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하나마나 푸념 2008. 7. 18. 22:53
요즘 대낮에 놀러다니는 경우가 많다보니 교복 입은 여학생들과도 자주 맞닥뜨린다.
내가 깜장치마에 하얀 윗도리를 교복이랍시고 입던 그 옛날에도 여중생과 여고생은 교복입은 태만 봐도 티가 났었다. 여중생들은 1학년의 경우 치마 길이가 거의 발목에 닿을 듯 치렁거렸고(키클 것을 대비하여 길게 맞춰준 거다) 2학년은 그럭저럭 종아리 길이, 3학년은 발육이 좋은 아이들의 경우 무릎까지 깡총하게 올라가는 수도 있었는데 키가 갑자기 커서 치마가 짧아진 순수한 아이들이 꽤 많았던 터라 3학년이 되어도 좀처럼 키가 자라지 않았던 아이들 중엔 간혹 치마 허리춤을 접어서 약간 올려입는 경우도 있었다.
깜장치마의 치마 길이로 여중생들 학년을 얼추 구분할 수 있었던 것처럼 여중생들의 펑퍼짐한 윗도리로도 대강은 1, 2, 3학년을 분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저 물자 귀하고 멋부리는 것에 그닥 목숨 걸지 않았던 시절의 이야기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고 나면 학교마다 약간씩 교복의 차이가 생기기도 했고, 일제의 잔재인 깜장 치마와 하얀 상의 교복을 그대로 고수한다고 해도 여고생쯤 되면 허리선도 다아트를 넣어 날씬하게 넣어주고 상의 길이도 짤막해졌으며 학교에 따라 치마폭이 무진장 넓은 플레어스커트로 변하거나 우리 학교처럼 불편한 주름스커트를 입히기도 했었다.
옛날에도 멋내기에 힘쓰는 아이들은 교복 윗도리를 최대한 몸에 딱맞게 줄이고 치마도 교문 밖에선 허리춤을 접어 짤막하게 하고 다녔지만, 최대한 몸에 딱맞게 줄인 우리 학교 최고 날나리의 교복을 생각해봐도 요즘으로 치면 완전 모범생의 교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헌데, 교복을 입어도 <길어보어야>하고 몸짱으로 보여야한다는 아이들의 마음을 내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요즘> 아이들의 교복 줄이기 수준은 나로선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개그콘서트를 보면 봉숭아 학당에 요즘 여고생들처럼 길이를 허리선에 딱 맞게 줄이고 앞섶이 벌어지게 꽉 맞는 윗도리에 짧은 체크무늬 치마, 그 안에 체육복 바지를 입고 나오는 개그우먼이 있는데, 요즘 버스에서나 지하철에서 보게 되는 여고생들은 상황이 그보다 훨씬 더 심하다.
몸을 숙이거나 팔을 올리지 않고 그냥 가만히 서 있는데도 단추 사이 앞섶이 볼록볼록 벌어져 그 사이로 하얀 속옷(아마도 흰 티셔츠 같긴 하더라)이 보인다.
상의 교복의 길이는 치마 허리선과 만나지 못하고 1센티미터쯤 떨어져 있다. -_-;;
그 사이엔 속옷인지 티셔츠인지 모를 하얀 옷감이 속살이 나오는 것을 막아주고 있다.
그나마 치마 길이는 개그콘서트나 드라마에서 보는 여고생 교복보다는 약간 길어서 얼추 무릎까지는 내려오는 것 같은데, 타이트 스커트의 경우 팬티선이 드러날 정도로 하체에 꽉 낀다. ㅠ.ㅠ

내가 요즘 고등학교를 다녔더라도 종아리가 가장 굵어보이는 부분을 가로지르는 길이로 교복치마를 입고 다니는 만행은 절대 피했을 테고, 이왕이면 날씬해 보이도록 허리선이 디자인된 교복을 골라 입었을 것이다.
하지만 단추가 벌어질 정도로 몸에 끼거나 버스 손잡이도 못 잡을 정도로 짧아 거동이 불편한 상의는 절대로 입지 않았을 것 같다. +_+
문제는 저렇게 기막히게 교복을 줄여 입은 아이들이 하나같이 날씬하기 그지없어서 허리가 22인치정도밖에 안되는 놀라운 말라깽이들이라는 사실이다. 그렇게 몸매와 속옷을 드러내지 않아도 그들이 가늘가늘 하늘하늘 허리가 한줌밖에 안된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대체 무슨 심보인지 원.

반면에 몸매가 좀 평범하거나 넉넉한 아이들은 교복 상의 대신 아예 흰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것도 많이 보인다. 학교에서도 그렇게 입는 걸 허락하는지 어쩐지는 모르겠는데, 교복 안에 받쳐 입었다가 교문을 나서면서 벗어버린 게 아닐까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째뜬 그런 모습 역시 <늙은> 내 눈엔 안 예쁘다. ㅠ.ㅠ

외국 아이들은 15살만 돼도 짙게 화장을 하고 마스카라를 칠하고 다니지만
우리나라 여학생들은 맑은 피부에 순수한 모습만으로도 예쁘다고 속으로 흐뭇해 했었는데
요즘엔 우리나라 여고생들 사이에서도 쌩얼처럼 보이는 교묘한 화장이 필수라지 아마.
으휴...
내 나이탓이라고 손가락질 받아도 어쩔 수 없지만, 사실 나는 20대후반 무렵부터 이미 교복 입고 머리 하나로 질끈 묶은 여고생들이 하도 예뻐서(물론 무시무시하게 욕하고 떠드는 이상한 여고생들 말고!) 버스에 그들과 함께 타면 연예인 구경하듯 그들을 바라보며 좋아했더랬다. 집 근처에 여자중학교가 있어서 아침이나 오후에 시간대가 맞으면 구름처럼 떼를 지어 등하교하는 여중생들을 만나는 일이 잦은데, 여중생들은 장난스럽고 소란하기가 거의 초등학생들 수준이라 보면 되지만 가끔 그 중에서도 조신하고 얌전하고 예쁜 여학생을 발견하면 나는 거의 보석을 발견한 것처럼 흘끔거리며 기분이 좋아진다.

단정한 교복을 <적당히> 예쁘게 입고 하얀 양말을 신은 모습이 얼마나 눈부시게 아름다운지
그들은 정말로 잘 모르는 걸까? *_*
(십수년 전, 늘그막에 교복 입은 여고생들이 예뻐 보여서 큰일이라며 자기가 혹시 변태 아닐까 고민했던 동기놈이 하나 있었는데 ^^;; 같은 여자인 나도 그렇다고 맞장구치며 절대 변태 아니라고 서로 위로했던 적도 있다.)
다리 길어보이겠다고 치마 길이 줄이는 건 정말이지 백번 이해하고 공감하고 지원해줄 수 있지만,
숨도 쉬기 어려울 것처럼 교복 상의를 꽉 끼게 줄이고 길이를 잘라 스스로도 불편해서 안에 티셔츠를 받쳐입은 여고생들에겐 주책스럽게 쫓아가서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다.
"그렇게 볼록볼록 단추 벌어지게 얻어입은 옷처럼 줄여 입은 것보다 살짝 살짝 움직일때마다 허리선 드러나게 줄인 교복이 훨씬 더 섹시하고 날씬해보인다규~!!"

에효, 확실히 난 참 쓸데없이 오지랖도 넓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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