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유혹

하나마나 푸념 2006. 10. 18. 20:01
예로부터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말이 있다는 건
사람들이 그만큼 공짜에 약하다는 이야기일 터.
나 역시 이번엔 공짜 유혹에 무너지고 말았다.

그간 수시로 상품권과 자전거 따위를 경품으로 제시하며 구독을 강권하는...
조*일보를 비롯한 주요 일간지 모집원들에게는
그런 거 공정거래법 위반 아니냐며 당장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아
당당히 쫓아내곤 했으며(귀찮아서 실제로 신고한 적은 없다. 뭐 거부 했으니 물증도 없는 거고..)

시도때도 없이 전화를 걸어 인터넷회선 어떤 걸 쓰시냐고 물어대는
텔레마케터 아줌마들에게도 '필요없다'고 소리를 빽 지르곤 했는데...

얼마 전 하도 친절하고 구구절절 상냥하게 나의 퉁박을 받아낸 아줌마의 설득에 홀라당 넘어가, 인터넷 전용선을 바꾸고 만 것이다.

하도 구려서 구라패스라는 별명마저 붙었던 KT의 인터넷 전용선을 떼내고
마침 막내동생놈이 다니는 회사와 잠시 케이블 사업을 같이 벌이느라 저렴한 가격에 인터넷 전용선을 깔아주던 데이콤 보라홈넷으로 바꾼지 만 3년에서 40여일이 빠지는 시점인데,
보라홈넷과의 약정기간이 안 끝났으면 위약금도 전액 물어주고,
코렉스 자전거와 스팀청소기, 족욕기 따위의 경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공짜로 받을 수 있으며, 3개월간  사용료를 면제해준다는 말에 옳다꾸나 다시 메가패스로 바꾸기로 한 거다.

속으론 KT가 얼마나 돈이 많으면 저런 말도 안되는 장사를 해서라도 고객을 확보하려는 걸까 의아하고 또 뭔가 구린 뒷구석이 있는 것 같아 찜찜했지만
결국 공짜에 눈이 어두워 에라 모르겠다 비리처럼 느껴지는 검은 계약에 동참하고 만 것.

어차피 데이콤 인터넷 회선이 슬슬 문제가 많아져 A/S를 받는 횟수가 늘어났고,
출장 나온 데이콤의 A/S 기사님들 말로는 하도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서로 회선 공사하면서 경쟁사의 케이블을 슬쩍 끊거나 훼방 놓는 사례가 부쩍 많아졌다는 것이 문제발생에 대한 변명이었는데, 어쨌든 지들이 머리 터지게 싸우든 말든 소비자인 나로서는 불편하면 버럭 화부터 나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나.

데이콤에 알아보니 3년 약정기간이 겨우 40일 남았는데도 위약금이 10만원도 넘는다 하여
뜨악했는데, 메가패스 아줌마가 시킨대로 컴퓨터를 옮겨 쓸 일이 없어졌다고 핑계를 대니
그럼 그냥 사용정지를 시키고 한달에 3천원 정도의 유지비만 내는 것이 위약금을 내고 당장 계약을 끊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설명이었다.

해서... 이 검은 뒷거래에 참여한 나에 대한 나름대로의 처벌(?)방법은
KT에 위약금을 물어달라고 하지 않고 그냥 다음달까지 얼마 안 되는 회선유지비를 내 돈으로 내기로 한 것이다.
자꾸 생각해보면 장기적으로 내가 KT에 벌어줄 돈을 감안하여 악착같이 위약금을 받아내야 할 것도 같은데... 아무래도 난 데이콤 상담직원한테 컴퓨터 옮기게 돼서 인터넷을 안쓴다고 거짓말 해놓고서.. 쓸데없이 10만원도 넘는 위약금을 내겠다고 공연히 나설 자신이 없다.
ㅡ.ㅡ;;;

아무튼...
조금전 집에서 전화가 왔다.
경품으로 내가 선택한 문제의 스팀청소기가 택배로 도착했다는 것.
제법 신형이란다.

뭔가 자꾸 구린 냄새가 나는 것도 같아 마음이 찜찜하지만,
일부 영악한 소비자들은 인터넷 전용선 회사들의 치열한 경쟁을 이용해서 요리조리 옮겨다니며 몇달에 한번씩 경품도 새로 타고 모든 혜택을 누린다는 이야기를 자진해서 들려준
메가패스 판촉 담당자의 말을 위안 삼아야겠다.

그런 사람들도 있는데 뭐 이까짓(!) 정도의 공짜를 누리는 혜택쯤이야 뭐....
(아무래도 어둠의 수렁에 한 발을 들인 느낌은 떨쳐버릴 수가 없지만.. ㅠ.ㅠ)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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