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외래어 발음 때문에 놀림을 받는다. 아니지, 외래어가 아니라 외국어로 붙인 우리나라 브랜드 발음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어로 EVERLAND라고 적어놓고 한글은 <에버랜드>라고 쓴다. 피터팬에 나오는 NEVER LAND의 짝퉁이 분명하다. 나에게 번역을 하라도 해도 피터팬의 NEVER LAND는 <네버 랜드>라고 하겠지 만 EVERLAND를 외래어 표기법대로 쓰면<에벌랜드>가 맞지 않나? <에버랜드>로 읽히고 싶으면 EVER LAND로 쓰든지! 아무튼 나는 무의식중에 <에벌랜드>라고 발음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마다 주변에서 핀잔을 준다. 에벌레들이 노는 동네냐고.

Tous Les Jours도 마찬가지다. 프랑스어에 무지하지만 특히 연음이 중요한 프랑스어 발음이라면 <뚤레주르>로 읽어야 옳다고 믿는다. 하지만 한글 브랜드명은 <뚜레쥬르>다. 이곳 역시 나는 내 맘대로 <뚤레주르>라고 읽는 게 보통인데, 그때도 눈총을 받는다. 잘난 척 한다고.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상 특정 외국어(태국어, 베트남어?)를 제외하고는 경음 ㄲ, ㄸ, ㅃ 대신에 ㅋ, ㅌ, ㅍ를 써야한다. 아직은 프랑스어 발음이 아무리 <뚤레주르>에 가깝더라도 <툴레주르>로 표기해야 옳다는 뜻이다. 하지만 광고 카피에서 흔히 맞춤법을 무시하듯, 브랜드명에 있어서 국립국어원이 정한 외래어표기법은 코웃음의 대상인 모양이다. <뚤레주르> 보다는 <뚜레쥬르>가 부드러운 느낌이라 브랜드명으로 당첨되긴 했겠지만, 어땠든 나는 못마땅하다. 어쩐지 발음이 다양하지 않은 일본어식 표기법 때문에 과거 많은 외래어들이 요상한 형태로 자리잡았던 관습의 연장선 같지 않은가 말이다.

물론 제일 마음에 안드는 건 너도나도 영어를 아무런 거리낌없이 써대는 언어습관이지만...
얼마전 TV에서 나오는 금연 공익광고를 보고는 기가 막혔다. <SELF 하지 말고 HELP 하세요>라더라. 누군가는 그 표어 지어놓고 무릎을 치며 멋진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으니 광고 카피로까지 쓰였겠지만, 내 반응은 "미친 것들..."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용인 자연농원>보다 <에버랜드>가 더 멋지고 세련됐다고 여기는 한, 저런 미친 짓거리들은 더욱 많이 생겨날 거다. 으휴!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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