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탈

하나마나 푸념 2007. 12. 21. 02:19
5년 전에 내가 뽑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그놈은 절대로 안된다고 소리 높여 부르짖던 사람들이
어제 오늘 나와 같은 기분이었을까?
세월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
부시가 미국 대통령으로 재선되고 나서 줄줄이 미안하다는 팻말을 들고 사진을 찍었던
미국인들의 사진을 싸이에 퍼다놓았던 생각이 났다.
내가 뽑은 인간은 아니지만
그 인간과 딴나라당이 승리했다는 데는 모든 이들의 책임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유감이고 미안하다.
다시 집값, 아파트값 오르게 됐다고 신난 사람들 곁에서 땅 꺼지게 한숨 쉴 무주택 서민들에게 미안하고
돈많아서 과외 잔뜩 시켜 특목고 보내고 큰소리 떵떵 칠 부모를 못둔 탓에 교사들한테 여전히 '공고나 가라'는 폭언을 들어야 할, 가난해서 과외할 꿈도 못꿀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혹시나 요상한 운하 만든다고 파헤쳐져 수십년간, 아니 수백년간 신음할 대한민국 산하에게 미안하다.
 
절반에 가까운 그 사람들은 정말로 몇년 안에 경기가 펄펄 되살아나고
경제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 믿을 만큼 그렇게 단순무지할까?
현재 이 나라가 겪고 있는 모든 문제가 수십년에 걸쳐 썩어문드러진 냄새나는 구태 때문임을
그들은 정말 모를까?

허탈하고 짜증스런 마음에 온종일 인상만 찡그렸더니 속까지 쓰리다.
지난 5년 내내 그놈은 절대로 안된다고 싸잡아 욕하고 짓밟으려했던 이들의 역할이 이제
나에게 던져졌다는 사실도 기막히다.
앞장서서 행동하진 못해도, 사사건건 딴죽걸고 투덜대기는 또 내가 잘하는 짓 아닌가.
두고 보자 이놈아.
누가 뭐래도 온 나라 파헤치는 대운하는 절대로 안 된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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