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투덜일기 2010. 5. 19. 21:21
언제 피었는지 모르게 아카시아꽃이 다 피었더라. 실로 간만에 엄마 모시고 밤산책 나갔다가 주렁주렁 매달린 하얀 꽃보다 향기를 먼저 느끼고 깜짝 놀랐다. 낮에 외출할 때도 그 아래를 지나쳤는데 왜 몰랐을까. 어쨌든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라도 올해의 아카시아는 예년보다 늦게 피었을 거라고 짐작 중. 작년엔 5월 9일에 피었다고 적어놨던데, 확실히 많이 늦긴 했나 보다.

요즘 어딜 가봐도 길을 파헤쳐놓아 짜증이 복받치던데, 지난번 자전거 타러 나갔을 때만 해도 멀쩡했던 홍제천변 일부가 폭탄 맞은 꼴로 뒤집혀 있었다. 지방선거용 생색인지, 인계 전에 예산 써버리기 작전인지 나로선 알 수 없지만 언제나 공사중이고 누덕누덕 기워대는 서울 꼬락서니는 좀 그만 보고 싶다. 해외도주하다 붙잡힌 군수만큼은 아니지만 이 동네 구청장도 엄청난 뇌물수수로 구속된지 오래라 부구청장 체제로 운영중이란다. 다음 구청장은 부디 쓸데 없는 삽질에 힘쓰지 않는 사람이 뽑히길...

아래층 똥개의 짖기 횡포는 이제 아주 극에 달했고 나의 분노와 앙심도 최대치에 도달하는 중이다. 다른 이웃의 불만도 당연히 고조된 듯 초저녁엔 우리 마당에 면해 있는 바로 옆집 아저씨와 아래층 개주인 사이에 언성이 조금 높아지기까지 했는데, 잘은 모르지만 아래층 개주인 아저씨는 내가 섣불리 설득할 수 있는 유형의 사람이 아닌 것 같다. 개 문제를 지적하는 옆집 아저씨에게 변명이랍시고 한다는 소리가 글쎄, 개가 짖으라고 있는 거지 그럼 안짖는 개를 뭐하러 키우냐고 항변하더라. -_-;; 조금 전 산책 마치고 돌아온 모녀에게 미친듯이 짖어대는 놈을 노려보다, 문득 나는 살의를 느끼고 실질적인 방법까지 상상하기에 이르렀다. 상한 음식을 먹여서 병나게 만들까, 아니면 어디서든 독약을 구해 몰래 밥에 타먹일까, 아니면 줄을 끊어 멀리 쫓아보낼까... 나란 인간이 이렇게 악독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하지만 나쁜 건 분명 아래층 똥개가 아니라 이런 공간에서 시끄러운 똥개를 키우는 아래층 개주인들이다.

이래저래 이십여년 간 살아온 이 동네에 정이 떨어져서 어디든 살기 좋은 새 동네로 이사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아졌다. 이왕이면 제주도 같은 데로. ㅠ.ㅠ 친구 동생은 제주도가 좋아서 대학원을 제주대학에서 다니고 있다는데, 바보같이 난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집 가까운 학교 생각만 했지, 제주도로 공부하러 갈 생각은 꿈조차 꾼 적 없는 내가 한탄스러웠다. 여러가지 이유로 서울을 떠나선 못 살 것 같다는 생각을 참 오래 했는데, 이젠 여기를 뜰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더 많은 부추김과 용기가 필요한 때!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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