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거리

하나마나 푸념 2010. 7. 12. 02:42

얼마전 인천대교 부근에서 난 버스 교통사고 뉴스를 보며 너무 참혹해서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가끔 고속도로에 나가는 일이 있어도 나 역시 안전거리따위는 무시하고 다들 그러듯 앞차에 바짝 따라붙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간혹 미적미적 느리게 가면서 차간 간격을 쓸데없이 넓게 둔 차를 만나면 신경질을 확 부리면서 차선을 바꿔 앞지르기 일쑤고...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어떤 이들은 초보때도 시내운전보다 고속도로 운전이 훨씬 쉽다고 이야기했지만, 나는 초보시절 고속도로에 감히 진출하기까지 시일이 꽤 걸렸다. 처음 한달은 올림픽대로에서 고집스레 시속 60km로 달리며 사방에서 빵빵거리는 차들의 욕을 먹기도 했으니, 시속 100km까지 밟을 자신은 정말로 없었던 거다. 당시엔 수동 자동차를 운전했는데, 기어를 4단까지만 넣겠다고 다짐하고 다녔었다. 5단은 고속도로 용이야 이러면서;; 시내에서야 기껏 사고가 나도 경미한 접촉사고겠지만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나는 건 상상하기도 싫었다. 그러나 어느틈에 나는 꽤 난폭한 운전자가 되어 있었고 초보운전 딱지를 뗀지 1년쯤 뒤엔 경인고속도로에서 나를 무시하고 욕설을 해대는 대형 트럭과 추월해서 브레이크 밟기 싸움을 할 정도로 무모해졌다.

세월이 지나면서 철이 좀 들었는지 운전 방식은 퍽 얌전해지고 있어도 안전거리만은 잘 못지켰던 게 사실이다. 원칙대로 100미터쯤 안전거리를 두고 달리면 수시로 끼어드는 옆차선의 차들을 못견디겠다는 게 그 이유였다. 차간 거리를 너무 띄우면 오히려 함부로 끼어드는 차들 때문에 더 위험하다고 핑계를 대면서...

그래도 뭔가 큰 사고가 났을 때만 반짝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는 성격답게 간만에 오늘 고속도로를 달리며 나는 정말로 안전거리를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했다. 시속 100km일 땐 안전거리 100미터가 원칙이라지 않은가. 100미터가 얼만큼인지는 몰라도 시내에서 달릴 때처럼 바짝 따라가는 짓거리는 최대한 삼가며 안전운전에 힘써보았는데, 역시나 사람들은 변함이 없었다. 다른 차선 자동차들에 비해 내가 좀 넓은 간격을 유지하는 걸 보아넘기질 못하고 다들 추월해가질 않나, 마구 끼어들질 않나, 카레이스하듯 미친듯이 달리는 자동차들이 요리조리 옮겨다니는 통로로 이용되기 일쑤였다.

이런 사고가 날때마나 지겹게 나오는 말이 '안전 불감증'이라는 짜증스러운 표현인데, 이 나라에서 운전하는 사람들은 안전 불감증이 아니라 아예 안전과 담 쌓고 사는 사람들인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트렁크에 삼각대랑 사고났을 때 표시할 하얀 페인트는 있어도 필수품이라는 휴대용 소화기는 없으니 하는 말이다. 아마 나 또한 기억력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만 또 안전거리에 신경쓰고 다닐 뿐, 얼마 지나지 않아 제버릇이 도져 앞차와의 거리 따위는 안중에 없다는 듯 운전할 게 뻔하다. 어쩌면 안전거리는 운전대와 나의 거리를 최대한 띄울 때나 확보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디 애먼 사람들한테까지 피해를 입히는 사고뭉치는 되지 말아야 할 터인데.
Posted by 입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