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회사 추천을 했더니 가족 같은 분위기라 싫다고 했다는 블로그 이웃의 포스팅을 보다 생각났다. 아직도 소규모 회사의 경우 구인광고를 낼 때 '가족 같은 회사 분위기'를 자랑으로 삼는 데가 많지만, 이제 구직자 쪽에선 대개 그걸 식겁하는 조건으로 여긴다. 가족은 하나로도 버겁고 족하다고 말이다.
내가 벌써 구세대라 그런지, 솔직히 나는 얼마전까지도 '가족 같은 회사'가 정말 괜찮은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옛날 조직원의 삶에 충실했던 나를 돌아볼라치면, 그런 가족같은 대우와 처사에 막 감동했었다. 그러고 보면 이십대까지 가족이야말로 나의 영원한 등대이자 울타리, 안식처라고 철썩같이 믿고 살았다. 절대로 내 발목을 붙드는 족쇄일 거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참 순진하기도 하지. 암튼 가족에 대한 견해가 그토록 아련하고 긍정적이니, 가족 같은 회사라는 말도 좋게만 생각됐던 모양이다. 회사의 경영진과 관리자 측에서 '가족' 운운하는 건 다 노동력 착취와 유리한 위치 선점을 위한 포석이란 걸 나중에 깨닫기는 했지만, '그래도' 관성이랄까 습관이 든 때문인지 그 관계를 떨치고 나오기가 쉽지 않았다. 사이비든 아니든 '가족'이라는데.
주말마다 열심히 시청하고 있는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시즌3의 마지막 경쟁미션의 주제는 뜬금없게도 가족이었다. 가족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을 완성하라는 것. 후보 디자이너들의 어린시절 가족사진이 화면에 등장하고, 가족들의 응원 영상이 나타나자 스튜디오는 울음판이었다. 나 역시 깜깜한 거실에 홀로 앉아 TV 앞에서 덩달아 울며 막 짜증이 났다. 아, 정말 억지 감동과 스토리를 짜내려는 찌질한 제작진의 심보가 너무 노골적인 거 아닌가! 디자인 실력만 평가하면 될 것을 왜 꼭 그렇게 이야기를 끌어내려고 안달인지.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디자이너들도 어느 정도 '신상이 털리는' 상황은 예상하고 수긍했겠지만, 그런 식으로 사생활을 파고드는 제작 태도엔 내가 다 막 화가 나고 불쾌했다. 디자인 경쟁프로그램마저 가족과 배경 자랑의 장이 되거나 동정의 빌미가 되어선 안되는 거 아닌가?
어쨌든 5회미션부터 눈에 들어 개인적으로 열심히 응원하고 있던 디자이너의 경우엔 이십대 중반의 어린 나이임에도 가족이 곧 엄청난 상처이고 아픔이었다는 사실이 이번 가족 미션에서 드러났다. 디자인 외적인 부분이긴 하지만 너무 튀는 외모와 욕설도 서슴지 않는 거친 입담 때문에 나랑은 취향이 잘 안맞는다고 생각하면서도, 노련한 솜씨가 느껴지는 디자인이 내 눈엔 그저 예쁘고 좋아서 탑3에 뽑히기를 몹시 바라는 마음이었다. 파리나 뉴욕에 있는 유명 패션스쿨 출신의 유학파와 비교되는 순수 국내파에 대한 심정적인 지원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유럽과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유복한 환경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을 것에 비하면 국내에서 의상학과나 디자인학원을 다닌 사람들은 아직도 '패션은 본고장인 서양에서 제대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대주의 사고에 희생당하기 십상이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국내파라도 내 눈에 예쁘고 멋지지 않은 디자인을 보여주는 후보를 무조건 응원할 수야 없는 일인데, 신주연 씨의 의상은 대체로 훌륭했다. 팔이 안으로 굽는 아마추어인 내 견해로만 그런 게 아니라 우승도 두번이나 했을 정도이고, 미션마다 거의 상위권이었다. 비록 9회 자전거 미션에선 내가 보기에도 너무 아니올시다, 80년대 아줌마옷 같은 투피스를 선보이는 바람에 떨어질까봐 조마조마했지만서도...
런웨이에 올라 가족에서 영감을 얻은 각자의 디자인을 설명하며 한명을 제외하고는 모든 디자이너들이 울먹거리거나 통곡하는 수준이었다. 가족이란 누구에게나 짠한 부분이고 아픔이라는 방증이다. 하지만 가족이 남긴 찢어지고 곪아터진 상처를 그냥 덮어 꿰매어 놓았지만 아무리 애써도 자꾸만 틈이 벌어져 아픔이 삐지고 튀어나온다는 느낌을 고스란히 폭로한 신주연씨의 그로테스크한 작품을 볼 때는 아예 머리가 멍해졌다. 가족이 뭐라고...
글이란 게 참 묘해서 그런지, 아니면 내가 줏대가 없는 건지 글이 좀 길어지면 처음 쓰려고 생각했던 이야기와 결말이 같아지는 경우가 별로 없다. 지금도 내가 어쩌려고 가족 이야기와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이야기를 같이 꺼냈는지 잘 모르겠다. 가족이 멍에이고 상처라도 개인의 삶은 지속되어야 한다는 결론이었던가? -_-; 나도 갈피를 못잡겠다는 것으로 급마무리. 아무리 생각해도 가족은 이제 내게 너무 어려운 주제다.
내가 벌써 구세대라 그런지, 솔직히 나는 얼마전까지도 '가족 같은 회사'가 정말 괜찮은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옛날 조직원의 삶에 충실했던 나를 돌아볼라치면, 그런 가족같은 대우와 처사에 막 감동했었다. 그러고 보면 이십대까지 가족이야말로 나의 영원한 등대이자 울타리, 안식처라고 철썩같이 믿고 살았다. 절대로 내 발목을 붙드는 족쇄일 거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참 순진하기도 하지. 암튼 가족에 대한 견해가 그토록 아련하고 긍정적이니, 가족 같은 회사라는 말도 좋게만 생각됐던 모양이다. 회사의 경영진과 관리자 측에서 '가족' 운운하는 건 다 노동력 착취와 유리한 위치 선점을 위한 포석이란 걸 나중에 깨닫기는 했지만, '그래도' 관성이랄까 습관이 든 때문인지 그 관계를 떨치고 나오기가 쉽지 않았다. 사이비든 아니든 '가족'이라는데.
주말마다 열심히 시청하고 있는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시즌3의 마지막 경쟁미션의 주제는 뜬금없게도 가족이었다. 가족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을 완성하라는 것. 후보 디자이너들의 어린시절 가족사진이 화면에 등장하고, 가족들의 응원 영상이 나타나자 스튜디오는 울음판이었다. 나 역시 깜깜한 거실에 홀로 앉아 TV 앞에서 덩달아 울며 막 짜증이 났다. 아, 정말 억지 감동과 스토리를 짜내려는 찌질한 제작진의 심보가 너무 노골적인 거 아닌가! 디자인 실력만 평가하면 될 것을 왜 꼭 그렇게 이야기를 끌어내려고 안달인지.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디자이너들도 어느 정도 '신상이 털리는' 상황은 예상하고 수긍했겠지만, 그런 식으로 사생활을 파고드는 제작 태도엔 내가 다 막 화가 나고 불쾌했다. 디자인 경쟁프로그램마저 가족과 배경 자랑의 장이 되거나 동정의 빌미가 되어선 안되는 거 아닌가?
어쨌든 5회미션부터 눈에 들어 개인적으로 열심히 응원하고 있던 디자이너의 경우엔 이십대 중반의 어린 나이임에도 가족이 곧 엄청난 상처이고 아픔이었다는 사실이 이번 가족 미션에서 드러났다. 디자인 외적인 부분이긴 하지만 너무 튀는 외모와 욕설도 서슴지 않는 거친 입담 때문에 나랑은 취향이 잘 안맞는다고 생각하면서도, 노련한 솜씨가 느껴지는 디자인이 내 눈엔 그저 예쁘고 좋아서 탑3에 뽑히기를 몹시 바라는 마음이었다. 파리나 뉴욕에 있는 유명 패션스쿨 출신의 유학파와 비교되는 순수 국내파에 대한 심정적인 지원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유럽과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유복한 환경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을 것에 비하면 국내에서 의상학과나 디자인학원을 다닌 사람들은 아직도 '패션은 본고장인 서양에서 제대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대주의 사고에 희생당하기 십상이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국내파라도 내 눈에 예쁘고 멋지지 않은 디자인을 보여주는 후보를 무조건 응원할 수야 없는 일인데, 신주연 씨의 의상은 대체로 훌륭했다. 팔이 안으로 굽는 아마추어인 내 견해로만 그런 게 아니라 우승도 두번이나 했을 정도이고, 미션마다 거의 상위권이었다. 비록 9회 자전거 미션에선 내가 보기에도 너무 아니올시다, 80년대 아줌마옷 같은 투피스를 선보이는 바람에 떨어질까봐 조마조마했지만서도...
런웨이에 올라 가족에서 영감을 얻은 각자의 디자인을 설명하며 한명을 제외하고는 모든 디자이너들이 울먹거리거나 통곡하는 수준이었다. 가족이란 누구에게나 짠한 부분이고 아픔이라는 방증이다. 하지만 가족이 남긴 찢어지고 곪아터진 상처를 그냥 덮어 꿰매어 놓았지만 아무리 애써도 자꾸만 틈이 벌어져 아픔이 삐지고 튀어나온다는 느낌을 고스란히 폭로한 신주연씨의 그로테스크한 작품을 볼 때는 아예 머리가 멍해졌다. 가족이 뭐라고...
글이란 게 참 묘해서 그런지, 아니면 내가 줏대가 없는 건지 글이 좀 길어지면 처음 쓰려고 생각했던 이야기와 결말이 같아지는 경우가 별로 없다. 지금도 내가 어쩌려고 가족 이야기와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이야기를 같이 꺼냈는지 잘 모르겠다. 가족이 멍에이고 상처라도 개인의 삶은 지속되어야 한다는 결론이었던가? -_-; 나도 갈피를 못잡겠다는 것으로 급마무리. 아무리 생각해도 가족은 이제 내게 너무 어려운 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