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가족 중 누군가 생일이 되면 무슨 선물을 받고 싶으냐고 다들 미리 묻는다. 엉뚱한 선물을 받고 난감해지기 싫은 실용주의 노선 때문이다. 뜻밖의 선물을 받고 포장을 푸는 설렘도 크지만, 취향을 '딱' 알아맞히기란 사실 얼마나 어려운가 말이다. 딱히 받고 싶거나 사주고 싶은 선물이 생각나지 않으면 성의 없는 '현금'이 오가기 일쑤이고 조금 발전했댔자 상품권이다.
민망한 말이지만 생일 때 선물목록을 만들어 주변에 돌리는 '몹쓸' 전통을 집안에도 끌어들인 건 나였다. 인간관계가 '너무' 방만해서 생일파티를 열번쯤 하느라 7월이 지나고 나면 체력과 지갑이 모두 고갈날 때 시작됐던 '습관'이다. 친구들이 생각해내는 선물이란 게 거의 비슷비슷해서, 립스틱, 향수 같은 건 마구 겹치기도 했고 장마철이 생일이다 보니 우산도 둘씩 받는 해가 속출했다. 해서 나는 뻔뻔하게 미리 위시리스트를 공개하고, 하나씩 골라 선물하도록 했다. -_-; 부담 되지 않도록 그리 비싸지 않은 걸로 품목을 정하고, 좀 덩치가 큰 건 몇명이 힘을 합하도록 부추겼다. 생일을 빙자해 한 살림 장만하려는 사기꾼이 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헌데 그 짓도 젊어서 한때나 할 노릇이지, 점점 선물 생각해내는 게 귀찮아졌다. 사실 별로 갖고 싶은 물건도 없었다. 갖고 싶은 것 '같기도' 한데 내가 사긴 민망하고 꼭 필요한 건 아니라서 선물로 받으면 좋겠다고 여겨지는 물건들이 점점 생각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속물스러움이 강화되면서 정말 갖고 싶은 물건은 누군가에게 선물로 받기엔 턱도 없이 비싼 것들이었다. 미니쿠퍼, 턴테이블이 딸린 '좋은' 오디오 세트, 브롬톤... ㅠ.ㅠ
몇년 전부터 결국 나는 생일 선물 위시리스트 만드는 걸 관뒀다. 물론 그간의 내 습관에 길들여진 친구들이나, 위시리스트의 존재를 모르고도 필요한 거 없으냐고 늘 물어왔던 지인들은 여전히 내게 뭘 사줄까 물었지만 난 대답을 회피했다. 필요한 건 다 샀고, 딱히 갖고 싶은 게 없다고... 생일을 기념하는 것조차 민망해 피할 수 있으면 생일 즈음에 만나는 것도 사양하다보니 오히려 서로가 편해진 듯했다.
하지만 가족 파티까지 피할 수야 없는 법이므로, 조카들에게는 선물을 꼭 지정해준다. 그림이나 축하카드, 편지를 써오라고. 그래서 올해 받은 조카들 선물을 공개하려고 시작한 포스팅이었는데 잡설이 길었다. ㅋ
자기들이 그려준 그림을 내가 신주단지 모시듯 소중히 여긴다는 걸 알면서도 조카들은 머리가 굵어지면 어느 순간 그림선물을 하지 않는다.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초등학교 6학년인데다 이젠 나보다도 키가 커버린 조카공주는 생일선물도 '빵빵한' 걸 해줘야 직성이 풀리는 기분파다. 그냥 그림 한 장 그려주면 된다는 데도 용돈을 톡톡 턴다. 받고 싶은 선물 없다는데도 올해도 역시나 나를 거의 쥐어짜듯 닥달해 현물로 선물을 안겨주었다. 누나에게 고무된 그 동생 녀석도 뜻밖의 선물을 들고 왔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내 기대를 가장 충족시켜준 건 손수 그린 그림과 직접 꾸민 카드를 들고 온 녀석들이었다.
작년만 해도 그림을 그려오더니 형아인 준우는 요번엔 손수 해바라기 카드를 만들었다.
초등학교 2학년생이면 이 정도 만드는 건 우스운 걸까? 내가 보기엔 손끝이 보통 여문 것 같지가 않다.
꽃잎 하나 비뚤어진 구석이 없다! +_+
하트 두 개, 준우 올림 ㅎㅎ
이걸 내밀면서 녀석은 두달 뒤인 자기 생일에 받을 레고 시리즈를 가격까지 알려주며 상기시켰다. ㅋㅋㅋ
두 형제의 그림과 카드는 현재 냉장고에 붙어 있다. 아마 내년 생일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그 자리를 지킬 거다.
다음은 정민이랑 지환이 선물
뒤쪽에 있는 장우산이 정민이 선물이고
앞쪽의 화려한 팔찌가 지환이 선물이다. 지환인 더 화려한 걸 골랐는데 제 엄마와 누나가 극구 말리며 대신 추천해준 거란다. 사내녀석들은 내가 '화려하고 예쁘게' 꾸미는 걸 좋아한다. +_+ 민낯을 들키면 '못생겨졌다'고 구박이나 하고...
우산은 아직 개시도 못했지만 (장우산 쓸 만큼 별로 비가 안오기도 했지만 아까워서!) 팔찌는 벌써 여러번 하고 다니며 자랑했다.
그렇다고 두 녀석이 편지를 생략한 건 아니다. ^^
조카들 염원대로 '행복하게 살으'련다.
그러고 보니 다른 녀석들은 머리 굵어졌다고 폰카를 들이대면 마구 피하는 통에 갖고 있는 최근 사진이 없다.
조만간 몰아놓고 또 한방 박아서 들고 다녀야지...
바쁨을 핑계로 거의 한달만에 자랑질을 마치니 몹시 뿌듯하다. ^^v
고모로 사는것의 묘미는 역시 이런 맛이다.
_M#]
민망한 말이지만 생일 때 선물목록을 만들어 주변에 돌리는 '몹쓸' 전통을 집안에도 끌어들인 건 나였다. 인간관계가 '너무' 방만해서 생일파티를 열번쯤 하느라 7월이 지나고 나면 체력과 지갑이 모두 고갈날 때 시작됐던 '습관'이다. 친구들이 생각해내는 선물이란 게 거의 비슷비슷해서, 립스틱, 향수 같은 건 마구 겹치기도 했고 장마철이 생일이다 보니 우산도 둘씩 받는 해가 속출했다. 해서 나는 뻔뻔하게 미리 위시리스트를 공개하고, 하나씩 골라 선물하도록 했다. -_-; 부담 되지 않도록 그리 비싸지 않은 걸로 품목을 정하고, 좀 덩치가 큰 건 몇명이 힘을 합하도록 부추겼다. 생일을 빙자해 한 살림 장만하려는 사기꾼이 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헌데 그 짓도 젊어서 한때나 할 노릇이지, 점점 선물 생각해내는 게 귀찮아졌다. 사실 별로 갖고 싶은 물건도 없었다. 갖고 싶은 것 '같기도' 한데 내가 사긴 민망하고 꼭 필요한 건 아니라서 선물로 받으면 좋겠다고 여겨지는 물건들이 점점 생각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속물스러움이 강화되면서 정말 갖고 싶은 물건은 누군가에게 선물로 받기엔 턱도 없이 비싼 것들이었다. 미니쿠퍼, 턴테이블이 딸린 '좋은' 오디오 세트, 브롬톤... ㅠ.ㅠ
몇년 전부터 결국 나는 생일 선물 위시리스트 만드는 걸 관뒀다. 물론 그간의 내 습관에 길들여진 친구들이나, 위시리스트의 존재를 모르고도 필요한 거 없으냐고 늘 물어왔던 지인들은 여전히 내게 뭘 사줄까 물었지만 난 대답을 회피했다. 필요한 건 다 샀고, 딱히 갖고 싶은 게 없다고... 생일을 기념하는 것조차 민망해 피할 수 있으면 생일 즈음에 만나는 것도 사양하다보니 오히려 서로가 편해진 듯했다.
하지만 가족 파티까지 피할 수야 없는 법이므로, 조카들에게는 선물을 꼭 지정해준다. 그림이나 축하카드, 편지를 써오라고. 그래서 올해 받은 조카들 선물을 공개하려고 시작한 포스팅이었는데 잡설이 길었다. ㅋ
자기들이 그려준 그림을 내가 신주단지 모시듯 소중히 여긴다는 걸 알면서도 조카들은 머리가 굵어지면 어느 순간 그림선물을 하지 않는다.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초등학교 6학년인데다 이젠 나보다도 키가 커버린 조카공주는 생일선물도 '빵빵한' 걸 해줘야 직성이 풀리는 기분파다. 그냥 그림 한 장 그려주면 된다는 데도 용돈을 톡톡 턴다. 받고 싶은 선물 없다는데도 올해도 역시나 나를 거의 쥐어짜듯 닥달해 현물로 선물을 안겨주었다. 누나에게 고무된 그 동생 녀석도 뜻밖의 선물을 들고 왔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내 기대를 가장 충족시켜준 건 손수 그린 그림과 직접 꾸민 카드를 들고 온 녀석들이었다.
작년만 해도 그림을 그려오더니 형아인 준우는 요번엔 손수 해바라기 카드를 만들었다.
꽃잎 하나 비뚤어진 구석이 없다! +_+
하트 두 개, 준우 올림 ㅎㅎ
이걸 내밀면서 녀석은 두달 뒤인 자기 생일에 받을 레고 시리즈를 가격까지 알려주며 상기시켰다. ㅋㅋㅋ
두 형제의 그림과 카드는 현재 냉장고에 붙어 있다. 아마 내년 생일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그 자리를 지킬 거다.
다음은 정민이랑 지환이 선물
앞쪽의 화려한 팔찌가 지환이 선물이다. 지환인 더 화려한 걸 골랐는데 제 엄마와 누나가 극구 말리며 대신 추천해준 거란다. 사내녀석들은 내가 '화려하고 예쁘게' 꾸미는 걸 좋아한다. +_+ 민낯을 들키면 '못생겨졌다'고 구박이나 하고...
우산은 아직 개시도 못했지만 (장우산 쓸 만큼 별로 비가 안오기도 했지만 아까워서!) 팔찌는 벌써 여러번 하고 다니며 자랑했다.
그렇다고 두 녀석이 편지를 생략한 건 아니다. ^^
조카들 염원대로 '행복하게 살으'련다.
그러고 보니 다른 녀석들은 머리 굵어졌다고 폰카를 들이대면 마구 피하는 통에 갖고 있는 최근 사진이 없다.
조만간 몰아놓고 또 한방 박아서 들고 다녀야지...
바쁨을 핑계로 거의 한달만에 자랑질을 마치니 몹시 뿌듯하다. ^^v
고모로 사는것의 묘미는 역시 이런 맛이다.
_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