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투덜일기 2015. 4. 2. 17:03

가뭄이 심해 소양강댐이 막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지경이라더니 엊그제부터 틈틈이 비가 내린다. '단비'라는 게 바로 이런 거구나 싶다. 학창 시절 지리 과목을 별로 좋아하진 않았는데, 우리나라 기후와 강수량 관련된 부분은 그래도 꽤 잘 알아먹었던 것 같다. 일단 비와 눈에 내가 관심이 많으니깐! 게다가 지리 선생님이, 우리나라는 1년 강우량 중에서 대부분이 장마철에 한꺼번에 다 내린다는 것, 그래서 장마철 물난리나 '태풍'을 엄청난 '재해'라고만 여기지만 사실 태풍도 간간이 올라와서 전국에 비를 뿌려줘야 농사에 '엄청' 도움이 된다는 것, 바닷물도 태풍으로 한번 확 뒤집어져야 영양분이 골고루 섞여서 양식장도 잘된다는 것.. 그런 이야기를 아주 실감나게 고향 이야기를 덧붙여가며 설명해주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그걸 내가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을라고. ㅋ


며칠 반짝 낮동안 기온이 많이 올라가더니만 그제 내린 비에 힘을 얻었는지 계속 꽃눈 상태로 버티던 집 앞 벚나무, 살구나무, 앵두나무가 어제부터 순식간에 팝콘 터지듯 막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직은 꽃을 셀 정도. 가뭄 탓이려나, 꽃잎이 오종종 작고 볼품 없는 느낌이다. 해마다 벚꽃 일기를 쓰듯 만개한 시기를 블로그에 비교연재(?)하고 있는데 작년엔 올해보다 더 빨리, 3월 말부터 피었다고 적혀 있다. 올해는 며칠 늦었다는 얘긴데, 과연 만개 시점은 며칠일까? ^^


오늘 오후부터 또 다시 큰 비가 내린다더니만 조금 전부터 하늘이 깜깜해지면서 후두둑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졌다 그쳤다를 반복하고 있다. 이 정도 봄비에는 꽃송이가 거뜬히 버텨준다는 것도 예년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으니 걱정은 뚝. 주말부터는 또 집앞에서 꽃잔치가 벌어지지 않을까 싶다. 


걸핏하면 미세먼지다 황사다 뿌연 봄 하늘이 엄청 못마땅했는데, 그제 내린 비로도 어느정도 씻겨내렸겠지만 이번 단비로 완전 싹~ 깨끗해지면 좋겠다. 그래야 봄꽃 빛깔도 더 예쁠 듯. 요즘에도 식목일 되면 학교마다, 회사마다 거국적으로 나무 심으러 가고 그럴까? 내가 회사 생활 할 때는 되게 싫은 행사였는데 지금 하라고 하면 또 신나게 나설 것도 같다. 물론 까다롭게 토양과 그 산에 어울리는 묘목의 종류까지 따져가며 심어야한다고 까탈을 부리긴 하겠지만... 째뜬 이번 식목일은 단비 내리고 나서 온 산의 땅이 촉촉하게 젖어 있을 때라 나무 심기도 좋겠지. 


식목일에 나무는 안 심고 우리는 늘 그 즈음 일요일에 성묘를 간다. 주변에 헤이리와 파주 아울렛, 프로방스가 있어서 이젠 대가족 스무명이 성묘 끝내고 밥 한번 먹으려면 식당 찾는 게 여간 힘들지가 않다. 두부마을이나 한정식집에서 줄줄이 대기표 번호 들고 기다렸다 먹기도 하지만, 요번엔 김밥이랑 먹을 것 '사'가지고 가서 소풍 겸 놀기로 했다. 작년 한식땐 큰올케랑 나랑 둘이 나눠서 김밥을 '싸' 갔는데 김밥 달인과 외양부터 비교되서 민망했었다. 요샌 둘 다 바쁘니 패스~ 아버지 좋아하시는 영양센타 통닭이나 넉넉히 사갈 작정. 


그러니 아무리 단비라도 일요일엔 그쳐야하느니라! 미리미리 얼른얼른 다 쏟아지도록... 내려라, 얍!



Posted by 입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