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스러운 송년모임은 거부하겠다고 선언을 했음에도
이상스럽게 12월의 마지막은 연일 먹자판술판으로 거나하게 보냈다.
심지어 오늘까지도 약속을 정해놓았지만
드디어 몸이 거부를 하는 바람에 내심 고마워하며 집에 틀어박혀 있으려니,
발악하듯 이끌려다닌 지난 보름간의 허무함이 한꺼번에 밀려든다.
남은 것은 물집 잡힌 입술과
팍팍하게 근육통이 느껴지는 허벅지와 장단지
술살 고깃살이 넉넉하게 붙은 듯한 허리춤,
그리고 잔뜩 밀린 일감뿐이다.
내년엔 하나마나 한 새해 결심따위 하지 않겠노라고 생각했는데
단 한 가지..
약속 잘 지키자는 결심은 세워야할 것 같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나와의 약속.
얼마나 많이 어겼는지 내년 끄트머리에 또 크게 후회하지 않도록.