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은 사람2

하나마나 푸념 2008. 1. 18. 22:21

일단 치 떨리게 ‘싫은 사람’으로 낙인찍은 사람을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제 아무리 어여쁜 짓을 한다 해도 꼴 같지 않게 보일 터이지만, 그토록 싫은 사람으로 손꼽히게 된 데는 나름의 타당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내 눈에 어여쁜 짓을 할 리도 ‘절대’ 없다.

 

원래 뉴스를 좋아하지도 않고, 험악한 사람들과 이야기가 아무런 여과 없이 등장하는 뉴스야말로
연령등급 표시가 필요한 프로그램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열심히 찾아보는 편은 아니지만
,
식사 시간 같은 때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는 요즘 뉴스는 정말로 괴롭다.

꽤 오래 전, ‘띠띠 전’이라는 말이 유행을 한 적이 있었다.

요즘도 9 되면 가끔 TV 화면에 현재 시각을 알리는 글자가 뜨기도 하던데

그 땐 저녁 9가 되면 5초쯤 전부터 반드시 시보를 알리는 “띠띠띠 띠~~~”하는 소리와 함께 뉴스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뉴스 앵커의 첫마디는 언제나 “두환 대통령 각하께서는 오늘....”이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9 시보와 앵커의 첫마디를 연결해 “띠띠 전”이라는 말이 파생된 것.

그땐 아직 어려서 그 인간이 그토록 싫은 사람이란 걸 깨닫지도 못했지만...

요즘 뉴스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는 인간을 보면 이내 “띠띠 전”이 떠오른다.

요새도 촌스러운 9 시보와 함께 뉴스가 시작된다면 아마도 “띠띠 대”이라는 말이 유행되지 않을까. 연일 대통령 인수위원회의 ‘파격적인’ 조처들이 거의 첫 번째 뉴스거리로 등장하기에 하는 말이다. 아니었던 날은 며칠 전 폭설이 내렸을 때 뿐이었던 것으로 기억. 그 인간 본인도 세번째 뉴스 정도로는 꼭 나온다. 으으으

너무 싫어서 더욱 두드러져 보이는 것인지, 과거 대통령들도 선거 후 이토록 요란하게 설레발을 치며 뉴스에 등장했었는지 참으로 궁금한 노릇이다.

 

게다가 그 인간의 행보는 하나같이 가관이다.

1. 역시나 싫은 사람이 하는 짓거리는 뻔하다는 걸 깨달으며 최초로 코웃음을 쳤던 건

난데없이 일제히 언론에 등장한 ‘당선인’이라는 표기 때문이었다.

선거가 끝나고 며칠 동안은 “XXX 대통령 당선자는 오늘...” 어쩌구 하는 말이 들리더니 갑자기 거의 모든 뉴스에서 ‘당선자’ 대신 ‘당선인’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인수위원회에서 그렇게 해달라고 언론에 요구를 했단다.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그 인간의 지위가 원래 ‘대통령 당선인’이라나?

그렇다면 수십 년간 대통령을 해먹은 인간들과 그 측근들은 헌법 조항을 읽을 줄 몰랐거나 거들떠볼 여력도 없어서 그냥 ‘당선자’라는 말을 사용하도록 내버려두었던 걸까?

"국민을 섬기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골목마다 거리마다 흉측한 인물사진 들어간 플래카드를 걸었으면서, 국민을  '우러러 섬기겠다'는 말의 의미를 과연 그자와 측근들은 알고나 있었을까? 
그 인간의 지지자들에겐 ‘역시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똑똑한 당선자라고 여길 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놈 者’보다 ‘사람 人’을 붙여 어떻게든 목에 더 힘을 주려는 속내가 느껴지면서 혹시 이 인간 ‘각하’라는 호칭까지 그리워하는 건 아닌가 의심스러웠다.
워낙 시대를 거슬러 역행하는 정책을 많이 꾸미고 있다보니 원.

 

2. 수많은 젊은이들을 포함한 국민들이 진보나 민주주의, 정직이나 정의 따위를 깡그리 무시하고 그 인간을 지지했던 건 그놈의 ‘경제’와 ‘일자리’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3백만 개’의 일자리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그는 며칠 전 “수지가 안 맞으면 기업이 비정규직을 쓸 수밖에 없다”는 미친 발언을 당당히 했다. 물론 앞서 “오해의 소지가 있기는 하지만”이라는 말을 덧붙였다는데, 아무리 법을 바꿔도 수지가 안 맞으면 기업이 비정규직을 쓰게 된다는 말을 기업인도 아니고 대통령이 된다는 자가 어떻게 입에 올릴 수 있을까?

그럼 결국 ‘월 88만원짜리’ 일자리를 3백만 개 만들어놓고 재벌과 대기업만 배불리겠다는 뜻인가?

 

3. 그러더니 이번엔 또 뜬금없이 “미래지향적인 대일관계를 위해 일본에 사과와 반성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 밥을 먹다 말고 미친놈 소리가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인간은 엄동설한이든 뙤약볕이든 날씨 가리지 않고 지금도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의 눈물겨운 시위를 알고나 있는 것일까?

조국에서 스리슬쩍 외면하고 거부하고 보호해주기를 회피하는 그들을 오히려 외국에선 모셔다가 증언을 듣고 특별법안을 마련해 일본의 과거사 청산과 사과를 촉구하는 마당에!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처절한 외침을 일본이 철저히 모르쇠로 일관하며 금전적 보상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는 이유도, 일제 강점기의 수많은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막힌 이유도,

과거에 박정희가 ‘경제를 살리겠다’는 명목으로 1965김종필을 비밀리에 일본에 보내 정부와 민간기업 차원에서 돈을 받기로 하고 터무니없이 한국 측에 불리하게 맺은 한일협약 때문임을 그는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일까?

하기야 과거에 박정희 ‘각하’를 깍듯하게 모셨으며 겉모습까지 그를 역할모델로 삼고 있다는 그 인간에게 더 뭘 바랄 게 있으랴마는, 아직도 세계적으로 그저 ‘영토 분쟁지역’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당연히 힘센 일본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여 한국이 일본 영토를 불법 점유하고 있다고 대개 외부에 알려져 있는 독도 문제를 그 인간은 얼마나 ‘미래지향적’으로 해결할 것인지 참 귀추가 주목된다.

 

... 이제껏 거슬렸던 것들을 대, 여섯 가지쯤 욕해주려고 시작은 했는데

여기까지 쓰고도 내 머릿속이 더럽혀진 것 같아 더는 못쓰겠다.

그 인간에 대한 욕설로 소중한 이 공간을 채우는 것조차 아깝다.

으으으. 정말 싫은 인간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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