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케이블에서 해주는 걸 잠시 스쳤을 뿐 제대로 보지도 않은 영화인데
요 며칠 뉴스에서 왕왕대는 '조직적인 재벌 비리' 폭로 사건을 접하고 자꾸만 이성재가 지강헌 역할로 나왔던
<홀리데이>가 떠오른다.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처절한 외침과 함께.
거대공룡 재벌의 비리 폭로를 놓고도 이 나라 공권력은 선뜻 아무런 대응조차 못하고 허둥대고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뭘 새삼스럽게...'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물증은 없었으되, 아니 물증도 있었고 심증도 있었으되 늘 덮어두었던 부패의 냄새를
이번엔 과연 또 얼마만에 덮을것인가.
대한민국보다 삼성이 더 '쎄다'는 말이 확실히 맞는 말이긴 한가보다.
법조 관련 비리나 대형 부패 사건이 터지면 온 나라와 언론이 들끓지만
전관예우를 받는 판검사 출신의 드림팀 변호사를 갖춘 거대공룡은 결국 또 몇년을 질질 끌다
흐지부지 승리를 거두고 말 것이다.
법대로 하자는 말은 절대로 정의의 이름으로 얻는 정직한 심판을 의미하지 못한다.
그야말로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진리를 실천하자는 말일 뿐.
하다못해 전직 대통령들은 감옥에 갇혀 죄수복을 입고 제대로 빼돌리지 못한 재산을 빼앗길 망정
높으신 회장님들은 휠체어 타고 병원다니다 금세 풀려나는 나라가 아닌가.
얼마 전 번역한 책의 지은이가 했던 말이 있다.
미국의 유명한 변호사이자 로스쿨 교수이기도 한 그는 세계적으로 꽤나 '정의로운' 사법제도를 갖춘
미국에서도 재판에서 정의를 원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으며, 다들 승리를 원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검찰과 사법부가 공모하고, 변호사마저도 가담하여 정의와는 상관없이 각자의 승리를 위해 담합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법조계의 어두운 이면은 어느 나라에나 있는 일이란 얘기였다.
생각해보면
'저기 어딘가에' 있을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다리며 '역사의 심판'을 소망했던
대다수 민중들은 참 순진하고 어리석었던 것 같다.
어차피 역사는 늘 이긴자들의 기록이 아니던가.
이번에도 승자는 예견되어 있는 것 같다.
과연 얼마나 사람들이 잊지 않고 지켜볼 것인가가 관건인 셈인데
장단기기억력상실증 환자 수준인 나를 비롯해 우리들은 또 얼마만에 이 소동을 잊게 될까.
영화 스포일러에 노출된 듯 구경하는 입맛이 아주 쓰고 떫다.
아 글쎄, 돈 없는 게 죄고, 돈 있으면 다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