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 언론에 짜증날 때가 어디 하루이틀이겠냐마는
오늘은 뉴스랍시고 '중산층 붕괴와 하층민 확대'라는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와
더욱 짜증을 돋군다.
부패한 사회일수록 부익부빈익빈 빈부의 격차가 극심해지고
극소수의 부자들이 온나라의 부를 독점하는 건 역사적으로도 입증된 현실이고
건강한 사회일수록 중산층이 두텁다는 거.. 그거 초등학교 사회책 정도에 나오는 당연한 사실 아닌가?
웃기는 건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언론에서 심심할 때마다 써먹는
주기적인 뉴스감이라는 것이다.
IMF 차관을 들여와야 한다고 대통령이 수치스러운 발표를 하던 시절에도 중산층이
모두 길거리에 나앉을 판이라는 식으로 난리였고,
내 기억력이 한심스러운 수준이어서 그렇지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수없이 그런 말을 들었던 것 같다.
언젠가 신문에 중산층을 의미하는 여러 지표가 실렸을 때, 내가 하도 씁쓸하여 어디엔가
분기에 찬 글을 쓴 적도 있었으니 말이다.
'서울 시내에 25평 정도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자동차도 있어야 하고, 월수입이 얼마 이상이어야 하고...'
하는 따위의 중산층 지표를 보며, 강북 외곽에 있는 다가구 주택에서
정년퇴직하신 부모님에 얹혀사는 비생산적인 딸을 갖춘 우리집도 하층민이었군.. 하고 느꼈기 때문이다.
문자의 힘, 특히 활자의 힘이란 대단한 것이어서
제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언론에서 떠들어대면 기정사실화되고 비록 거짓이라도 무시무시한 권력을 획득한다.
그렇기에 저 유치찬란한 수구언론이 여전히 수많은 맹목적 보수세력을 등에 업고
계속해서 활자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지 않은가.
워낙 정치가 개판이고 나라 돌아가는 꼴이 엉망이지만, 요즘은 아주 어린/젊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눠봐도 놀랍도록 보수적이고 이기적이며, 조중동을 중심으로한 수구언론의 논조를 희한하게도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따르고 있더라.
예나 지금이나 진실은 늘 '저 너머에' 있어야 하는 현실이 참 개탄스러운데
요즘엔 도무지 어디에서 진실을 찾아야 하는지 그것조차 모르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언제나 문제였고
나 역시 그 박탈감과 빈곤감, 자괴감에 늘 시달리며 줏대 없이 흔들린다.
그럴 때마다 그나마 나에게 힘을 주었던 것은
그래도 부끄러움 없이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기에 적어도 내 잣대로 본다면
내 머리를 쓰다듬어줘도 될 거라는 깨달음이거나,
아니면 나보다 더 열심히 살면서도 상대적으로 비빌 언덕과 기회가 부족했던 탓에
더 많은 불평등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에 비하면 내 투정이 참으로 하찮고 이기적이라는
반성이었다.
어차피 이상향이 아닌한 인간 사이의 계급은 사라질 수 없다.
태생이든 돈이든, 어떻게든 구색 맞춰 끼리끼리 급을 나누고 분류하고 우쭐해 하거나
비참해 하는 걸 즐기는 게 인간의 참모습이라면 비약이 좀 심한가?
아무튼 어차피 나뉜 계급과 집단에 속하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건 어디까지나
스스로의 잣대여야 한다는 게 그나마 '자유와 평등과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이 나라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기쁨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판단력마저 흐리게 하고 편견을 고착시키고 굳은 사고를 강요하는
언론이 정말 짜증난다.
별로 신뢰 가지 않는 설문조사 따위를 바탕으로 전국민의 여론인양 떠들어댔다가
또 금세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잊어버리는 행태도 우습고..
얼마 전 수능때도 언론에서 얼마나 난리였나.
몇년 만에 수능한파가 찾아왔느니 어쨌느니...
하도 날씨 춥다고 해서 엄청 껴입고 나갔다가 추위 타는 내가 더워서 낑낑거릴 만큼
날씨는 영상이었고, 예년 기온과 비교해서 오히려 따뜻한 날씨였음에도
그놈의 '수능한파' 레퍼토리는 올해도 써먹고 넘어가더군.
빌어먹을 기자놈들.
아니지, 그런 뉴스에 여전히 휘둘리는 내가 빌어먹게 어리석은 겐가.
하여간 미친 언론과 미친 정치 꼬라지가 참.. 우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