름하고 날씬해보이는 장점이 있다.
그럼 뭐하니.. 최근 몇년 새 한번도 안 신고 나갔다. 같은 힐이라도 뾰족굽 7cm는 이제 힘들어... ㅠ.ㅠ
블로그에도 자랑한 기억이 있는 것 같으니 2006년 이후에 샀다해도 벌써 6년이다. ㅋ
구두업계에서 부르는 말로 '오픈토 힐'이다. ^^;;
아무리 여름이라도 결혼식엔 발가락 죄다 내놓는 샌들을 신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는 누군가의 타박(우쒸!!)에 저렴한 걸로 하나 사놓고는 연중행사로 신는다. 문제는 싼 신발일수록 발이 아플 확률이 높다는 것 ㅠ.ㅠ
좀 커서 바닥에 깔창을 하나 더 깔아 푹신하긴 하지만 맨발에 좀 오래 신으면 발아프다. 하기야 하이힐은 원래 신고 걸어다니라고 만든 신발이 아니라지 아마. ㅋ
이토록 금빛 찬란한 수제화 샌들을 어쩌다 살 생각을 했는지 참 아무리 생각해도 좀 놀랍다. +_+ 그치만 여름마다 이상하게도 골드, 실버 이런 신발에 좀 끌린 적이 있었다. 실제로 신고 나가면 기분이 좀 좋아지는 효과도 있었고.
산지 5, 6년은 넘은 것 같은데 아마 모두 합해도 10번 이내로 신었지 싶다. 그러니깐 이토록 여전히 새것의 느낌이겠지. --v 더운 날씨에도 괜히 우아떨고 싶은 날, 차를 가져갈 수 있는 모임에만 신었던 듯하다.
같은 집 신발인데도 이 샌들이 1cm 낮고 (위의 샌들은 8cm) 앞바닥에 얇게 폭신한 라텍스가 깔려 훨씬 편해서 애용했다. 송치에 달린 스팽글이 한쪽은 막 떨어져나갔을 정도. 검게 남은 발가락 모양의 자국이 관록을 전한다. 호피무늬 엄청 싫어한대놓고 유일하게 갖고 있는 호피문양 소지품이 아닐까 한다. (사실 다른 사람들은 호피무늬인줄도 모르고, 나 역시 살 때는 스팽글만 눈여겨봤지 호피무늬 송치인줄 몰랐다;;)
그러나 뾰족굽 샌들이 아무리 편해봤자... 걸음도 빠르고 씩씩하게 돌아다니는 편이라 저런 샌들은 금세 발이 피로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런 웨지힐이 유행된 게 아닐까 하는데, 작년인가 재작년 여름에 사서 줄기차게 신었다. 굽이 9-10cm쯤 되지만 앞굽도 있어서 막 뛰어다녀도 발이 아프지 않다. '글라디에이터 샌들'이라나 뭐라나 하는 게 꽤 유행할 때 나는 그런 투박한 전투화 모양이 너무도 싫었으나 이건 그 변형이라고 할 수 있는데도 디자인이 얌전하고 단순하다. 이대앞 수제화집에서 득템.
아마도 위 샌들과 같은 시기에 산 것 같은 탐스 슈즈. 한 켤레 사면 한 켤레 똑같이 기부되는 탐스 슈즈의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어서 나도 동참하고 싶었으나, 일반 탐스 슈즈는 너무 납작하고 모양도 버선 같아서 선뜻 사기 싫었다. 차라리 캔버스천 사눅을 사면 모를까.
그런데 신상이라며 이런 캔버스 웨지슈즈가 나왔길래 냉큼 샀다. 안팎의 천 색깔이랑 모양은 다 마음에 드는데 생각보다 오래 신기에 편치 않다. 좀 걸으면 뚫린 앞코로 나오는 엄지발가락과 닿는 부분에 물집이 잡힌다. 흑... 그래도 반창고 붙여가며 여름엔 애용했음.
이 또한 얼마나 오래됐는지 역사를 알 수 없는 신발이다. '뮬'이라고 해서 이런 모양의 신발이 한참 유행일 때가 있었는데! ㅎㅎㅎ
이런 '새빨간' 구두를 내가 샀을 리는 없고, 몇년 전 큰올케한테 물려받은 거다. 학생때는 나도 빨간 구두를 신은 적이 있었기에 잘 아는데, 빨간구두를 신으면 이상하게 기분이 좀 달라지는 마법같은 효과가 있다. 도로시 증후군이라고나 할까 ^^; 최근 몇년 간 신고 나선 적 없지만 그래도 가끔 그냥 쳐다보며 기분전환이 되니 버릴 수가 있나. 송치 재질이라 털이 보슬보슬하다.
제주도 여행기에 등장한 적 있는 굽 높은 플립플랍. 이것 이전엔 정말로 푹신하고 발 편하고 가벼운 굽 높은 밤색 플립플랍이 있었는데, 워낙 오래되서 그만 홍대앞 보도에서 수명을 달리했다. 그 대용으로 사보았으나 천연고무 재질이라 엄청 묵직해서 오래 신고 다니면 발등에 물집잡힐 수도 있다. ㅠ.ㅠ 그래도 더 예쁜 색깔 있으면 하나 더 살까 매년 기웃기웃하는데 더는 나오지도 않는지 찾아보기 힘들다.
작년에 장마철에 신으면 최고라고 하는 데다 단돈 만원이래서 친구따라 강남가듯 덩달아 샀으나 단 한번도 신고 나간 적 없다. 친구는 완전 마음에 든다면서 다른 색깔로 하나 더 샀을 정도인데 나는 영... 더욱이 230인데도 좀 커서 헐떡거린다.
플랫슈즈라서 나로선 어떤 옷에도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고, 미끄덩거리는 플라스틱같은 고무의 느낌이 통 마음에 들지 않아 신발장에 넣어놓고 거의 잊고 있다가 요번에 발견했다. 아 맞다, 이런 신발도 있었지! ㅋㅋㅋ
혹 시도해보실 이웃이 계시다면 선뜻 분양할 의향 있음.
이밖에 슬리퍼와 납작쪼리가 하나씩 더 있고, 샛연두색 레인부츠 한 켤레, 뒷베란다에서 최근 2, 3년년 간 꺼내본 적 없는 롱부츠가 두개 있으나 그건 정말 꺼내기 귀찮아서 사진을 찍지 않았다. 그렇다면 내 신발은 총 몇켤레란 뜻인지? ㅋㅋㅋ (셈에 어두워 사진보며 몇번을 세보았는데 29켤레가 맞는 듯 ㅠ.ㅠ)
엄마는 항상 내게 모르긴 해도 구석구석 숨겨둔 신발이 백켤레쯤 될 거라고 핀잔을 주었기 때문에 이제껏 한번도 신발 갯수를 세본 적 없으면서도 설마 50켤레쯤 나오는 거 아닌가 염려했는데 예상보다 심하지 않다. ㅎㅎㅎㅎ 절반 이상 오래된 신발이고 운동화 두 켤레는 요번에 물려받은 신발인걸 뭐;; 오래된 신발들이 거의 멀쩡한 비결은 박스째 보관하는 것. 어차피 신발장엔 엄마의 각종 신발과 등산화로 거의 꽉 차 있어서 내 신발은 구석 수납장 아래쪽에 박스째로 쌓아둔 게 더 많다. 해서 간만에 신발 꺼내 신고 나가면 엄마가 또 신발 샀느냐고 나무란다. 새 신발 아니거든요! 아무튼.. 이렇게 멀미나게 주욱 올려놓고 보니 한동안은 신발 사고 싶어도 꾹 참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과유불급이랬거늘.
킥킥킥 웃음을 흘리며 현관에 나와있는 신발부터 시작해 양쪽 신발장을 오가며 운동화와 구두상자를 열고 꺼내 일일이 사진을 찍었다. 신발을 그리 자주 사는 건 아닌데도 많다고 느끼는 건 순전히 오래된 신발을 못 버리고 껴안고 있기 때문이지, 정말로 이멜다 기질이 강렬한 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그 객관적인 판단은 이웃들에게 맡기겠음. ;-p
월드컵 열기로 이미 뜨겁던 2002년 봄, 나를 키워준(?) 출판사 직원들 사이에선 때아닌 마라톤 열풍이 불었다. 너도나도 러닝화를 사더니 5km, 10km 단축마라톤 대회엘 막 나가고 그랬다. 숨쉬기 운동밖엔 안하는 내게 제발 운동 좀 하라며 그 회사 사장님이 운동화값을 봉투에 넣어주었다. 그 길로 당장 백화점 가 한 켤레 사라면서.
그길로 정말 사러갔는지는 기억에 없는데 암튼 얼결에 산 운동화가 이 아디다스 러닝화다. 쇼핑도 늘상 하던 품목이나 익숙하지, 러닝화라곤 사본 적이 없는 나는 점원이 권하는 대로 이것저것 신어보다가 막판엔 지쳐서 될대로 되라 심정이었다. 제일 푹신해서 고르긴 했지만, 집에 오자마자 후회했다. 형광주황색에 곰팡이 슨 것 같은 검정무늬가 뭐람! 사이즈도 240이 제일 작은 거라고 해서 10mm나 큰데도 그냥 사야했다. 째뜬 한동안 이걸 신고 집앞 천변을 1.5km 정도 뛰고 헉헉거리며 운동 좀 했다고 뿌듯해했다. 10년동안 단 한번도 빨지 않았는데도 아직 거의 새것 같다. ㅋㅋㅋ 박스 보관의 덕인듯.
당연히 한번도 안빨았고 아직도 새신 같다.
그러나 내 생각과 달리 신고 다니면 종종 놀림을 받았다. 아동화 사 신었냐고... ㅠ.ㅠ 벨크로 때문인지 작아보여선지, 조카들도 올케들도 현관에 벗어놓은 신발을 처음 봤을 때 누구 어린이 손님이 왔느냐고 물었다. 쳇.. 그러거나 말거나 따뜻하고 푹신해서 애용하고 있다. 한번 빨아 신은 것 같음.
이대앞에 갔을 때 <폐업! 창고정리 만원 균일>이라고 적힌 글귀를 보고 들어가 거의 1분만에 골라들었다. 청바지 재질인데다 높아도 앞부분 바닥이 푹신푹신해서 운동화처럼 막 신고 뛰어다녀도 발이 아프지 않다. 당장 자기 것도 사달라는 지인들이 꽤 있어서 한 열흘쯤 뒤 다시 그 가게에 가보았으나 이미 다른 점포가 들어오려고 수리중이었다. 뒷굽에 하얀 생고무가 달려 있었는데, 똑같이 굽갈이 하려고 구두수선점을 여러군데 찾아다니다 포기하고 그냥 검은색 굽으로 바꾸어 달았다. 빨기도 두어번 빨아 신었으니 얼마나 애용했는지 알 수 있다. 요즘엔 겨울이라 발시려워서 신발장에 들어있음. 내 신발 전체를 통틀어 가격대비 만족도 최고다! ㅎ
이건 정민이가 작년에 좀 딱 맞게 사는 바람에 작아져서 발이 아픈 덕분에 살아남았은 것 같다. 요번에도 빨아서 남 준다니깐 펄펄 뛰었다는데 그나마 고모한테 넘기는 건 찬성했다. 너무 흔한 뉴발란스 운동화라서 과연 나도 애용하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암튼 시방 열심히 말리고 있다.
운동화는 아니지만 구두랄 수도 없고 운동화보다도 편하니까 여기다 올린다. 엄마랑 세트로 사서 정말 본전 뽑았다 싶은 사눅. 마트 갈 때나 조카네 잠깐 갈때 요즘도 노상 신는데 큰동생은 이 신발이 그렇게 마음에 안든다고 구박이다. 스님 신발 같다나. 하기야 워낙 바닥이 얇고 푹신해 나도 땅바닥에 붙어다니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따뜻하다규~.
나는 열심히 신고 다닌 반면 엄마는 바닥이 너무 얇아 발이 불편하다고 하시고 모양도 일그러져(뒤축에 힘없는 신발을 신으면 엄마는 이상하게 발이 옆으로 쏠린다) 별로 안신으신다. 노인에겐 비추천 신발인 모양.
역시 운동화는 아니지만 요즘 현관에 내놓고 신는 네다섯켤레 가운데 하나인 방한용 부츠. 지난번 눈올 때 마당 쓸러 나갔다 찍은 사진이 있어 재활용했다.
어그부츠는 제아무리 따뜻하다 해도 눈올때 신을 수가 없으니 사고싶지 않았고, 그 대안으로 고른 게 이 핏플랍 부츠다. 정말 아무리 춥고 눈이 많이 와도 발 안시린 최강 보온력을 자랑한다. ㅎㅎㅎ
이것도 굽이 10센티미터 가까워 꽤나 높지만 이른바 '가보시힐'이라고 해서 앞굽이 받쳐줘서 별로 힘들지 않다. 옥스포드화 신고 싶어 몸살하다가 산 게 재작년이었던 것 같다. 정장 아니면 세미케주얼에나 어울려 생각만큼 많이 신진 않았지만 꽤 잘 신고 있다.
이건 굽이 7-8cm인 것 같다. 옥스포드화는 높아도 은근히 편해서 막 맨발로도 신고 다녔다.
최근에 산 신발들이 끝났으니 이젠 무진장 오래된 신발 순으로 올려볼까.
첫직장 다닐때 신은 기억이 있으니 20년도 넘었다. +_+ 가죽도 아니고 천인데다 좀체 신지 않는 플랫슈즈를 왜 안버리고 여지껏 끼고 있는지 나도 좀 의문이다. 별로 비싼 신발도 아닌데...
하지만 신발장 정리를 할 때마다 버리려고 꺼내들었다간 매번 도로 집어넣었다가 여름에 한번씩 신는다. 단신에 어울리거나 말거나 치렁치렁 긴 맥시스커트에 이 신발을 신고 다니던 때가 그리워서일까. 당시엔 이 신발에 달린 코사지가 똑같이 달린 검정색 가방도 발견해 사들고 다녔으나, 가방이 먼저 고장나 버려야했다. 그나마도 뒤축 밴드가 점점 헐어서 몇년 안엔 버려야할 것 같다.
내 신발 가운데 제일 높다. 무려 12cm였던가... ㅋㅋ
더는 이런 신발 신는 사람이 없는 것 같은데, 압축스펀지로 된 이런 통굽신발이 10여년 전엔 꽤나 유행이었다. 통바지와 함께 유행이었던가? 2002, 3년에 열심히 신었다. 원래는 이런 슬리퍼 형태가 아니라 뒤축에도 부드러운 가죽이 덧대어 있었는데, 유독 그부분만 헐어서 구둣방에 가 잘라달라고 했다. 이걸 신으면 나도 평균키에 도달한 것 같아 유독 아끼던 신발이라 차마 못 버리고 있다. 구두를 하도 오래 보관하니 내 신발만 보아도 구두의 유행 역사를 알 수 있는 듯. ㅋㅋㅋㅋㅋ
요즘엔 눈씻고 찾아보려 해도 이런 모양의 구두를 파는데가 없지만, 이 구두를 장만할 때만 해도 내가 갖고 있는 뾰족구두를 신고 나가는 것이 민망할 정도로 이렇게 넙적하고 네모난 앞코가 대유행이었다. 아마도 10년쯤 됐으려나?
그해 유별나게 친구들 결혼식이 많아서 정장 입을 일이 잦다는 핑계로 사서는 한참 잘 신었다. 2, 3년 만에 유행이 확~ 바뀌는 바람에 그 이후론 계속 신발장 박스 안에 들어있지만 조만간 또 유행이 돌아오리라 짐작하고 있다. 한동안 무조건 뾰족 뒤축만 나오더니, 요즘 뒤축 두툼한 구두들이 다시 유행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니깐!
정말... 유행은 돌고 돈다.
어쩐지 이걸 신으면 라틴댄스라도 추러가야할 것 같지만 의외로 난 통청바지에 열심히 신고다녔다. 내 발이 짧고 넓어보이는 편인데 이 구두를 신으면 정말 갸름하고 날씬해보이는 장점이 있다.
그럼 뭐하니.. 최근 몇년 새 한번도 안 신고 나갔다. 같은 힐이라도 뾰족굽 7cm는 이제 힘들어... ㅠ.ㅠ
블로그에도 자랑한 기억이 있는 것 같으니 2006년 이후에 샀다해도 벌써 6년이다. ㅋ
구두업계에서 부르는 말로 '오픈토 힐'이다. ^^;;
아무리 여름이라도 결혼식엔 발가락 죄다 내놓는 샌들을 신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는 누군가의 타박(우쒸!!)에 저렴한 걸로 하나 사놓고는 연중행사로 신는다. 문제는 싼 신발일수록 발이 아플 확률이 높다는 것 ㅠ.ㅠ
좀 커서 바닥에 깔창을 하나 더 깔아 푹신하긴 하지만 맨발에 좀 오래 신으면 발아프다. 하기야 하이힐은 원래 신고 걸어다니라고 만든 신발이 아니라지 아마. ㅋ
이토록 금빛 찬란한 수제화 샌들을 어쩌다 살 생각을 했는지 참 아무리 생각해도 좀 놀랍다. +_+ 그치만 여름마다 이상하게도 골드, 실버 이런 신발에 좀 끌린 적이 있었다. 실제로 신고 나가면 기분이 좀 좋아지는 효과도 있었고.
산지 5, 6년은 넘은 것 같은데 아마 모두 합해도 10번 이내로 신었지 싶다. 그러니깐 이토록 여전히 새것의 느낌이겠지. --v 더운 날씨에도 괜히 우아떨고 싶은 날, 차를 가져갈 수 있는 모임에만 신었던 듯하다.
그러나 뾰족굽 샌들이 아무리 편해봤자... 걸음도 빠르고 씩씩하게 돌아다니는 편이라 저런 샌들은 금세 발이 피로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런 웨지힐이 유행된 게 아닐까 하는데, 작년인가 재작년 여름에 사서 줄기차게 신었다. 굽이 9-10cm쯤 되지만 앞굽도 있어서 막 뛰어다녀도 발이 아프지 않다. '글라디에이터 샌들'이라나 뭐라나 하는 게 꽤 유행할 때 나는 그런 투박한 전투화 모양이 너무도 싫었으나 이건 그 변형이라고 할 수 있는데도 디자인이 얌전하고 단순하다. 이대앞 수제화집에서 득템.
그런데 신상이라며 이런 캔버스 웨지슈즈가 나왔길래 냉큼 샀다. 안팎의 천 색깔이랑 모양은 다 마음에 드는데 생각보다 오래 신기에 편치 않다. 좀 걸으면 뚫린 앞코로 나오는 엄지발가락과 닿는 부분에 물집이 잡힌다. 흑... 그래도 반창고 붙여가며 여름엔 애용했음.
이 또한 얼마나 오래됐는지 역사를 알 수 없는 신발이다. '뮬'이라고 해서 이런 모양의 신발이 한참 유행일 때가 있었는데! ㅎㅎㅎ
이런 '새빨간' 구두를 내가 샀을 리는 없고, 몇년 전 큰올케한테 물려받은 거다. 학생때는 나도 빨간 구두를 신은 적이 있었기에 잘 아는데, 빨간구두를 신으면 이상하게 기분이 좀 달라지는 마법같은 효과가 있다. 도로시 증후군이라고나 할까 ^^; 최근 몇년 간 신고 나선 적 없지만 그래도 가끔 그냥 쳐다보며 기분전환이 되니 버릴 수가 있나. 송치 재질이라 털이 보슬보슬하다.
작년에 장마철에 신으면 최고라고 하는 데다 단돈 만원이래서 친구따라 강남가듯 덩달아 샀으나 단 한번도 신고 나간 적 없다. 친구는 완전 마음에 든다면서 다른 색깔로 하나 더 샀을 정도인데 나는 영... 더욱이 230인데도 좀 커서 헐떡거린다.
플랫슈즈라서 나로선 어떤 옷에도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고, 미끄덩거리는 플라스틱같은 고무의 느낌이 통 마음에 들지 않아 신발장에 넣어놓고 거의 잊고 있다가 요번에 발견했다. 아 맞다, 이런 신발도 있었지! ㅋㅋㅋ
혹 시도해보실 이웃이 계시다면 선뜻 분양할 의향 있음.
이밖에 슬리퍼와 납작쪼리가 하나씩 더 있고, 샛연두색 레인부츠 한 켤레, 뒷베란다에서 최근 2, 3년년 간 꺼내본 적 없는 롱부츠가 두개 있으나 그건 정말 꺼내기 귀찮아서 사진을 찍지 않았다. 그렇다면 내 신발은 총 몇켤레란 뜻인지? ㅋㅋㅋ (셈에 어두워 사진보며 몇번을 세보았는데 29켤레가 맞는 듯 ㅠ.ㅠ)
엄마는 항상 내게 모르긴 해도 구석구석 숨겨둔 신발이 백켤레쯤 될 거라고 핀잔을 주었기 때문에 이제껏 한번도 신발 갯수를 세본 적 없으면서도 설마 50켤레쯤 나오는 거 아닌가 염려했는데 예상보다 심하지 않다. ㅎㅎㅎㅎ 절반 이상 오래된 신발이고 운동화 두 켤레는 요번에 물려받은 신발인걸 뭐;; 오래된 신발들이 거의 멀쩡한 비결은 박스째 보관하는 것. 어차피 신발장엔 엄마의 각종 신발과 등산화로 거의 꽉 차 있어서 내 신발은 구석 수납장 아래쪽에 박스째로 쌓아둔 게 더 많다. 해서 간만에 신발 꺼내 신고 나가면 엄마가 또 신발 샀느냐고 나무란다. 새 신발 아니거든요! 아무튼.. 이렇게 멀미나게 주욱 올려놓고 보니 한동안은 신발 사고 싶어도 꾹 참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과유불급이랬거늘.
Posted by 입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