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해당되는 글 79건

  1. 2016.12.30 5분 스케치 - Basic 6
  2. 2016.08.15 호안 미로 특별전 4
  3. 2016.05.09 변월룡 회고전 2
  4. 2016.02.17 창경궁을 보듬다 2
  5. 2016.02.15 옛그림을 보는 법 1
  6. 2016.01.19 조선 왕실의 어진과 진전 3
  7. 2016.01.18 2016년 기대되는 전시 3
  8. 2015.12.31 2015년에 본 전시 3
  9. 2015.09.29 안토니 가우디 전 4
  10. 2015.08.18 페르난도 보테로 전시회 6

5분 스케치 - Basic

책보따리 2016. 12. 30. 01:05

독서라고 하기 뭣하지만 그래도 책의 형태이니 꼭 연말집계에 넣고 말테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알라딘에서 셜록 책베개였나 책쿠션이었나 사은품에 눈이 어두워 이 책 저 책 주워담다 눈에 띄어 충동구매한 책이다. 베이직과 카페 스케치 2권으로 되어 있는데 암튼 10월 초부터 시작해 이 한권을 끝냈다. ㅎㅎㅎㅎ

언제고 시간이 되면 취미 삼아 그림을 배우러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수십년 반복하면서도 ㅠ.ㅠ 입때(!) 실천을 못하고 있던 차, 일종의 독학용 그림 연습서를 발견한 것. 0.7mm 파버카스텔 펜도 하나 들어 있어서 줄곧 그걸로만  스케치에 힘썼다. 얇은 펜도 하나 사야 한다고 여기저기 찾아보며 생각만 하다가 결국 못샀네그려. 펜이 굵다보니 촘촘하게 선을 긋거나 색칠을 해야할 때면 꼭 덜 마른 데를 손바닥으로 짚어서 짜증나게 이리저리 번지게 한 뒤 으악 비명을 질렀다. 

처음부터 이만하면 정말 잘 따라그린 게 아닌가 자아도취에 빠져 한동안 흐뭇해했으나, 새삼 해시태그 5분스케치로 찾아본 결과 이 책을 사 연습할 정도면 그림 실력은 비슷비슷한 것 같다. ㅠ.ㅠ 내가 찍은 사진인 줄 착각할 만큼 똑같은 그림 너무 많더라. 

원본과 달라지더라도 틀린 게 아니라 개성으로 받아들이라고, 연필 밑그림 그리지 말고 직접 펜으로 확~ 5분 정도 시간을 정해두고 그리라는 건 마음에 든다.  

"나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은 '간절함'과 '용기'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똑같이 그리면 카피가 되고 다르게 그리면 작품이 됩니다."

"얼굴 스케치는 눈의 위치가 가장 중요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얼굴의 중간에 위치하지만 고개를 숙이거나 머리의 윗부분을 부풀렸을 경우에는 중간보다 낮아집니다. 얼굴의 윤곽선을 그릴 때 항상 눈의 위치를 고려하여 스트로크합니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혼자 노는 방법을 배워야 하고, 좀 더 의미 있는 인생을 살고 싶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합니다. 스케치가 좋아보여 시작했다면 진짜 좋아하는 것으로 만들어야 하고, 좋아지기 시작했다면 지금부터 집중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인정 받고 싶은 마음을 싹 걷어내고 오직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만 집중하다 보면 내 손은 마치 프린터처럼 움직이기 시작하고 이런 것이 바로 창작의 희열임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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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안 미로 특별전

놀잇감 2016. 8. 15. 16:07

2016년에 예정된 미술 전시 목록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혔던 호안 미로 특별전. 드디어 보고 왔다. ^___^ 연일 35도를 넘기는 뜨거운 날씨에 집밖으로 한발짝도 나가기 싫었지만, 막상 나가서 시원한 데 들어가면 또 집에 들어오기가 싫어진다. 게다가 호안 미로 전시장은 '추울 정도로'  완전 시원했다. 한 여름 최고의 피서! 방학이라 숙제하러 온 애들 많으면 어쩌나 걱정했으나, 비교적 한산해서 더욱 좋았다. 

나중에 집에 와서 비로소 펼쳐본 브로셔 글귀로는, 아시아와 유럽을 통틀어 '최대 규모로' 기획된 전시란다. 정말로 작품들이 엄청 많다! 몇년 전 시립미술관에서 봤던, 한쪽 벽을 가득 채우는 거대한 작품은 보이지 않아서 처음엔 살짝 실망스러웠는데, 마지막 창작 시기 위주로 작품 수가 264점이래고, 그림 이외에 조소 작품이며 도자기 그릇, 화가의 작업실도 고스란히 옮겨다 놓았다. 볼거리가 풍부할 밖에! 

근래들어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엘 가보면, 다닥다닥 비좁게 그림을 구겨넣은 듯한 전시실 배치도 그렇고, 조명도 그렇고, 심지어 그림 걸린 배경 벽의 질감과 색도 영 마음에 안들어 툴툴거릴 때가 많았는데, 우왕 요번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전시장은 내 취향에 딱이었다. 미로 작품들과 딱 맞춤한 듯한 배경과 조명! 거기다 플래시 터뜨리지 않으면 사진 촬영도 맘껏 하게 해준다. 아이고 좋아라...

용량부족으로 머리와 마음에 아무리 담아도 금방 휘발되는 기억을 붙잡을 수 있도록 사진도 많이 찍어왔다. 감동.. ㅠ.ㅠ 같이 간 친구는, 내가 보고 있으면 행복해지는 그림이라고 미로 작품을 간단히 소개했었는데 의외로 엄청 슬퍼서 울컥울컥 했다는 촌평을 남겼다. 

현대미술 무식자인 나는 호안 미로가 프랑스 출신인 줄 알았었다. 퐁피두 전시때는 분명 표기도 '호앙 미로'였었다규... 근데 알고보니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이고 전쟁 통에 프랑스로 망명했었단다. 흐잉... 가우디와도 교류가 있었고 그에게 영향을 받은 시리즈 작품들도 볼 수 있다. 바르셀로나, 마요르카..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 여행가고픈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마요르카 미로 재단 소유의 미술관에 가고시프다.. 흑..​  

그림감상은 늘 주관적일 수밖에 없지만, 현대미술은 특히나 더 구구절절 해석하고 설명하는 게 더 난감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 호안 미로는 보는 사람 보고 싶은 대로 보라는 의미에서 대다수의 그림에 작품명을 붙이지 않았단다. 웬만한 건 다 '무제'다. 원래 작품명 말고 무제인데도 굳이 이름을 붙인 건 판매상들이 세일즈를 위해 편의상 만들어놓은 것들이라고. 보는 사람 마음대로 봐도 좋다는 화가의 너그러움 또한 엄청 마음에 든다. 그림들이 예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처절하기도 하고.... 암튼 참 아름답다. 눈호강 실컷 했음.

사진도 맘껏 찍을 수 있었겠다... 시시콜콜 잡소리보다는 맛보기로라도 그림을 올리는 것이 이웃들에게 더 도움이 될 듯하야, 이만 총총.. ^^;

[무용수]라는 작품이다. 어렵사리 하나를 골라 갖는다면 난 이걸로 하겠다. ㅋㅋ

마지막에 들른 기념품 샵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2천원씩 하는 큼지막한 엽서는 인쇄의 질과 색감도 좋았는데 어쩐지 한동안 세워놓고 보다 서랍에 쟁여두고 마는 엽서보다는 오래오래 유용한 걸로 사고 싶어서... 핸드폰 케이스(12000원)와 마우스패드(5000원)를 장만했다. 대림미술관 팬톤 전시 때는 기념품 가격이 대체로 너무 사악하다 느꼈는데... ㅎㅎㅎ 미로 전시 기념품들은 가격도 합리적이라 느꼈고 품질도 괜찮은 편이다. 해서... 사고싶은 거 많았는데 참느라 애썼음. ㅎㅎ

포스터는 진열대에 안보이길래 슬며시 다가가서 한 장 주면 안되느냐고 그랬더니 2천원에 판매한다고. 우왓.. 요즘 전시 포스터 거창하게 만들어서 막 만원 넘게 팔던데 웬떡이냐 싶어서 ^^ 얼렁 달라고 했다. 

방문에 붙여둔 브레송 전시 포스터 아래쪽에, 김환기 브로셔를 떼어내고 눈누난나 흥얼거리며 붙여두었다. 돈 많은 사람들이 값비싼 그림을 집에 걸어두고 흐뭇한 마음이 바로 이런 것이겠지.... ㅎㅎ 나는야 싸구려 포스터로도 비슷한 만족도를 얻을 수 있으니 참으로 조으다.


호안 미로 특별전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9월 24일까지 휴관일 없이 계속 전시하고.. 입장료는 15,000원이다. 들어갈 땐 좀 비싼 거 아닌가 했었는데 나오면서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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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월룡 회고전

놀잇감 2016. 5. 9. 22:01

올해 기대되는 전시 중에 특히 전혀 모르면서도 괜히 땡겨서 보러가야지 마음 먹었던 변월룡 회고전. ^^; 성 때문에 굳이 관심이 갔던 건 아니고, 구소련 연해주에서 태어난 고려인으로서 소련에서 주류 미술가로 활동했을 뿐만 아니라 전후 북한  미술에 큰 기여를 했으나 북한으로 귀화를 거부한 뒤 입국금지 조치를 당했고 소련에서 미대 교수로 후학  양성에만 힘썼다는 개인사가 아무래도 흥미로웠던 것 같다. 

미술관 홈피에서 미리 몇작품 맛보기로 본 것도 다 마음에 들었다. 와.. 사회주의 리얼리즘 미술이 틀림없을 텐데도 작품이 다 천편일률적인 느낌이 아니네! 

암튼.. 그러나 봄날 내내 벼르다 전시 마지막날 가까스로 달려가 후르륵 스치듯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전시 마지막날은 하필 연휴 마지막인 5월 8일. ㅠ.ㅠ 내수진작인지 뭔지 고궁과 미술관 입장료도 연휴내내 무료여서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원래도 전시회 마지막날 드글드글 사람 많다는 걸 감안했는데도 와.. 너무 혼잡해서 도슨트 그림설명이 다 취소됐을 정도였다. 

사람들 바글거리지.... 웬일인지 사진촬영을 금지하지 않아 다들 그림 감상은 뒤로하고 너도나도 휴대폰 카메라 눌러대는 소리가 철커덕 철커덕.. 지겹게도 시끄러웠다. 물론 나도 얼른 몇장 찍어왔지만..;;;  ㅎ

소련의 유명 예술가들과 일반인들의 초상화도 엄청 많고, 사회주의 선전화도 보였지만 특히 좋았던 건 세계 곳곳을 그린 풍경화였다. 유화도 있고, 동판화도 있고...

변월룡, [겨울]

​아마도 저 나무는 자작나무가 아닐까 상상했던 <겨울>이란 풍경화가 좋아서 한참 들여다보다 사람들 없을 때 얼른 한장 찍어왔다. 눈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의 작은 뒷모습이 엄청 정겹다.


아래는 같은 구도의 풍경을 동판화와 유화를 나란히 걸어놓아 더욱인상적이었던 <나홋카의 밤> 풍경.

좌: [나홋카의 밤] 에칭, 1962 우: [저녁의 나홋카 만] 캔버스에 유채 1968

나홋카는 연해주의 도시라는 거 같다. 원래 변월룡이 연해주 고려인 유랑촌에 살다가 레닌그라드(상트페테르부르크)로 유학을 떠났는데 그 사이 난데없이 가족이 강제이주를 당했단다. 그나마 고향이면서도 고향이 사라져버린 상황. 그래서 변월룡은 그곳을 그리워하며 1년에 한번씩은 연해주를 찾았다는 듯. 

저 멀리 빛나는 항구도시의 불빛과 하늘에 지나간 두 줄기 비행기 자국, 그리고 언덕 앞에 크게 구불구불 자란 소나무가 이국적이면서도 이상하게 낯익다. 소나무 탓인가? 금강산 그림도 있고 북한의 소나무 그림도 많은데, 구불구불한 소나무는 화가가 북한을 다녀온 뒤로 많이 그렸다는 모양이다. 소나무에 향수를 담았다나 뭐라나... 하여간에 그 소나무 풍경과 모내기 풍경 중에 "평안북도 정주"라는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었다. 우와 우리 할아버지 고향인데.. 그러면서. 

4개의 전시실 중 마지막   주제가 <디아스포라의 풍경>이었고, 그가 그린 세계 곳곳과 소련의 풍경들이 모여 있었다. <북한 기행> 전시실에 걸려있던 을밀대와 평양 대동문을 그린 그림들도 좋았지만 딱히 기억에 남을 정도는 아니었고, 그외 내가 재미있어 한 그림은 바로 이것!

변월룡 [블라디보스토크 해변] 에칭, 1972

​동판화가를 고모로 둔 나로서는 에칭이 얼마나 더 섬세하게 회화적인 기법을 사용할 수 있는지 잘 알기에 에칭 작품의 완성도는 아쉬울 수 있지만,  단순한 삽화 느낌으로도 바람 부는 순간을 포착해낸 것이 어찌나 유쾌하던지. 우산 날아가는 장면까지 ㅎㅎㅎㅎ 재미 있어서 웃음이 실실 나왔다. 빗줄기며 휘청이는 나뭇가지며 그림 구석구석에 다 바람이 몰아친다.  거짓말 좀 보태면 바닷바람의 소금기까지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음. ㅎㅎㅎ

변월룡을 두고, 잃어버린 천재화가라고 하던가. 아무튼... 난생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도 보길 잘했다 싶었다. 


미술관 말고도 궁중문화축전 기간+연휴가 겹쳐 덕수궁 곳곳에 다 사람들이 많았는데 바삐 전각들을 지나다보니 안에 설치미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예전에 보았던 덕수궁 프로젝트만 못한 느낌...  ㅠ.ㅠ 내 편견인지 궁궐이랑 하나도 안 어울리는 듯! 현대미술이 워낙 어려워서 내가 무식한 탓이겠으나.... 째뜬 뜬금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설치미술 구경하는 사람은 하나도 못봤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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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을 보듬다

놀잇감 2016. 2. 17. 17:43

​또 고궁박물관 전시다. ^^; 게다가 2월 14일까지로 이미 끝나버려서 후기 올리기도 좀 민망하지만.... 감상하던 당시의 놀라움과 기쁨을 생각하면 그냥 넘어가지 말아야지 했다. 


<궁 프로젝트 - 창덕궁을 보듬다>는 문화재청과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매년 진행하고 있는 기획전시인 모양이다. 나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라는 대학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우왕... +_+ 

'전통미술공예학과'의 4학년 학생들 작품이라는데 완전 깜놀했다. 어쩜 그리도 솜씨가 뛰어나고 작품들이 정교한지... 과거 도화서 화원들의 환생이구나 싶었다. 상상력과 아이디어도 뛰어나고, 완성도도 높고...

벌써 세번째라서 내년엔 '경복궁'을 주제로 삼는다는데 기대가 크다. 

창경궁을 주제로 삼은 이번 전시엔, 일제강점기에 '창경원'으로 놀이터가 되어버린 창경궁의 비운을 상징적으로 담아낸 작품부터, 동궐도 창경궁 부분에 사람들을 그려넣어 생명을 불어넣은 작품, 타버린 철종 어진을 모사 복원해 놓은 작품까지 볼거리가 쏠쏠했다.

문화재 복원 일을 하고 싶어한다는 고등학생 딸을 둔 지인과 함께 봤는데, 이 학교 들어가기가 엄청 힘들단다. 왜 안 그렇겠나! 미술적 재능에 역사적인 지식과 관심까지 두루두루 갖춰야 할 수 있는 일이 문화재 복원이 아닐까나. 째뜬 작품을 둘러보며 내가 막 자랑스럽고 대견했다. 문화재 복원사업 한답시고 기성세대들은 종종 목재 팔아먹고 뇌물 받으며 턱턱 비리에 연루되지 않으면 생색내기용 졸속 복원으로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지만, 몹시 열악한 지원상황에도 파릇파릇한 젊은 세대가 꿈을 키우며 버텨주고 있구나 싶은 것이...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친절하게 작품제목까지 다 찍어왔어야 했는데... ㅠ.ㅠ (사진은 클릭하면 적당히^^ 커짐)

맨 왼쪽 작품은 창경궁 뜰에서 비명을 달리한 사도세자의 뒤주를, 가운데는 박쥐문양을 비롯한 벽사의 상징을 담은 단청을, 맨 오른쪽은 놀이동산으로 변한 창경궁의 모습을 유리정원과 동물 모습까지 겹겹의 동심원 안에 빼곡하게 담아냈다. 아이디어도 좋지...  


왼쪽은 내가 아래 어진 전시에서도 언급했던 철종의 군복 어진을 실물크기로 모사해 타버렸던 왼쪽을 완전 복원한 그림이다. 딱 내가 보고싶었던 완성작! 전시장 디지털 화면엔 학생들이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들을 찍은 사진들이 돌아가고 있었는데 서양화처럼 이젤을 세워두고 그리는 게 아니라 정말 옛날 방식대로 바닥에 큰 화폭을 깔아두고 그 위에서 엎드리다시피 쭈그려 작품활동을 하는 어린 예술가들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오른쪽 그림은 창경궁 유리식물원. 곳곳에 사진기를 든 사람들이 있는데 숨은 그림찾기 하듯 한 사람씩 찾아내는 재미가 있었다. ^^; 초록색이 너무 예쁘다! 


마지막으로 찍어온 그림은... <동궐도>의 부분부분에 사람들을 그려넣어 기록화처럼 만든 작품 시리즈. 윗줄 맨 오른쪽 그림을 보면 무슨 잔치 준비중에 궁녀 한 사람이 바닥에 엎드려 혼이 나고 있는 것 같다. 무슨 사연인지 정녕 궁금...  아랫줄 맨 오른쪽엔 정조가 혜경궁홍씨 회갑연을 화성에서 마치고 돌아와 궁궐 문앞에서 백성에게 쌀을 나눠주게 했던 장면을 표현한 거라는 듯. 이런 작품을 그리면서 예술가는 특히나 뿌듯하고 막 행복해했을 것 같다. 부러워라... (물론 섬세한 선그리기 반복작업 때문에 괴롭고 좌절하는 순간들도 많았겠지만!) 

​앞으로도 이어질 궁 프로젝트도 열렬히 응원하겠고, 이 학생들에게 부디 빛나는 미래가 펼쳐지길 빌겠다. 그림쟁이의 어려움이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쭉~ 이어질 숙명인듯 해서 특히 짠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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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실시 이후, 와우북 페스티벌이나 여러 도서전엘 가도 직거래로 책값을 할인받아 살 수 없다는 건 괜한 '장서욕' 충만한 나 같은 사람들에겐 좀 억울한 일이다. 도서정가제를 실시해야 거대공룡 같은 온오프라인 서점의 횡포에서 벗어나 출판계도 살아나고 작은 출판사들도 기를 펼 수 있다고 들었는데 정말 그런지... 듣기로는 책이 죄다 안 팔려서 아주 더 죽을 맛이라는 듯. 


하여간에 도서전 할인찬스를 쓸 수 없게 된 마당에 난망해하다가 건너건너 알게 된 '지인 할인 찬스'로 작년에 돌베개 출판사의 책들을 대거 장만했었다. <한국의 초상화>, <책의 탄생> 같은 비싼 책도 큰맘먹고 질렀고, 늘 탐내기만 하던 <열하일기> 시리즈도 입수했다. 그러고는 또 차일피일 쌓아두다가 이것저것 돌아가며 건드리기만... ㅋㅋ 그 가운데서 그래도 제일 만만하게 완독해 끝낸 첫 책이 <옛그림을 보는 법>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우리 옛그림 구경은 특히나 뭘 좀 알아야 왜 저렇게 그렸을까 이해가 가능한데,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풍월이 아무리 많아도 한쪽 귀로 들어와 다른 쪽 귀로 나가는 듯, 반복학습을 해도해도 별 소용이 없다.


이 책도 열심히 읽고 베껴적어두긴 했으나 과연... 그림을 척 보자마자 내 나름으로 잘 해석해낼 수 있을지 없을지 통 모르겠다. 무슨놈의 상징과 의미가 그리도 많은지!! ㅋㅋ


산수화 속 나무 하나 풀포기 하나에도 화가의 주관적인 철학과 사상이 담겨 있고, 화면에 보이는 것 이상의 깊은 고사를 바탕으로 한다니... 1:1 상징 대입법도 간신히 알아먹은 나로선 앞으로도 도무지 옛그림 감상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저 옛 선비들의 풍류와 박식함에 혀를 내두를 뿐이다. ^^


재미있었던 건 옛날 그림들은 주로 족자 형태인데, 멋진 그림을 보란듯이 노상 걸어두고 자랑하는 건 군자의 미덕이 아니기 때문에 평소엔 둘둘 말아두었다가 보고 싶을 때만 펴서 감상하고 간혹 그럴 때 벗들을 청해서 감상회 겸 시를 짓고 술자리를 즐겼단다. 일종의 집단 풍류. 


그림 선물을 할 때도 받는 사람의 상황에 맞게 그림의 주제를 정하고 행운을 바라는 마음을 담았단다. 닭 그림은 벼슬 때문에 출세를 상징한다지만, 잉어, 쏘가리, 메기, 게, 원숭이, 백로... 다 입신출세의 의미가 있더라. ^^


악귀를 쫓는 벽사의 의미가 담긴 상징과 그림들도 엄청 많은데, 우리집 쌀뒤주에도 매달려 있는 물고기 모양 자물쇠(책표지 왼쪽 맨 아래 그림)는 밤낮으로 눈을 뜨고 있기 때문에 도둑을 막아 재물을 지켜주는 능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는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실용적인 면에서는 주제별로 찾아보고 참고하기 좋은 책이긴 한데, 읽기에 즐거웠느냐 하면 꼭 그런 것도 아니어서 (어쩐지 언젠가 있을 시험 앞두고 참고서 공부하는 느낌이었다 ㅎㅎ) 막상 별점주기에선 평가가 박했더라.


iReadItNow 앱에 표시된 별점은 ★★◐☆☆ (두개 반 ㅋㅋ 반개짜리 별을 못찻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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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전시 후기뿐만 아니라, 영화도, 책도 후기를 착실하게 써볼까 하는 생각을 품고 있기 때문에 사소하게 스치며 본 거라도 얼른얼른 적어놓으려 한다. 까먹기 전에... 



올해의 첫 전시 관람은 거창하게 어디론가 미술관을 찾아간 게 아니라, 2주에 한번 가는 궁궐 옆 고궁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조선 왕실의 어진과 진전>.


'어진'은 왕의 초상을, '진전'은 어진을 봉안해둔 건물을 이르는 말이다. 조선에서 '어진'은 곧 국왕과 동일시되는 그림이라 진전에 봉안될 때는 따로 가마에 싣고 어가 행렬처럼 거창하게 운반했단다. 진전은 각 궁궐에도 있었고, 지방에도 있었으므로 (전주의 <경기전>처럼) 어진이 왕마다 여러 개나 존재했다는 얘긴데... 


조선 왕실에선 5백여년간 난리통에도 죄다 어진을 싸짊어지고 다니면서(가마로 옮길 형편이 안되는 응급상황엔 요즘 미대생들처럼 길쭉한 원통에 족자를 말아 넣고 가죽주머니에 넣어 짊어졌단다. 그 운반도구 실물도 전시되어 있음), 대대로 역대 왕들의 초상을 다시 베껴그리고 새로 장만해 왕조의 위엄과 정통성을 지키려했으나... 그 눈물겨운 노력의 소산은 1950년대 부산 피난시절 한국전쟁을 무사히 다 겪고 난 다음에 또 하필 창고에 불이나 죄다 타버리고 몇 점 안남아 있단다. +_+ 


해서 보물급 어진이 남아있는 왕은 태조, 영조, 철종(그나마 다 불타고 남은 절반만), 고종, 순종 정도다. 나머지 왕들의 초상화는 그러니까 다 현대 들어 화가들이 상상으로 그린 그림들.


조선의 초상화 기법은 사마귀 하나, 검버섯 하나도 사실적으로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었다니, 역대 왕들의 어진이 죄다 남아있다면 부전자전으로 얼마나 닮았는지, 정말 볼만했을 텐데 참으로 안타깝다. 그런 의미에서 기골이 장대한 태조 이성계와 왜소한 체격이 느껴지는 영조 어진의 차이는 퍽 재미나다. 경기전에서도 (복제품으로) 봤지만 붉은 용포가 아니라 푸른 용포를 입은 태조의 어진은 참신하기까지. 용포가 아니라 드물게 군복을 입은 철종 어진도 신기한데, 난 철종 어진을 볼 때마다 그가 사시인가 아닌가(실제로 사시였다고 들은 것도 같고...) 궁금해 죽겠다. 

 

어진은 남은 게 없으니 전시엔 주로 어진을 옮긴 기록을 담은 의궤라든지, 진전의 현판, 진전에서 쓰던 제기, 그밖에 문신들의 초상화 등도 같이 전시되어 있다. 하여, 엄청나게 볼 거리가 많다고는 절대 할 수 없는 작은 기획전시.


하지만 절반 가까이 타버린 '철종 어진'을 비롯해 보물급 어진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를 노린다면 쏠쏠하다고도 하겠다. 째뜬 난 보고 싶었음. 연령대별로 어진을 여러번 그렸다는(대체로 10년만에 한번씩 개비한다던가...) 영조의 외모가 어떻게 변해갔을지 상상도 해보고 말이지.. 아주 깐깐하고 까탈스러운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 ^^; 물론 로얄패밀리다운 위엄도 느껴지지만...


관람료는 무료이고 2월 14일까지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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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역시나 여기다 적어놓아야, 까먹지 않고 찾아볼 확률이 높다는 보험 같은 포스팅. ㅋㅋ


서울감성풍경전:건축가와 함께하는 도시산책 / DDP ~2/10까지

간송문화전 5부: 화훼영모-자연을 품다/DDP 현재 전시중

풍경으로 보는 인상주의/예전 한가람미술관 ~4/3까지 


변월룡 회고전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3월

이중섭 탄생 100주년 전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6월

프리다 칼로&디에로 리베라 /예전 한가람미술관 5/28~8/28 

호안 미로 / 세종문화회관 6월

훈데르트 바서/ 세종문화회관 12월

아니쉬 카푸어 / 현대갤러리 하반기 예정

천경자 1주기 추모전 / 서울시립미술관 (설마 계속 상설전시된 작품만으로 떼우진 않겠지... 오래 전 호암아트홀에서 본 엄청난 작품들을 보여달란 말이닷)



이미 시작한 전시들은 딱히 꼭 봐야겠다 싶은 마음이 들진 않는데... 근처에 갈 일이 있으면 한번 가볼까 정도?

예정 전시 중에서 뭐니뭐니해도 가장 기대되는 건 훈데르트 바서! 지난번 예술의전당 전시를 놓친 아쉬움을 이번엔 되풀이하지 않으리... 불끈!


아직 미술관별로 16년 기획전시 일정을 안올린 데가 많아서... 나중에 목록이 더 추가될지도 모르겠다. ^^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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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본 전시

놀잇감 2015. 12. 31. 17:58

역시나 한해를 죽 돌아보고 정리하는 데는 2015 Best 포스팅만한 게 없다. ^^; 올해는 연말에 마감도 없고 시간도 많으니깐 멘붕이었던 작년과 다르게 찬찬히 정리해보련다. 일단 전시 구경 다닌 목록부터...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 - 대림미술관 (티켓 있거나 전시장 인증샷이 있으면 재관람이 무료여서 2번 봤다. 전시가 훌륭해서라기보다는, 퐁 옹의 공연을 놓친게 속상해서 ㅠ.ㅠ 괜히 더 미련을 부렸음)

브레송 사진전 -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류큐의 바람 - 국립고궁박물관

조선의 왕비와 후궁 - 국립고궁박물관

창덕궁 대조전 벽화 - 국립고궁박물관  (경복궁에 자주 다니는 관계로 고궁박물관에서 하는 괜찮은 전시는 안 놓치고 보려고 노력중이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매번 알찬 기획이라고 느낌. 일단 무료니깐! ㅋ)

황규백 메조틴트 판화전 - 과천 현대미술관

세밀가귀: 한국 미술의 품격 - 리움미술관

거장 이쾌대 - 덕수궁 현대미술관

북한 프로젝트 - 서울 시립미술관

페르난도 보테로 전 - 한가람 미술관

가우디 전 - 한가람 미술관

불상, 간다라에서 서라벌까지: 고대불교조각대전: 국립중앙박물관

한국건축예찬: 땅의 깨달음 - 리움미술관


거의 다 따로 포스팅을 했으므로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으련다. 이 중에서 베스트 3을 뽑아야하는데... 으아 고민된다. ㅋㅋㅋ 역시나 제일 좋았던 전시는 두말할 것 없이 세밀가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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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 가우디 전

놀잇감 2015. 9. 29. 16:51

볼까말까 망설이다... 결국 보러갔다.
조만간 바르셀로나에 직접 가서 가우디 건축을 봐주겠노라는 것이 망설임의 이유였는데 ㅜㅜ 그저 욕심일뿐 사실은 스페인에 언제 가게될지 모르니깐.

건축관련 전시는 도면 말고 대체 뭐 볼 게 있을까 의심스러우면서도 막상 가면 볼거리가 많았던 것 같다. 특히 가우디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지을 때도 죄다 모형으로 만들어보고 실험을 거쳐, 사후에도 지금껏 계속 그의 설계에 따라 건축이 진행되고 있다니깐 더더욱 보여줄 게 남았겠거니 했다. 비록 복제품이더라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카사 밀라, 카사 바트요, 구엘 저택 같은 건물의 사진과 입면도, 평면도, 모형 구경도 감탄스러웠지만, 건축학도 시절 도면들은 으아... 얼마 전 리움미술관에서 본 <세밀가귀>의 섬세함이 떠올랐을 정도였다. 정밀하고 정교하기가 이를 데가 없더라. 색감도 예쁘고... 건축학위 따고나서 자기가 직접 디자인했다는 명함도, 작업실 책상도예쁘고...

문짝, 문고리 하나까지 죄다 직접 건물에 어울리게 디자인해 넣은 건 또 어떻고! 나중에 기념품숍에 들어갔을 때 평소처럼 엽서 하나 사고마는 게 아니라 가장 탐나는 건 복제품 나무의자였는데 가격이 450만원이었던가... ㅋㅋ ​그래서 엽서는 사지 않았다. 전시는 미리 봤지만.. 엽서는 정말로 바르셀로나에 가서 사주겠어... (괜한 오기를 부린 건가? ㅋ)

​깨진 사기조각으로 만든 모자이크를 <트렌카디스>라고 한다는데 진짜로 주변에서 인부들이 주워온 타일조각을 죄다 색깔별로 구분해놓고 활용했고, 피렌체에서 값비싼 유리공예품을 사다가 죄 깨뜨려서 사용하기도 했단다. 어휴... 전시장 천장에도 더러 둥근 타일 조형물 복제품을 매달아놓았던데 거긴 사진을 찍을 수가 없으니, 좀 웃겨도 전시장 입구의 구엘공원 도마뱀을 찍어왔다. 저런 걸 트렌카디스라고 한다는 걸 잊지 않으려고. ^^;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기부금과 입장료만으로 계속 건축이 진행중이고 가우디 사후 100주년인 2026년 완공을 목표로하고 있다는데, 나도 그 전에 꼭 구경가서 입장료 수입에 보태주고 싶다! ㅠ .ㅠ 

가우디 전시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11월 1일까지, 입장료는 15000원인데 GS포인트 카드가 있으면 2천원 할인해줌. ㅎ 

한가람미술관에서 동시에 하도 여러 전시를 벌이는 바람에, 보테로 작품들은 좁은 전시실에 마구 구겨넣듯 비좁게 홀대를 해서 맘상했는데(모딜리아니 전시장도 그런 편이라고;), 가우디 전시실은 그나마 공간할애를 많이 해준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큰 작품은 별로 없고 사진 아니면 연대기, 도면과 모형 정도라서 그런 기분이 들었나? 암튼...

가우디 전시를 보고 한가로운 마당으로 딱 나왔는데 반대편 미술관 건물에 은은하게 비친 노을빛이 눈에 들어와서 한장 더 찍었다. 이렇게 한가롭고 인적 드문 미술관이 얼마만인고..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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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으로 어제 보테로 전시회를 보러 갔다. 8월이긴 해도 이젠 초등학생들이 개학을 했을 거라고, 게다가 월요일이니 휴관인줄 알고 사람들이 좀 덜 오지 않을까 기대했던 건 죄다 꽝. 엄마 손에 이끌려온 초등학생들은 여전히 바글거렸고 전시장은 와글와글 시끄러웠다. 젠장 9월까지 기다릴 걸 그랬다고 후회했지만, 뭐 그래도 피크 때는 한두시간씩 줄서서 기다려 입장했다니 그 정도는 아니었다는 데서 위안을 삼았다. 

프리다 칼로와 이쾌대, 보테로 중에서 뭘 제일 먼저 볼까 고민하다 그래도 제일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프리다 칼로와 이쾌대는 왠지 마음을 좀 다잡고 보러가야할 것 같은 기분은 그냥 괜한 나의 지레짐작일 수도 있지만..) 보테로를 선택했으나, 지난 전시회 후기를 이제야 찾아보니 내 착각이었다. 보테로 그림 속 인물들은 대체로 뚱한 표정으로 슬픔과 애환을 전하고 있었거늘... 어휴. 난 왜 즐거워지려고 보테로를 선택한 걸까?

그래도 멀리 그림보러 가서 허영기 충족시키고 수다떨고 차마시다 저녁에 치킨에 감자튀김에 맥주까지 풀코스로 놀아줬더니 기분전환은 확실히 된듯 했다. 보테로로 1주일, 감자튀김으로 1주일 최소 2주는 기분좋게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친구와 킬킬거렸다. 요즘 사는 낙이라는 게 참...

암튼 전시회 포스터에 떡하니 첫 구절에 쓰여있듯 현대백화점에서 후원을 하는 고로, 백화점 카드가 있으면 입장료 만3천원을 만원으로 할인해준다. 요즘 대형기획전시 너무 비싸서 불만인데... 할인해주면 고맙지.

허나 여름방학 특수를 노리고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층층마다 너무 많이 동시다발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인지 작품 수가 꽤 되는데 그림을 하도 다닥다닥 붙여놔서 나로선 아주 불만이었다. 작품 하나만 따로 보고 싶은데 하도 거리를 좁혀놔서 옆 그림이 시선을 방해하게 만들어놨어! 우쒸

꽃 3연작도 아주 넓은 벽에 시원시원하게 셋만 딱 걸어놔도 꽉 차는 느낌인데 좁은 벽에 쪼로록 숨막히게 붙여놓질 않나. 참 내... 

2009년도 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 눈호강을 했던 기억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불만이 컸다. 요번에도 보테로가 직접 내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자기 작품을 다닥다닥 한군데 몰아놓은 걸 보면 분노하지 않았을까? 흥!

저번에 본 그림들도 있고 성직자들이나 예수 그림, 투우사들의 그림 시리즈는 처음 보는 것도 있었지만 이번에도 12세 모나리자 그림은 오지 않았다. ^^; 아마도 유일하게(?) 미소짓는 인물화라 더 빌려오기가 힘든가? ㅋ 암튼 서커스 인물 그림들은 여전히 서글펐고, 투우 장면 작품들도 뭔가 좀 가슴 아팠다.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퍼오려니 나란히 붙어오는군. 왼쪽그림은 <마타도르> 시리즈 가운데 하나였던 것 같고 오른쪽은 그림 제목이 <미망인>이다. 홀로 아이셋을 키우는 엄마의 옹색한 살림이 방안 빨랫줄에서, 응석받이 아이들한테서도 느껴지는 듯. 

이번 전시에서도 내 시선을 더 많이 끌었던 건 정물과 풍경화였는데 (보테로의 풍경화 처음 보는듯!) 정물화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파란 커피 주전자가 있는 정물>. 내가 좋아하는 파란색과 커피의 만남이라니.. 오옷!

파란 커피주전자가 있는 정물

나중에 아트숍에서 엽서 있으면 꼭 사야지 마음 먹고 나왔는데, 아쉽게도 이 그림은 엽서로 판매하질 않았다. 

역시 내 취향은 마이터리티인가... -_-;

아무래도 정물 그림은 더 이상 통통하게 양감을 부여하기가 어려운듯, 바나나가 심히 뚱뚱해보이는 그림들이 좀 있긴 해도 과일 그림은 그냥 평범해보인다. 오히려 길쭉하게 잘라놓은 수박은 날씬해보이기까지... 


시끄러운 아이들을 피해가며 얼른 전시장을 한바퀴 돌고 나서 다시한번 찬찬히 그림들을 둘러보고는 이번에 가져갈(?) 작품을 드디어 선정했다.

풍경화 중에서 한 작품으로.. 제목이 <걷는 남자>였던가.. 다행히도 이 작품은 브로셔에도 들어가고, 엽서로도 나와있었다. 짙은 색 기와를 얹은 담장은 어쩐지 한국이나 중국 느낌도 나고, 통통한 나무둥치와 가지는 통통한 손가락을 벌려놓은 것 같다. 주인공인 걷는 남자는 그림 한쪽 구석에 아주 작게 들어가 있고.

그림 퍼오기 귀찮아져서 아래 사진으로 그냥 대체할란다. 째뜬 2500원이나 하는 그림엽서 득템. 사이즈가 좀 크긴 하다. 더불어 빨간꽃 메모지도 괜히 욕심부려 하나 장만했다. 대체 왜 나는 수첩류만 보면 광분하는가... 자책하면서. ㅋㅋ

그리하여 아래는 기념엽서와 득템품목 자랑샷이다.


전시는 10월4일까지 한다. 전시장을 나오면서 으음.. 애들한테 왜 인기가 있는지는 알겠는데 몇년 뒤 또 이 정도 규모의 보테로 전시회를 하면 난 굳이 보러오진 말아야지 결심했다. (모나리자 그림이 온다면 좀 생각해볼 일이지만)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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