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짓기철에 접어들었는지 밤마다 기묘하게 울어대는 길고양이들 때문에
어젯밤엔 돌연 표정이 처키처럼 변해서는 잡초 무성한 차고 가장자리에 고양이 살해를 위한 독약 넣은 음식을 가져다놓을까 하는 충동이 일었다.
며칠 전만 해도 고양이 놀이터가 된 차고에서 잡초를 뽑아야 하는 게 미안하다고 해놓고선!
이 얼마나 뻔뻔한 두 얼굴의 소유자인가.
스스로 민망해 슬쩍 돌아보니 원래부터 두 얼굴로 이랬다저랬다 이중인격자로 지내온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다.
얼짱, 몸짱 열풍에 휩싸여 예쁘고 잘생기고 몸매 또한 뛰어나지 않으면 게으른 인간으로 치부해 사람 취급도 안해주는 사회풍토를 입에 거품 물고 개탄하면서, 예쁘고 잘 생긴 사람을 보면 나도 모르게 눈이 돌아가고 그저 흐뭇하다. 심지어 드라마나 영화 주인공의 외모가 떨어지면 선뜻 흥미를 느끼고 몰입하기에 어려움을 느낀다. +_+
'여자의 피부는 권력이다'라는 카피의 화장품 광고를 보면서 몹시 빈정 상해,
돈많고 시간 많은 여유로운 것들이나 고가의 화장품 얼굴에 '처'바르고 피부관리 받으면서 권력층으로 사는 거지 먹고 살기 바빠서 얼굴에 기미 끼는 줄도 모르고 고생하는 이들이 아직도 얼마나 많은데 그러냐고
구시렁거렸으면서, 연이은 밤샘에 시커멓고 까칠해지다 못해 뾰루지까지 듬성듬성 솟아오른 얼굴을 거울로 보면서 나도 기능성화장품을 새로 장만해야 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했다.
강 건너가서 줄줄이 화려번쩍한 외제차의 물결 속에 주눅들어 욕을 바가지로 퍼부으며 공연히 그들의 싸가지 없는 운전을 욕했으면서, 여전히 미니쿠퍼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한 채 무려 3970만원이나 한다는 차값과 유지비를 만날 머릿속으로 계산해보고 있다.
동물은 뭉클뭉클한 느낌의 강아지도 무섭고 싫다며 진저리를 치며, 특히 설치류는 TV 화면에 나오는 것도 못쳐다보는데 바퀴벌레, 돈벌레 같은 게 방에 튀어나오면 과감하게 때려잡는다. 심지어 모기와 개미는 맨손으로도 죽일 수 있다. -_-v
거대 외래 자본 배불리기에 일조하지 않겠다고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 햄버거, 피자 따위 끊기로 했는데
주변에 설명하기 귀찮아서 어제도 지인들이 가자는 대로 그냥 냉큼 따라갔다.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이 건강에 제일 중요하다고 침을 튀기며 매일 엄마를 닥달하면서
정작 본인은 끼니와 운동 모두 귀찮아 대충 산다. 균형잡힌 식단과 칼로리 계산에 빠삭하긴 한데 집에서만 그럴 뿐 밖에 나가면 아무 생각없이 혼자서만 식탐하느라 정신을 못차린다. 밖에선 또 칼로리 계산해가며 다이어트하고 까탈스럽게 먹는 인간형을 혐오하기까지 한다. 복스럽게 먹는 건 좋은데 왜 늘 과식까지 하고 꺽꺽거리냐 말이다!
아... 내가 생각해도 참 지조없고 짜증나는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