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탐이 많은 사람들이 다 그러는지는 모르겠는데, 본인이 먹고 싶다고 생각한 걸 꼭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건 물론이고 나는 누가 먹고 싶다고 하는 것조차 그냥 허투루 듣지를 않고 담아두었다가 먹게 해주어야만 마음이 놓이는 편이다. 특히나 왕비마마 및 조카들이 먹고 싶다고 말한 건 왜 그냥 넘길 수가 없는지 원. 물론 건강에 나쁜 먹거리인 경우에는 왕비마마의 지병 걱정에 우선 잔소리를 잔뜩 늘어놓고 일단 안된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비슷한 대체품으로라도 사드리거나 만들어 드리고 후회를 하는 인간인지라 어쩔 땐 저질러 놓고 "내가 미친년이지..."라고 후회할 때가 많다.

3월 24일이었을 거다. 왕비마마의 CT촬영 때문에 꼭두새벽 7시부터 병원엘 가야했고 순차로 이어지는 각종 검사와 진료 때문에 오전 내내 병원에서 살아야했던 날, 아침방송에 문제의 <통영 꿀빵>이 나왔다. 원래 유명한 꿀빵집은 아니었고 최근에 고구마 꿀빵이니 빼때기죽이니 신제품 개발을 해서 차별화를 시켜 월 매출이 2천만원이라는 어느 젊은 아줌마네 꿀빵집 소개였다. 몸에 나쁘다는 이유로 튀긴 것, 단 것, 밀가루 음식을 원하는 만큼 먹지 못하는 왕비마마는 병원 의자에 앉아 당연히 TV에 시선을 고정시키고는 그 꿀빵을 탐냈다. 오래 전 키드 님과 벨로의 통영 여행 덕분에 한 덩어리 맛을 본 적 있는 나 역시 화면을 보니 새삼 군침이 돌았다. 당시엔 택배 주문도 가능하다니 한번 시켜먹어봐야겠다 생각했으면서 그간 새까맣게 잊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TV에 한번 나오면 난리가 난다는 걸 알기에 머리 좀 쓴답시고 TV에 나온 꿀빵집 대신 원조 꿀빵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이름도 까먹어서 키드님 블로그에 다시 가서 검색해 알아본 <오미사 꿀빵>을 이번엔 기필코 시켜먹기로 마음 먹은 거다. 헌데 그렇게 맘먹은 인간이 나뿐이 아니더라. 그로부터 열흘도 넘게 지난 지금까지 오미사 꿀빵은 구경도 못하고 있다. 처음 며칠간은 트래픽 초과로 아예 홈피 접속도 되질 않더니 닷새쯤 지나니깐 접속은 가능하되, 늘 일시품절 상태다. 주문이 밀려들어 어쩔 수가 없단다. 방송의 주인공이었던 <꿀단지> 꿀빵집도 당연히 마찬가지라 나는 공연히 몸이 달았다. 사실 이 정도쯤 되면 왕비마마는 꿀빵을 벌써 잊고 계실 확률이 높다. 그간 꿀빵 대신 꿀떡을 계속 간식으로 먹어서 단것에 대한 열망이 잠재워졌을 수도 있고. 그런데 이젠 내가 오기가 났다!

거의 매일 오미사 분점 홈피에 들락거리며 <재고: 일시품절> 글씨가 사라지길 기다리고 있으려니, 드디어 어제 수요일 9시에 다시 홈피를 열어두겠다는 공고가 보였다. 으으.. 9시면 내가 잠자고 있을 시간인데, 2주 이상 지났으니 요번엔 오후에 접속해도 성공할 수 있으려나 어쩌려나... 꿀빵 열망이 나를 9시 접속으로 이끌 것인지, 혹시라도 또 기회를 놓치면 다음으로 차일피일 미루다 슬글슬금 꿀빵을 탐냈던 사실까지 잊어버릴 것인지 스스로 궁금하다. 2주 가까이 들인 공을 생각하면 꿀빵 먹으러 조만간 통영 놀러갈 계획이라도 세울 기세다. 왕비마마 다이어트 시키려면 내가 쓸데없는 오기를 버리는 게 옳은데. ㅋㅋ 이렇게 열심히 일이나 좀 하지!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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