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의 두 대표 심상정 후보와 노회찬 후보는 결국 낙선했다.
이명박이 대통령 됐을 때만큼이나 허탈하다.
더욱이 노회찬 후보의 상대는 홍정욱이었다.
나는 홍정욱이 별 생각도 고민도 없이 기득권만 놓지 않으려 하는 젊은 보수층의 표상이라고 생각해왔다.
요새 젊은이들은 이유도 없이 노친네들보다 더 보수적이니까.
노원 병의 두 후보 대결에 대해 조국 교수는 익히 <정글자본주의>와 <인간의 얼굴을 가진 자본주의>의
충돌이라며 향후 우리 삶의 방식과 질이 어떻게 변할지를 예고하는 징표라고 예상했다.
그 글을 읽으며 나도 백번 공감하면서도 결과가 노회찬 후보의 패배로 끝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정치라고는 쥐뿔도 경험없이 정몽준 조카사위라는 집안 배경과 경영자 경험으로 감히 노회찬과 붙다니 가소롭다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역시나 딴나라당의 조직력과 당세는 놀라운 것이었나보다. 노회찬 후보의 초반 우세를 뒤집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은평구에서 문국현 후보가 승리를 거두어 이명박의 최측근이자 대운하 최강옹호자인 이재오 후보가 떨어졌다는 점, 고무적이게도 민노당의 강기갑 후보와 권영길 후보가 어렵사리 당선됐다는 점, 그리고 또 딴나라당의 총 의석수가 출구조사 예상보다도 떨어져 과반을 간신히 넘겼다는 사실이다. 딴나라당이 180석까지도 가능하다더니 150석을 겨우 넘겼으니 한숨 놓기는 했지만 그밥에 그 나물인 친박떨거지들과 이회창을 비롯한 꼴통보수들이 또 어떻게 이합집산할지 보나마나 혼탁양상이 될 것은 뻔하고, 국회의 정부견제 의무는 애저녁에 글렀다.
대운하 문제야 딴나라당 내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있으니 아직 희망을 버리기엔 이르다 쳐도
당장 FTA 비준은 따놓은 당상이고, 의료보험 민영화도 슬슬 큰소리를 내겠지.
으이구..
노무현 대통령 당선된 대선 때 빼놓고 내가 이렇게 심란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개표방송을 지켜보긴 처음인 것 같다.
예의주시하고 있던 지역구의 엎치락뒤치락하는 결과를 쳐다보다 결국엔 홧김에 술병을 따서 벌컥벌컥 마셨다.
한동안 술깨나 잘 팔려 경기가 좀 살아나려나?
낙선한 이들은 속상해서, 된놈들은 됐다고 희희낙락 술잔을 들지 않을까...
세상의 잣대가 가리키는 성공이 반드시 성공은 아니라고 여기며
남들이 손가락질하는 낙오자로 살더라도 양심에 거리낌없이 행복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
나 같은 투덜이에겐 분명... 세상은 우습게 변해가고 있다. 신자유주의와 실용주의와 정글자본주의가 판쳐 결국 1%의 사람들이 99%의 부를 누리고 향유하며 다수의 가난한 사람들을 억압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그래서 슬프다.
술 한병 더 따야겠다.
술김에 겁날 것 없이 용감해지면 또 어떻게 막을까 묘안을 떠올리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아직 살아갈만한 세상이라는 희망이 샘솟기를 빌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