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부쩍 아기옷을 사러 가는 일이 잦았다.
출산율 저조 시대라고 언론에서 떠들어대긴 하지만 내 주변엔 조카들도 집집마다 둘씩이고
결혼한 지인들은 어김없이 신기하게 예쁜 아기들을 세상에 내놓고 있기 때문.
아기 옷을 사러 가면 매장에서 제일 먼저 묻는 질문이 정해져 있다.
몇 개월이나 됐느냐는 것, 아니면 여자 아기냐, 남자 아기냐.
그래서 성별을 밝히면 아주 당연하게 남녀 아기에 따라 구분된 색깔의 옷을 보여준다.
분홍색 아니면, 하늘색.
나처럼 색깔로도 성차별하는 걸 몹시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들을 위해
다행히 흰색과 연노랑색, 가끔 연두색도 눈에 띄지만 무늬마저도 확연한 성차별을
강요한다.
자동차, 비행기, 우주선, 열기구 따위는 남자 아기 옷인 푸른 계통에
꽃, 과일, 나비, 인형, 구두 따위 모양은 분홍 계통의 옷에 들어 있으며,
중성이라 할 수 있는 곰돌이나 토끼 따위의 무늬는 친절하게(!) 하늘색과 분홍색 두 가지가 모두 갖춰져 있기 일쑤다.
물론 나는 하얀색이나 노랑색 같은 성차별 없는(?) 색을 주로 선호하고
가끔은 일부러 여자 아기에게 자동차 그림이 들어간 하늘색 옷을 선물 하기도 하고
남자 아기에게 자주색 꽃무늬 반바지를 선물하는 등의 파격을 부린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옷을 입은 아기들의 성별을 주변에서 헷갈려하기 때문에 엄마들도 난감해 하고 혹시 모를 혼돈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여자 아기의 민대머리 같은 이마에 레이스 머리띠로 표시를 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어쩌다가 푸른 계통은 남자를, 붉은 계통은 여자를 무조건적으로 상징하게 된걸까?
지금은 초등학생이 된 큰 조카 정민이는 원래 분홍색을 좋아하는 핑크 공주이긴 했지만
사촌에게 물려받은 남자 아이 옷도 아무렇지 않게 입었던 터라
다른 계통의 색에 특별한 반감은 없었는데,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 초록색 옷을 입고 갔다가 같은 반 친구들이 남자 옷을 입었다고 놀렸다며 그 옷을 다시는 입지 않으려고 했었다. ㅡ.ㅡ;;
그때 나는 몹시 분개하면서
겨우 5, 6살밖에 안된 아이들이 색깔로도 성차별을 하게 만든 몰상식한 어른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그 뒤로도 계속 온 사회가 강요하는 성별 색깔론을 우리 조카들에게만은 어떻게든 고착시키지 않으려고 노력은 하지만, 악순환은 계속되는 법이라 그게 그리 쉽지만은 않다.
어린이날에 세발 자전거 하나를 사려고 해도,
짙은 파랑에 로보트 장식이나 자동차 장식이 거칠게 들어간 모양 아니면
공주나 바비인형 같은 그림이나 분홍토끼가 그려진 분홍색과 빨간색 자전거가 양자택일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성별 다른 동생들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이왕이면 중성적인 느낌의 자전거나 장난감을 사려고 하면 선택의 폭은 몹시 좁아진다.
이런 말도 안되는 성별 색깔론의 기저엔 하나라도 상품을 더 팔려는 상업주의가 자리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다.
성별 같은 형제자매를 키우는 집은 몰라도, 성별 다른 남매를 키우는 상황에선 색깔로라도 옷이며 장난감을 '차별화'해야 마지못해 부모가 소비활동을 더 하게 될 터이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상업주의에서 비롯된 성차별 색깔론이 계속해서 그 아이의 사고방식을 좌우한다는 게 아닐까.
그림에 재능과 관심이 많은 9살된 우리 조카가 며칠 전에 그간 잘만 쓰던 그림물감과 파레트 겉포장이 '남자색'이라서 아이들이 놀리기 때문에 학교에 가져가기 싫다고 투정을 부리다 제 부모한테 매를 맞았던 사건과 같은 일들이 앞으로 또 안 벌어질 리 없기 때문이다.
물론 어려서도 성별의 차이는 존재한다고 한다.
'대개' 여자아이들이 인형놀이와 소꿉놀이 같은 역할 놀이를 좋아하는 반면
남자아이들은 블록이나 공룡, 자동차, 로보트 같은 난감을 더 좋아한다는 식으로.
그 때문에 남자아이들의 공간감각능력이 상대적으로 더 발달하는 반면
여자아이들은 감수성과 섬세한 언어 능력 따위가 더 발달한다지.
하지만 그건 '대략적인' 판단일 뿐, 그 안에도 분명 개인차는 존재할 것이고
오히려 그렇게 뭉뚱그린 일반화와 획일화의 틀 때문에 아이들이 제대로 타고난 성품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을 거라고 믿는다.
자동차와 로봇을 갖고 놀기를 유독 좋아하는 여자아이나
인형놀이와 소꿉놀이를 몹시 좋아하는 남자아이를 단정적으로 동성애와 결부시키는 섣부른 오해도 종식되어야 할 것 같다.
나 혼자만의 경험을 확대해서 진리처럼 떠벌일 생각은 없지만,
어째뜬 난 어려서도 커서도, 눈껌벅이는 값비싼 인형들이 무섭고 먼지 풀풀 나는 곰돌이 인형 따위를 귀찮아 했었다. (그래서 내가 모든 애완동물을 싫어하게 됐다고 보는 지인들도 있긴 하다;;) 어려운 시절이라 동생들이 값비싼 장남감을 선물 받는 경우도 지극히 드물긴 했지만, 가끔 동생들 몫으로 자동차나 총 따위가 생겨나면 난 그 누구보다 신이 나서 '부릉 부릉' '빵야~ 빵야~'를 외치며 놀기도 했단 말이지.
저 유명한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의 아기가 태어나 처음 공개된 사진 때문에
세계 언론이 떠들썩할 때, 나는 그 아기가 입은 옷이 여자아기임을 상징하는 상투적인 분홍색도, 아기의 순수함을 상징하는 흰색도 아닌 중성적인 '회색'임을 지적하며
역시 '안젤리나 졸리답다'고 했던 기사가 잊혀지질 않는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에서 회색 신생아 옷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은 것 같다.
배냇저고리를 떠올려 보자. 모두 흰색 아니면(염료가 안 들어가 가장 아기 피부에 순하다던가) 연한 분홍, 하늘색, 연노랑이다.
그나마 조금 큰 아기들의 속옷이나 완연한 겉옷엔 회색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도 그리 흔하지는 않을 거다.
아무튼 이번에도 여자아기 옷을 사면서
나는 흰색 내복과 함께 결국 예쁜 디자인 때문에 ㅠ.ㅠ 끄트머리에 노랑 레이스가 달린 꽃분홍색 바지와 꽃무늬 프린트가 들어간 셔츠를 사고 말았다.
색에는 성별이 없노라고 목청 높여 부르짖으며, 편견에 물들지 않은 아기들에게만은
그런 어른들의 잣대를 강요하지 말자고 주장은 하지만
교묘한 상업주의가 파놓은 함정에 매번 이렇게 덜컥 자진해서 걸려든다.
몹시 씁쓸하다.
출산율 저조 시대라고 언론에서 떠들어대긴 하지만 내 주변엔 조카들도 집집마다 둘씩이고
결혼한 지인들은 어김없이 신기하게 예쁜 아기들을 세상에 내놓고 있기 때문.
아기 옷을 사러 가면 매장에서 제일 먼저 묻는 질문이 정해져 있다.
몇 개월이나 됐느냐는 것, 아니면 여자 아기냐, 남자 아기냐.
그래서 성별을 밝히면 아주 당연하게 남녀 아기에 따라 구분된 색깔의 옷을 보여준다.
분홍색 아니면, 하늘색.
나처럼 색깔로도 성차별하는 걸 몹시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들을 위해
다행히 흰색과 연노랑색, 가끔 연두색도 눈에 띄지만 무늬마저도 확연한 성차별을
강요한다.
자동차, 비행기, 우주선, 열기구 따위는 남자 아기 옷인 푸른 계통에
꽃, 과일, 나비, 인형, 구두 따위 모양은 분홍 계통의 옷에 들어 있으며,
중성이라 할 수 있는 곰돌이나 토끼 따위의 무늬는 친절하게(!) 하늘색과 분홍색 두 가지가 모두 갖춰져 있기 일쑤다.
물론 나는 하얀색이나 노랑색 같은 성차별 없는(?) 색을 주로 선호하고
가끔은 일부러 여자 아기에게 자동차 그림이 들어간 하늘색 옷을 선물 하기도 하고
남자 아기에게 자주색 꽃무늬 반바지를 선물하는 등의 파격을 부린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옷을 입은 아기들의 성별을 주변에서 헷갈려하기 때문에 엄마들도 난감해 하고 혹시 모를 혼돈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여자 아기의 민대머리 같은 이마에 레이스 머리띠로 표시를 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어쩌다가 푸른 계통은 남자를, 붉은 계통은 여자를 무조건적으로 상징하게 된걸까?
지금은 초등학생이 된 큰 조카 정민이는 원래 분홍색을 좋아하는 핑크 공주이긴 했지만
사촌에게 물려받은 남자 아이 옷도 아무렇지 않게 입었던 터라
다른 계통의 색에 특별한 반감은 없었는데,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 초록색 옷을 입고 갔다가 같은 반 친구들이 남자 옷을 입었다고 놀렸다며 그 옷을 다시는 입지 않으려고 했었다. ㅡ.ㅡ;;
그때 나는 몹시 분개하면서
겨우 5, 6살밖에 안된 아이들이 색깔로도 성차별을 하게 만든 몰상식한 어른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그 뒤로도 계속 온 사회가 강요하는 성별 색깔론을 우리 조카들에게만은 어떻게든 고착시키지 않으려고 노력은 하지만, 악순환은 계속되는 법이라 그게 그리 쉽지만은 않다.
어린이날에 세발 자전거 하나를 사려고 해도,
짙은 파랑에 로보트 장식이나 자동차 장식이 거칠게 들어간 모양 아니면
공주나 바비인형 같은 그림이나 분홍토끼가 그려진 분홍색과 빨간색 자전거가 양자택일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성별 다른 동생들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이왕이면 중성적인 느낌의 자전거나 장난감을 사려고 하면 선택의 폭은 몹시 좁아진다.
이런 말도 안되는 성별 색깔론의 기저엔 하나라도 상품을 더 팔려는 상업주의가 자리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다.
성별 같은 형제자매를 키우는 집은 몰라도, 성별 다른 남매를 키우는 상황에선 색깔로라도 옷이며 장난감을 '차별화'해야 마지못해 부모가 소비활동을 더 하게 될 터이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상업주의에서 비롯된 성차별 색깔론이 계속해서 그 아이의 사고방식을 좌우한다는 게 아닐까.
그림에 재능과 관심이 많은 9살된 우리 조카가 며칠 전에 그간 잘만 쓰던 그림물감과 파레트 겉포장이 '남자색'이라서 아이들이 놀리기 때문에 학교에 가져가기 싫다고 투정을 부리다 제 부모한테 매를 맞았던 사건과 같은 일들이 앞으로 또 안 벌어질 리 없기 때문이다.
물론 어려서도 성별의 차이는 존재한다고 한다.
'대개' 여자아이들이 인형놀이와 소꿉놀이 같은 역할 놀이를 좋아하는 반면
남자아이들은 블록이나 공룡, 자동차, 로보트 같은 난감을 더 좋아한다는 식으로.
그 때문에 남자아이들의 공간감각능력이 상대적으로 더 발달하는 반면
여자아이들은 감수성과 섬세한 언어 능력 따위가 더 발달한다지.
하지만 그건 '대략적인' 판단일 뿐, 그 안에도 분명 개인차는 존재할 것이고
오히려 그렇게 뭉뚱그린 일반화와 획일화의 틀 때문에 아이들이 제대로 타고난 성품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을 거라고 믿는다.
자동차와 로봇을 갖고 놀기를 유독 좋아하는 여자아이나
인형놀이와 소꿉놀이를 몹시 좋아하는 남자아이를 단정적으로 동성애와 결부시키는 섣부른 오해도 종식되어야 할 것 같다.
나 혼자만의 경험을 확대해서 진리처럼 떠벌일 생각은 없지만,
어째뜬 난 어려서도 커서도, 눈껌벅이는 값비싼 인형들이 무섭고 먼지 풀풀 나는 곰돌이 인형 따위를 귀찮아 했었다. (그래서 내가 모든 애완동물을 싫어하게 됐다고 보는 지인들도 있긴 하다;;) 어려운 시절이라 동생들이 값비싼 장남감을 선물 받는 경우도 지극히 드물긴 했지만, 가끔 동생들 몫으로 자동차나 총 따위가 생겨나면 난 그 누구보다 신이 나서 '부릉 부릉' '빵야~ 빵야~'를 외치며 놀기도 했단 말이지.
저 유명한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의 아기가 태어나 처음 공개된 사진 때문에
세계 언론이 떠들썩할 때, 나는 그 아기가 입은 옷이 여자아기임을 상징하는 상투적인 분홍색도, 아기의 순수함을 상징하는 흰색도 아닌 중성적인 '회색'임을 지적하며
역시 '안젤리나 졸리답다'고 했던 기사가 잊혀지질 않는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에서 회색 신생아 옷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은 것 같다.
배냇저고리를 떠올려 보자. 모두 흰색 아니면(염료가 안 들어가 가장 아기 피부에 순하다던가) 연한 분홍, 하늘색, 연노랑이다.
그나마 조금 큰 아기들의 속옷이나 완연한 겉옷엔 회색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도 그리 흔하지는 않을 거다.
아무튼 이번에도 여자아기 옷을 사면서
나는 흰색 내복과 함께 결국 예쁜 디자인 때문에 ㅠ.ㅠ 끄트머리에 노랑 레이스가 달린 꽃분홍색 바지와 꽃무늬 프린트가 들어간 셔츠를 사고 말았다.
색에는 성별이 없노라고 목청 높여 부르짖으며, 편견에 물들지 않은 아기들에게만은
그런 어른들의 잣대를 강요하지 말자고 주장은 하지만
교묘한 상업주의가 파놓은 함정에 매번 이렇게 덜컥 자진해서 걸려든다.
몹시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