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모드

삶꾸러미 2007. 2. 25. 15:39
최소한 새벽 6시에 시작되는 병원의 하루는 참 길고 지리하다.
본인이 환자일 땐 지루할 때마다 슬쩍 잠들면 그만이지만 ^^;; 보호자의 경우에 특히 그렇다는 말이다.

지난 수요일 밤, 무섭게 치솟는 왕비마마의 혈압과 혈당에 2년 전의 악몽이 떠올라
식겁한 우리는 곧장 응급실로 달려갔고
다행히 위중한 상황은 아니지만, 이런저런 문제가 많아 경과를 지켜보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여 결국 입원을 결정했다.
그리하여 목요일부터 지겨운 병원 생활의 시작.
가뜩이나 예민해서 누가 옆에만 있어도 잠 못 자는 까탈스러운 인간이
병원 보조 침대에서 자는 쪽잠은 몹시 피곤하기만 하다.
그나마 엄마의 상태가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에 안도해야겠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간사하여... 이젠 그저 몹시 꾀병스러운(!) 병세가 호전되길
지켜보기만 하면 되는 단계에 이르니, 내 몸 피곤하고, 코앞으로 닥친 마감일에 원고 못 넘기는 것 때문에 짜증스럽다.

동생들은 어서 간병인을 고용하라고 하는데,
지난번에도 그러더니, 정작 환자가 남의 손길 닿는 게 몹시 싫단다.
된장된장된장...

암튼 잠시 집에 다니러 온 김에 이런 보고 할 여유도 생겨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 터인데
어떻게 밀린 원고의 난관을 해결해야 할 것인지.. 그것이 막막하다.
간병 무수리의 슬픈 비애.
캥거루족으로 사는 늙은 딸에게 역시 이럴 때 가족은 분명 멍에다. -_-;;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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