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든 연극이든 <엄마를 부탁해>를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내게 선택권이 있었다면 절대로 보러 가지 않았을 뮤지컬 <친정엄마>를 엄마는 꼭 보고싶다고 하셨다. 별 수 있나. 효녀 코스프레를 하는 수밖에. 유니버설아트센터는 무대가 높아 맨 앞줄은 오히려 고개를 뒤로 젖히고 보느라 목이 아프다는 친절한 객석설명에 힘입어 제일 좋은 자리라는 다섯째줄 정중앙 좌석을 꽤나 오래 전에 예약을 해두었다.
친정엄마 역할에 나문희/김수미의 더블캐스팅인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엄마가 나문희 버전을 보고싶다고 지정해준 것. 김수미 여사에겐 죄송하지만 나는 일용엄니 이외의 역할을 그리 좋게 본 적이 없다. 다들 국민엄마라는데 나는 영... 째뜬 친정엄마의 고향이 정읍으로 설정되어 있으므로 전라도 사투리 연기는 김수미 버전이 더 감칠맛나고 구성지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하지만 뮤지컬인데 김수미/이유리 둘 다 탤런트라 두 주연배우의 가창력이 다 떨어지면 곤란하지 않았을까, 염려도 든다. 나문희/양꽃님 모녀의 경우엔 딸 역할의 양꽃님씨가 워낙 노래를 잘해서 뮤지컬다운 느낌을 잃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한두곡 밖에 안되는 나문희 여사의 독창 부분은 약간 안습... 박자도 막 틀려주시고. ㅋ 그래도 회한 어린 엄마 역할의 연기력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었음.
극의 내용은 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만하고 살았던 엄마, 스스로 엄마가 되어 딸을 키우며 병마에 엄마를 잃고 나서야 뒤늦게 후회하는 이기적인 딸의 이야기다. 엄청 빤한 이야기인데도 어김없이 눈물이 났다는 대다수 중론에도 불구하고 나는 예상대로 울지 않았다. 약간 울컥하는 부분이야 없지 않았지만 정말 너무 상투적이고 진부하고 빤하게 예상대로 진행되다보니 오히려 지루한 느낌까지... -_-; 하지만 극이 클라이맥스에 이르자 주변에선 정말이지 곳곳에서 흑흑 흐느낌이 솟았고 울 엄마도 눈물을 훔쳤다. 나중에 물으니 울 외할머니, 그야말로 친정엄마께 학창시절 쌀쌀맞고 못되게 굴었던 것이 생각나셨단다. 할머니가 평생 자식들 뒷바라지에 고생하신 것도 떠오르고.
맞다. 울 외할머니 역시 극중의 김봉란 여사처럼 중병으로 입퇴원을 반복하던 말년에도 손수 김치를 담가 자식들 집집마다 보내주셨던 분이다.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떠올리면 나 역시 수시로 울컥 눈물이 솟지만, 뮤지컬을 보는 동안엔 역시 딸의 입장이었기에 크게 공감하지 않았던 것 같다. 재수없게 들려도 할 수 없지만 나는 객관적으로 평가할 때 꽤나 착하고 훌륭한(?) 딸 축에 들기 때문이다. ㅋㅋ 오히려 가족과 엄마한테 너무 얽매여 살아서 주변에서 짜증낼 정도로. -_-; 그러다보니 시댁식구를 위한 집안 행사에 친정엄마 불러다가 가사도우미처럼 써먹고 김치 떨어졌다고 시골에 독촉전화하고, 엄마 병든 것도 모르고 자기 투정만 하는 딸에게 공감하기란 쉽지 않았다. 아직도 그런 딸과 엄마가 많다고? +_+
어쨌거나 내용은 신파스럽고 진부하더라도 잔잔한 재미와 웃음은 있었다고 인정한다. 창작곡이 아니라 죄다 유명한 대중가요를 개사했으므로, 아는 노래도 많고 완성도 떨어지는 창작곡 때문에 짜임새가 떨어지거나 하는 일도 없었다. R석 7만7천원이면 가격대비 만족도도 괜찮다고 할 수 있겠고. 까칠한 나로선 다시 보고싶은 마음이 들지 않지만, 극장을 나서며 주변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칭찬과 감탄(김수미/이유리 버전도 또 보러 오고 싶다고 하는 모녀들 꽤 봤음)을 보더라도, 그리고 작년부터 계속 이어지는 앵콜공연을 보더라도(11월부터 연말까지 또 연장공연이 잡혀있는듯;;) 옛날에 꽤나 고생하신 엄마를 둔 자식으로선 볼만한 뮤지컬인 모양이다.
집에 와 찾아보니 나문희 여사 울 엄마랑 동갑이시던데 아무리 연예인이라 관리를 잘하기로서니 어쩜 그리도 피부가 곱고 팽팽하신지... 맨 앞줄이 비록 고개는 아프겠지만 중간 휴식 시간 이후 2부 첫 순서를 배우들이 관객석으로 내려와 노래부르며 시작하는데다, 나문희 여사가 일일이 맨 앞줄 관객의 손을 잡아주는 혜택이 있다! 김수미 여사 공연때도 그러는지는 모르겠으나, 혹시 그런 거 좋아하는 분이라면 맨앞줄이나 앞쪽 통로석도 고려해볼 만 하다. 재작년, 작년 어버이날 선물로 김영임 아줌마의 <효> 공연 보러갔을 때도 보니깐 노친네들도 아이돌에 광분하는 십대팬들과 다름없이 유명인과 악수하고 가까이 얼굴보는 거 엄청 좋아하시두만! 김영임 아줌마가 객석으로 내려와 일종의 굿놀음인 <대감놀이>를 하며 관객에게 깃발을 뽑게 시키면 여기저기서 막 수표와 지폐가 몰려들기도 했었다. 요번에도 맨 앞줄에 머리 새하얀 할머니를 모시고 온 3대 관객들을 비롯해 나문희 아줌마랑 손잡는 거 어찌나들 좋아하시던지. 울 엄마도 속으로 부러워했을까?
암튼 공연이 옛 추억을 불러일으킨 덕분인지,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도 엄마의 옛날 추억담이 끝없이 이어졌다. 부산에서 피난살이 할 때 고생한 이야기, 공부 시키겠다며 데려간 고모한테 구박 당한 이야기, 교복 입고 까탈떨던 이야기... 나는 몰라도 울 엄마에겐 분명 재미있고 감동적인 공연이었던 게 틀림없다.
극의 내용은 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만하고 살았던 엄마, 스스로 엄마가 되어 딸을 키우며 병마에 엄마를 잃고 나서야 뒤늦게 후회하는 이기적인 딸의 이야기다. 엄청 빤한 이야기인데도 어김없이 눈물이 났다는 대다수 중론에도 불구하고 나는 예상대로 울지 않았다. 약간 울컥하는 부분이야 없지 않았지만 정말 너무 상투적이고 진부하고 빤하게 예상대로 진행되다보니 오히려 지루한 느낌까지... -_-; 하지만 극이 클라이맥스에 이르자 주변에선 정말이지 곳곳에서 흑흑 흐느낌이 솟았고 울 엄마도 눈물을 훔쳤다. 나중에 물으니 울 외할머니, 그야말로 친정엄마께 학창시절 쌀쌀맞고 못되게 굴었던 것이 생각나셨단다. 할머니가 평생 자식들 뒷바라지에 고생하신 것도 떠오르고.
맞다. 울 외할머니 역시 극중의 김봉란 여사처럼 중병으로 입퇴원을 반복하던 말년에도 손수 김치를 담가 자식들 집집마다 보내주셨던 분이다.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떠올리면 나 역시 수시로 울컥 눈물이 솟지만, 뮤지컬을 보는 동안엔 역시 딸의 입장이었기에 크게 공감하지 않았던 것 같다. 재수없게 들려도 할 수 없지만 나는 객관적으로 평가할 때 꽤나 착하고 훌륭한(?) 딸 축에 들기 때문이다. ㅋㅋ 오히려 가족과 엄마한테 너무 얽매여 살아서 주변에서 짜증낼 정도로. -_-; 그러다보니 시댁식구를 위한 집안 행사에 친정엄마 불러다가 가사도우미처럼 써먹고 김치 떨어졌다고 시골에 독촉전화하고, 엄마 병든 것도 모르고 자기 투정만 하는 딸에게 공감하기란 쉽지 않았다. 아직도 그런 딸과 엄마가 많다고? +_+
어쨌거나 내용은 신파스럽고 진부하더라도 잔잔한 재미와 웃음은 있었다고 인정한다. 창작곡이 아니라 죄다 유명한 대중가요를 개사했으므로, 아는 노래도 많고 완성도 떨어지는 창작곡 때문에 짜임새가 떨어지거나 하는 일도 없었다. R석 7만7천원이면 가격대비 만족도도 괜찮다고 할 수 있겠고. 까칠한 나로선 다시 보고싶은 마음이 들지 않지만, 극장을 나서며 주변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칭찬과 감탄(김수미/이유리 버전도 또 보러 오고 싶다고 하는 모녀들 꽤 봤음)을 보더라도, 그리고 작년부터 계속 이어지는 앵콜공연을 보더라도(11월부터 연말까지 또 연장공연이 잡혀있는듯;;) 옛날에 꽤나 고생하신 엄마를 둔 자식으로선 볼만한 뮤지컬인 모양이다.
집에 와 찾아보니 나문희 여사 울 엄마랑 동갑이시던데 아무리 연예인이라 관리를 잘하기로서니 어쩜 그리도 피부가 곱고 팽팽하신지... 맨 앞줄이 비록 고개는 아프겠지만 중간 휴식 시간 이후 2부 첫 순서를 배우들이 관객석으로 내려와 노래부르며 시작하는데다, 나문희 여사가 일일이 맨 앞줄 관객의 손을 잡아주는 혜택이 있다! 김수미 여사 공연때도 그러는지는 모르겠으나, 혹시 그런 거 좋아하는 분이라면 맨앞줄이나 앞쪽 통로석도 고려해볼 만 하다. 재작년, 작년 어버이날 선물로 김영임 아줌마의 <효> 공연 보러갔을 때도 보니깐 노친네들도 아이돌에 광분하는 십대팬들과 다름없이 유명인과 악수하고 가까이 얼굴보는 거 엄청 좋아하시두만! 김영임 아줌마가 객석으로 내려와 일종의 굿놀음인 <대감놀이>를 하며 관객에게 깃발을 뽑게 시키면 여기저기서 막 수표와 지폐가 몰려들기도 했었다. 요번에도 맨 앞줄에 머리 새하얀 할머니를 모시고 온 3대 관객들을 비롯해 나문희 아줌마랑 손잡는 거 어찌나들 좋아하시던지. 울 엄마도 속으로 부러워했을까?
암튼 공연이 옛 추억을 불러일으킨 덕분인지,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도 엄마의 옛날 추억담이 끝없이 이어졌다. 부산에서 피난살이 할 때 고생한 이야기, 공부 시키겠다며 데려간 고모한테 구박 당한 이야기, 교복 입고 까탈떨던 이야기... 나는 몰라도 울 엄마에겐 분명 재미있고 감동적인 공연이었던 게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