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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13 고흐 전시회 12
  2. 2007.10.07 고흐의 아몬드 꽃 7
  3. 2007.09.17 예상대로 4
  4. 2007.08.02 미술관 외출 5
  5. 2007.01.26 한꺼번에 문화생활 - 미술관과 뮤지컬 6
  6. 2007.01.19 장 뒤뷔페전 그 두번째 6
  7. 2007.01.10 2006년 마무리 - 베스트 문답 14
  8. 2006.12.28 고흐의 노란색 7
  9. 2006.10.20 소장품 2

고흐 전시회

놀잇감 2007. 11. 13. 15:01

드디어 고흐 전시회가 다음주로 다가왔다.
지난 주말 인사동엘 나갔더니 가로등마다 고흐 전시회를 알리는 깃발이 휘날리고 있어서
더욱 가슴이 설렜다.
과연 이번에 온 67점의 작품들의 면면이 어떤 것인지 살피러 슬쩍 서울 시립미술관 공식 사이트(사이버 미술관도 있다 http://vangoghseoul.com/cyber01.htm)엘 가보고선 약간 실망.

실물 알현의 염원을 품고 있던 <아몬드꽃>은 오지 않았다. -_-;;
해바라기 시리즈는 하나도 안 온 모양이고, 미국 미술관에 있는 <밤의 카페 테라스>나 <별이 빛나는 밤>도 당연히 없다.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과 크뢸러 밀러 미술관 두 군데서만 작품을 공수한 모양이다.
아이리스 연작 가운데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이리스 꽃밭 그림 작품 대신 꽃병에 꽂힌 아이리스가 선을 보이는 듯...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이 아이리스를 보고싶었는데 ㅠ.ㅠ 대체 어디 있는 작품인가 새삼 찾아보니 역시 미국 게티 박물관에 있단다 1889년작.


확실히 내 안목이 전문가들과는 다른 듯, 나는 이 아이리스 그림이 더 좋은데
꽃병에 꽂힌 아이리스 그림이 원래 더 유명한 거란다 ^^;; 제일 비싼 작품에 속한다나 뭐라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이리스 (1890)



그래도 달빛과 별빛이 교교하게 동심원으로 표현된 프로방스의 시골야경은 볼 수 있게 됐다.
개인적으로 사이프러스나무들이 여럿 서 있는 고흐 그림들을 좋아한다. ㅎㅎ
좀 아쉽지만 이게 어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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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 시골 야경 (1890)


고흐의 작품을 초기작부터 시기별로 전시실을 나눈 듯한데
내가 가장 기대하는 건 역시 현란한 색감과 꿈틀거리는 붓터치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아를 시기와 생레미 시기다. ㅋㅋ 여기 올린 그림 세장이 모두 생레미 시기로군.
아마도 아를 시기에 속한다는 것 같은(벌써 까먹었다 젠장) <우체부 조셉 룰랭>그림도 두근두근 기대중.

물론 사이버 미술관에 일부 소개된 작품만으로 아직 크게 실망하기는 이르지 않겠냐고
애써 마음을 달래는 중이다.
작품 가격만 1조 4천억원이라는데;; 감지덕지해야지.

2007년 11월 24일부터 2008년 3월 16일까지 전시라 기간도 꽤나 넉넉하다.
입장료는 만2천원.
코엑스멤버십 카드, GS칼텍스 보너스카드를 제시하면 천원 할인된단다.
개관 첫날 달려가는 성의를 부리고 싶기도 하지만
주말이니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려들까봐 두려워서 안 갈 작정이다.
이번 전시와의 첫 만남은 한가로운 평일 오전으로 계획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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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아몬드 꽃

놀잇감 2007. 10. 7. 20:31

스킨을 바꾸고 나서 색깔과 느낌이 어울리는 고흐 그림을 떠올려보니
단번에 뇌리를 스친 것이 바로 이 아몬드 꽃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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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년. <꽃이 핀 아몬드 나무> 캔버스에 유화. 생레미 정신병원에서 그렸다고



처음 이 그림의 '사진'을 보고는 "어머나, 혹시 벛꽃 종류 아냐?"라고 탄성을 질렀는데
그림 설명을 보니, 아몬드 꽃이라고 했다.
아몬드 꽃도 성급하게 잎이 나기 전에 피나보다. ^^;
어쩐지 동양화 느낌이 난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고흐의 화집을 보면
아예 노골적으로 일본 화풍의 영향을 받은 그림들이 꽤 된다.
아마 이 그림도 그럴 거라 '나름' 짐작했다.

이 그림에 관한 사연은
고흐의 그림인생을 무던히도 후원해주었던 동생 테오가 아들을 낳아 빈센트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는
소식에 고흐가 몹시 기뻐하며 조카의 탄생을 기념하여 그렸단다.
바탕의 파란 배경은 조카 빈센트의 파란 눈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들은 듯...
개인적으로 거의 모든 톤의 '파랑색'을 참 좋아하는데, 인쇄술에 따라 화집 그림 색깔도 몹시 달라지지만
약간 옥색 기운이 들어간 이 파랑색도 아련해서 참 마음에 든다.
내 기억이 맞다면.. 비슷한 그림을 여러 번 그린 고흐 특유의 작품경향에 따라 아몬드 나무 그림도
두어 개는 됐던 것 같다.
이 그림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지 아마.

파리 오르세 미술관, 런던 내셔널 갤러리,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시카고 현대미술관 등등...
고흐의 작품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한 작품 있단다!!)
가장 많은 수의 작품을 소장한 곳은 역시나 반 고흐 미술관이다.
언제고 내 꼭 반 고흐 미술관엘 가보리라!! ^^
(생각해보니 어쩌면 11월부터 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고흐 미술전에 이 그림도 올지 모르겠다! 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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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투덜일기 2007. 9. 17. 23:29
조카들은 고모의 헤어스타일 변신을 마구 비웃어댔다. ㅜ.ㅜ
하필 작은올케도 미용실에 가서 추석맞이 파마를 했다는데
작은엄마는 예쁘지만 고모는 이상하다고 정민공주 등이 깔깔대며 놀렸다.
심지어 짖궂은 정민공주는 "이상한 꼬불꼬불 머리를 한 아줌마 같은 고모!"라고
부르기까지...
늘어지는 귀고리와 목걸이, 은색 반짝이 의상으로 최대한 머리를 커버하려고 했던 나의
노력에 대해서도 "머리가 이상하니까 큰 귀고리랑 목걸이를 했구나! 근데 다 보여, 고모!"라고 일갈했다. 흑..

사실 동생들은 일주일전까지 내 몰골이 하도 추레했기 때문에 훨 나아졌다고 위로했으나
그 역시 나에겐 위로로 들리지 않았다.
불과 며칠 전 5살된 조카 지환이는 나를 이런 모습으로 묘사했었다.

아이들 눈에 비친 내 머리가 과연 얼마나 이상한지 파악해보고자
세 조카들에게 제발 고모 좀 그려달라고 부탁했더니
정민공주는 아예 보이코트, 6살된 녀석은 차마 그림이랄 수도 없는 낙서를 해놓고는 이상해진 고모라고 킬킬댔는데, 5살난 지환이가 그나마 고모 머리가 별로 이상하지 않다고 위로해주면서 그림도 꽤나 귀엽게 그려주었다.


결국 나는 다음날까지 샴푸하지 말라는 미용사의 말을 무시하고
미용실에서 돌아온 날부터 마구 감아주고 있는데, "탄력있는 컬"을 위해 단백질 파마를 권한 때문인지 별로 잘 안펴졌다. 쳇...

한동안은 계속해서 화려한 의상과 악세사리로 가리고 다니는 수밖에 없을듯;;
그놈의 빌어먹을 미용사 추석 연휴동안 배탈이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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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외출

투덜일기 2007. 8. 2. 00:36
8월이 시작된 첫날...
복작거리는 시장통 같은 미술관엘 다녀왔다.
해마다 여름과 겨울, 방학이면 친구와 두 딸을 만나 함께 그림이나 공연을 보기도 하고
그냥 만나 수다를 떨다가 문방구 순례를 하는 것이 습관처럼 자리잡은 지 몇년째인데
올 여름엔 그들이 방학숙제로 시립미술관에 모네 전시회를 보러 온다고 했다.

처음엔 전시를 보고 나온 세 모녀와 잠깐 만나 수다나 떨려던 계획이었는데
어쩌다보니 나도 덩달아 전시관엘 들어갔고, 내가 가장 꺼려하는 미술관 분위기라고 할 수 있는 '시장판 북새통'이나 다름없는 시끄럽고 어수선한 전시장에서 최대한 빨리 그림을 둘러본 터라 별 감흥없이 전시장을 나서야 했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뿌듯했던 것 같다.
역시나 변하지 않은 나의 문화적 허영심에 약간이나마 콧바람을 불어넣었기도 하고
늘 즐거운 친구 모녀와의 연례만남이 어쨌든 성사되었으므로.

고흐의 노랑
샤갈의 빨강에 이어
모네의 작품 이미지는 나에게 늘 연보라색으로 떠오른다.
가장 유명한 시리즈인 '수련' 시리즈 때문일 거라 생각하는데
이번 전시에도 수련 시리즈가 가장 집중 조명을 받았고 제일 큰 작품도 수련이었는데
말년에 시력이 흐려져 형체마저 흐트러진 '등나무'그림 같은 것에서도 나에겐 유독 연보라색이 마음에 남았다.

아쉽게도 내가 좋아하는 모네의 '예쁜' 그림들은 많이 찾아볼 수 없었고
생각보다 작품 수도 많지 않은 듯했지만
9월 26일까지 전시라니
애들이 바글거리지 않는 한가한 어느 때쯤 한 번 더 찬찬히 그림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늘은 모르고 그냥 갔는데 GS 칼텍스 보너스 카드가 있으면 천원 할인을 해준대고
포인트 점수가 있으면 2천원을 추가로 할인해준단다.
정말로 다음에 또 가게 되면 꼭 할인받아서 봐야지... -_-;;

사실 같은 인상파라도 나는 역시 모네보다 고흐에 대한 편애가 심해서
모네의 작품에 대한 인상보다는 전시실 맨 마지막에 11월부터 시작되는 고흐 전시회의 예고편으로 걸어놓은 모조 작품들이 더욱 깊은 잔상을 남기기도 했다.

내가 지금 미술관 구경이나 다닐 때인가.. 하는 자조보다
외출의 기꺼움이 더 큰 걸 보면 확실히 조금씩 앞으로 걸어나가고 있긴 한가 보다.
비록 그게 나의 이기심 때문이라도 어쩔 수 없다.
한 여자가 앞장서다보면 나머지 한 여자도 따라오지 않겠나.
그렇게 믿을란다.
내일은 더 모질고 이기적인 여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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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한풀이를 하려던 것도 아니었는데
어젠 온종일 문화생활에 힘쓰느라, 평소 걷는 양의 10배쯤 되는 걷기를 통한 육체노동(?)과 정신적인 에너지 소모를 겪고 보니 오늘은 살짝 몸살 기운마저 있다.
그렇지만 흐뭇하기 짝이 없던 하루를 기록해두지 않을 수야 없지.
역시 문화생활이란 내 두뇌의 허영심을 만족시키고, 주변에 자랑을 일삼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희열이 궁극의 목적이 아니겠나. (아.. 속물스러워라~~ ^^;)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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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에 뜻밖에 전시장을 찾았다가 대박을 만난 느낌이기도 했고
'엄청나게' 다양한 작품 세계 가운데 천진난만하고 색감이 화려하고 예쁜 그림이 너무도
많아 그림 좋아하는 우리 조카 정민공주도 좋아할 전시라는 생각에
공주를 대동하고 두 번째로 전시장을 찾았다.

나 역시 사람 없이 조용한 미술관 관람을 그 누구보다 즐기기에
지난번 강추위 속에 평일 야간 관람을 할 때가 더 좋긴 했지만
어린이를 위한 그림 설명을 따라가는 재미도 나름 흘륭했고
그나마 방학 초기라 샤갈전 때처럼 와글와글 장터바닥 같진 않아 다행이었다.

마침 덕수궁앞에선 오후 수문장 교대식이 벌어지려는 찰나여서
공주는 몹시도 즐거워하였고...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선 '반드시' 궁궐도 꼼꼼히 돌아봐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결국 미술관 1, 2층 전체를 2번이나--한번은 우리끼리, 두번째는 어린이 작품설명하는 도슨트와 함께, 그리고 우를루프 전시관은 3, 4번은 봤을 거다--돌고 난 뒤에, 어스름녘 추운 날씨에 궁궐을 돌며 중화전, 함녕전 따위를 다 보고 다니느라 고모 무수리는 거의 쓰러질 지경이었다 ㅠ.ㅠ)

이 블로그엔 스킨의 특성상 웬만해선 사진을 올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래도 샤갈전과 더불어 2번이나 전시를 관람한 흔치 않은 경우라 자랑하고파서
무리를 무릅썼다.

자..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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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드님을 선두로 이웃 블로거들의 재미난 베스트 문답을 보며
참 흥미롭긴 했으되, 나는 기억력도 나쁘고 뭔가를 열심히 정리하는 인간 유형에서 점점 멀어지는 삶을 살다 보니(다이어리 쓰기를 작파한지 최소 5년은 넘은 것 같다. 이젠 아예 장만하지도 않는다) 난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파피와 쌘이 한 번 더 옆구리를 쿡쿡 찔러주니 또...
정리 못하는 인간이라 더욱 정리를 하고 넘어가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참.. 그냥 수월하게 살면 될 것을 나란 인간은 뭐든 이렇게 어렵게 생각하고 고민하고 주저하고 망설이다 판난다.

게다가 또 이렇게 만날 서론이 길다. ㅋㅋ
사진 편집해 올릴 능력도 없으니 단조롭고 별 재미도 없을 것이라고 미리 경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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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노란색

삶꾸러미 2006. 12. 28. 01:51

어렸을 때 크레파스 색깔 가운데 제일 닳아 없어지는 색깔이 사람마다 조금씩 달랐을 거다.
내 경우는 노란색이었는데,
노란색도 연노랑과 개나리색, 귤색까지 톤별로 갖추어진, 호화찬란한 48색 크레파스를 가진 친구와 달리, 호사를 누려봤댔자 24색 정도로 만족해야 했던 나는 제일 먼저 하나 뿐인 노란색이 떨어지면 그림 그릴 의욕까지 떨어졌던 것 같다.
나중에 그림물감을 쓰게 되고 수채화의 묘미에 빠졌을 때도, 노란색을 하도 이색 저색에 조금씩 섞어 새로운 색을 만들어 쓰는 바람에 노란색이 제일 부족했더랬다.

내가 여러 화가들 가운데 고흐의 그림을 제일 좋아하는 건 아마도 어렸을 때부터 심취했던 노란색에 대한 애정 때문일 거란 생각도 든다.
미술책에서 고흐의 그림을 제일 처음 접했을 때 본 그림이 <해바라기>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조악한 인쇄술 때문에 색감을 제대로 살려냈을 리 없는데도
샛노란 꽃잎이 뚝뚝 떨어질 것처럼 탐스럽게 꽂혀있는 해바라기 그림이 참 좋았다.
그래서 고흐의 그림 가운데 제일 좋아하는 작품을 꼽으라면 한 때는 주저없이 "해바라기!"라고 대답하기도 했는데, 사실 수많은 고흐의 해바라기 연작 가운데 어린 시절 동경의 대상이 어떤 작품이었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실제로 감상하는 영광을 누린
런던 내셔널 갤러리의 열네 송이 해바라기 그림이 제일 마음에 드는 것도 같지만, 벌써 오래 전 일이라 가물가물할 뿐이다.
 
물론 고흐 그림에서 눈에 띄는 게 어디 노란색 뿐이랴...
고흐의 그림에선 파란색도 확실히 남다르게 느껴진다.
인상파 그림들은 워낙 색감이 다채롭고 뛰어나지만, 고흐 작품에서 꿈틀거리는 듯한 붓자국으로 표현된 아주 다양한 색깔의 변주를 보면 참으로 신비롭고 아름다워 가슴이 촉촉하게 젖는 것 같다.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별이 빛나는 밤>과 <밤의 카페 테라스>에 표현된 밤하늘의 색감은
보랏빛이 아련한 <아이리스> 연작과도 이어진다.
물론 실제로 감상한 게 아니라 화집이나 달력, 인터넷 따위로 본 것이 더 많으니
이런 그림들 또한 인쇄 판본마다 조금씩 다른 색감을 전제로 나 혼자 구성하고 상상한 색감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그럼에도 고흐 작품의 색채는 그 누구의 작품보다 현란하다고 단언한다.

스케치 작품까지 합하면 고흐의 작품 수가 1000편이 넘는다고 들은 것 같은데
(덧붙임: 고흐 관련 다큐멘터리에서 고흐가 10년간 자그마치 1900여점의 작품을 남겼다는 기록을 발견했다!!)
내가 사진으로라도 본 건 절반이 조금 넘는 400여편 정도에 불과하지만
자기중심적인 내 시각으로 볼 때 그 많은 그림 가운데 가장 강렬하게 인상에 남은 색은
역시나 노란색이다.
이 블로그 스킨이기도 한 <아를에 있는 빈센트의 방>이나
대문 사진으로 일부만 오려 놓은 <밤의 카페 테라스>도 그렇고
<해바라기>는 물론, 꽤 많은 <밀밭> 연작에서도
하물며 다양한 인물의 초상화에서도 내 눈엔 다채로운 색감의 노랑이 제일 강렬하게 남아
샤갈, 하면 강렬한 빨강이 떠오르듯 (이것도 나만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고흐, 하면 노랑이 떠오른다.

그리고 강렬하고 선연해서 가끔 슬프기까지한 고흐의 노란색이 어쩌면
점점 강렬해지는 예술에 대한 그의 열정이자 광기를 상징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혼자만의 추측을 하곤 한다.
인상파 화풍의 영향을 받기 전인 초기작에선 노란색의 꿈틀거림이 그다지 강렬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고흐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에 그린 마지막 그림이라고 알려진
<까마귀가 나는 밀밭>에서도 노란 밀의 물결은 검푸른 하늘에 대비되어
흐드러지게 아름답고 동시에 참 슬프다.
어쩌면 그의 마지막 그림이란 걸 알고 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고흐의 노란색은 어린 시절 그림에 대한 나의 애착을 불러 일으키는 아련한 향수이자 막연한 슬픔이고 또 행복이기도 하다.
당대의 잘 나가는 화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대작은 거의 없고, 대부분 크기가 작은 고흐의 작품들은 보면 볼수록 정이 가고 마음이 끌리는 친구 같다.
내게 행복을 안겨주는 친구...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까마귀가 나는 밀밭, 50.5x103cm, 1890년 7월, 캔버스에 유채,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고흐...
라고 하면 우선 그의 불행한 병력과 생전 화단의 외면 같은 외적인 요인을 떠올리지 말고
모두들 나처럼 화려하고 다채로운 노란색을 제일 먼저 연상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끄적거려봤다.

오늘 문득
작은 복제품 액자로, 컵받침으로, 스테인드글라스 장식으로, 달력으로,
블로그 꾸밈으로 모습을 바꾸어 작은 내 작업실 구석구석에서 나를 쳐다보는 고흐의 작품들이 일제히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는
아무래도 내 스킨 선택의 이유도 블로그 어딘가엔 적어 놓아야
고흐한테 덜 미안할 것도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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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품

삶꾸러미 2006. 10. 20. 15:55


지난 번 고모 전시회에서 찜해둔 작품이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다.
나무그늘에 자건거가 기대어져 있는 흑백 판화작품 하나는 이미 갖고 있지만
이번에 전시한 사랑스러운 느낌의 채색 동판화 소품들은
조곤조곤 다정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고모의 성품이 고스란히 반영된 듯한 느낌.
내가 좋아하는 꽃도 있고, 별도 있고, 초승달도 있고
아련한 밤하늘을 담은 창문도 있고
탁자 위에 놓인 꽃병 옆엔 향기로운 커피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하면서 행복해지는 여러 일의 목록을 따져보면
미술관 관람이 상당히 상위권에 들어 있다.
화가가 되려는 꿈을 한번쯤 꾸어본 사람들은 많겠지만, 나 역시 한동안은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더랬다. 그 꿈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사람이 바로 이 그림의 주인공인 우리 막내고모.
지금은 고궁에서 그림을 그리는 게 금지됐다지만, 우리땐 사생대회는 늘 고궁에서 열렸고,
가끔씩 주말에 고모 따라 화구 챙겨들고 경복궁이나 덕수궁에 이젤을 세우고
고모 유화 그림을 수채화로 똑같이 베껴(!) 그리던 전적이 있는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 온갖 미술대회에서 제법 상도 받았더랬는데
그것만 믿고 무작정 화가의 꿈을 키웠던 거다. ^^;;

그러나 그 꿈은 결국 그냥 꿈으로 남겨졌고
그림에 대한 열망은  이제 감상으로만 만족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렇게 마음에 드는 작품을 소장까지 하게 되다니 어찌 아니 기쁠소냐!
ㅎㅎㅎ
사진 들어간 포스팅을 한 번 해보고 싶은 마음에
자랑질!

(ㅎㅎ 고흐 그림이 바탕에 희미하게 비치는 가운데 작품이 놓이니까 느낌이 또 좀 다르다)
(아깐 그림 받은 흥분에 대충 써 올렸다가 다시 좀 더 덧붙였음을 실토함.. ㅎㅎ)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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