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6일까지 유효한 전시회 표 두 장을 진즉에 이벤트로 당첨받아 놓고선 전시 끝나기 열흘 전에야 다녀올 수 있었다. 그나마도 이웃분들이 단체관람 날짜를 잡으며 펌프질을 해준 덕분에 어떻게든 짬을 내겠다는 생각을 했지, 안 그랬으면 조카와 올케에게 티켓을 주어보냈을지도 모를 만큼 그간 만사가 시큰둥했다.
게다가 앤디 워홀의 그림은 하도 유명해서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탓에 직접 보지 않은 그림도 마치 본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말이다. 전시장에서도 순간순간 기시감에 시달렸는데, 가물가물한 기억을 억지로 뒤져보니 마릴린 먼로나 캠벨 수프 정도는 실제로도 과거 전시회에서 본 기억이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어떤 백화점 꼭대기의 전시장이었던 것도 같고, 어느 여행길이나 출장길에 들른 이국의 미술관이었던 것도 같긴 한데, 정확한 건 알 수가 없다. 기억력도 나쁜 주제에 기록 습관마저 부실하니 어쩌겠나.
하기야 뻔뻔스러울 정도로 미국적으로 느껴지는 앤디 워홀의 몇몇 작품을 처음 대중매체에서 접하며 과거의 나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게 (실제로 그는 자기 작업실을 <팩토리>라 부르고 조수들에게 실크 스크린 작업을 대신 맡기기도 했다) 어떻게 독창적인 예술이 될 수 있겠냐는 비판 쪽에 고개를 끄덕거렸으므로, 그리 높이 평가하지 않아 기억에 안남겼을 수도 있다. (사실 난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도 처음 뉴스에서 접하며 저 <따위>가 무슨 예술 작품인가 하고 어이상실을 경험했던 무식한 사람이다) 팝아트에 대한 무지의 소치였을 거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존경스럽기는 해도 격조 높은 양반들이 우아떠는 세상인 것만 같아 괜히 빈정상하는 구석이 있는 현대 미술계를 나름의 방식으로 조롱한 앤디 워홀의 삐딱한 정신이 나랑 맞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통조림 찍어내듯 뚝딱뚝딱 그림도 복제하는 것처럼 공장에서 쓱쓱 실크스크린으로 대량으로 밀어낸 뒤에 현란한 색채로 마무리하지만, 정작 똑같은 그림은 하나도 없지 않은가.
스스로 언론에 노출되기를 즐긴 괴짜 예술가로서의 그의 삶에 대해서는 막연하게만 알고 있을 뿐이지만, 단순하면서 명쾌하게 다가오는 앤디 워홀의 작품들은 확실히 <대중적>이어서 친근하고 편하다. 앤디 워홀의 작품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도 마릴린 먼로가 그토록 인상적으로 현대인들의 기억에 남아 있을라고. 진한 주황색을 바탕으로 걸려 있던 수많은 인물 작품들은 벽 자체가 커다란 한 폭의 그림 같이 보이기도 했다. 튀고 싶고 주목받고 싶어 어쩔 줄 몰라하는 십대의 정서에서 평생 못 벗어난 것 같은 그의 자화상들도 좋았고, 얼굴이 무너지기 이전의 마이클 잭슨이랑, 비틀즈, 특히 믹재거 연작이 마음에 들었다.
나야 퍽 보고 싶은 전시였지만 열세살 조카를 대동하고 관람하면서 내심 걱정을 했는데, 공주는 뜻밖에도 장 뒤뷔페 이후 두번째로 마음에 드는 전시라며 흡족해 했다. "나는 일상생활 그림들이 좋더라"는 촌평과 함께. +_+ 매번 그러듯 둘이 같이 이번 전시 최고의 그림도 선정했는데, 같은 그림이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회고전이라고 엄청 광고하던데, 소장품과 서류 같은 것들도 포함된 탓인지 그림이 정말 많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고 색상별로 훨씬 다양한 마릴린 먼로도 몇 작품 안온 것 같아 아쉬웠다. 늘상 느끼지만 <질과 양> 모두 흡족하게 작품을 감상하려면 원 소장처로 가야한다는 것인데, 앤디 워홀 작품들이야 하도 고가에 여기저기 팔려다니니 앤디 워홀 미술관엘 가도 다 보지는 못하려나. 하여간에 봄맞이 미술관 탐방으론 딱 좋았다.
게다가 앤디 워홀의 그림은 하도 유명해서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탓에 직접 보지 않은 그림도 마치 본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말이다. 전시장에서도 순간순간 기시감에 시달렸는데, 가물가물한 기억을 억지로 뒤져보니 마릴린 먼로나 캠벨 수프 정도는 실제로도 과거 전시회에서 본 기억이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어떤 백화점 꼭대기의 전시장이었던 것도 같고, 어느 여행길이나 출장길에 들른 이국의 미술관이었던 것도 같긴 한데, 정확한 건 알 수가 없다. 기억력도 나쁜 주제에 기록 습관마저 부실하니 어쩌겠나.
하기야 뻔뻔스러울 정도로 미국적으로 느껴지는 앤디 워홀의 몇몇 작품을 처음 대중매체에서 접하며 과거의 나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게 (실제로 그는 자기 작업실을 <팩토리>라 부르고 조수들에게 실크 스크린 작업을 대신 맡기기도 했다) 어떻게 독창적인 예술이 될 수 있겠냐는 비판 쪽에 고개를 끄덕거렸으므로, 그리 높이 평가하지 않아 기억에 안남겼을 수도 있다. (사실 난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도 처음 뉴스에서 접하며 저 <따위>가 무슨 예술 작품인가 하고 어이상실을 경험했던 무식한 사람이다) 팝아트에 대한 무지의 소치였을 거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존경스럽기는 해도 격조 높은 양반들이 우아떠는 세상인 것만 같아 괜히 빈정상하는 구석이 있는 현대 미술계를 나름의 방식으로 조롱한 앤디 워홀의 삐딱한 정신이 나랑 맞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통조림 찍어내듯 뚝딱뚝딱 그림도 복제하는 것처럼 공장에서 쓱쓱 실크스크린으로 대량으로 밀어낸 뒤에 현란한 색채로 마무리하지만, 정작 똑같은 그림은 하나도 없지 않은가.
스스로 언론에 노출되기를 즐긴 괴짜 예술가로서의 그의 삶에 대해서는 막연하게만 알고 있을 뿐이지만, 단순하면서 명쾌하게 다가오는 앤디 워홀의 작품들은 확실히 <대중적>이어서 친근하고 편하다. 앤디 워홀의 작품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도 마릴린 먼로가 그토록 인상적으로 현대인들의 기억에 남아 있을라고. 진한 주황색을 바탕으로 걸려 있던 수많은 인물 작품들은 벽 자체가 커다란 한 폭의 그림 같이 보이기도 했다. 튀고 싶고 주목받고 싶어 어쩔 줄 몰라하는 십대의 정서에서 평생 못 벗어난 것 같은 그의 자화상들도 좋았고, 얼굴이 무너지기 이전의 마이클 잭슨이랑, 비틀즈, 특히 믹재거 연작이 마음에 들었다.
나야 퍽 보고 싶은 전시였지만 열세살 조카를 대동하고 관람하면서 내심 걱정을 했는데, 공주는 뜻밖에도 장 뒤뷔페 이후 두번째로 마음에 드는 전시라며 흡족해 했다. "나는 일상생활 그림들이 좋더라"는 촌평과 함께. +_+ 매번 그러듯 둘이 같이 이번 전시 최고의 그림도 선정했는데, 같은 그림이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회고전이라고 엄청 광고하던데, 소장품과 서류 같은 것들도 포함된 탓인지 그림이 정말 많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고 색상별로 훨씬 다양한 마릴린 먼로도 몇 작품 안온 것 같아 아쉬웠다. 늘상 느끼지만 <질과 양> 모두 흡족하게 작품을 감상하려면 원 소장처로 가야한다는 것인데, 앤디 워홀 작품들이야 하도 고가에 여기저기 팔려다니니 앤디 워홀 미술관엘 가도 다 보지는 못하려나. 하여간에 봄맞이 미술관 탐방으론 딱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