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의 심각성에 대한 이야기는 얼마전부터 꾸준히 오가고 있지만 무지한 나로서는 춥지 않은 겨울, 녹아 없어질 위기에 놓인 북극 빙하, 마른 장마, 세계 각지의 이상기온을 그저 막연하게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다.
뉴스를 자주 보는 것도 아니고, 바깥 공기는 며칠 만에 한번씩 접할 때도 많기 때문에 기온 파악을 전혀 못하고 살다가 잘못된 옷 선택에 민망한 순간이 있긴 해도 요즘 기온이 평년보다 얼마나 더운지 추운지는 잘 모른다.

아무리 봄이 왔다고 해도 춥게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은 못견디기 때문에 늘 남보다 뒤쳐지는 두툼한 옷을 입는 편인데, 어제는 과연 입을 때가 됐을까 아닐까 고민하며 그간 꺼내지 못했던 할머니의 유품 스웨터를 드디어 꺼내 걸치고 장보러 나갔다가 쪄죽을 뻔했다. +_+ 예년엔 3월과 늦가을에 입었던 것 같은데...
골목 어귀의 목련도 이제 막 벌어지려는 듯 물이 올라 있었다. 봄꽃은 원래 4월이나 돼야 피는 거 아니던가? 어쨌든 아름다운 꽃들이 좀 빨리 피는 것이야 반가우면 반가웠지 나쁠 일은 없다.


문제는 얼마전부터 우리 동네에 미친듯이 생겨나고 있는 모기떼다.
특별 방역이 필요할 정도로 벌써부터 모기가 기승을 부린다는 뉴스를 어디선가 들은 것도 같다. 어차피 요즘 모기들이야 아파트촌의 뜨뜻한 하수구에서 한겨울에도 버젓이 살아 날아다닌지 꽤나 오래 되지 않았나. 그런데 최근 출몰한 우리 동네 모기들은 한겨울에 몇마리씩 날아다니는 수준이 아니다. 자연하천 복원이랍시고 한강물을 끌어들이고 분수에다 물레방아, 폭포까지 생돈을 쳐들여 물이 흘러가게 만들어놓은 홍제천이 핵심 원인이라는 심증이 가기는 하는데, 흐르는 물에도 모기들이 알을 낳을 수 있는지 없는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동네에 날아다니는 모기들은 군데군데 시커먼 갈색구름처럼 수백, 수천마리씩 뭉쳐 윙윙거리는 것 같다.
다행인 것은 아직 그나마 기온이 낮기 때문인지 여름날 보이는 모기처럼 몸집이 크지 않아 그 절반도 안되는 듯부실하고 아직은 사람을 물지도 못한다. 자칫하면 하루살이처럼 보일 정도로 작은 놈들이 가끔 집안으로 숨어들었다간 제풀에 지쳐 비실비실 죽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놈들이 방충망 바깥에 수십마리씩 앉아 있는 광경을 보노라면 으으으으....
방충망을 향해 모기약을 뿌려대도 놈들은 후르륵 날아갔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며칠 전 꽃샘추위가 왔을 땐 모기들이 하나도 안보이길래 다 얼어죽었나보다 기뻐했더니 어느새 다시 살아났더라. 이른 봄부터 벌써 이 지경이면 여름엔 어쩌란 말인가.
경상도 어느 도시였던가. 근처 공장에서 내보낸 높은 온도의 폐수 때문에 모기들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져 구름처럼 날아다니는 바람에 집밖으로 외출을 하려면  벌치는 사람들처럼 망을 내려뜨린 모자를 써야할 정도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도 본 것 같은데, 설마 우리동네도 그런 지경이 되는 것은 아닐까.
모기 잡으라고 구청에 민원전화라도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만날 구시렁거리면서도 정착 전화해볼 용기는 못 내고 있다. 이미 누군가 불평을 해서 상황을 알고 있을 거야, 라고 막연히 짐작하면서...

이런 것이 지구 온난화로구나 싶어서 문득 두렵고 으스스하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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