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부로 갈수록 처음보다 덜 웃기고 자꾸 안타까워져 본방사수를 안(못)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다운로드까지 해서 본 어제 최종회로 드디어 <최고의 사랑>이 끝났다. 보나마나 연말에 베스트 드라마 집계 당첨 확률 백프로다. 가볍고 경쾌해서 열광했지만 이래저래 생각할 거리도 꽤 던져준 드라마였다. 심지어 나는 친지 중에 연예인이 있음에도 괜히 싫어하는 연예인들 굳이 콕콕 찝어 싫다고 밝히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왔는데, 댓글 하나하나에 파르르 떠는 독고진이 생각나서 앞으로는 좀 말을 삼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해피엔딩을 결혼과 출산이라는 빤한 결말로 보여주어 실망이라는 사람도 있으나 나로선 흡족하다. 독고진이 심장수술하다 죽지 않았으며, 깨진 유리컵과 함께 나뒹굴었던 감자싹이 죽지 않고 화분에 담겨있는 걸 본 것만으로도 일단 안심한 터라, 사실 어떻게 끝나든 좋다는 생각이었다. 인생이란 언제 또 어떻게 뒤틀릴지 모르는 거고, 뭐니뭐니해도 로맨틱코미디라면 열린 결말이든 확정 결말이든 '그래서 둘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종결되는 동화 같은 마무리가 아무래도 마음 편하다. 현실에선 그런 동화 같은 마무리가 좀 드물어야 말이지. 한편으로는 뭔가 참신하고 새로운 결말을 원하면서도, 결국 똑 떨어지는 해피엔딩이 아니면 못마땅한 이율배반의 심리를 작가들도 모르진 않을 것이다. 암튼 똑같이 결혼을 강행하고 졸지에 사내아이들을 셋씩이나 이끌고 나왔던 <시크릿 가든>의 결말보다도 <최고의 사랑> 마지막이 나는 더 좋았다.

누가 뭐래도 나는 통통한 스파이더맨 띵똥 라인이었던 터라 마지막 신까지 귀여운 띵똥 형규가 함께 나와주어 더욱 기뻤다. 엄마의 부재 속에서도 띵똥이 그렇게 속깊고 이해심과 인정이 많은 아이로 자라날 수 있었던 건 분명 구애정 고모 덕이 태반이라고 생각하므로, 계속해서 고모네 가족과 함께 하는 건 당연하다. 


밖에서 대중이 뭐라고 쑥떡대건 상관없이 행복한 구애정과 독고진의 일상을 보여주던 닭살스러운 장면 가운데서도 가장 흐뭇했던 건 독고진 부녀의 취침 장면. (큰 사진을 못 구했다;;) 화면 구성 때문임을 알면서도 아가를 소파 바깥 쪽에 뉘여놓아 떨어지면 어쩌나 쓰잘데기 없는 걱정을 잠깐 하기는 했으나, 개인적으로 이런 평화로운 장면 정말 좋다.


 

므흣하게 이 장면을 보다가 문득 떠올랐다. 저 장면과 유사하게 막내동생네가 연출한 사진이 있다는 걸. 이른바 준우네 삼부자 취침사건이다. 어느 휴일 오전, 다 같이 외출을 하려고 엄마가 먼저 한참 씻고 나오니 침대에서 기껏 깨워 거실로 내몰았던 삼부자는 소파에서 다시 잠들어 있었다고 한다. 올케가 기막혀 하면서도 애틋한 마음에 찍어놓은 사진을 보며 나는 미소를 짓다가 괜스레 돌연 울컥했었다. 이젠 더 띵똥과 독고진, 구애정을 볼 수 없게된 허전한 마음을 조카들 사진 보며 극뽀~옥 해야겠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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