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촉촉함

삶꾸러미 2007. 2. 8. 23:50
이 비 그치면 더 추워지겠구나 속상해하며 비타령 한 게 불과 얼마 전인 것 같은데
오늘은 이 비 그치면 좀 추워졌다가도 결국엔 따뜻해지겠거니 희망을 품게 되는 비가 내렸다.
요새 하도 일기예보가 틀리기에
수요일쯤 비가 내리겠다는 주간 날씨를 깡그리 무시하는 척 하면서
화요일엔 알공달공 몹시 더러워 도저히 봐줄 수가 없을 것 같은 꼬락서니를 하고 있는 차도 세차를 했는데, 수요일 내내 비가 안 오기에 내 짐작이 맞았구나 했더니만 내 호기로움을 조롱하듯 밤사이 비가 내렸고, 오늘도 온종일 오락가락 우산을 쓰기에도 뭣하고 안 쓰기에도 뭣한 이슬비가 내리더라.

제 아무리 입춘이 지났다지만, 설을 앞두고 겨울에 이렇게 따뜻하고 봄비 같은 비가 내리는 건 순전히 엘니뇨, 라니냐 같은 지구 온난화 탓일 터이니 좋아할 수만도 없겠으나,
추운 걸 못 견디는 나는 민망하게도 그저 좋기만 하다.

비가 그치고도 여전히 촉촉하고 따뜻한 밤공기에선 어쩐지 봄내가 나는 것도 같아서
목에 두른 털실 목도리가 좀 민망할 정도였다.
비가 오면 공연히 센치해지고 감상적이 되는 건 순전히 저기압에 예민하게 좌우되는 신경과 호르몬 때문이라지만, 어쨌든 나는 마음까지 촉촉하게 적시는 비가 자꾸 내려서 봄소식이 빨랑 전해졌으면 하는 욕심이 앞선다.  

올 겨울엔 특히 눈 구경을 별로 못한 것 같지만, 동면하고 싶어 괴로워도, 까짓것.. 하면서 참아보기로 했던 겨울이 정말로 이렇게 힘을 잃고 있다는 것이 섭섭하기보다는 그저 반갑기만 하다.
날씨에 특히 기분이 펄럭대는 변덕쟁이답게 그래서 오늘은 봄을 재촉하는 촉촉한 비 핑계로 하루종일 탱자탱자 게으름을 부렸으니 이젠 슬슬 가속도 좀 붙여서 일을 해야 할 시간.
제발 가슴의 이 촉촉함이 두뇌의 촉촉함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노라!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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