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면?
오늘 빅브라더의 감시가 어떤 건지 눈꼽만큼 실감하고도 몹시 기분이 나빴다.
승용차요일제 금요일 휴무 전자태그를 차에 붙인지 얼마나 됐더라?
올해 여름엔가 자동차세를 내고 난 다음이니 그리 오래된 것 같지 않은데
오늘 처음 전자태그를 이용한 차량추적이라는 걸 겪어봤다.
그동안 금요일에 굳이 차를 몰고 나간 건 오늘까지 딱 두번인데
오늘은 강남엘 갔다 오느라 남산3호터널을 지난 것이 문제였던 모양이다.
밤 9시가 넘었으니 도심혼잡통행료인 2천원을 낼 필요가 없다는 것만 생각하고
잠수교 지나 남산3호터널로 슝 지나왔는데
터널 지나자마자 신호등에 서 있으려니 집에서 전화가 왔다.
금요일인데 자동차를 운행해서 벌금 3만원 부과됐다는 울 아부지의 썰렁한 '뻥'.
울 아부지 이름으로 승용차요일제를 등록해놨으므로 역시나 울 아부지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가 갔던 거다.
운휴일에 왜 자동차를 운행하느냐고!
물론 처음엔 '뻥'이란 걸 몰랐으니, 범칙금 3만원이 몹시 아까웠지만 그보다도 먼저 버럭 짜증이 일었다.
올해 초만 해도 누군지 모르게 동네 자동차에 주인 허락도 없이 요일제 스티커를 마구 붙여 놓았을 땐 괘씸한 생각에 부악~ 뜯어버리고 나서 씨근덕거렸고,
특별히 요일을 정해 자동차를 쉬게 하진 않지만, 난 주말 이외에도 일주일에 최소한 하루 이틀은 자동차를 그냥 세워두는 편이라고 큰 소리를 쳤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내년부턴가 자동차세도 깎아준다니 승용차요일제를 신청하자는 아부지(=차주)의 은근한 당부도 있고, 나 역시 시립도서관에서 요일제 스티커를 안붙였다는 이유로 출입을 거부당한 뒤, 울며 겨자먹기로라도 승용차요일제에 '자진' 참여해야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앞뒤 유리창에 붙이는 스티커도 아니고
'전자태그'라는 요상한 인식장치가 달린 거창한 스티커를 떡하니 앞유리창에 붙였으니
암묵적으로 나 역시 당국의 감시체제를 인정했다고 볼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결단코 나는 승용차요일제 전자태그를 붙이면 내 차가 어느 터널을 지나다니는지
(서울 시내 터널 어디어디에 저런 전자태그 인식장치가 있는지 아직 잘은 모르겠다만)
저들이 속속들이 알 수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앞으로는 전자태그가 여권에도 들어갈 거란 얘기를 얼핏 듣고는
얼마전에 본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안구로 사람을 식별하던 장면이 떠올라 그냥 피식 웃었는데, 이미 일부 국민들에 대한 감시는 시작되었다는 게 아닌가.
원래 '감시'란 감시당하는 사람 모르게 해야 효율적이고 그 효과도 높겠지만
제아무리 자율의 허울을 쓴 강제요일제라고 해도
앞으로 본인이 어떤 감시를 당하게 될 것인지 알려주는 '센스' 정도는 있어야
이른바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라고 할 수 있지 않나?
금요일에 쉬겠다고 해놓고 금요일에 차를 몰고 나간 내 잘못이 더 크다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이 더 많을 수도 있겠지만, 승용차요일제라는 것이 도심 교통난 해소와 에너지 절약을 목표로 삼는다고 할때, 분명 어제, 그제 이틀이나 자동차를 운행하지 않았으므로
자의적으로 나는 오늘 꼭 필요한 날이라 자동차를 운행할 자격이 있다고 믿었다.
궤변이든 말든... ㅡ.ㅡ;;
실제로 범칙금이 날라온 것도 아닌데 왜 이리 흥분하느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지금 당국과 운전자가 서로의 필요에 의한 일종의 계약에서 당국이 운전자에게 계약의 주요 사실을 '주지시키지 않은' 것에 대해 흥분하고 있는 거다.
마치 일부 보험사에서 피보험자에게 불리한 여러 조항들을 계약서에 몹시 어려운 법률용어로 얼렁뚱땅 적어놓은 뒤 나중에 오리발을 내미는 것과 같지 않나??
하여간... 감시당하고 있다는 거 몹시 기분 나쁘다.
신종 빅브라더? 너 아주 재수없다!
오늘의 교훈은... 좀 더 교묘하게 당국의 감시를 피해봐야겠다는 것이다. 흥.
불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