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해당되는 글 39건

  1. 2008.05.28 앵두나무 13
  2. 2007.09.18 바닥 10
  3. 2007.08.08 게릴라성 폭우 9
  4. 2007.04.11 오랜만에 혼자 10
  5. 2007.03.04 우산 5
  6. 2007.02.08 비의 촉촉함 3
  7. 2006.12.16 머피의 법칙 6
  8. 2006.11.28 떠나는 가을 2
  9. 2006.10.22 어느 일요일 1

앵두나무

삶꾸러미 2008. 5. 28. 17:05
콘크리트 계단 옆에 말 그대로 손바닥만한 크기의 마당에서 자라는 앵두나무엔 올해도 어김없이 하얀 꽃이 피더니 다닥다닥 열매가 달렸다가 어느 틈에 앞다투어 빠알갛게 익어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색이 진해지는 앵두를 보며 곧 따먹을 수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그저께 저녁 누군가 초인종을 눌렀다. 건너 동네에 집을 새로 짓는 동안 잠시 아래층으로 이사를 와 작년부터 살고 계신  젊고 착한 목사님이었다. 마당에 있는 앵두가 익어서 좀 땄는데 아무래도 올해의 첫 수확인 듯하여 제일 어르신이신 울 엄마부터 드리려고 가져왔단다. 괜찮다고 아이들이랑 그냥 드시라고, 우리는 나중에 따먹으면 된다고 아무리 마다해도 막무가내라 하는 수 없이 두손을 바가지처럼 오므려 앵두를 받아들고 올라와 제법 맛이 든 앵두를 엄마랑 둘이 맛있게 음미했다.

앵두가 일단 익기 시작하면 한 열흘은 계속해서 심심찮게 따먹을 수가 있는데, 어제 일기예보를 들으니 비가 온다고 하여 괜스레 낭패감이 들었다. 이제 막 익기 시작한 앵두가 비를 맞고 다 떨어지거나 맛이 싱거워지면 어떻게 하나 공연한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밤새 천둥 번개가 치고 굵은 빗줄기가 지붕과 창문을 때리는 소리를 들으며, 앵두는 과연 무사할까 염려하다 비가 그치자 마자 내다보니 모든 게 쓸데없는 걱정이었던 듯 다닥다닥 붙은 앵두들은 여전히 건재했다. 다만 초봄에 가지치기를 해주었어야 하는데 그냥 방치했던 터라 정신없이 사방으로 뻗어난 가지들이 비를 맞고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해 축축 바닥으로 늘어져 있었다. 생각해보니 앵두나무 뿐만 아니라 잎이 돋기 전에 지저분한 무궁화와 사철나무도 가지치기를 해주었어야 했다. 다급한 마음에 전정가위를 들고 나가 빗방울이 무겁게 맺힌 쳐진 가지들 중에서 앵두가 달리지 않은 것들로만 일단 잘라주니 순전히 내 상상뿐이겠지만 앵두나무가 무거운 짐을 좀 내려놓은 듯 가뿐해 보이는 듯도 했다.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소망과,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려면 계절마다 부지런히 품을 들여 마당을 가꾸거나 돈을 써서 정원 가꾸는 사람을 고용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는 늘 내게 별개로 다가온다. 그래서 겨우 나무 세 그루 있는 한 뼘짜리 마당도 돌보지 않는 주제에 과연 내가 어떻게 넓은 마당 있는 집을 감당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오늘 같은 순간에나 내 뒤통수를 친다. 물론 작년까진 화분 물주기와 더불어 귀찮은 가지치기 따위는 당연히 아버지의 임무였고, 앞으로 내가 마당 있는 집에 살게 되더라도 그 마당에 있는 나무와 식물을 가꾸는 일손 또한 당연히 아버지 몫일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당연하겠지만 엄마와 나는 아직도 매 순간 아버지의 부재를 인정하지 않는 듯 살다가 문득 허망한 상실감에 멍해진다.

어쨌거나 올해도 변함없이 앵두가 익었듯, 올해도 변함없이 조카들이 오면 재잘재잘 떠들며 함께 앵두를 따서 나누어 먹게 될 것이다. 살다보면 변하는 것도 있고 변하지 않는 것도 있음을 새삼 실감하며 빗물 젖은 앵두가 예뻐서 전정가위를 내려놓고 카메라를 들고 내려갔다. 빨간 앵두들이 이슬을 머금은 빨간 보석처럼 어찌나 예쁜지 모른다. *_*

Posted by 입때
,

바닥

투덜일기 2007. 9. 18. 17:42
비가 와서 커피향 그윽하다며 좋아라할 땐 언제고
오늘은 또 비 핑계로 계속 기분이 바닥이다.
아무래도 명절증후군의 전초증상인 것 같기도 하다.
추석에 대거 손님을 치르려면 대청소부터 해야할 형편이라
요 며칠 아버지 옷가지를 거의 정리해 박스에 담아두었다가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했다.
등산복 욕심이 많으셨던 아버지의 옷가지는 커다란 박스 3개에 담고도 남아 푸대자루와 큰 비닐을 모두 동원해야 했다.
왜 하필 이리도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 기증품을 가지러 왔는지...
아버지가 용띠라서 움직이실 때마다 비가 온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생전에 여행 가셨을 때도 종종 그랬고,
세브란스 병원에서 거의 쫓겨나다시피 건대병원으로 옮기던 날도,
발인 날 장례식장에서 화장터로, 다시 납골당으로 모시던 동안에도 내내 비가 내렸다.
어제는 구름 한점 없이 날이 화창하더니만...


어제 오늘 온 집안 커튼을 떼서 빨고 말려 다시 매달았더니 어깨와 목이 아프다.
사촌동생들이랑 동생네 와서 잘 때 덮을 이불이랑 요도 왕창 빨아야 하는데 날씨가 왜 이런다냐.
원래 이런 건 지난주쯤 해치웠어야 하는 일이건만 꾸물럭거리며 게으름에 젖어 있다 마음이 바빠지니 또 기분만 바닥을 친다.

밥하고 빨래하고 집안일 신경쓰고 가족 대소사 챙기는 '주부'로 사는 삶이 죽도록 싫다는 게
어린시절부터 나의 표면적인, 그리고도 "중대한"  독신 지향 사유였는데 -_-''
벌 받았는지 철들고 나서부턴 아픈 엄마 대신 대리 '주부'로 살아야 하는 날들이 점점 많아져
이젠 아예 돈 못받는 파출부가 되어버린 내 신세도 오늘따라 몹시 처량하다.
주부노릇에 직장 일까지 슈퍼우먼이 되려고 자진해서 선택한 저들이야 그렇다치고
자유롭고 싶어 조직도 떠난 내 꼬라지는 만날 왜 이런가 말이다.
원래 쓸데없는 푸념과 한탄에 사로잡히면 끝없이 맥떨어져 헤어나올 수가 없는 법.
소용없는 짓임을 알면서도 온종일 모든 것에 앙탈을 부렸더니
괜스레 옆구리만 결린다.
그 여자 성질 참 못됐다.

그나마 바닥을 차고 오르기 위한 위로용 혼잣말 하나.
확실히 가족은 멍에지만, 그래도 나는 한쪽 가족만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양쪽 가족 다 거느리고 있는 유부녀들--가령 울 올케들 같은--봐서 참아보자...고 생각하지만 남들의 불행을 담보로 느끼는 위안은 그리 설득력도 없고 별로 달콤하지 아니하다)

아무래도 이번 추석은 몹시 힘들고 슬프겠다.
Posted by 입때
,

게릴라성 폭우

삶꾸러미 2007. 8. 8. 14:54
사람들은 이름을 참 잘도 갖다 붙인다.
갑자기 손가락 굵기처럼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며 하늘이 깜깜해졌다가
다시 언제 그랬냐싶게 하늘이 맑아지고는 매미가 맴맴 울어대다가
또 다시 유리창을 두들기는 빗소리가 들릴 만큼 무서운 폭우가 이어지는 날씨가
온종일 되풀이되고 있다.
날씨가 참 변덕스럽기도 하다고 내가 중얼거렸더니
엄마가 "일기예보에서 오늘 '게릴라성 폭우'가 내린다고 했어"라고 대꾸하셨다.

'게릴라'라고 하면 조정래의 <태백산맥>에 나왔던 빨치산이 제일 먼저 떠오르고
영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 봤던 잉그리드 버그만도 생각나고
요새 뉴스에서 하도 들어 친근한 아이스크림 이름처럼 들릴 지경인 탈레반도 생각나는데
이름 하나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과장하길 좋아하는지가 느껴진다.

'게릴라'도 무섭고, '폭우'도 무서운데
'게릴라성 폭우'라니...
남쪽에선 물난리가 나서 큰 고통을 겪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나로선 장마동안 비구경도 변변히 못한 것 같은 느낌 때문인지
꽤나 무섭게 내리다 그쳤다 또 하늘을 뒤덮는 먹구름의 험상궂은 심술도
'게릴라성 폭우'라는 이름이 주는 느낌보다는 훨씬 더 정겹고 만만하게 생각된다.
그저 커피가 유독 '땡기는' 날씨와 분위기를 조성하는 촉촉함이랄까.

아무래도 오늘은 잠이 오거나 말거나 커피를 많이 마시게 될 것 같아서
비오는 날 으레 입게 되는 편안한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 대신
커피향에 어울릴 것 같은 깡총한 검정색 미니 원피스에 샌들까지 떨쳐 신고 집을 나섰다.
기껏해야 행선지는 작업실이었지만
감미로운 음악 틀어놓고 좁은 공간 가득 커피향을 채운 속에서
우아한 청승을 좀 떨고 있으려니 기분이 아주 그럴싸하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빗줄기는 굵어졌다 가늘어졌다 변덕을 부리고 있어서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해야 하지만
굳이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충분히 서늘하고 촉촉한(남들은 눅눅하다고 하겠지;;) 날씨와 '게릴라성 폭우'가 나는 썩 마음에 든다.

앞으로 또 일기예보에서 '게릴라성 폭우'를 운운하는 날이면
난 아마도 오늘 입은 검정색 미니 원피스와 커피를 동시에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역시 비와 커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커플이라니깐.


Posted by 입때
,

오랜만에 혼자

삶꾸러미 2007. 4. 11. 23:57

오랜만에 혼자 한 게 두 가지나 되는 날이었다.
그 하나는 <음식점에 가서 혼자 식사하기> ^^;
혼자서 밥을 먹는 일은 흔하지만, 작업실에서 도시락을 먹거나 배달되는 밥을 시켜먹거나
하는 일 말고 부러 나가서 음식점을 찾아가 혼자 식사를 하는 일은 그리 잦지 않다.
혼자서 영화보기는 종종 해온 일인데, 그땐 먼저 끼니를 해결하고 가거나
밖에서 먹더라도 패스트푸드 점에서 후다닥 햄버거 따위를 먹게 되기 일쑤다.
그나마 패스트푸드 점엔 혼자 먹는 사람들도 더러 있기 마련이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패스트'푸드이니 빠르게 먹어치우고 일어나기 쉬운 것도 큰 매력이기 때문. 패스트푸드 점도 엄연히 음식점이라 할 수 있지만, 내 기준으로는 혼자 카페 가는 것과 다를 바 없으니 '음식점 홀로 식사' 범주엔 들지 못한다.

그런데 오늘은 우여곡절 끝에 혼자서 여성영화제 영화를 두 편 볼 작정이었고
중간에 1시간 반 정도 틈이 생기는데다 비는 시간은 마침 저녁 끼니 시간이었다.
내게 가장 중요한 끼니인 저녁을 패스트푸드 따위로 대충 때울 수야 없는법 ^^;
그래서 정식으로 음식점에 가서 저녁을 챙겨먹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렇게 혼자서
음식점을 찾아가 먹고 싶은 걸 사먹은 게 거의 1년만인 듯했다.
얼마 전 엄마가 병원에 계시는 동안, 병원 식당에 내려가 쫓기듯 홀로 밥을 사먹은 경험은
여기서 제외다. ^^;
모름지기 제대로 사먹는 밥이란 스스로 쟁반들고 왔다갔다 할 필요 없이
테이블 차지하고 앉아 우아하게(랄 것까지는 없지만;;) 종업원의 접대와 봉사를  누리며
밥을 먹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슨 드라마였더라... 명세빈이 기자로 나왔던 드라마에서 문득 스테이크가 먹고싶어진
주인공은 맛있는 스테이크집엘 가서 홀로 칼질을 하는데, 그걸 이상한듯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명세빈은 꿋꿋하게 고기를 씹으며 ^^
혼자서도 스테이크를 먹으러 다니는 게 남들의 시선을 끌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어서 마련되기를 바랐던 것 같다.
그 드라마가 방영된 게 벌써 몇년 전이라서 그런가, 내가 간 쌀국수집엔 나 말고도 홀로 저녁을 먹는 사람이 또 있었고, '혼자세요?'라고 묻는 종업원도, '네'라고 대답하는 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물론 남들도 전혀 관심없었고.. ㅎㅎ
간혹 이것저것 먹고싶어지는 게 많은 식탐녀로서 간혹 같이 갈 사람을 찾느라 두리번거리다 시간 맞추기 힘들어 포기하느니, 앞으로도 종종 홀로 밥사먹으러 다니기 프로젝트를 실천해봐야겠다.
물론 좋은 친구와 맛있는 거 먹으며 수다떠는 즐거움은 홀로 맛있는 거 먹으며 음미하는 즐거움에 비할 수가 없지만 말이다.


두번째 영화를 보고 꽤 늦은 시간에 밖으로 나오니 뜻밖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TV 뉴스도 신문도 들여다보지 않은 터라 비가 올줄은 생각도 못했으니 우산을 챙겨갔을 리 만무했는데도, 전혀 당혹스럽지 않았다.
너무 대책없이 자란 머리칼 때문에 요즘 거의 매일 질끈 하나로 묶고 야구모자를 푹 눌러쓰고 다니던 터라 간만에 비좀 맞아볼까.. 하는 생각이 곧장 들었던 것.
그러니까 오랜만에 내가 혼자 한 두번째 일은 바로, <의연하게 비 맞고 돌아다니기>였다. ^^
신문이나 팸플릿 따위로 머리를 가리지도 않고
조금이나마 비를 피해보겠다고 뛰어다니지도 않고
다른 때처럼 마지못한 듯 새로이 우산을 장만하지도 않고
그냥 보통 걸음걸이로 초연한 사람처럼 빗속을 걷는 기분을 느껴본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날만큼 아득했다.
꽤 굵은 빗줄기엔 아직도 약간 먼지냄새가 배어 있는 것 같았지만
얼룩덜룩 옷이 다 젖는데도 기분이 그럴듯했다.

첫 영화(스파이더 릴리)를 보면서는 가슴이 저릿저릿 아파왔고
두번째 영화(스무살이 되기까지)를 보면서는 수시로 깔깔 웃다 두어번 눈물을 닦았는데
그렇게 펄럭거린 내 감정의 기복과도 잘 어울린 비맞기 경험이었다.

밥을 먹든, 술을 마시든, 여행을 가든, 영화를 보든
뭐든 뭉쳐서 떼거리로 어울려다니는 걸 좋아하는 것이 이 나라 사람들의 특징이라고는
하지만, 언제부턴가 나는 홀로 있는 시간이 소중하고 편할 때가 차츰 많아진다.
어울림과 소통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순간이야 물론 여전하지만,  
때로 대화와 소통의 피곤함을 잊어도 되고 번잡할 필요도 없는 혼자만의 시간이 보배롭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안 그래도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은 인간인데, 점점 자폐성향이 짙어지는 것도 같아
한편으론 슬몃 걱정도 들지만, 혼자라서 참 좋고 다행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건
나름대로의 행복이라 여기련다.

행복 뭐 별 거 있어? ^^;;
(나는 늘 불행과 행복 사이를 촐싹거리며 오가는 인간임에 틀림없다)
행복한 마음을 오래 연장하는 의미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좀 뜸들였다 써야쥐!
ㅋㅋ
Posted by 입때
,

우산

추억주머니 2007. 3. 4. 16:46
오늘 내일 종일 비가 내린다더라는 아버지의 귀띔을 듣고도
아침에 집을 나설 땐 비가 내리지 않고 있어서 굳이 우산을 들고 나오지 않았다.
차 트렁크에든 작업실 서랍에든 우산 하나 쯤 당연히 있겠지 싶었기 때문이다.

엄마 병실 들렀다 나오니 어느새 가는 빗줄기가 땅바닥을 죄다 적셔놓았던데
예상과 달리 차 트렁크엔 우산이 없었다.
그나마 점퍼에 달린 후드를 뒤집어쓰고 주차장에서 다시 작업실로 올라왔는데
분명히 두 개나 들어 있다고 생각했던 작은 우산이 서랍 안에 온데간데 없다.

그렇다면 그간 죄다 집으로 실어날라다 놓았다는 뜻인데
어린 시절과 달리 우산이 흔하디 흔하고 보니, 별로 기억에 남지도 않나 보다.
옛날에야 모든 물자가 다 부족하고 귀했지만
특히 우산은 왜 식구 수보다 꼭 하나씩 모자랐는지 원.
제일 좋은 장우산은 당연히 아버지 차지였고
그 다음으로 좋은 체크무늬 접이식 우산은 삼남매 중에서 제일 먼저 학교엘 가는 사람 차지가 되어야 마땅했지만, 걸을 때마다 차르륵차르륵 소리가 나는 대나무 비닐우산을 몹시 창피하게 여기는 큰동생이 떼를 쓰는 경우엔 선뜻 내가 양보했던 것 같다.
사실 접고 펴는 성능이 좋지 않은 접이식 우산을 접을 때 나는 걸핏하면 손가락 살이 끼여
피가 날 때도 있었기 때문에 차라리 비닐우산을 쓰는 게 좋았기 때문.
하지만 내가 비닐우산을 쓰고 학교엘 가면, 뒤에서 걸어오던 짖궂은 반 아이들이
우산 노래를 부르며 "빨간 우산, 파란 우산, 찢어진 우산~" 부분에서 멀쩡했던 내 우산을 공연히 지들 우산 살로 찍어 찢어뜨리곤 도망가는 경우가 간혹 있어서 등굣길부터 눈물바람을 비치는 일도 있었다.

그나마 중학교에 들어간 뒤론 좀 우산이 흔해져,
결혼식이나 회갑 답례품으로 늘 우산이 생기는 바람에 나름대로 우산을 골라 쓰는 재미(?)도 있었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무렵엔 교복을 입고도 비맞는 걸 어찌나 좋아했는지 ^^
아침부터 비가 내리면 몰라도 오후부터 비온다는 예보 따위엔 당연히 우산 없이 학교엘 갔다가 물에 빠진 생쥐처럼 홀딱 젖은 몰골로도 신이 나서 돌아다녔다.

모든 게 넘치도록 풍요로워진 지금은
갑자기 비를 만났을 때 사들인 우산까지 합해서 내 것으로만 우산이 서너 개가 넘는 것 같고, 그것 말고도 달랑 세 식구 사는 집에 놓인 우산꽂이에 늘상 들어 있는 우산도 대여섯개가 넘는다.
아마 장롱 속엔 아직 꺼내보지도 않은 새 우산도 몇 개 들어있을 거다.
그런데도 우산 욕심은 끝이 없어서...
기분에 따라 골라 들 수 있게, 모양이나 색깔이 예쁜 우산을 보면 또 사고 싶어진다.
하긴 등산광이신 울 아버지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주 2번 가는 등산을 빠뜨리지 않기 때문에 방수 재킷이며 비옷을 챙겨가는 것 이외에도 늘 최소형, 최경량 우산을 보면 슬그머니 사들고 오시는 듯.

산성비 탓도 있겠지만
우리는 비가 조금만 내려도 너도나도 우산을 들고 다니는데, 이상스럽게도 외국엘 가보면 비가 철철 오는데도 그냥 맞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참 많다.
필리핀 같은 데야 워낙 아직 물자가 부족해서 그럴 수도 있겠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우기엔 우산으로 전혀 막을 수가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들었지만,
똑같이 산성비 걱정을 할 것 같은 뉴욕이나 런던의 대도시에서도 그렇다는 게 참 이상했다.
모자나 후드를 눌러 쓴 사람들도 있기는 했지만, 발걸음을 서두르지도 않고 그저 꿋꿋하게
옷깃만 세우고 비를 맞고 걸어다는 사람들 속에서 가느다란 빗줄기에도 유난스럽게 우산을 펼쳐들고 걸어가다 우산을 쓴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사실에 뜨악했던 순간이 몇번이나 있었더랬다.
아 맞다, 타이페이에 출장 갔을 땐 제법 빗줄기가 굵었는데도 그랬었지...

어쨌든 나는 이제 비 맞는 것에 익숙하질 않은 지 오래라
오늘 아침 후드를 뒤집어 쓰고도 주차장에서 얼마 안되는 건물 현관까지 무의식적으로 후다닥 뛰어 들어왔고, 그런 내 모습이 뒤늦게 우스워 낄낄 웃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빗줄기는 아까보다 더 굵어 보이는데
이따가 나갈 땐 잠깐이나마 의연하게 비를 맞고 걸어가게 될까, 어쩔까... 모르겠다.

암튼 집에 고스란히 쌓여 있을 우산들을 하나하나 떠올려보아도
오늘 같은 우중충한 기분을 달래줄 화사한 색깔의 봄우산 하나 더 장만해야겠다는 생각만 불쑥 치민다.
지금 갖고 있는 우산은 분홍색, 카키색, 아이보리색, 감색, 자주색밖엔 없단 말이지...
올봄엔 신록을 닮은 연두색이나 싱그러운 하늘색 우산을 또 장만하면 누가 흉보려나.. -_-;;
아.. 우산 사러 가고 싶어라.
Posted by 입때
,

비의 촉촉함

삶꾸러미 2007. 2. 8. 23:50
이 비 그치면 더 추워지겠구나 속상해하며 비타령 한 게 불과 얼마 전인 것 같은데
오늘은 이 비 그치면 좀 추워졌다가도 결국엔 따뜻해지겠거니 희망을 품게 되는 비가 내렸다.
요새 하도 일기예보가 틀리기에
수요일쯤 비가 내리겠다는 주간 날씨를 깡그리 무시하는 척 하면서
화요일엔 알공달공 몹시 더러워 도저히 봐줄 수가 없을 것 같은 꼬락서니를 하고 있는 차도 세차를 했는데, 수요일 내내 비가 안 오기에 내 짐작이 맞았구나 했더니만 내 호기로움을 조롱하듯 밤사이 비가 내렸고, 오늘도 온종일 오락가락 우산을 쓰기에도 뭣하고 안 쓰기에도 뭣한 이슬비가 내리더라.

제 아무리 입춘이 지났다지만, 설을 앞두고 겨울에 이렇게 따뜻하고 봄비 같은 비가 내리는 건 순전히 엘니뇨, 라니냐 같은 지구 온난화 탓일 터이니 좋아할 수만도 없겠으나,
추운 걸 못 견디는 나는 민망하게도 그저 좋기만 하다.

비가 그치고도 여전히 촉촉하고 따뜻한 밤공기에선 어쩐지 봄내가 나는 것도 같아서
목에 두른 털실 목도리가 좀 민망할 정도였다.
비가 오면 공연히 센치해지고 감상적이 되는 건 순전히 저기압에 예민하게 좌우되는 신경과 호르몬 때문이라지만, 어쨌든 나는 마음까지 촉촉하게 적시는 비가 자꾸 내려서 봄소식이 빨랑 전해졌으면 하는 욕심이 앞선다.  

올 겨울엔 특히 눈 구경을 별로 못한 것 같지만, 동면하고 싶어 괴로워도, 까짓것.. 하면서 참아보기로 했던 겨울이 정말로 이렇게 힘을 잃고 있다는 것이 섭섭하기보다는 그저 반갑기만 하다.
날씨에 특히 기분이 펄럭대는 변덕쟁이답게 그래서 오늘은 봄을 재촉하는 촉촉한 비 핑계로 하루종일 탱자탱자 게으름을 부렸으니 이젠 슬슬 가속도 좀 붙여서 일을 해야 할 시간.
제발 가슴의 이 촉촉함이 두뇌의 촉촉함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노라!

Posted by 입때
,

머피의 법칙

삶꾸러미 2006. 12. 16. 02:11
머피의 법칙은 순전히 자기중심적인 편견에 불과하다고 들은 것 같은데
그래도 오늘은 좀 이상했다. ㅠ.,ㅠ;;;
1.
밖에 비가 내리는 줄도 모르고
비즈니스용 외출이라 드물게 정성을 들여 머리를 매만졌는데 (물론 내 솜씨야 늘 어설프지만)
우산을 쓰기에도 안 쓰기에도 어정쩡하게 내리는 비 때문에
우산 펴고 접는 그 짧은 와중에 머리가 금세 망가지고 말았다.

결국 난생 처음 만나는 출판사와의 상담이 시작될 무렵
내 왼쪽 머리 한 줌은 볼썽사납게 삐쳐 있었다.
차라리 드라이나 하지 말것을..
꾸물대며 머리 만지다가 약속시간에도 10분 늦었단 말이다!
(아..  겉치장 하느라 중요한 약속에 늦는 거.. 정말 내가 싫어하는 행동유형인데! ㅜ.ㅡ)


2.
게다가 출판사가 자리잡은 건물 엘리베이터 앞에서 나를 반갑게 아는 체하는 이를
만났는데, 그 사람은 대번에 내 이름을 부르며 언젠가 어느 저작권 에이전시에서
나를 봤다는데 나는 완전히 깜깜.. 이름조차 들어본 기억이 없었다.
못 알아봐 죄송하다고 말하며 대충 인사하고 헤어졌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외출하던 바로 그 사람이 출판사 대표님이란다.
아유 민망~
사람 얼굴 기억 잘 못하는 병 때문에 민망한 경험이야 많지만, 이번엔 좀 더
싸가지 없이 굴어서(실은 약속시간에 좀 늦어서 서두르느라 ㅜ.ㅜ) 더 나쁜 인상을 심어주었을 것 같다.

3.
며칠 뒤 생일인 우리 정민공주님이 고모에게 특별히 부탁한 선물을 사기 위해..
그리고 작업실에서 있을 송년모임 준비를 위해 이마트엘 갔는데
분명 재고 있다고 전화로 확인까지 하고 갔음에도
울 공주님이 원하는 문제의 '분홍색' 디카폰이 없었다. ㅠ.ㅜ
노랑색이 있긴 했지만, 그건 '절대로' 안된다고 신신당부를 받은 터라 식겁했다.
집 근처 완구매장이 떠올라 퇴근 길에 그곳에도 들려봤지만 품절이란다.
근육덩어리 미국 배우가 나왔던 sold out 이란 영화가 문득 떠올랐다.
어흑...

4.
오후엔 청소한답시고 깝죽대다가
작업실에서 유일하게 3년 가까이 푸르름을 자랑하는 테이블야자 수경재배 화분을 떨어뜨렸다.
ㅠ.ㅠ
유리구슬이 온 방안으로 다 튀기고, 뿌리째 바닥에 나뒹굴던 테이블야자 포기를
다시 담아두긴 했지만 과연 탈없이 계속 살아줄 것인가 걱정이다.
수없이 죽어나간 화분들을 생각하면 정말 놀라운 생명력을 자랑하던 녀석이니
희망을 품고는 있지만, 워낙 화분죽이기 대장이라 몹시 겁난다. 흑흑..

5.
집에 오려고 주차타워에서 차를 빼려니
난데없이 에러가 났다.
다른 때는 그냥 에러 해제 버튼을 눌러주면 해결되더니
'운전중 좌측미러 감지'라는 메시지가 뜨면서 꿈쩍도 하질 않아 결국
주차기계 A/S 센터에서 사람이 나와야 했다. ㅠ.ㅠ
내년 4월이면 입주 만 3년이지만 그동안 단 한번도 사이드미러 안 접고 다녔어도
이런 일 단 한번도 없었는데 웬 낭패람.
처음부터 거울이 문제가 됐으면 주차타워 입고조차 안 돼야 정상인데 멀쩡히 작동하다
출고할 때만 문제가 될 건 또 뭔가...
하지만 차가 약간 한쪽에 치우쳐 입고됐을 경우 거울을 안 접으면 그런 일이 간혹 생긴단다.
그치만 맹세코 지금까진 단 한 번도 문제가 없었단 말이다! 잉잉잉...
늦은 저녁이라 얼른 집에 가서 밥먹으려고 씩씩대고 내려왔다가
늦어진 것도 속상했지만, 단순한 실수로 공연히 바쁜 사람 오라가라 전화하는 사태 만든 내가 넘 싫었다.
으휴..

6. 집에 돌아와서 쇼핑목록 적었던 쪽지를 죽 읽어보니...
역시나 적어갔는데도 빠뜨린 게 있었다. 미쳐미쳐...
내일 모임에서 선물교환을 할지말지 모르지만 그래도 준비는 해놓을 생각이었는데
맨 마지막에 하늘색 형광펜으로 적어놓은 걸 빼먹는 심보는 뭘까나. 참...

이렇게 주르륵 적어놓고 보니 어째 머피의 법칙이라기보다는
나의 미련함과 정신머리없음이 총체적으로 발현된 날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더 사고 안 치고 이미 하루가 지나버렸으니 다행이라 여겨야지.
안되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데 -.-;;;
Posted by 입때
,

떠나는 가을

삶꾸러미 2006. 11. 28. 16:18
해마다 겪는 계절 변화인데도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는 유독 힘들다.
몸 따로 마음 따로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싶지만 어쨌든
계절 핑계로 내내 맥을 놓고 지내느라 기분이 떨어진 탓인지
다른 환절기는 다 놔두고라도 가을과 겨울 사이엔 꼭 감기에 발목을 잡히기 일쑤고
좀처럼 나을 기미도 안보인다.

춥다는 소리가 저절로 입에서 새어나오는 며칠을 보낸 뒤,
내가 싫어하는 겨울이 이미 와버렸다고  절망하다가 언뜻 고개를 들어 바라본
가로수 단풍이 하도 예뻐서 아직은 가을이었구나 싶어 마음 시계를 다시 되돌린지
얼마나 됐던가.

어제 온종일 내리는 비를 보며, 굳이 일기예보를 듣지 않아도
비 그치면 기온이 뚝 떨어지겠구나,
가을비인지 겨울비인지 모를 가혹한 물기에 이젠 정말로 나무들이 헐벗겠구나,
짐작하며 마음의 각오를 했음에도
작업실 오는 길에 늘어선 은행나무들 가운데 절반쯤은 완전히 잎을 떨구고
습기때문에 줄기마저 검게 변한 채 앙상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끝없이 스산해졌다.
물기로 엉겨붙은 노란 잎들이 차도와 인도에 수북하게 떨어져 짓이겨지고 있는 모습도
안쓰러워, 아직 가지에 매달려 축 늘어진 잎들만 애써 쳐다보았다.

작업실에 꽂아놓은 국화도 시들어 때깔을 잃었다.
언젠가 시들 것을 알고 꽂아 놓았으면서도 속이 상한다.
사실 보름 가까이 고운 자태를 자랑했으니 국화로선 제 몫을 다 했는데도 말이다.

떠나는 가을이 아쉬워 끄트머리라도 붙잡고 싶은데
매몰찬 애인마냥 떨치고 가려는게 못내 아쉬운지 별별것에 다 마음이 상한다.

겨울을 다 보내고 봄을 맞을 때처럼 그렇게 의연하고 씩씩하게
겨울을 맞이하게 되는 날이 과연 내게도 올까.
아니면 늘 이렇게 겨울이 오는 게 싫고 짜증스러워 석달쯤 동면을 했다 깨어나거나
여름나라로 뿅 사라졌다 돌아오게 되기를 바라면서 마냥
가을앓이를 평생 이어가게 될까.

미래를 상상하는 일 역시 겨울을 견뎌야한다고 마음 먹는 일만큼이나
내겐 어렵기만 하다.  
Posted by 입때
,

어느 일요일

삶꾸러미 2006. 10. 22. 21:48
아주 오랜만에 비가 내렸다.
점심무렵부터 추적추적...
사실 며칠 전에도 밤새 조금씩 비가 내렸던지, 요새 차 꼬락서니가 말이 아니었다.
뽀얗게 앉은 먼지에 빗방울이 말라붙어 온통 차체가 알금알금 얽은 것 같더니
제법 오래 내린 비에 말끔히 씻겨 내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듯했다.

하도 변덕스러워 비가 싫을 때도 있고 반가울 때도 있는데
오늘은 마음이 착 가라앉는 것이 커피도 더 맛있고, 음악도 더 감미롭고
그간 내 심신도 매우 메마르게 건조했다가 촉촉한 습기에 진정이 좀 되는 것 같다.
(다만 일이 잘 안되는 것이 문제인데.... 요일 따질 것 없는 준백수 주제에 주말엔 늘
일이 잘 안되는 편이다. ㅠ.ㅠ)

게다가 어제 온 집안을 들쑤시듯 까르륵 거리는 웃음과 비명과 울음의 여운을 남기고 간 조카들 때문에 더욱 집안이 고즈넉하게 느껴지는 듯했다.
컴퓨터 의자 하나만 보아도, 녀석들이 어제 돌아가며 의자에 앉아
뱅글뱅글 서로 돌려주면서 가짜 돈을 내고 받고
제법 그럴듯하게 회전의자 놀이기구 시늉을 하던 장면이 떠올라 비싯 웃음이 배어나왔다.

나른한 기운을 떨쳐보려고
굳이 작업실까지 나왔는데도, 커피, 루이보스차, 둥글레차... 종류별로 바꾸가며
따끈한 차 마시고 음악들을 궁리나 할 뿐 도통 진도가 나가주질 않는다.
바야흐로 초절정마감모드임에도 말이다.

게다가 블로그 시작하고 뜸했던 게 미안해
싸이에도 글 하나 올리고 보니, 여긴 더 쓸말이 없는 것 같더라.
이것저것 써보고 싶은 글은 많은데 아직 생각이 정리되지도 않았고
마감모드라는 것도 자꾸 좀 진지한 글쓰기는 뒤로 미루게 하는 듯.
그치만 생각해보면
나는 늘 마감모드에 허덕일 때 더 다른 짓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그렇다고 용감한 블로그 이웃들처럼 한달쯤 블로그 포스팅을 작파하고
열심히 일에만 전념할 자신도 없다.
글만 안 쓰면 뭐해. 맨날 수시로 기웃거릴 게 뻔하니까.

가늘어졌던 빗줄기는 밤이 내리면서 다시 굵어졌는지
창밖으로 다니는 자동차들이 내는 젖은 바퀴소리가 제법 요란하다.

차선이 안 보여서 빗길 밤운전은 좀 위험하지만
윈도 브러시가 슥삭슥삭 너무 빠르지 않게 팔을 휘저어 앞유리를 닦아대고
그 위에 맺힌 물방울 때문에 주황색 가로등이 아련하게 수백만개 별처럼 반사되는 걸
홀로 음미하면서 좋아하는 음악이라도 하나 흘러나오면
그길로 난 아주 멀리까지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오늘도 집까지 겨우 5분 거리가 너무 짧고 아쉬워서
공연히 먼 동네까지 한바퀴 돌고 집에 가게 되는 건 아닌지.

촉촉하게 비가 내리는 어느 일요일
확실히 감상의 과잉에 허덕이고 있다. ^^*
Posted by 입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